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쿼크 (장애인 접근성 강화 도서)
2024년 12월 0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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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19.56MB)
- ISBN 978899824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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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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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다섯인 천재와 빛의 속도로 입자를 충돌시키는 가속기
이들이 빚어내는 박진감 넘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
원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입자가 아니었다. 양성자와 중성자마저 기본 입자가 아니었다. 양성자 안에는 전하를 띤 ‘무언가’가 있었다. 이 이야기는 그 무언가에 ‘쿼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쿼크의 성질과 본성을 밝히는 여정이다.
물리학은 퀴즈가 아니었다. 물리학은 질문과 답을 동시에 찾는 과정이었다. 우리가 항상 물었던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가 아니었다. 기본 입자는 여럿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원소를 한 장의 주기율표에 넣을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이 세상의 모든 기본 입자를 표준 모형이라는 하나의 표에 담았다. 그리고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네 개의 근본 힘으로 설명했다. 마치 체스의 규칙은 A4 반 장에 담을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체스가 펼칠 수 있는 게임의 수는 무궁무진한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우리는 “세 개의 쿼크”로, 우주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쿼크는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에게 노벨상을 안겼다. 쿼크라는 입자를 상정해 수없이 발견되던 낯선 입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머리 겔만은 쿼크의 아버지라고 부를 만하다. 쿼크가 양성자와 중성자 안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밝혀낸 데이비드 그로스와 프랭크 윌첵, 데이비드 폴리처는 ‘점근적 자유성(asymptotic freedom)’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쿼크와 힘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었다.
양성자는 쿼크로 이루어져 있지만, 우리는 쿼크를 볼 수 없다. 쿼크 가둠 혹은 색가둠(color confinement)에 의해 쿼크는 양성자 바깥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쿼크는 색전하에 의해 힘을 받는다. 전기력에 플러스와 마이너스라는 두 개의 전하가 있다면, 양자색역학에는 빨강, 초록, 파랑이라는 세 개의 전하가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를 비롯한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가 세 개의 쿼크로 이루어진 이유다. 이렇게 양성자가 다른 근본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가속기 실험으로 밝혀낸 제롬 프리드먼과 헨리 켄들, 리처드 테일러도 당연히 노벨상을 받았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전설 / 진정한 아토모스
1장 낯선 입자들
두 명의 영국인 / 낯선 입자의 발견 / 계속 발견되는 새로운 입자들
입자물리학의 탄생 / 가속기의 출현 / 혼돈의 시작
2장 가속기의 시대
어니스트 로런스 / 롤프 비데뢰 / 사이클로트론
(박스) 가속기로 무엇을 할 것인가
싱크로사이클로트론 / 선형 가속기 / 예산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 / 교류 기울기 싱크로트론 / 거대과학의 문을 열다
3장 머리가 다섯 달린 괴물
물리학을 시작하다 / 빅터 바이스코프 / 첫 논문 / 시카고 생활
4장 암흑 속에서
