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택배 기사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2024년 12월 02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29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14.90MB)
- ISBN 979116471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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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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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택배 기사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는 누구나 자주 만나지만 알지는 못했던 택배 기사 이야기, 그것도 청년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업 동료의 배신으로 은둔형 외톨이를 자처했던 저자는 통장 잔고 20만 원을 확인한 후, 택배 기사로 일하기로 결심한다. 힘들지만 빠르게 돈을 벌 방법을 택한 것이다. 속도와 원가라는 냉정한 자본주의에 치열하게 적응하면서 정직한 노동과 대가라는 일상성을 회복한다.
이 책은 우리 삶을 유지하게 하는 택배 산업 현장을 생생하게 알린다. 그리고 막다른 상황에 처한 청년이 스스로를 구해내고 세상과 화해하는 이야기를 뜨겁게 보여준다.
딩동! 독자님을 위한 택배 용어가 배송 완료되었습니다
1부. 2년 만에 집 밖으로 나가
택배 일 하려는데, 왜요?
테헤란로 광고회사 대표에서 상봉동 택배 기사가 되기까지
택배 일 초기 자금 마련하기, 커피 로스팅 아르바이트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어머니 찬스
새 차 같은 중고차를 사고 싶다면 도둑놈 심보라고?
마이너스 60만 원, 생수 배달 첫날 수입
“제 자리 어디 없나요?” 택배 기사 꽁무니 졸졸졸
2부. 택배 기사로 첫발을 내딛고
인수인계 첫날, 발걸음이 가벼웠던 이유
그 많은 일 중 택배 기사를 한다고?
어디서든 스스로 기회를 찾아 나서야 하는 시대
아무도 알려 주지 않는 생수 배달의 진실과 월급 공개
택배 첫날 15시간 일하고 번 돈
미니멀리스트 택배 기사의 첫 월급 사용 내역
내 택배는 왜 옥천, 곤지암까지 갔다 올까?
3부. 택배 일을 더 잘하기 위해
고객은 칼퇴하는 택배 기사를 더 좋아한다
택배 기사가 대학 총장실 문을 두드린 뒤 벌어진 일
4시간 일하고 500만 원을 버는 택배 기사
택배 기사를 하려면 필요한 자금 총정리
월 600만 원 버는 택배 기사? 실수령액은 다르다!
일이 많아서 뽑은 아르바이트 관리가 더 힘들다고?
누구도 알려 주지 않던 택배 정보 1 - 파손 책임, 배송 가능 크기 등 택배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
4부. 습관을 바꾸고 일상을 가꾸며
일은 덜하고 더 많이 벌 수 있게 만든 습관 하나
몸 쓰는 일 하고 운동하지 않으면? 큰일 납니다!
택배 기사의 피부 관리 비법
어른들 하라는 대로 살았더니 닥친 현실
하루 만에 다른 세상을 만나는 법
직장인과 택배 기사의 사람 스트레스
불쾌함과 무례함은 집화도 배송도 거부한다
5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되다
이십 대 청년 고독사는 개인의 문제일까
사랑받지 못한 사람들의 특징
아유, 참 택배 할 것같이 안 생겼네
택배 기사가 본 직업의 귀천
택배 일을 영원히 한다면
택배 기사에게는 어떤 비전이 있을까?
누구도 알려 주지 않던 택배 정보 2 - 택배비는 어떻게 분배될까?
에필로그 나를 다시 꿈꾸게 만들어 준 택배
1년 6개월 넘게 나는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연애도 하지 않았고, 어떤 경제활동도 하지 않았고, 웃지도 않았다.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었다. 방으로 숨어들 무렵 내 통장에는 2,000만 원이 있었는데 나는 그 돈을 쓰기만 하며 그저 살아 있기 위해 살았다. 그러나 잔고가 20만 원이 된 걸 본 순간, 오랫동안 내 몸을 떠나 있던 정신머리가 돌아왔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12p_ 통장 잔고 20만 원, 택배 일의 시작
“나 택배 기사 됐다.”
자랑스럽게 주변 친구들에게 얘기하자 대부분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침묵을 택했다.
“와, 누가 보면 대기업 공채라도 된 줄 알겠다. 그게 그렇게 좋냐?”
