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의 공간들
2024년 11월 29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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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35214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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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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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오십이 되었다》, 《이토록 멋진 오십이라면》 등을 통해 오십 이후 삶의 태도와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하는 방법을 전한 이주희 작가가 신작 에세이 《모든 순간의 공간들》을 선보인다. 이 책은 작가 자신의 서사를 만든 스물네 곳에 얽힌 에피소드를 통해 새롭게 깨달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담았다. 목욕탕, 시장, 카페, 수선집, 도서관, 스포츠 센터, 미술관 등 평범하고 친숙한 일상의 장소에서 과거의 ‘나’와 현재의 새로운 ‘나’를 만난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머물러 있는 공간은 우리에게 고요히 메시지를 남긴다. 일상의 공간은 추억할 가치가 있으며, 생각은 정체되어 있지 않고 늘 새로워진다는 것을. 기억의 파편을 찾아 그동안 놓치고 있던 추억의 공간을 떠올려보자. 진정한 나를 발견함과 동시에 앞으로의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새롭게 다가오는”
_ 인생의 전환점에서 잊고 있던 ‘나’를 찾는 이야기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크고 작은 전환점을 여러 번 맞이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나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다. 이 책은 개인적인 추억이 얽힌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삶의 흔적이 남은 과거의 장소들을 소환하여 현재와 연결함으로써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게 한다. 때로는 미숙했고, 때로는 순수했던 과거의 나와 그때는 알지 못했던 깨달음을 얻은 현재의 나, 같은 공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된 나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진짜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띄엄띄엄, 어렴풋한 장면으로 남아 있는 그곳, 그 시간의 추억이 없었다면 살아가며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이기심을 잠재울 그 어떤 순수함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머물렀던 그 모든 곳은 가족, 이웃, 친구들처럼 따뜻하고 푹신한 촉감으로, 구수한 향으로, 잔잔한 노랫소리로, 아련한 실루엣으로 남아 있다. _〈본문 6쪽〉
우리는 매 순간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이야기는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스물네 곳에 관한 해석도 그러하다. 시간의 유속을 거치며 과거의 추억과 그 속의 감정들은 조금 다르게 해석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시각으로 과거의 서사를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돌아보며, 그 공간에서 내가 어떤 행동을 했고, 무엇을 깨달았는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된다. 그렇다. 우리는 이런 과정을 통해 자아를 깊이 이해하고 성장한다. 지나온 이야기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 그것이 인생의 서사가 주는 진정한 의미다.
1장 타인의 시선에서
#1 목욕탕: 나신(羅身)의 만남, 따뜻한 위로와 포옹이 되길
#2 카페: 커피 한 잔에 자발적 고독, 내면의 성숙을 담는다
#3 영화관: 영화관에서 우리는 친구, 연인, 이웃으로 남을 것이다
#4 절, 교회, 성당: 나와 연결된 이들의 평안을 빕니다
#5 미술관: 감수성이 한 움큼 성장했습니다
2장 가족의 이름으로
#6 식당: 함끼에서 혼밥까지, 우리 함께해요
#7 예식장: 사랑, 불태우지 말고 그대로 얼리세요
#8 장례식장: 식혜와 춘삼이가 답을 줄 것이다
#9 병원: 그때는 신경성이고 지금은 갱년기입니다
3장 함께 살아간다는 것
#10 학교: 향기롭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
#11 마트, 시장: 사는 건 결국 ‘사는’ 일이다
#12 홈쇼핑, 온라인 쇼핑: 할인의 유혹은 달콤하지만 그 끝은 쓰다
#13 화장실: 휴식의 방, 이제 안전을 갖춰야 할 때
#14 동물원: 각자의 영역에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며 살아요
4장 나, 그대로인 듯 새롭게
#15 미용실: 머리의 일을 머리카락에 위임하지 말자
#16 공항: 오래도록 촌스럽고 서툴게 남아 있기를
#17 산, 바다, 강: 경계 없는 쉼터에서 마침내 창대해지리라
#18 중고마켓 플랫폼: 비워내는 재미, 나눔의 기쁨을 누리다
#19 스포츠 센터: 회피가 아닌 체력으로, 나를 지키는 법을 배워요
5장 살아온 날들, 그리고 살아갈 날들
#20 수선집: 추억이 깃든 물건을 오래도록 돌본다는 것
#21 기차역: 토끼처럼 빠르게, 거북이처럼 여유롭게
#22 복권 판매소: 매주 판타지와 설렘을 삽니다
#23 공공도서관: 독을 빼내고 부끄러움을 채웁니다
#24 텃밭: 넘치지도 과하지도 않는, 적당함의 미학
에필로그: 보통의 하루에서 특별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를
특정한 공간에서의 특정한 경험은 때로는 인생 전체보다 더 서사적이어서 하나씩 꺼내어 살피다 보니 더 확장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어떤 기억은 단단한 박음질로, 어떤 장소는 성긴 홀치기로 남아 있었지만 그 모두가 나를 지탱하는 대들보임을, 나라는 옷을 지은 재료임을 깨달았으니 그 모든 시간과 공간에 감사하다.