아브라함 파이스 / 이론물리학을 배운다는 것 / 나치 치하의 유대인 / 아이소스핀 대칭성
고등과학원 세미나 / 홀짝 이론과 동반 생성 / 기묘도 / 반목이 싹트다
5장 왼손잡이 신
페르미의 베타 붕괴 이론과 약력 / 타우-세타 퍼즐 / 거울 대칭성
두 명의 중국인 / 거울 대칭성을 깬다면 / 깨어진 약력의 거울
보편적 페르미 이론 / V-A 이론 / 강력과 약력의 완성을 향하여
6장 입자들의 민주주의
캘리포니아 충성 맹세 / 서쪽에서 불어 오는 자유의 바람 / 거품상자 / 루이스 앨버레즈
공명 입자 / 계속 발견되는 공명 입자 / 제프리 추/ 입자들의 민주주의 / 사카타 쇼이치
강력과 입자들의 민주주의 / 신발 끈 이론 / 초끈 이론 / 새로운 물리학을 기다리며
7장 세 개의 쿼크
대칭성 / 팔정도를 향하여 / 팔정도 / 유발 네만 / 겔만과 네만의 만남 / 분수 전하
세 개의 쿼크 / 츠바이크와 에이스 / 입자들의 성질 보고서 / 쿼크와 배타 원리
8장 조용한 물리학자
겸손한 천재 / 양자전기역학의 재규격화 / 난부의 첫 논문 / 초전도체와 강력
자발적 대칭성 깨짐과 강력 / 난부-골드스톤 입자 / 쿼크의 색깔
9장 양성자 속으로
양성자의 자기모멘트 / 행운의 물리학자 / 새로운 섬광 계수기 / 전자 선형 가속기
양성자의 구조 / 프로젝트 M / 심층 비탄성 충돌 / 제임스 비요르켄 / 비요르켄 스케일링
파인먼의 등장 / 쪽입자 모형
10장 통일로 가는 길
쥴리언 슈윙거 / 셸던 글래쇼와 중성 벡터 입자 / 파키스탄의 별 / 스티븐 와인버그
수풀 속 뱀을 해치운 여섯 사람 / 실험의 약진 / 와인버그의 렙톤 모형
11장 돌파구
양-밀스 이론 / 집요한 펠트만 / 헤라라트 엇호프트 / 재규격화된 양-밀스 이론
게이지 장의 조절과 재규격화 / 이휘소와 전자기약론 / 중성 흐름의 발견 / 쿼크와 약력
12장 양자색역학
쪽입자의 정체 / 물리학의 사상가 / 진공이란 무엇인가 / 쿼크의 밀고 당기기
점근적 자유성과 쿼크 가둠 / 하랄트 프리치 / 쿼크와 색깔, 그리고 글루온
쿼크 갇힘과 강력의 진공 / 양자색역학의 탄생
13장 11월 혁명
R의 위기 / 네 번째 쿼크 / GIM 메커니즘 / 영원한 맞수 / 혁명의 전조
11월 혁명 / 맵시쿼크의 발견 / 강력의 근본 이론, 양자색역학
14장 절반의 성공
빌리발트 옌츠케와 독일 전자 싱크로트론 연구소 / 쿼크 제트의 생성
새로운 전자 링 가속기 PETRA / 글루온 제트의 발견 / 아직은 절반의 성공
에필로그
참고한 책과 글
전자, 양성자, 중성자면 충분했다. 그 세 개의 입자면, 원자를 만들 수 있었고, 원자는 다시 분자를 이루고, 분자로 물질을 창조할 수 있었다. 이 셋 말고 다른 입자들이 존재할 이유가 있을까?
_21쪽
우주선과 가속기에서 새로운 입자가 연이어 발견되면서 사람들은 혼돈에 빠졌다. 낯선 입자는 왜 존재하는가? 왜 낯선 입자의 수가 이렇게 많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이 있었다. 도대체 발견된 입자 중에서 어느 것이 더 근본적인 입자란 말인가? 입자 하나하나가 퍼즐 조각이었다.
_44쪽
이런 질문은 곧 입자물리학의 두 학파 사이에 치열한 투쟁을 불러왔다. 근본 입자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들과, 핵자와 파이온과 낯선 입자들 가운데 무언가 근본적인 것이 있다고 믿는 이들이 팽팽하게 맞섰다. 처음에는 ‘모든 입자는 동등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승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자 상황이 역전된다. 이 치열한 투쟁을 거치면서 그 많던 입자가 깔끔하게 정리되고 강력이 진정한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 겔만이라는 천재가 그 중심에 있었지만, 누가 승자일지에 대한 최종적인 판정은 가속기와 검출기로 무장한 실험물리학자들의 몫이었다.
_44~45쪽
거대과학의 문을 연 사람은 에드워드 로런스였다. 그는 원자핵을 연구하는 방법을 통째로 바꿨다. 양자역학과 맞물려 거대과학은 톱니바퀴처럼 굴러갔다. 원자핵 속 깊숙한 곳에 들어가려면 한두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가속기를 지으려면 더 넓은 공간(Big Space)과 더 큰돈(Big Money)과 더 많은 손(Big Staffs)이 필요했다.
_48~49쪽
앞으로 입자물리학과 핵물리학을 제대로 연구하려면 지금처럼 대학에 있는 작은 연구소로는 입자물리학 연구가 불가능했다. 러더퍼드가 추구했던 ‘탁자 위의 물리학’은 더는 유용하지 않았다. (……) 미국에서는 버클리 방사선 연구소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고, 브룩헤이븐에는 새로운 거대 핵물리학 연구소가 건설되고 있었다. 유럽의 물리학자들은 이렇게 손을 놓고 있다가는 뒤처지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도태되어 버리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꼈다. (……) 1954년 9월 29일, 마침내 연구소가 세워졌다. 연구소의 이름은 위원회의 이름을 이어받아 CERN이 되었다.
