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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PD

정영택 지음
하모니북

2024년 11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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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4.68MB)
ISBN 979116747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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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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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하려는 학생 중에, 의외로 샤이한 친구들이 많아요.”
신방과 발표 수업에서 덜덜 떠는 내게,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정확히 보셨다.
난 여전히 일생을 부끄러워하며 그렇게 20년째, 매 순간이 극복인 낯가리는 PD로 살고 있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다.
평생을 쑥스러워해도, 말 좀 버벅거려도, 얼굴 좀 빨개져도, 끼니 좀 걸러도, 밤 좀 새워도 한낱 애로사항일 뿐, 기어코 다른 방법을 찾아내면서까지 달리게 되는….
PD라는 직업엔 그런 이상한 마력이 있다.

방송은 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3D 업종이다. 그 와중에 또 레벨이 나뉘어, 하드코어 한 현장과 업무엔 보통 프리랜서 PD들이 투입된다. 그들은 방송 제작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음지에서 굴러 쉽게 그 존재를 드러내지 못한다. 『직업으로서의 PD』의 저자 정영택 PD도 음지에서, 창작의 보람이란 어정쩡한 이유에 사로잡혀, 그것도 20년간 영상 제작을 이어온 프리랜서 PD다. 이 책에는 그동안 알 수 없던 프리랜서 PD 이야기. 영상을 만들며 울고 웃었던 그의 청춘 기록이 담겨 있다.

생생한 방송 현장 에피소드들로 전달되는 PD라는 직업인의 진심

『직업으로서의 PD』에는 PD라는 직업의 화려한 현재도, 장밋빛 미래도 없다. 다만, PD가 되고 싶은, PD가 된 누군가 절실하게 원할 이야기. 방송 제작 현장의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들이,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생생히 담겨 있다. 함께 울고 웃으며, 저자가 만난 사람들, 방송에 대한 고민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오랜 시간 저자를 PD로 지탱해 준, PD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자세가 가슴 깊이 스며들 것이다.
프롤로그|가장 보통의 피디 · 004

EP1. 피디로서의 일상
1. 방송국 입성 · 012
2. 도토리 찾기 · 021
3. 자해 공갈단 · 029
4. 짜고 치는 고스톱 · 037
5. 여배우의 초코파이 · 045
6. 야동의 성지 · 052
7. 곤조의 추억 · 058
8. 모두 각자의 싸움을 하고 있다 · 070
9. 방송은 나가야지 · 078
10. 노동부에 신고를 당했다 · 085
11. 질기고 지독한 증명 · 091
12. 찐따의 프라이드 · 100
13. 과정의 희열 · 106
14. 사수 없는 축복 · 115
15. 빌런 피디 · 121
16. 잘하는 일, 원하는 일 · 131
17. 10년을 했는데, 적성에 안 맞아 · 136
18. 유튜브 구독자 23만 명 만든 썰 · 144
19. 대치동 일타강사 · 151

EP2. 직업으로서의 피디
20. 피디와 헤어 디자이너의 공통점 · 160
21. 돈 아직도 못 받았어? · 167
22. 171의 혈압 · 171
23. 최애의 아이 · 178
24. 뽀빠이의 탄식 · 184
25. 왜 명문대를 가야 되느냐 · 192
26. 직업으로서의 피디 · 198

에필로그|행운을 빌어요 · 206

피디라는 직업을 알게 된 건 고교 시절,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통해서였다.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을 피디라고 부르는구나. 피디가 되려면 저렇게 신방과에 가야 하는구나. 그땐 스마트폰도, 유튜브도 없던 시절이었으니 그게 다였다. 다른 정보가 없었다. 진심으로 피디라는 직업을 원하게 됐을 때도, 나는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방송국 피디는 그들만의 리그였고, 나는 그 세계가 궁금했다. 알 수 없으니 동경했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뛰고 싶은 마음도 커져갔다. 결국, 조금은 이른 나이에 프리랜서 연출부로 방송국에 발을 들였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시대는 변했다.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이젠 모두가 피디라는 직업에 친숙하다. 어느 매체에서나 스타 피디들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스스로 영상을 만드는 피디가 되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바로 피디들의 삶이다.