허물없는 사이라 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나는 그 말이 내포한 약간의 편견과 걱정하는 마음을 눈치 못 챌 정도로 둔하진 않았다. 물론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스스로 일자리를 찾아내고 세상에 다시 나온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택배 기사는 얼마 버는데?”
“매달 다르지만 내가 가는 자리는 이거저거 다 떼면 월 평균 40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 되는 거 같더라.”
71p_ 그 많은 일 중 택배 기사를 한다고?
내가 아무리 1층에 택배를 제대로 배송했다 한들 없어진 물건에 대한 책임까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고객의 탄식에 마음이 아파 왔다. 지금 당장 고객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물건 구입비를 물어주는 방법뿐이었다. (중략) 기숙사에 CCTV가 있었다면 고객도 나도 불안에 떨 일이 없었을 것이다. 눈앞의 문제는 해결됐지만 기왕 바꾸겠다고 결심했으니 부딪쳐 보기로 했다. 그러나 결정권자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기숙사에 CCTV를 설치해 달라고 건의하려면 누구를 찾아가야 해요?”
124p_ 택배 기사가 대학 총장실 문을 두드린 뒤 벌어진 일
스티커 접착력이 약해지는 겨울철에는 운송장이 택배에서 떨어지는 일이 간혹 있다. 그러면 운송장 없는 택배의 출처를 파악하느라 배송이 지연되고, 최악의 상황에는 분실로 처리된다. 이러한 여러 상태가 그 유명한 C사의 ‘옥뮤다 삼각지대’, ‘곤뮤다 삼각지대’에 걸렸다고 말하는 상황에 해당된다. 하지만 택배사도 허브 터미널을 증축하고 자동화로 인력 부족이나 작업 속도를 개선하는 등 계속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 덕분에 예전보다는 분실이나 파손 사고가 현저히 감소했다.
103p_ 내 택배는 왜 옥천, 곤지암까지 갔다 올까?
택배는 분명 돈이 된다. 또 처음에 필요한 자금도 제법 된다.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 화물차에 들어간 비용이다. 당연히 제일 많은 돈을 썼다. 중고차 구입비에 보조 물품 구입과 설치, 정비 등을 포함해 1,061만 6,600원이 들었다. 자세한 내역은 아래와 같다.
136p_ 택배 기사를 하려면 필요한 자금 총정리!
택배 기사가 받는 전화 중 가장 순한 맛이 ‘물건 언제 오냐, 몇 시에 오냐’ 혹은 ‘물건이 올 때쯤 집에 없을 것 같은데 어디 어디 놔 달라 혹은 경비실에 맡겨 달라’라는 내용이다. 매운맛은 잔뜩 화가 나 있거나 불안에 떨고 있는 고객의 전화다. 게다가 그 내용은 ‘배송 완료라는 문자를 받았는데 물건이 없다’는 택배 기사 입장에선 듣기만 해도 심장이 덜컥 떨어져 지하 세계로 고속 주행하는 소리다.
196p_ 하루 만에 다른 세상을 만나는 법
“오늘 가 봤더니 이런 게 있네요!”
택배 기사들 단체 채팅방에는 이렇게 무심히 자랑하는 글과 함께 고객에게 받은 쪽지와 음료 인증 사진이 가끔 올라온다. 대부분 사오십 대 아저씨인 기사님들이 감사 쪽지를 받고 솟아오르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하고 찰칵찰칵 인증샷을 찍는 광경이 떠올라 귀엽게 느껴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단톡방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얘기는 이런 좋은 내용이 아니다. 가장 많은 것은 ‘진상 고객 때문에 감정 상한 이야기’다.
“택배 기사나 하는 주제에…….”
“당신이 그러니까 택배나 하지.”
204p_ 직장인과 택배 기사의 사람 스트레스
택배 기사는 하루에도 수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비가 와도 우산을 쓰는 것은 사치다. 그래도 웃음이 나왔다. 지금의 고생이 앞으로 살아갈 삶에 필요한 기초 체력이 되리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매일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했지만 그만두기에 나는 너무 절박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힘들다고 그만두면 세상에 다시 뛰어드는 일 자체를 꺼리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고달픈 하루하루를 이겨내며 나만의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는 체력을 매일 만들겠다고. 그렇게 결심한 후부터는 힘들어서 그만두겠다는 생각 같은 것은 들지 않았다. 꾸준히 한다는 그 자체가 삶을 튼튼하게 하는 일이니 그만두더라도 일이 쉽게 느껴질 때 그만두겠다 마음먹었다.