_76~77쪽
1936년 4월부터 바이스코프는 닐스 보어와 함께 양자전기역학의 골칫거리였던, 전하가 무한대가 되어 버리는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었다. 그때 그가 발견한 것은 전하를 재규격화하는 것이었다. 전하의 재규격화란, 무한대가 되는 전하에서 실험값에 해당하는 값만 남기고 무한대를 정교하게 빼주는 방법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는 무한대에서 무한대를 빼준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받아줄 것 같지 않다고 여겼다. 그래서 결국 재규격화 문제를 풀어 놓고도 정작 논문은 쓰지를 않았다. 만약 바이스코프가 이 연구를 논문으로 발표했다면, 훗날 양자전기역학의 재규격화로 노벨상을 탈 사람은 리처드 파인먼, 줄리언 슈윙거, 도모나가 신이치로가 아니라 빅터 바이스코프였을지도 모른다.
_96쪽
페르미는 강력이 전하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걸 알았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스핀이 같고 질량도 거의 같았다. 전하는 서로 달랐지만, 강력의 관점에서 그 둘은 다르지 않았다. 양성자 대신 중성자를 넣어도 강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었다. 다른 말로는 ‘강력에서는 아이소스핀이 바뀌지 않는다’라고도 표현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무언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칭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강력에는 아이소스핀 대칭성이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_122~123쪽
강력이나 전자기력과 달리 약력에 의해 입자가 붕괴할 때는 처음 상태의 입자나 나중에 생겨난 입자의 수 중 어느 하나라도 홀수면, 다른 쪽은 반드시 짝수가 되어야 했다. 다시 말해, 강력에 의한 붕괴에서는 홀이면 홀, 짝이면 짝인데, 약력에서는 홀이면 짝, 짝이면 홀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파이스의 홀짝 이론은 가속기에서 낯선 입자를 생성시키는 반응과 약력에 의한 붕괴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_128쪽
강한 상호작용에서는 아이소스핀도 변하지 않지만 기묘도도 변하지 않는다. (……) 처음에 주어진 기묘도 값과 나중에 생겨난 입자들의 기묘도 값이 같아야 한다는 것을 ‘기묘도 보존’이라고 불렀다. 강한 상호작용에서는 기묘도가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이 겔만의 제안이었다. 그러나 강력과 달리 약력에서는 기묘도가 붕괴 과정에서 바뀔 수 있지만, 동시에 전하수도 함께 변해야 한다. 그러면서 기묘도가 0 이 아닌 입자를 낯선 입자 또는 기묘 입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_131~132쪽
1956년 10월 1일, 《피지컬 리뷰》에 논문 한 편이 발표되었다. 제목은 “약한 상호작용에서 반전성 보존에 관한 질문”이었다. 원래 제목은 “약한 상호작용에서 거울 대칭성은 깨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문이었다. (……) 이 논문에서 두 사람은 약력에서 거울 대칭성이 깨지는 걸 실험으로 확인할 방법을 제안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약력에서는 거울 대칭성이 깨질 수 있음을 주장했다. 만약에 약력에서 거울 대칭성이 깨진다면 더는 타우-세타 퍼즐이 존재하지 않는다. (……) 왼쪽과 오른쪽은 단순히 필요에 따라 나눠 놓은 것이 아니었다. 실제 세상과 거울 속 세상은 적어도 약력에서만큼은 서로 달랐다.
_155쪽
리정다오와 양전닝의 혁명적인 논문이 나온 지 이 개월 남짓 지난 그해 12 월, 우젠슝이 이끄는 실험 팀은 코발트- 60 원자핵에서 나오는 전자의 각분포가 비대칭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약력에서는 거울 대칭성이 깨져 있음을 확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입자물리학의 역사는 1956년 12월의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만큼 엄청난 결과였다. 우젠슝은 약력의 거울을 산산조각 냈다. 이 실험으로 타우와 세타는 더는 다른 입자가 아니라 정확히 같은 입자라는사실이 밝혀졌다.
_157쪽
버클리에서 민주주의 운동이 일어날 즈음, 입자와 핵물리학에서는 ‘핵 민주주의’라는 이론이 전면에 등장했다. 버클 리는 민주주의 운동의 본산지이기도 했지만, 핵 민주주의 또는 입자들의 민주주의라고 불리는 새로운 이론이 불꽃처럼 일어난 곳이기도 했다. 입자들의 민주주의 혁명을 주도한 사람은 버클리의 교수였던 제프리 추였다.