매체, 플랫폼, 제작 방식, 제작 도구 등의 격변에도, 지난 20년간 내가 본 피디들의 삶은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예전에도 지금도, 한 편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하고, 해답을 찾아 밤을 지새운다. 피디라는 직업의 무엇이 그들을 하얗게 불태워버릴까? 화려한 조명이 감싸주지 않는 그들의 진짜 삶은 어떤 걸까? 이건 내가 피디라는 직업을 원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도 그 답은 찾기 쉽지 않다. 제작 방식이나 제작 도구에 관한 학습 정보는 차고 넘치지만, 피디들의 진짜 삶에 대한 정보는 국한돼있다. 매체는 언제나 극단적으로 성공하거나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2023년 방송통신위원회의 통계를 보면, 방송사 제작 인력 10명 중 6~7명이 비정규직 프리랜서란다. 성공한 소수 스타 피디의 이야기는 다수의 삶을 반영하기 어려울 테다. 그래서 생각했다. 보잘것없지만, 시작부터 프리랜서 피디로 지내온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는 듣고 싶지 않을까? 필사적으로 피디들의 진짜 삶을 찾아 헤맸었던 어린 날의 난, 분명 지금의 내게 졸라댔을 것이다. 어서 이야기를 해달라고.

- ‘프롤로그 _ 가장 보통의 피디’ 중에서


‘MBC 〈뽀뽀뽀〉 FD 구인’
뭐지, 왜 이런 게 여기 있지. 그때만 해도 방송국은 뭔가 특별한 루트로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이런 공고가 이질감 넘치게도, 주유소랑 롯데리아 사이에 껴있는 거지? FD는 피디가 아니라 그런가. 학교에서 FD는 플로어 디렉터라고 배웠는데, 촬영 날 스튜디오에서 잔심부름하는 주유소 알바급의 심부름꾼을 구하나 보다. 입대 전 아르바이트했던 촬영장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뭐, 어때. 여기서 방학 동안 번 돈으로 아카데미 가서 피디 과정을 밟아야겠다! 용기 내 지원했고, 면접 일정이 잡혔고, 여의나루역에 내렸다. 탁 트인 한강과 〈남자 셋 여자 셋〉을 만든 MBC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 설레왔다. 하지만 그 건물이 아니라 했다. 전달받은 주소는 MBC와 몇 블록 떨어져 있는 건물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안을 들어가니 넓은 사무실에 파티션으로 대여섯 공간이 나뉘어 있었고, 사람들이 있었다. 쭈뼛대며 〈뽀뽀뽀〉를 찾아왔다고 하니 누군가 안쪽을 가리켰다. 〈뽀뽀뽀〉 팀은 파티션 구역이 아닌 구석진 방을 쓰고 있었다. 노크하고, 문을 열고 - 피디인 줄 알았으나 조연출이었던 - 한 여자에게 면접을 봤다.

“영상 일은 해본 적 있어요?”
“입대 전에, 학교에서 근로학생으로 영상 제작업체에서 일했었습니다.”
“휴학 가능해요?”
“네, 가능합니다….”
방학 동안만 일할 생각이지만 일단은 붙은 다음의 일이니까 거짓말했다. 방송국 첫 면접은 그렇게 10분도 안 돼서 끝났다. 그리고 그날 밤 문자가 왔다.
“영택 씨, 합격하셨고요. 월요일 오전 8시까지 오세요.”
- ‘방송국 입성’ 중에서


“어? 도토리 어디 갔어요?”
오전 10시, 소품팀 직원분이 끌고 온 카트에 도토리 다섯 알이 없었다. 소품팀 직원분은 의뢰서를 보여주며 말했다.
“도토리요? 의뢰서에 없던데요?”
급하게 의뢰서를 확인했다. 아뿔싸. 빽빽한 의뢰서에 ‘도토리 다섯 알’이란 글자는 어디에도 없다. 대역죄를 저질렀다. 도토리 다섯 알이 없어 녹화가 딜레이 된다.
(...중략...)
고해성사의 시간이다. 스튜디오로 복귀한 난, 피디님 앞에 섰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실토했다.
“피디님. 제가 도토리 다섯 알을… 의뢰서에서 빠뜨렸습니다. 방금 시장도 가봤는데 도토리 가루밖에 없어서….”
녹화가 3분만 딜레이 돼도 역정을 내시는 분이니 대노하시겠지. 하지만 오늘은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으리. 피디님이 말했다.
“그래? 그럼 인형극 팀한테 도토리 좀 만들어 달라고 전해줄래?”
그리고 인형극 팀은 샤샤삭 스펀지를 깎아 도토리를 만들었다. 맙소사. 대수롭지 않아 했던 피디님의 표정과, 시장에서의 뜀박질과, 내 손 위에 놓인 앙증맞은 스펀지 도토리 다섯 알이 교차했다. 이렇게나 간단한 일이었다. 진즉 알렸으면 됐을 것을, 난 무얼 위해 그토록 고뇌하며 달렸던가.
- ‘도토리 찾기’ 중에서