255p_ 나를 다시 꿈꾸게 만들어 준 택배
배송 알림 메시지 뒤에 노동자가 있습니다
택배는 혈관처럼 우리 일상을 촘촘히 연결하고 살아있게 한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나르고 연결하는 택배가 멈추면 세상은 그날로 생명력을 잃는다. 택배는 실시간 조회와 메시지로 배송 상황을 알려주고 그 메시지 속에는 어김없이 노동자, 택배 기사가 있다.
《청년 택배 기사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는 이 메시지 속 택배 기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좀처럼 대면하기는 힘든, 고객이라는 왕의 택배를 수호하는 ‘기사’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배송 완료 메시지가 전송되기까지 그 이면에서 일어나는 택배 세계의 모든 것, 고객들은 알 수 없는 택배 기사의 사생활을 낱낱이 풀어놓았다.
청년 택배 기사, 세상과 화해하고 살아갈 힘을 기르다
주목받던 청년 사업가에서 한순간에 20대 고졸 백수가 되었다. 믿었던 동료에게 사기를 당한 후 목돈을 잃었고, 더불어 사람에 대한 신뢰와 살아갈 힘 또한 잃었다. 저자는 배신감에 상처받고 방 안으로 들어가 1년 6개월을 은둔한다. 그러다 어느 날, 통장 잔고 20만 원을 보고 깜짝 놀라 세상에 다시 나가기로 결심한다.
우여곡절 끝에 택배 기사로 일하게 된 저자는 수천 개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조금씩 자신과 또 세상과 화해한다.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과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악천후에도 묵묵히 물건을 나른다. 그렇게 땀 흘리며 몸을 움직이면서 상처 입은 마음을 비워내고 세상으로 나아갈 체력을 기른다.
이 책은 막다른 상황에 처한 청년이 노동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해내고자 하는 마음, 성실히 지켜내는 하루, 정직하게 돌아오는 대가의 소중함을 뜨겁고 담담하게 서술한다.
자본주의 축소판 택배 산업 현장 이야기
이 책은 구매와 판매, 무게와 거리, 속도와 원가를 철저하게 계산하는 택배 산업을 설명한다. 그물처럼 연결된 택배망, 송장번호 속에 있는 수많은 노동자와 이익 비율, 개인사업자인 택배 기사의 경비 처리와 세금 문제까지 자본주의에 꼭 필요한 돈에 관한 이야기가 만만치 않게 등장한다. 그래서 이 책은 택배 기사를 직업으로 생각해 본 이들에게 실제적 가이드가 될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일상을 책임지고 있는 택배 기사를 보다 자세히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저자 인터뷰
1. 택배 기사를 하기 전에 서울 테헤란로에서 소위 잘나가는 청년 사업가였다지요? 그러다 1년 넘게 은둔형 외톨이로 지냈다고 하는데 어쩌다 그런 일이 생겼을까요?
사업을 같이 하던 분이 제가 빌려준 돈을 갚지 않고 도망간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여러모로 일이 잘 되던 시기였는데 그 일을 계기로 갑자기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됐어요. 프로젝트가 한꺼번에 무산되면서 사업자금이 사라지고, 사람을 못 믿게 됐죠. 마음이 많이 피폐해졌고 숨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방 안으로 들어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지냈어요.
2. 다시 일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뭐였나요?
어느 날 통장 잔고를 확인해 보니까 20만 원밖에 없더라고요. 방 안에 들어갈 때는 2천만 원이 있었거든요. 이제 생존에 문제가 왔다고 느끼고 정신이 번쩍 든 거예요. 고등학생 때부터 알바를 했고 계속 일을 해왔기 때문에 통장 잔고가 20만 원이었던 적은 없었거든요. 큰일 났구나 싶었죠. 무서웠어요. 다시 세상에 나가야겠다 생각했죠.