_177쪽
1960년대는 실험이 주름잡던 시대였다. 새로운 입자가 줄줄이 발견되었다. 그들 중에 무엇이 기본 입자인지 알 길도 없었다. 그때 제프리 추가 놀라운 주장을 들고 나왔다. “입자 중에서 특별히 더 근본적인 입자는 없다.” 저들 중에서 무엇이 더 근본적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 어떤 입자도 특별할 이유가 없고, 그 어떤 입자도 다른 입자를 대표하지 않는다. 모든 입자는 평등하다. 모든 입자가 모든 입자를 이룬다. 추는 이 대담한 주장에 근사한 이름도 붙였다. 핵 민주주의(Nuclear Democracy), 다른 말로는 입자들의 민주주의였다.
_195쪽
추는 양자장론을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힘없이 사라져가는 노병에 비유했다. 그리고 그는 몇몇 엘리트가 세운 귀족적인 양자전기역학과 대비시키며 “강력에는 핵 민주주의의 혁명적인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추의 주장은 당시 시대 상황과도 맞아떨어졌다. 추가 라호이아에서 양자장 이론을 배격하며 주장한 강입자 민주주의는 1960 년대 버클리에서 일어난 자유 언론 운동과 잘 어울렸다. “모든 강입자는 평등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과 통했다. 추의 주장이 당시의 정치 현실에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추의 주장은 분명했다. 그때까지 발견된 강입자 중에서 다른 강입자보다 더 특별한 입자는 없었다. 하나의 입자는 다른 강입자들에 의해 설명되고, 다른 강입자는 또 다른 강입자가 그 구조를 설명할 수 있었다.
_200쪽
겔만은 쿼크가 SU(3) 삼중항을 이룬다고 생각하면,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강입자를 이 세 개의 쿼크로 한 번에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간자는 쿼크 하나와 반쿼크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었고, 중입자는 쿼크 세 개로 된 입자라고 여길 수 있었다. 만약에 가상의 입자인 쿼크가 세 종류라고 가정하면, 이 세 개의 쿼크를 이용해서 중간자와 중입자를 모두 설명할 수 있었다. 겔만은 이 세 개의 쿼크를 u, d, s라고 표현했다. 이는 곧 위쿼크(up quark), 아래쿼크(down quark), 기묘쿼크(strange quark)였다.
_227쪽
전하가 2인 델타 중입자는 위쿼크 세 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쿼크의 스핀이 모두 한쪽 방향으로 몰리면 파울리 의 배타 원리를 위배할 수밖에 없었다. 기묘쿼크 세 개로 이루어진 오메가 중입자도 마찬가지로 파울리의 배타 원리를 어겼다. 쿼크는 생각했던 것만큼 단순한 입자가 아니었다. 쿼크는 자신을 구원할 또 하나의 새로운 물리학을 요구했다. 그것은 쿼크의 색깔이었다..
_237쪽
재규격화란 물리학자가 계산할 수 있는 것과 계산할 수 없는 걸 나누는 걸 의미했다. 이 나뉘는 곳이 수학과 물리학이 나뉘는 지점이기도 했다. 계산할 수 없는 부분은 계산해 봐야 무한대가 되어 버린다. 이 발산 문제는 이미 양자역학 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1930 년에 오펜하이머가 제기했다. (……) 이론물리학자들은 무한대가 되는 양은 물리적으로 관측할 수 없다는 데 착안해서 발산하는 항을 고립시킨 후, 측정이 가능한 양, 그러니까 전하나 전자의 질량 같은 양으로 이 값을 바꿔 버렸다. 그래서 발산을 실험값에 묻어 버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기발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이런 방법을 “쓰레기를 치우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깔린 카펫을 들춰 그 안에 쓰레기를 밀어 넣은 뒤 청소를 다 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며 못마땅하게 여겼다.
_244~245쪽
약력에서 거울 대칭성이 깨지면서 드러낸 자연의 신비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겔만은 SU(3) 대칭성으로 강입자들이 아름답다고 여길 만큼 규칙적으로 배열된다는 걸 보였지만, 난부는 오히려 대칭성이 깨질 때 강력의 경이로운 자태가 드러남을 보여주었다.