또, 회사에선 신작 야동들이 생기면 임원들과 성인 채널 관계자가 둘러앉아 함께 야동을 봤다. 그리고 그중 다수의 호응을 얻은 야동을 구매했다. 그걸 스크리닝이라고 했다. 또는 외국에서 직접 구매한 서양산 포르노들도 있었는데, 우리나라 방송법에 맞게 특정 부위가 화면의 3분의 2 이상 클로즈업된 곳은 잘라내고, 털은 모자이크 처리해 신작 한 편을 뚝딱 만들어냈다. 제목은 멋대로 내가 지었다. 예를 들어, 원제 ‘Leg Fantasy’는 ‘금발의 탐스런 다리 사이로’, ‘Love for the first time’은 ‘첫사랑 삽입 면허’ 따위로 바꿔 짓는, 야동 작명가였다. 그리고 신년에는 거래처에 돌릴 선물로 야동을 준비했다. 동시에 5개가 구워지는 DVD 라이터로 200개의 야동을 정성스레 구웠다. 일반 직장인의 시각에선 기이하게 보일 수도 있겠으나, 이 모두 진지한 업무였다.
- ‘야동의 성지’ 중에서


방송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을 보면 늘 예뻤다. 이 힘든 일에 관심 두고 뛰어들기까지 하다니 대견하달까. 새로 FD 친구가 온 기념으로, 점심에 후배들 모두를 데리고 회사 옆 ‘미스터 피자’에 갔다. 일이 힘든 만큼 서로 사이좋게, 잘 가르쳐주고 잘 배우라고 했다. 사비를 털었지만, 웃고 떠들며 잘 먹는 모습들을 보니 좋았다. 잘하겠지. 하지만 이튿날 밤, 그 친구에게 온 문자는 퇴사 통보였다. 알겠다고, 나도 잠수 경험이 있다 보니 사유를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친구는 아직 할 말이 더 남아있었다.
“그리고 이틀 동안 일한 비용을 입금해 주셨으면 하는데요.”
응? 견학만 했던 친구가 무슨 일을 했지? 십 년 전 노동법에 무지했던 나는, 이해가 안 됐다.
“네가 무슨 일을 했니?”
“매일 늦게 퇴근했고요. 그래서 택시비에 식비까지 제 돈으로 해결했습니다.”
“택시비는 네가 늦게 간 거고, 식비는 점심을 매번 사줬잖아?”
“저녁은 제 돈으로 사 먹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퇴근하라고 해도 가지 않고 계속 옆에 있었다는 조연출 후배의 얘기를 들었던 터라, 내심 대견했던 참이었다. 그런데, 시키지도 않은 일을 보상해 달란 건 뭐지?
“면접 때 2주를 채워야 페이 지급된다고 말한 거 같은데. 그건 안돼.”
“그럼 피디님. 노동부에 신고할게요.”
야~ 이놈 봐라. 답문을 보냈다.
“그래. 반드시, 꼭 하렴.”
(...중략...)
“이분이 메인 피디님이랑 영택 피디님 이름으로 신고를 했더라고요.”
- ‘노동부에 신고를 당했다’ 중에서


“안녕하세요.”
“이렇게 먼 데까지 와주시고, 고생이 많으세요.”
괜찮다고 대답하려던 찰나, 김 피디가 선수를 쳤다.
“아니에요. 얘는 제가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는 애예요. 괜찮아요.”
“….”
(...중략...)
피디 생활 중 몇몇 빌런이 등장했지만, 그들 모두 놀라울 만큼 비슷했다. 위에 적은 ‘김 피디’에서 이름만 바꾸면 되는 수준이라, 에피소드를 따로 적을 필요가 없다. 그들 모두 피디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정작 연출 능력도, 기획 능력도 없다. 하지만 그건 전혀 문제가 안 된다. 그런 피디들은 의외로 많다. 연출 능력이 없으면 연출 능력이 있는 감독과 함께 일하면 되고, 기획 능력이 없으면 기획 능력이 있는 작가와 함께 일하면 된다. 전혀 흠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이 능력 없는 빌런 피디들에게 ‘방송판’은 ‘체스판’이다. 본인들은 ‘왕’이고 스태프들은 ‘말’들이다.
- ‘빌런 피디’ 중에서