3. 세상에 나가는 통로가 택배 기사였나요?
‘혼자서 월 500만 원 이상 벌 수 있는 일이 뭘까’를 고민하다가 택배 기사가 떠올랐어요. 20대 초반에 만났던 여자 친구 아버지가 택배 기사셨죠. 여자 친구는 꽤 돈이 들어가는 악기를 전공했는데, 그때 알게 되었죠. 택배 기사를 하면 자식을 저렇게 뒷바라지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버는구나, 하고요. 빨리 돈을 벌어서 통장 잔고를 회복하고 싶었고 또 당시에 제가 대인기피증이 있어서 여러 사람이 어울리는 일보다는 혼자서 배송하는 택배 기사가 더 편안해 보였어요.
4. 택배 기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가족이나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어머니는 “내가 너 그런 일 하라고 키운 줄 알아?” 하셨어요. 아무래도 몸 쓰는 일이다 보니 걱정하셨죠. 친구들은 안 믿는 친구도 있었고 대부분 냉랭하게 반응했어요. ‘잠깐 해보다 말겠지 뭐’ 이렇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래도 꾸준히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나중에는 다들 응원해줬어요.
5. 택배 기사는 어떻게 시작할 수 있나요?
일자리는 주변 택배 기사한테 직접 물어보거나 각 지역 택배 터미널에 찾아가거나, 아니면 택배 관련 카페에서 보고 들어가죠. 택배 기사를 하려면 일단 화물운송종사자격증을 취득한 다음에 개인 택배 사업자를 내고 택배사 각 구역의 집배점장과 계약을 해야 해요. 자기 소유의 배달 차량도 있어야 하고요. 택배는 케이크를 생각하면 좀 쉬워요. 집배점이 케이크라는 큰 덩어리라면 기사는 잘게 자른 조각을 받아서 자기 구역을 관리하게 돼요. 구직은 구역을 인수받는 형식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6 택배 기사를 하려면 초기 자본이 꽤 들겠어요. 화물차가 가장 큰 비용이겠군요.
맞아요. 저도 그렇고 보통은 택배 시작할 때 중고차를 많이 구입해요. 언제까지 할지도 모르고 하니까요. 근데 중고차를 사면 문제가 있을지 모르니까 카센터에서 검사도 하고, 손보고 하는 그런 부분에서 추가 비용이 좀 들지요. 저도 그렇게 손보는데 100만 원 정도 들었고요.
그 외에도 바코드 스캐너랑 운송장 프린터도 모두 개인이 구입해야 하고, 택배 기사님들 보통 택배사 로고 새겨진 옷 입고 배송하시잖아요? 그런 유니폼도 택배 기사 개인이 구입해요. 그런 것부터 짐을 옮기는 카트부터 장갑까지 잡다하게 60만 원이 더 들어서 트럭 외에 초기 비용이 총 160만 원 정도 들었던 것 같아요.
7. 택배 기사는 정말 예상했던 대로 수입이 좋았나요?
저 같은 경우는 첫 달에 400만 원 정도 벌었고, 그 이후로는 400만 원에서 600만 원을 계속 꾸준히 벌었어요. 익숙해지니까 하루에 일하는 시간도 4~5시간 정도였고요. 벌이도 몸 힘든 것도 사실 구역마다 다르다고 봐요. 처음에는 익숙하지도 않아서 배송에 속도가 붙지 않고 그만큼 배송을 많이 못 하니까 적게 벌 수밖에 없어요. 저도 처음에는 아침 7시에 나와서 밤 11시까지 일했어요. 나중에는 같은 구역을 해도 3배 빨라졌지만요.
8. 일을 하다 보면 힘들거나 보람 있는 순간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떤 순간들이었나요?
사실 어딜 가나 사람 때문에 힘들고 힘이 나고 하는 것 같아요. 힘이 드는 순간은 다들 아시겠지만, 고객님이랑 소통이 안 될 때죠. 무조건 명령하시는 분도 있고, 말을 끝까지 듣지 않는 분도 계셔서 그게 좀 힘들었어요. 그런데 사실 그런 기억보다도 감사한 기억이 더 많아요. 걸어가다가도 마주치면 고생한다고 음료수 사주시는 분도 많고 또 택배 배달 언제 오는지 항상 물어보면서 먹을 것을 챙겨주던 분도 계셨고요. 사실 먹을 것 자체보다도 그 마음이 정말 감사하고 힘이 나죠. 택배 기사님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 고객님이 음료수라도 주는 날이면 인증샷 올리면서 좋아하세요.
