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숙과 제이드
2024년 11월 1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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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14.65MB)
- ISBN 9791193506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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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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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민 2세대인 딸 제이드가 엄마 영숙의 죽음 이후, 엄마의 옷장 깊숙이 숨겨져 있던 상자에서 나온 사진 한 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젊은 시절의 엄마가 한 동양인 남자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미국인인 아빠일 리는 없는 이 남자는 대체 누구일까? 어쩌면 엄마가 가슴속 깊이 묻어둔 첫사랑이 아닐까? 사진 뒷면에는 남자로 추측되는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다. 그 주소는 심지어 엄마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제이드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엄마의 삶을 더 알아보기 위해 그곳으로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제이드에게 엄마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존재였다. 알코올 중독에 외도를 일삼는 남편에게도 일평생 화 한번 내지 않으며 헌신적이었고, 영어가 서투르고 워낙 소극적인 성격 탓에 미국인과 어울리지 못했다. 의아하게도 미국에 사는 한인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다. “엄마는 타인과 자신 사이에 얇은 벽을 쳐놓고, 그 벽 너머의 자신을 결코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딸 제이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엄마가 낯선 남자와 찍은 사진이 낯설고 생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엄마가 숨긴 삶의 조각을 찾아 맞추다 보면, 어쩌면 엄마라는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자료를 정리하고 집필하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데다 여전히 망각하고 외면되어, 제대로 된 사과도 보상도 받지 못한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혹 왜곡으로 비칠까 봐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준비한 까닭이다. 이 책 『영숙과 제이드』는 역사가 지운 이들의 삶을 한 올 한 올 풀어헤쳐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물음을 던진다.
제이드 2
제이드 3
제이드 4
제이드 5
영숙 1 : 1971년 4월
영숙 2
영숙 3
영숙 4 : 1972년
영숙 5 : 1973년
제이드 6 : 2019년 11월
영숙 6 : 2019년 9월
제이드 7
“제이드, 정말 유감이에요. 수지는 정말 좋은 분이었어요.”
요양원 행정 직원인 메기가 나를 꼭 껴안으며 그렇게 말했다. “좋은 분이었다”는 건 아마 세상을 뜬 누구에게나 쓰는 표현일 것이다. 메기는 유령과 같은 상태였던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 리 없었다. 평생 엄마를 봐왔던 나조차도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사람?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 엄마는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것처럼 나를 향해서도 넘어올 수 없는 얇은 벽을 쳐놓고, 그 벽 너머의 자신을 결코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p.12
내 주의를 끌었던 것은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어른들 사이의 대화가 아니라 할아버지 품에 안겨 있는 매들린이었다. 할아버지는 여러 차례 해본 듯 익숙한 자세로 매들린을 무릎에 앉혔다. 처음엔 얌전히 안겨 있던 매들린은 시간이 흐르자 지겨워졌는지 몸을 꿈틀대며 할아버지가 입고 있는 녹색 카디건의 단추를 만지작거리거나 수염을 잡아당기려고 장난을 쳤다. 그때마다 할아버지의 눈가에 세 가닥의 주름이 잡히며 얼굴 전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내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던 온화한 미소였다. 나는 언젠가 백화점에서 본 밝은 금발 곱슬머리에 푸른 눈동자를 한 아기 천사 인형과 똑같이 생긴 매들린과, 매들린에게 상냥한 할아버지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소외감’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p.43~44
‘액땜했다고 생각하고 다른 집에서 열심히 일하면 돼. 경산댁 아줌마 말처럼 시간이 지나면 다 잘 풀릴 거야.’
하지만 그날 이후에도 나는 숱한 눈물을 흘려야 했다. 내 인생에 생각지도 못했던 수많은 불운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 불운이 시작된 날이 바로 그날이라는 사실을 당시의 나는 알지 못했다. p.128
“여러분, 연일 노고가 많습니다. 오늘 제가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선 것은 여러분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들이 힘써준 덕분에 이곳 기지촌은 밤마다 미군들이 찾는 불야성 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하는 일은 우리나라가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크게 이바지를 하고 있습니다. 긍지를 가지십시오. 여러분은 우리나라를 부자로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애국자, 애국자들입니다!”
나는 멍하니 남자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가방끈이 짧은 나라도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애국자들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애국자에게 걸 맞은 처우를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마마는 우리들을 돈벌이를 위한 노예처럼 다뤘다. 길거리에서 우리와 마주치는 사람들은 “양공주”라고 목소리를 낮춰 말하며 흉을 보았다. 애당초 기지촌에 들어와 몸을 팔게 된 것이 어째서 비극적인 일이 아니라 애국이라는 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다른 이들도 나처럼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지만 연설은 계속됐다. p.193
“그런데 왜 엄마는 가족들과 연락을 끊었죠? 버림받은 건가요? 하지만 그건 엄마의 잘못이 아니었잖아요.”
“누구의 잘못이라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았소. 여자의 순결을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누이 같은 사람은 집안의 수치였으니까.”