_253쪽
겔만이 쿼크 모형을 내놓았을 때 한무영은 시러큐스 대학의 연구원이었다. 그 역시 쿼크 모형이 파울리의 배타 원리를 깬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는 쿼크 모형이 배타 원리와 어울릴 수 있는 대담한 제안을 했다. 만약에 쿼크가 스핀과 맛깔 외에 새로운 양자수를 지니고 있다면, 스핀과 맛깔이 같은 세 개의 쿼크를 한 상태에 두는 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두 사람의 해결책은 쿼크에 새로운 양자수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이걸 맵시 수라고 불렀지만, 나중에 맵시라 는 단어가 쿼크의 맛깔 중 하나를 칭하는 용어가 되면서 이 새로운 수에는 ‘색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색깔이라는 명칭을 지은 사람은 이름을 짓는 데 천부적이었던 겔만이었다. 맛깔도 그렇고 색깔도 그렇고, 이는 모두 쿼크의 종류를 구분하기 위한 은유다. 쿼크에는 아무런 맛도 눈에 보이는 색깔도 없다. 맛깔도 색깔도 양자역 학에서 말하는 양자수일 뿐이다.
_261쪽
색깔은 훗날 강력의 근본 이론인 양자색역학(quantum chromodynamics, QCD )을 세우는 데 주춧돌이 된다. 양자색역학에 왜 색깔이 들어가야 하는지 그 이유이기도 했다. 양자전기역학에서 전자기력의 원천이 전하이듯, 색깔은 양자색역학에서 강력의 원천이었다.
_263쪽
호프스태터는 핵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아냈는데, 핵의 생김새는 핵 중앙에서 핵 표면 근처까지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거의 일정하게 분포하다가 표면에 가까워질수록 그 숫자가 갑자기 줄어 들었다. 호프스태터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양성자 내부에 구조가 있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밝힌 것이다. 그는 양성자에 전자를 충돌시켜 되돌아오는 전자를 측정해서 양성자의 모습을 보았는데, 아니나 다 를까 전자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양성자에 아무런 구조가 없다 면, 양성자와 전자의 산란이 전자와 전자의 산란과 별반 다를 게 없 어야 했지만, 호프스태터가 얻은 전자-양성자 산란단면적의 결과는 양성자에 내부 구조가 있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뿐만 아니라 중성자도 양성자와 마찬가지로 내부 구조가 있다는 것을 밝혔다.
_275~276쪽
핵자로 통칭하는 양성자와 중성자는 전하 외에는 같은 입자라 해도 무방했다. 아이소스핀 대칭성 아래 양성자와 중성자는 한 형제였다. 양과 밀스는 아이소스핀 대칭성을 게이지 대칭성의 하나로 간주했다. 게이지라는 말은 1929년에 수학자 헤르만 바일이 전자기력과 중력을 합쳐볼 생각으로 전개한 이론에서 나온 말이다. 어떤 물체의 길이를 잴 때, 센티미터 자를 쓰든 인치 자를 쓰든 물체의 길이는 변하지 않는다. 게이지 대칭성이란 자를 바꿔 재더라도 성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양자전기역학은 게이지 대칭성을 만족하는 이론 중에서 가장 단순하다. 게이지를 변환해도 전하는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양자전기역학은 게이지 불변이라고 말한다. 게이지 불변이면 입자들 사이에 힘을 매개하는 게이지 입자가 반드시 존재한다. 양자전기역학에서는 광자가 전하를 띤 입자 들 사이에 힘을 매개하는 게이지 보손이다.
_328~329쪽
양전자와 전자의 충돌도 비슷하다. 서로 충돌하면서 소멸하지만, 오던 방향의 흔적은 남아 있어 쿼크와 반쿼크가 생성되면서 서로 어긋난 방향으로 날아간다. 물론 쿼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쿼크와 반쿼크의 방향에서 강입 자들이 소나기처럼 생겨나 전방으로 퍼져나가는 건 쿼크가 생성되었음을 방증한다. 그래서 이런 현상을 정반대 방향에서 두 개의 쿼크 제트가 생겨났다고 표현했다. 이 쿼크 제트는 쪽입자로서 쿼크가 실재함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했다.
_421쪽
20세기를 지나며 물질의 기본 입자가 원자에서 쿼크로 바뀌었다
우리는 쿼크를 어떻게 알게 됐을까
그리고 쿼크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을까
쿼크를 양성자나 중성자, 혹은 전자처럼 따로 떼어낼 수 있을까?