9. 택배 기사를 하면서 마음은 좀 회복됐나요?
네, 몸을 움직이면서 마음도 건강해졌어요. 운전을 오래 하다 보니 좋은 팟캐스트 같은 걸 많이 들었어요. 또 입고 나갈 옷이나 머리 스타일을 신경 쓰지 않는 것도 좋았고요. 매일 많이 걷고 힘을 쓰니까 자연스럽게 운동이 되고 잡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고, 피곤하니까 밤에 잠도 잘 왔죠. 택배만 신속하고 정확하게 배송하면 일한 만큼 돈이 딱딱 들어오니 그것도 편안했습니다. 정직하고 투명한 일이에요. 잃어버렸던 삶의 용기를 다시 찾게 해 준 일이기도 하죠.
사실 몸으로 노동하는 건 처음 해보는 거였어요. 이 일을 하면서 저의 한계를 시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노동 중에서도 중노동인 택배 일에 적응하면 앞으로 사는 데 어떤 일이든 두려워하지 않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지는 않을까 생각했죠. 택배 일은 제가 다시 세상과 마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적의 일이었습니다.
10. 지금도 택배 기사로 일하고 있나요?
지금은 집화 기사로 일해요. 택배 기사는 1년 정도 하고 집화 기사로 직업을 바꾸었죠. 쇼핑몰이나 회사에서 물건을 걷어가는 것을 집화라고 하고 그 집화만 전문으로 하는 걸 집화 기사라고 해요.
사실 택배 기사로 일하면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됐고 공부도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고졸이었는데 택배 기사로 일하면서 심리학 학사 학위 과정을 마무리했어요. 지금은 집화 기사로 일하면서 생활비와 학비를 벌고 있고 상담심리사 자격을 준비하고 있어요. 과거나 지금이나 택배 일은 저를 세상과 연결하고 꿈을 꾸게 하는 소중한 일입니다.
11. [청년 택배 기사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이 책은 어떻게 출간하게 되었나요?
택배 기사 일을 하면서 생겨난 에피소드와 생각을 딴지일보에 올리게 되었는데 그게 23년도 최다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어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책으로도 내게 됐죠. 책에는 딴지일보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내용들도 많이 넣었습니다.
택배 일은 제가 세상에 태어난 뒤에 제대로 해낸 일다운 일이에요.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걷고 뛰면서 자부심을 회복했죠. 책임감이 생기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의욕도 찾았고요.
그렇게 제게 의지를 다져주는 일, 고단하기는 해도 삶의 기반이 되어준 일에 대해서 썼습니다. 많은 분이 청년 노동자의 일하는 마음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작가정보
고졸 청년 사업가로 승승장구하던 시절, 믿었던 동료에게 사기를 당하고 충격으로 1년 반 동안 방 안에서 은둔했다. 그러다 통장 잔고 20만 원을 확인하고 다시 세상에 나가 살아보기로 결정, 커피 로스팅 아르바이트, 생수 배달을 거쳐 택배 기사로 일한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면서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하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의욕도 찾았다. 수천 개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앞으로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더불어 알뜰한 계산과 꼼꼼한 배송으로 금전적인 위기 또한 넘긴다.
1년간 택배 배송 기사로 열심히 일했고, 지금은 집화기사로 일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고 있다. 택배 기사로 일하는 도중 틈틈이 공부해 심리학 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상담심리사 자격을 따기 위해 준비중이다.
최소한의 물건을 소유하는 미니멀리스트이지만 문장만은 분량과 상관 없이 모으는 기록광이다. 택배 일을 하며 떠오르는 생각과 일화들을 딴지일보에 연재했고 23년도 최다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이 책은 딴지일보에 연재된 기사들과 비공개 글들을 모은 것이다.
한 번 비비고 간 옷에 털을 묻히는 고양이처럼 읽는 사람의 마음에 작은 흔적이나마 남길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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