_8쪽, 〈프롤로그 _ 우리의 시간은 우리가 사는 공간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사회 지도층들이 더 딱딱하게 굳어지기 전에, 정기적으로 ‘목욕탕’에서 함께 목욕하는 날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아니 아예 달력에 빨갛게 표시해서 온 국민이 홀짝제로 목욕하며 쉬는 공휴일, ‘목욕의 날’을 제정해 공표하는 것도 좋겠다. (중략) 목욕탕에서 마주한 사람 사이에는 뭔가 벗은 몸에는 가난과 차별, 무시와 조롱이 들어설 틈이 없다. 모든 오해와 고집, 무지, 그리고 혐오가 때로 밀려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고 따뜻한 위로와 포옹이 남기를 바란다.
_23쪽, 〈1장 #1 목욕탕 _ 나신(羅身)의 만남, 따뜻한 위로와 포옹이 되길〉
밥상 노동은 그 강도와 빈도에 비해 터무니없이 저평가된 노동 중의 하나다. 평생 쉬지 않고 오르고 내리는 밥상을 위해 가족 중 누군가는 매일 부엌에 선다. 하루 세끼를 차려내는 일은 생의 마지막까지 계속되기도 한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도 세 남매의 엄마는 밥하다가, 밥하다가 죽었다. 압력밥솥에 밥을 올려놓고 자는 듯 세상을 떠났다. 죽어야 밥에서 해방되는 삶이라니.
_70쪽, 〈2장 #6 식당 _ 함끼에서 혼밥까지, 우리 함께해요〉
밤에 혼자 화장실에 갈 수 없어 곤하게 자는 자매들을 깨우다보면 싸우기 일쑤였다. 결국 엄마는 특단의 조치로 딸들의 방에 반질반질한 요강을 넣어주었다. 엄마는 자식들이 분수에 겨워 흰소리를 할 때마다 ‘호강에 겨워서 요강에 똥 싼다’는 말을 했는데 그것이 얼마나 큰 호강인지 귀에 쏙쏙 박혔다. 내시와 지밀상궁이 보는 앞에서 ‘매우틀’에 앉아 용변을 해결한 임금과 동급의 호사를 누린 것이다.
_138쪽, 〈3장 ##13 화장실 _ 휴식의 방, 이제 안전을 갖춰야 할 때〉
머리카락을 자른다고 흔들리는 결심, 부패한 마음이 사라지는 게 아닌데 큰아이나 나나 머리가 해야 할 일을 자꾸 머리카락에 위임하니, 머리카락만 고생인 거였다. 삼손도 머털이도 머리카락에 대단한 것을 숨겨놓은 것 같지만 몸과 머리와 마음이 해내는 일인데 우리는 자꾸 그걸 잊고, 속는다.
_166쪽, 〈4장 #15 미용실 _ 머리의 일을 머리카락에 위임하지 말자〉
아이는 다른 멀쩡한 패딩은 제쳐두고 겨우내 상처를 꿰맨 패딩만 입었다. 자신의 부주의로 흠집을 낸 옷에 대한 애틋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그 겨울, 수선집에서 건강한 모습을 되찾은 패딩은 작은아이와 함께 공동의 추억을 쌓았다.