전자 두 개를 가까이 가져가면 서로 밀쳐 내는데, 쿼크 두 개를 가까이 가져가면 그들도 서로 밀쳐 낼까?
쿼크가 셋 모이면 양성자, 둘 모이면 중간자가 되는데, 쿼크 하나, 아니 쿼크 넷, 쿼크 다섯이 모인 입자는 없을까?
유카와 히데키가 강한 핵력을 도입하고 엔리코 페르미가 약한 핵력을 정립하자, 느닷없이 설명할 수 없는 낯선 입자가 나타났다. 입자는 계속 발견되었다. 물질의 기본 입자가 원자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양성자, 중성자, 전자 말고도 수백 개의 갖가지 입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조개 껍질을 줍는 아이처럼, 입자들을 하나씩 나눠 보았다. 분명 있을 것만 같은 규칙이 잘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물리에는 새로운 수학이 필요했다. 대칭의 원리로 입자들을 배열하자 어렴풋하던 규칙이 선명해졌다. 머리 겔만은 쿼크라는 입자를 이 세상에 등장시켰다. 게이지 이론으로 입자의 성질과 행동을 하나둘 설명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쿼크는 수학적 존재일뿐이었다. 더 큰 가속기가 나오고, 새로운 검출기가 만들어졌다. 양자역학과 전자기학이 한데 묶이고, 약력과 전자기력이 하나로 합쳐졌다. 이제 강력의 차례였다.
양성자에 아주 빠른 전자를 충돌시켜 양성자의 깊은 곳을 들여다 보았다. 쿼크의 존재가 사실로 입증되었다. 가속기와 충돌기에서 쿼크 제트와 글루온 제트를 관찰했다. 결정적 실험은 결과도 직관적이고 아름다웠다. 쿼크와 글루온은 결국 물질의 근본 입자로 인정받았다. 강력의 본질은 양자색역학이었다.
가속기로 무엇을 할 것인가
‘빅 사이언스’에는 언제나 ‘빅 아이디어’가 있었다
원자 안에 핵과 전자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어니스트 러더퍼드는 '탁자 위'의 과학자였다. 그는 실험실 벤치 위에 알파선을 내놓는 방사성 물질을 갖다 놓고 실험했다. 그가 수행한 알파 입자 산란 실험 기기는 책상 위에 올려놓을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그도 알았다. 이런 작은 에너지로는 알아낼 수 있는 자연의 원리가 제한적이라는 것을.
돌파구는 20세기 초반 당시 물리학의 변방이던 미국에서 나왔다. 어니스트 로런스가 전하를 띤 입자를 가속해 속도가 빠르고 에너지가 큰 입자 빔을 뽑아낼 수 있는 사이클로트론을 만든 것이다. 그는 사이클로트론의 규모를 키우고 정밀도를 높였다. 다른 여러 물리학자와 함께 일하며 점점 규모가 큰 가속기를 만들었다. 사이클로트론 과학은 책상 위에 올려놓는 정도를 넘어 별도의 건물을 지어야 할 정도로 거대한 과학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가속기로 무엇을 할 지에 대한 고민은 조금 부족했다. 가속기라는 희대의 발명품을 만들고, 규모를 키우고 관리하는 조직을 만드는 데만도 한 사람의 역량을 넘어갈 정도니,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작은 실패도 있었지만, 로런스가 만든 가속기는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앞선 물리학 연구의 터전으로 만들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모여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CERN)을 만들고, 그곳에서 운영할 거대한 가속기를 만들었다. 규모를 키우는 것만큼이나, 가속기의 목적도 분명했고 뒷받침할 이론도 탄탄했다. 2010년대 초반 과학계를 뒤흔들었던 CERN의 힉스 입자 발견은 바로 이런 전통이 이어진 것이다.
