때로는 워밍업 없이 가보고 싶어
2024년 12월 12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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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6822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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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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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워밍업 없이 가보고 싶어》는 김수지 아나운서가 끝끝내 “놓지 못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쓴 글이다. 주변 사람들이 그의 ‘순진한 솔직함’을 걱정할 만큼 때로는 처절하고 뜨겁게, 때로는 담대하고 처연하게 온 생을 통과했던 인간 김수지의 모습이 투명하게 담겨 있다. 아무리 준비운동을 많이 해도 인생은 결코 완벽해질 수는 없는 법. 그러니 지금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해내는 우리 자신을 응원해야 한다고. 어느 노래 가사에 썼던 것처럼 그렇게 한 발 뛰어드는 용기를 독자에게 전하고자 한다. 낯선 온도에 숨이 막혀도, 때로는 워밍업 없이 가보고 싶은 그런 마음을.
Chapter 1.
좌절은 뉴스가 끝나고
intro. 열심히 사는 사람은 때론 비참함을 느낀다
모든 것은 기세다
반전의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고생에도 정량이 있을까?
실패의 총량
행복의 반대말은 비교
애쓰지 않음으로 견디는 법
너희들 것이니까
N잡러가 된다는 것
200%로 살아가야지
때로는 아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지금 불안한 건 간절하기 때문
입스는 그냥 지나가는 거야
Chapter 2. 결핍은 나를 무너지게 하지 않는다
intro. 빠져서도 안 되고, 뛰어넘을 수도 없는 넓은 슬픔
부족함 없이 사랑받고 자란 딸이라는 이미지에 대하여
낯선 온도에 숨이 막혀도 워밍업 없이 가보고 싶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아버지는 뭐 하시니?
놓지 못하는 마음
자기 연민에 취하지 않기
우리에겐 빈 시간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도 시작이 될 수 있으니까
Chapter 3. 어른에게 필요한 투명한 용기
intro. 부끄러움을 무릅쓰는 삶
맞서지 않고 피해 가는 고양이처럼
마른 가지 안에서 발버둥 치는 새순의 시간
행복 민감도가 높은 사람
엄마의 외로움은 가슴에 사무쳐서
갖기도 전에 갖지 못할까 봐 겁내는 사람
가끔은 친절하지 않을 용기
다정한 어른이 되고 싶어
낯선 길에서 행복을 줍게 될 수도 있으니까
Chapter 4.. 내 삶의 원칙들
intro. 조금은 덜 상처받고 싶어서 만든 인생의 원칙
자기 관리: 끼니는 꼭 챙긴다
자존감: 못하는 건 못한다고 말하기
일: 스스로에게 당당한 마음으로
사회생활: 권위에 약해지지 말자
관계: 관여하지 않는다
감정: 새드 엔딩은 굳이 보지 않아
소통: 진심을 말하는 데서 오는 자유로움
소비: 웬만하면 새 물건을 사지 않는다
여행: 완벽한 자유를 추구할 것
‘적당하다’고 할 수 있는 고생의 양이 있을까? 너무 운 좋게 이룬 것 같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비참하지는 않은 그 정도의 고생이면 적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고생의 양에 관한 한, 엄마가 ‘소금 적당히, 국간장 적당히’ 할 때처럼 도무지 정량이 가늠되지 않는다. 다만 확실히 아는 건 도망쳐야 할 때는 재빠르게 도망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견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_31p.
하지만 나의 삶과 나의 슬픔, 나의 의지를 설명하려면 그 사실을 밝힐 수밖에 없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하굣길에 데리러 올 아빠가 없어서 슬펐다는 사실을, 교환학생을 떠날 때 공항에서 배웅하는 아빠가 없어서 슬펐다는 사실을, 첫 차를 살 때 함께 알아봐줄 아빠가 없어 슬펐다는 사실을 언젠가 한번은 털어놓고 싶었으니까. _91p.
하필 가난한 내가 높은 꿈을 꾸어서 매일 밤 마음속에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하지만 나는 산골로 가버리지 못했다. 세상 같은 거 더럽다고 버리지도 못했다. 더러운 세상 속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서, 당나귀 대신 응앙응앙 울며 희망에 매달렸다. 어떻게든 행복해지겠다고 다짐하면서. 더는 어떤 이름 없는 불안이 나를 삼키게 두지 않겠다고 두 주먹에 힘을 주면서. _102p.