“하지만 엄마는 가족을 그리워했어요. 그래서 이 사진을 마지막까지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었을 거고요. 가족이라면 결점과 허물도 다 이해하고 감싸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p.269
어디선가 진주는 조개 속에 난 무수한 상처로 만들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 인생을 할퀴고 간 수많은 상처도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면, 그건 바로 내 딸 제이드다. 제이드는 내 상처투성이 인생에서 언제나 변함없이 영롱한 빛을 발한 내 보석이었다. p.284
“우린 버려진 사람들이에요. 가족으로부터, 국가로부터.”
순자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난 떳떳해요. 그 누구에게도 죄를 짓지 않았으니까. 죄를 지은 사람은 오히려 나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지.” p.293
★★★★★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소설
★★★★★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 추천
★★★★★ 2024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목 도서
“엄마가 죽었다. 그런데 유령이 죽을 수 있을까?
엄마는 살아 있을 때도 유령 같은 존재였는데.”
『영숙과 제이드』는 딸 제이드와 엄마 영숙의 시점이 교차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민 2세대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살아가는 제이드의 시점에서, 한국전쟁 이후 무너진 삶을 살아야 했던 영숙의 시점에서 쓰였다. 두 시점이 교차하며 드러나는 영숙의 비밀스러운 삶은 어떤 모습을 갖고 있을까.
제이드의 엄마 영숙은 말 그대로 유령 같은 사람이었다. 주변에 가까운 사람도 없었고, 바깥 외출을 하지도 않았다. 대신 늘 집이 깨끗하도록 치우고, 딸이 먹을 한국 음식을 정성스레 준비하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제이드가 엄마를 외면하는 순간조차도 조용히 감내하며 딸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남편과 이혼한 제이드가 손녀와 함께 돌아올 때도 묵묵히 받아들인다. “넌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해”라고 하면서.
그렇게 살다 보면 엄마도 자신에게 세운 벽을 허물 거라고 믿은 제이드. 하지만 시간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치매에 걸린 영숙은 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제이드를 “경아”라고 부른다. 엄마의 입에서 나온 낯선 이름, 경아는 대체 누구일까. 그리고 엄마가 죽은 뒤 발견한 상자에서 나온 사진 속 남자는 누구일까. 그렇게 제이드는 숨겨진 엄마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되는데……
“누군가는 타락한 여자라 불렀고,
또다른 누군가는 피해자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이름은 불친절한 운명과 용감히 싸운 ‘생존자’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배경으로 써낸 르포형 소설로, 실제 사건과 그 장면을 눈앞에서 바라보는 듯한 촘촘하고 섬세한 묘사를 선보인다. 다만 그 장면들은 너무나 처절해 읽는 것만으로도 괴로움이 일게 된다.
이를테면 집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식모살이하다 업자에게 속아서 미군 기지촌으로 가게 되는 여성들의 기구한 삶이라던지, 일반 의료기관에서는 쓰지 않는, 통증이 심하고 과민성 쇼크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페니실린 주사를 성병 치료 목적으로 무차별적으로 맞게 하는 장면,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가족조차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손가락질하는 대목이다. 그들에게 있어 여성들은 가엽고 죄 없는 피해자가 아닌 정절로 표상되는 여성상의 파괴자이기 때문이다.
인권을 유린당하면서도 저항할 수 없고,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숨죽여 살아야 했던 여성들의 삶이 책 속에서 한 겹씩 드러날 때,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죄책감과 불편함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들은 제대로 된 사과도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세상에서 지워지고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영숙과 제이드』는 소설의 이름을 빌려 세상에서 지워진 그들의 이름에 숨결을 불어 넣고 그로써 누군가 한 명이라도 이들을 기억하기를, 이들의 삶이 글로 남아 퍼트려지고 기억되기를 바라며 출간되었다.
“어떤 이는 엄마를 타락한 여자라 불렀고,
다른 이는 엄마를 가리켜 피해자라고 했다.
하지만 내게 있어 엄마는 불친절한 운명과 용감히 싸웠던 생존자였다.”
-본문 중에서
작가정보
소설가이자 기자.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살고 있다. 20년 차 기자로 국내 주요 일간지와 온라인 경제 매체 등에서 근무했으며 동유럽을 거쳐 미국 뉴욕 특 파원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국내외 곳곳을 오가며 여러 사건과 다양한 사람을 경험하던 중, 우연히 읽게 된 한 재미교포의 책에서 역사가 외면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 것이 이 책 『영숙과 제이드』의 시작이었다.
미국에서 존재감 없는 유령처럼 살던 엄마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엄마의 삶을 돌아보고 숨겨진 과거를 좇는 딸의 목소리를 통해 이민자의 삶 그리고 우리가 지우고 외면한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와 마침내 역사의 맨얼굴을 마주하게 만든다.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책을 읽고 난 뒤에도 오래도록 가슴을 저릿하게 할 것이다.
쓴 책으로는 『금붕어 룰렛』, 『수상한 간병인』, 『삼개주막 기담회』, 『정반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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