나치의 반유대 정책과 2차 대전이라는 참화로 전후 독일에는 남은 것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경제 발전과 함께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았기에 폭격으로 폐허가 된 함부르크 외곽에 빌리발트 옌츠케의 주도로 ‘독일 전자 싱크로트론 연구소(Deutsches Elektronen-Synchrotron, DESY)룰 지었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서 쿼크와 글루온 제트가 처음으로 관측되었다. 독일의 물리학은 20세기 초반의 찬란한 영광을 빠르게 회복했다. CERN의 이론물리학자 존 엘리스가 글루온의 존재를 입증할 실험 방법을 제시했고, DESY에서 그 실험을 성공시키며 쿼크와 글루온의 존재를 실증했다. 가속기 연구소에는 거대한 기계만큼이나 이 가속기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울 사람이 꼭 필요하다. 이 책에 나온 수많은 실험은 바로 이들의 이론과 방법을 구현한 것이다. 존 엘리스가 제안하고 DESY가 수행한 쿼크와 글루온 제트 실험이 그러했고, 스티븐 와인버그가 그렇게 열렬히 주장하고 CERN의 가가멜 검출기가 수행한 중성 흐름 실험도 그랬고, 셸던 글래쇼가 소리 높이고 새뮤얼 팅과 버턴 릭터가 수행한 11월 혁명이 그랬다.
현재 물리학자들의 가속기는 의료와 제약을 비롯한 여러 과학 연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암을 치료하고, 신약을 만들고, 생명과학과 재료공학에서 구조를 밝히는 데 널리 사용된다. 자연의 근본 원리를 찾는 데 쓰였던 물리학의 기본 도구가 경계를 자연스레 넘어 기술과 산업의 기반을 다지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1940년대 말부터 개발되어 사용된 다양한 가속기와 검출기가 나온다. 탁자 위의 가속기까지 생각하면 거의 백 년의 역사다. 당연히 떠올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떨까? 우리나라에는 현재 3개의 가속기가 가동 중이다. 포항에 있는 방사광 가속기 2대와 경주에 있는 1억 전자볼트의 양성자 가속기 1대다. 대전에 건설 중인 중이온 가속기는 곧 실험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도 덧붙여 보면, 이 책에 나온 미국의 코스모트론이 33억 전자볼트의 양성자 빔을 내놓은 때가 1953년이다.
입자들의 민주주의 vs. 양자장 이론
시대와 호응하는 이론, 아니면 사람과 돈을 모으는 만트라
1960년대 중반이 되자 미국의 버클리에 반항과 자유, 민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우연이었을까? 이즈음 물리학에는 ‘핵 민주주의(Nuclear Democracy)’라는 이론이 전면에 등장했다. 다른 말로 ‘입자들의 민주주의’ 이론이었다.
당시까지 밝혀진 입자는 백여 개가 넘었다. 이들 중에 근본 입자가 있을까? 아니면 근본 입자는 없을까? 아니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근본 입자가 따로 있는 것일까? 머리 겔만이 입자들 사이의 패턴을 찾는 동안, 버클리의 제프리 추는 근본 입자란 존재하지 않고, 모든 동등한 입자들이 서로 얽혀 다른 입자를 만들어 낸다는 이론을 만들었다. 입자들의 민주주의 이론의 시작이었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처럼, 이 이론에서는 ‘모든 강입자는 평등하다’고 주장했다. 어떤 강입자도 다른 강입자보다 더 특별하지 않았다. 하나의 입자는 다른 강입자에 의해 설명되고, 다른 강입자는 또 다른 강입자로 그 구조를 밝힐 수 있었다. 추의 이론은 하이젠베르트의 산란 행렬 이론의 연장이었고, 다른 말로는 신발 끈 이론이라고 불렸다.
정치와 과학이 얼마나 영향을 주고받는지 알 수 없다. 아마 크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우연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들 마음 속에 사람이 아닌 입자들 사이에도 평등, 자유, 민주라는 말을 투사하고 싶은 욕망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과학에 이런 이름을 붙이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매개로 사람과 돈을 모으는 일종의 ‘휘슬’은 아니었을까? 입자들의 민주주의는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양자장론에게 물리학의 영토를 내주었다.