_216쪽, 〈5장 #20 수선집 _ 추억이 깃든 물건을 오래도록 돌본다는 것〉
삶은 지극히 사소한 일들을 얼마나 잘 해냈느냐에 따라 평가된다고 했다. 매일 헬기를 타고 제트스키를 타고 열기구를 탈 수는 없는 일이다. 일상의 합이 삶이고, 우리의 삶의 합이 역사라고 한다면 지금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든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곧 역사가 될 것이다. 나는 오늘도 우리와 함께 보편의 역사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_264쪽, 〈에필로그_보통의 하루에서 특별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를〉
“소란하고 따뜻했던 공간에서 느낀 인생의 기쁨과 슬픔”
_ 추억이 깃든 일상과 시간의 재발견
추억이 깃든 장소들을 직접 찾은 저자는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과거의 잊힌 기억을 되살린다. 그리고 어른의 마음으로 어릴 때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나이 듦에 따른 내면적인 성숙과 변화하는 가치를 보여준다. 어렸을 적에는 ‘목욕탕’의 세신이 한 사람은 때리고 한 사람은 맞는 듯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으로 보였다면, 지금은 내 몸을 구석구석 살펴주는 세신사의 모습에 엄마의 얼굴이 겹쳐 울컥한다. 20대 청춘들의 놀이터였던 ‘영화관’은 사라지고, 대신 ‘OTT’ 서비스를 통해 각자의 방에서 혼자 영화를 보게 되자 비로소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감동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엄마가 되어서야 ‘시장’에서 흥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당첨 확률이 희박함에도 ‘복권 판매소’에서 매주 복권을 사던 아버지를 쫓아 설렘과 판타지를 사는 어른이 되었다.
어쨌거나 생애 처음의 세신은 ‘내 몸과 내 신발은 스스로 닦아야 한다’는 나의 신념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진이 빠지고 숨이 찰 때까지 힘겹게 나의 피부를 밀어대지 않아도 나 아닌 누군가가 피부 밑에 켜켜이 쌓인 때와 피로를 동일한 강도로 가볍게 씻어내 주다니, 어색하고 미안하고 창피한 느낌은 온데간데없고 나른한 황홀감에 휩싸였다. (중략) 나의 몸을 이토록 구석구석 보아주고 걱정해준 이가 있었던가. 오래전 커다란 손으로 나의 몸을 밀어주던 엄마의 얼굴이 떠올라 울컥했다. _〈본문 19쪽〉
이 책에서 공간은 서로를 이해하는 매개체로서 존재한다. 타인과 나의 관계를 더 강화시키고 사회적인 연결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며, 일상의 장소와 시간의 재발견을 통해 자아실현의 기회와 더 큰 삶의 목적을 찾게 한다. 단지 순수했던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추억을 미화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공간으로의 여정이다.
“그때, 그곳에서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자신을 만나다”
_ 나만의 공간에서 새로운 일상을 완성하는 법
저자는 ‘지금의 나를 키워낸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자신이 나고 자란 주소지를 둘러싸고 있는 일상의 공간들이라고 이야기한다. 나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소중한 공간들이 있음에 감사하며 이제는 내가 만든 주소지에서 나의 가족 역시 따뜻한 시간을 보내기를 희망한다고. 그래서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힘과 응원의 추억을 가지게 되길 바란다고.
기억은 특정한 공간에서 겪은 특정한 경험,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을 하나로 저장하는 법인데 경험에서 감정을 분리해 되새김질하니 나쁜 기억은 작아지고 좋은 기억은 커지면서 오히려 마음이 더 건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치유의 시간이었다.
그랬다. 부모님이 만든 주소지에서, 그 주소를 둘러싸고 있는 일상의 공간들에서 나는 먹고 놀고 배우고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해내며 성장했다. _〈본문 264쪽〉
지난날의 나와 현재의 나의 이야기를 꺼내보는 일은 그동안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여정이기도 하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자신만의 고유한 속도와 방식으로 성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젊은 시절의 열정과 인생의 경험이 함께 축적되어 이루지 못한 꿈을 완성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나아가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아를 찾고, 일상의 균형을 유지하며, 매일매일 조금씩 발전해가는 자신을 응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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