삶의 질이라는 게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거라면, 나는 아마 이 이상을 모르기 때문에 이토록 행복한 것일지도. 독서실 책상과 작은 방 안에서 했던 비좁은 상상들. 고작 그만큼을 채운 것으로 섣불리 만족한 건 아닐까? 어쩌면 너무 허기졌었기에 조금만 채우고도 이토록 배가 부른 건지도 모른다. _109p.
나의 ‘따라 하기 프로젝트’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출발하지는 않았다. 단지 우연히 엿보게 된 어떤 삶을 통해,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살을 붙인 덕에 불안의 바다에서 헤엄치던 나도 뭍에 닿을 수 있었다. 나침반도 GPS도 없는 ‘꿈’이라는 세계에서 그들이 나아가는 방향과 남은 거리를 내 식대로 가늠해보며 열심히 몸부림친 결과다. _130p.
부러움 위를 저벅저벅 밟은 시간. 누구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달콤한 와플 냄새로 그때를 기억하는 내 마음이 기특하다. 고생 속에서도 잘 자란 나를 자랑하고 싶은 게 아니다. 나를 송두리째 집어삼킬 듯한 부러움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응시했던 그 담대함이 자랑스럽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남을 깎아내리지 않고, 부러운 건 부러운 눈으로 지켜보며 나는 나대로 살아온 그 무던함이. 그리하여 맛있는 샌드위치 레시피를 알고 있으며 그때 그 모녀처럼 엄마와 카페나 식당에 방문할 때마다 행복해지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니까. 행복 민감도가 높은 나는 아주 작은 일에도 온 마음이 채워지는 기분을 느낀다. _148p.
나는 늘 고양이처럼 거절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충분히 경고 의사를 밝히고 그게 통하지 않았을 때 공격하는 방식. 자신에게 지나치게 큰 위협이 아닐 때는 피해 가는 것으로 상황을 벗어나는 현명함을 닮고 싶다. 내가 억지로 껴안을 때 리루는 어묵 국물이 담긴 비닐봉지처럼 흐물흐물한 몸을 한 바퀴 돌려 품을 벗어난다. 그 유연함이 너무 감쪽같아서 내게도 원망이 남지 않는다. _137p.
<b>〈유 퀴즈 온 더 블록〉 화제의 인물!
MBC 아나운서이자 작사가 김수지의 첫 산문집
박준 시인, 김민정 시인, 〈윤희에게〉 임대형 영화감독 강력 추천!</b>
“형언할 수 없었을 시간이 남긴 선명한 아름다움!”
-박준 시인
“세상 같은 거 더럽다고 버리지 않고 희망에 매달려주어 고맙습니다.
어떻게든 행복해지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면, 당분간이라 하더라도
그건 온통 당신 덕일 겁니다.”
-김민정 시인
“노파심이 들 정도로 투명한 에세이.
그가 나에게 영감을 주었듯 분명 당신에게도 영감을 줄 것이다.”
-〈윤희에게〉 임대형 영화감독
<b>내가 꾸는 꿈이 나를 초라하게 할 때
“스스로 뿌리가 단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 </b>
“수지야, 쫄지 마.” 아나운서 시험 준비를 시작하고 몇 해를 넘겨도 대형사 카메라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자신감은 뚝뚝 떨어졌고 마치 주인공이 정해진 무대에 들러리를 서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은 자기 자신만이 아니었다. 아나운서 학원 선생님들 역시 의아해했다. “뉴스도 곧잘 하고 이미지도 단정해서 어디 가서 밀릴 정도는 아닌데 작은 시험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이유는 단순했다. 바로 자신감.