촬영감독인 친구가, 일 끝낸 지 석 달이 지났는데도 돈을 못 받았단다. 이 촬영감독님은 나랑 동갑인데 20대 때부터 같이 굴렀고, 지금은 능력자가 돼서 본인의 사업체를 운영 중이다. 그리고 내 프로젝트가 있을 때는 언제나 나와 함께해 줬다. 그런데 돈을 못 받았다는 것이다.
“아직 원청에서 돈을 못 받았대.”
(...중략...)
함께해 준 스태프들의 인건비는 바로 지급하자. 개인사업을 시작하며 원칙을 세웠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오래 개인사업을 해왔던 종편감독님의 조언이 있었다.
“영택아, 그러지 마.”
“왜요, 원청에서 돈을 받든 못 받든, 스태프들은 일을 했으니까 줘야죠. 그럼 질질 끌지 말고 빨리 주는 게 낫지 않아요?”
“뭐, 네가 그러면 우리야 좋긴 한데, 이 바닥엔 이런 경우도 있으니까.”

종편감독님의 말은 이랬다. 너도 알다시피, 이 바닥에선 클라이언트들의 수정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럼 스태프들에게도 수정에 재수정까지 계속해서 부탁할 일들이 생기는데, 사업을 해보니까 인건비를 미리 줘버리면 잠수타는 스태프들도 많더라. 그럼 네가 힘들어진다. 그래, 그럴 수 있겠다. 오래 봐왔던 형이 겪었던, 진심 어린 조언이 고마웠다. 그래도 이해는 안 됐다. 그럼 아이들 학원 보내고, 100점 받을 때까진 학원비를 안 주겠다는 거랑 뭐가 다르지…. 탈모 때문에 병원 가서 모발이식하고, 머리털 다 자랄 때까진 수술비를 안 주겠다는 거랑 뭐가 다르지…. 우리 아이 성적과, 내 머리털이 자리 잡기 전에 선생님과 의사가 잠수탈 수도 있으니 미리 돈을 주면 안 된다는 걸까. 그게 아니더라도, 미용실이든 네일숍이든 서비스업은 일 마치면 바로 돈을 주는 게 상식이다. 이 바닥도 서비스업이다. 제작 서비스를 요청받고, 그 이상을 제공하기 위해 길게는 몇십 년 이상 쌓아온 전문지식과 고된 노동을 쏟아붓는 서비스업이다. 일 마쳤으면 바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클라이언트의 맘에 들어야, 그래야 일을 마친 거란 논리를 펼 수 있다. 그럼 관례 들먹이며 스리슬쩍 넘어가지 말고, 재촬영 비용이나 수정 횟수, 추가 수정비까지 계약에 포함시켜 줬어야지. 그게 각자의 분야에서 힘들게 굴러온 스태프들에 대한 예우다. 그래서 스태프들에게 일을 맡기려는 제작사 대표는 클라이언트에게 돈 받을 때까지 스태프들을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 그들은 클라이언트를 믿고 일한 게 아니라, 날 믿고, 나와 함께 일하려고 왔다.
- ‘돈 아직도 못 받았어?’ 중에서


이 세계는 몇 안 되는 성인이 아닌, 우리 같은 사람들로 굴러간다. 직업인으로서 피디를 꿈꾸는 사람들이 저런 조언들에, 본인을 채찍질하고, 태생적 기질을 바꾸려는 괜한 노력으로 탈진해버리거나, '난 안돼'라며 좌절하고 상처받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더불어, 이미 직업으로 삼은 신입 피디님들도 '좋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위해, 피디란 이래야 한다'는 선배의 조언이나, 업계의 고정관념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한다. 프로그램 연출도 빡센 마당에, 모질고 강한 본인의 리더십까지 연출하며, 집에서 홀로 우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그렇게 한다고 좋은 성적을 얻는 것도 아니고, 성적이 안 좋다고 나쁜 프로그램도 아니다. 힘든 가면을 벗은 당신의 프로그램, 그 누군가에겐 인생작이다. 고정관념을 탈피해야 하는 게 피디의 직업의식 중 하나란다. '피디는 이래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에 묶여 고통받지 않기를 정말 진심으로 바란다.
- ‘직업으로서의 피디’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정영택

글 읽는 게 좋았고, 음악 듣는 게 좋았다.
그러다 보니 글과 음악을 다루고 싶어졌고, 이 모든 게 가능한 건 영상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그래서 2005년, MBC 〈뽀뽀뽀〉를 시작으로, 방송 연출이란 기나긴 여정을 떠났다.
밤낮이 없거나 바뀌거나 둘 중 하나였던 20년간, FD·조연출을 거쳐 PD에 이르며 어쩌면 들어봤거나 아닌 다수의 교양·예능 방송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지금도 콘텐츠 만들기에 진심인 프리랜서 연출자로 그리고 두 딸 키우기에 허덕이는 보통의 아빠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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