이휘소와 헤라르트 엇호프트, 한무영과 난부 요이치로
낯익은 한국 이름, 그들은 과연 무엇을 했을까
'소문의 물리학자' 이휘소는 우라늄이 아닌, 펜과 종이로 연구한 이론물리학자였다. 우리에게는 국가적 자존심을 되찾아줄 과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이휘소(영어 이름, Benjamin W. Lee)는 프랑스 출신의 물리학자 장 진쥐스탱과 함께 엇호프트의 연구를 세상에 알렸다. 게이지 이론이 현대 이론물리학의 기둥이 되었다는 공표와도 같은 논문이었다. 1960년대 말 이휘소와 진쥐스탱이 내놓은 일련의 논문을 통해 물리학자들은 그제야 전자기약이론이 재규격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970년대 초 많은 물리학자들이 전자기약이론 연구에 뛰어든 데에는 이런 맥락이 있었다. 저자는 이휘소가 1977년 마흔두 살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망하지 않았다면, 전자기약이론을 재규격화한 엇호프트, 펠트만과 함께 1999년에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측한다. 이휘소의 실제 업적을 알고 있고 그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면 안타까움은 그만큼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이휘소보다 덜 알려진 한무영은 일제강점기에 경성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머리 겔만이 쿼크 모형을 발표하자, 이 이론이 놀라운 제안이기는 하지만, 파울리의 배타 원리를 위반한다는 커다란 약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마침내 쿼크 모형이 배타 원리와 공존하려면 새로운 양자수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내놓는다. 때마침 난부 요이치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이들은 의기를 투합해 함께 논문을 발표했다. 바로 양자색역학의 기본이 되는 색전하의 원형이었다.
아마도 한국인으로 노벨상에 가장 가까이 간 과학자를 꼽는다면 이 두 사람은 결코 빠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요즘 축구에서 차범근이나 박지성, 손흥민의 이름을 접할 때의 느낌이 아닐까 싶다.
우젠슝과 우사우란
여성 과학자의 이름은 왜 한 번 더 말해져야 할까
리정다오와 양전닝은 1950년대에 약력에서는 거울 대칭성이 깨져 있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기존의 이론으로는 당시 숱하게 뱔견되는 낯선 입자와 새로운 현상을 설명할 수도 없었고, 현재 진행 중인 연구와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았다. 30대의 젊은 그들은 벽을 넘었다. ‘대칭이 깨질 수 있다’라는 허들을 넘자 길이 보였다. 생각만으로는 부족했다. 중국에서 건너와 어니스트 로런스 밑에서 학위를 받은 ‘드래곤 레이디’ 우젠슝(Chien-Shiung Wu, 吳健雄)이 그 생각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약력의 거울’이 깨진 것이다. 리정다오와 양전닝은 일 년 후에 노벨상을 받았다. 우젠슝은 받지 못했다.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그 이름을 다시 한번 말해야 할 이유는 분명한 듯하다.
우사우란(Sau Ran Wu, 吳秀蘭)은 글루온 제트를 발견한 DESY의 실험에서, 그리고 힉스 입자를 발견한 CERN의 LHC 실험에서 큰 역할을 했다. 물론 이들 실험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팀원들과 함께 한 것이다. 제이-프시 입자를 찾아낸 ‘11월 혁명’이 새뮤얼 팅과 버턴 릭터의 경쟁이라고 곧잘 말하지만, 그 과정에는 거대한 가속기 연구소와 수많은 팀원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여성 과학자의 이름은 두 번 언급하지 않아도 될까? 그리고 연구 책임자와 팀원의 이름은 어디까지 언급되어야 할까? CERN과 같은 빅사이언스에도, 그리고 20세기 후반 21세기 초반인 현재까지도 여성 과학자의 이름은 두 번 언급되는 게 맞지 않을까?
작가정보
저자(글) 김현철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인하대 물리학과에서 학부와 석사 학위를 마치고 독일 본 대학에서 핵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에 부산대에 교수로 부임했고, 2008년부터는 인하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하고 있다.
원래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어쩌다 시작한 물리학이 시만큼이나 매력적이라는 걸 깨닫고는 평생을 물리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독일의 보훔 대학, 미국의 코네티컷 대학, 일본의 오사카 대학과 이화학 연구소, 원자력 연구센터의 고등과학연구소 등에서 연구했고, 양성자의 구조, 펜타쿼크처럼 별난 강입자, 무거운 쿼크가 들어 있는 강입자, 강입자의 토모그래피와 생성 과정, 비섭동 양자색역학의 응용에 관해 200여 편의 논문을 썼다.
물리학자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진진했다. 그들은 화가나 시인이 아니었지만, 그들의 말과 행동을 하나씩 이어 붙이자, 그 이야기가 내게는 한 편의 소설이었다. 차가운 수식과 딱딱한 개념이 가득한 논문 뒤에 녹아 있던 그들의 땀과 흥분, 기대와 좌절, 안타까움과 억울함, 욕망과 시기, 질투와 모함을 너무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강력의 탄생》과 《세 개의 쿼크》는 바로 그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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