태생적으로 불안한 기질인가 의심할 정도로 불안감을 껴안고 살았다. 10대 시절부터 먹고살 걱정을 했다. 엄마의 말에 따르면 뭐든 붙들고 놓을 줄 모르는 아이라고 기억할 만큼 욕심 많았다. 그렇다고 뭐든 서슴없이 뛰어드는 성격은 아니었고, 경쟁에 능하지도 못했다. 놓을 수 없는 꿈을 붙잡고 동동거리며 살았다. “학교를 졸업하면 부와 빈이 드러나지 않는 세상이 열리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하루빨리 졸업하고 싶었다. 한 학년이 끝나고 교실을 옮기는 소란한 틈에 친구들 짐 사이로 재빨리 가루우유를 숨기면서 노심초사했던 그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가난이란 그런 것이었다. 들키지 않게 철저히 감추려고 해도 깨진 그릇을 이어 붙인 것처럼 꼭 티가 났다. 가루우유쯤이야 몰래 숨길 수 있었지만, 사회에 나와 마주하는 “너희 아빠는 뭐 하시니?” 같은 질문은 아무도 숨겨주지 않았다.
세상은 ‘볼품없는’ 그를 초라하게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초라해지지 않았다. ‘똥배짱’이라던 담임선생님의 타박에도 악착같이 ‘인서울’을 해냈고, ‘알바 괴물’이 되어갈지언정 꿈을 향한 여정은 흘리는 땀만큼 단단해졌으니까. “무른 흙을 다지듯 슬픔으로 물러진 삶을 다져야 했던 나는 스스로 단단한 뿌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지금은 자랑스럽다.”
<b>고생에도 정량이 있고
실패에도 총량이 있다는 믿음으로</b>
“나는 이제야 사람에게 꼭 ‘지는 날’만 있지는 않다는 걸 안다. 기다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기는 날이 오기도 한다.”
계약직으로 방송 생활을 시작해 특별채용으로 MBC 아나운서가 된 김수지. 동기 중에서도 가장 늦게 방송을 시작했다. 가까스로 정식 아나운서가 되었지만, 아나운서국에서도 여전히 ‘걱정거리’였다. “진행을 안정적으로 잘하긴 하는데 확 시선을 잡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이고, 이렇게 가다가는 기죽어서 하던 것도 더 못하게 되지 않을까 위태로워 보이는 신입사원.” 동기들이 선배들에게 방송 피드백을 받을 때,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묘한 질투심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버티기. 시간이 흐르고 큰 방송을 하나둘 경험하면서 언제 불안했냐는 듯 무대를 신나게 누볐다. “자연히 ‘내 방송’이 찾아오는 것처럼 어쩌면 ‘때’라는 건 그냥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누구나 한 조각은 뺄 수 있는 젠가처럼.”
“괴로울 때마다 이 지난한 시간이 내 목표를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양만큼의 시간일지도 모른다고, 그건 5천 원을 지불하고 커피를 마셔야 하는 당연함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치러야 할 값을 치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숙명을 이고 가는 인간처럼 퍽 순응이 되었다.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서도 정당하게 가진 것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b>200퍼센트의 힘으로 살아가기
“좌절은 뉴스가 끝나고”</b>
작사가로서도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하자, 7년째 뉴스를 진행하면서도 뉴스에 ‘관심 있는 척’ 한다는 짓궂은 농담을 듣기도 했다. 소위 작사 일이 ‘대박’이 나면 그쪽으로 옮겨 가지 않을까 하는 시선 역시 감내해야 하는 일이었다. 즉, “어디서든 욕먹기 좋은 포지션”이었다. 내심 억울하기도 했지만, 누굴 탓할 일도 아니었다. 스스로 어느 한쪽에 소홀해지는 걸 경계해 에너지를 바닥까지 긁어다 쓰곤 했으니까. 그래서 다짐했다. 200퍼센트의 힘으로 나아겠다고.
오히려 두 가지 일을 병행한 덕분에 건강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일에 대한 집착이 큰 나는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해 매일 좌절하고 남과 나를 비교하며 그나마도 한 줌 있는 자존감을 숭덩숭덩 썰어 흘려보냈을 것이다.” 오늘 한 뉴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퇴근길에 새로운 가사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독이고, 어제 쓴 가사가 채택되지 않아도 좌절은 저녁 뉴스가 끝나고 허락되었다. “쓰다 보니 알겠다. N잡러가 된다는 것은 지금처럼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일이다.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그래도 좋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는 것. 행복하지만 힘들고, 힘들지만 행복하다.”
우리에게도 그런 전환의 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스스로를 소진하지 않도록 다양한 ‘나’를 만들어두는 틈새의 시간들이. 그리하여 그 틈 사이로 단단한 또 하나의 ‘마디’가 생겨나길 기대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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