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8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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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13.82MB)
- ISBN 9788957339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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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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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훌륭함’과는 거리가 먼 개가 하나 있다. 아니 훌륭함은커녕 처음 한 달간은 스물아홉 번이나 감금당할 만큼 심각한 문제투성이의 녀석이다. 주근깨 낀 얼굴, 반쯤 눈이 멀어 해적처럼 보이는 인상, 빽빽한 긴 털, 파란색·붉은색·회색·검은색·갈색 등이 뒤섞여 얼룩덜룩한 몸을 가진 녀석은 한때 도랑이나 쓰레기 폐기장, 황무지 등지에서 저주받은 것들의 왕으로 살아가던 떠돌이 개였다. 녀석은 한쪽 눈에 의지하여 도로 한복판에서 쓰레기를 핥거나 로드킬에 맞서 위험천만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보다 사나운 짐승이 녀석을 끝장내거나, 녀석이 그냥 병에 걸려 죽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가망 없고, 구제 불능이며, 고상함과는 거리가 멀고, 끔찍하게 파멸할 일만 남았다. 녀석이 ‘나’의 집 안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한편 한때 뉴욕 한복판에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퓰리처상까지 받았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 멍청함이 자연스러운 상태가 되고, 마지막으로 좋은 결정을 내린 것이 언제인지 알 수 없으며, 혈액암, 심부전, 신부전, 폐렴 등 갖가지 병으로 무너져 내린 심신을 이끌고 삶의 끄트머리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나’가 있다. ‘나’는 젊었을 때는 풍요롭고 맹렬하게 살았지만, 어느 날 깨어나 보니 우울의 강 옆을 저벅저벅 걸으며 그저 따분함 속에서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처음에 녀석은 떠돌이 개들의 무리와 함께 있다가도 완전히 사라졌다가 얼마 뒤에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녀석은 늘 오두막집 근처로 돌아왔다. 마치 어떤 수수께끼 같은 사연을 가지고 있는 듯이. 2017년 늦가을의 어느 날, 한동안 보이지 않던 녀석이 집 뒤편의 능선에 다시 나타났다. 그런데 녀석은 조금의 미동도 없이 며칠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결국 ‘내’가 가까이 다가가 보았을 때, 녀석의 다리와 배는 진흙으로 시커맸고, 얼굴의 뼈는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였으며, 머리를 똑바로 드는 것조차 힘들어했고, 몸에는 찰과상과 구멍이 가득했으며, 냄새 또한 지독했다. ‘나’는 녀석에게 말했다. “자, 이제 집에 가자.”
그러나 녀석이 이 집이 들어온 뒤 처음 한 달 동안은 스물아홉 번이나 감금당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녀석에게 얌전히 있으라고 말하는 것은 오늘이 화요일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녀석은 집 안의 다른 가축들을 반쯤 죽을 때까지 내몰거나, 죽은 지 한참 지난 사슴의 일부를 집 안으로 끌고 오기도 하며, 우리에서 공중제비를 돌거나, 엄마의 강아지들한테도 싸움을 걸며, 트랙터나 어머니의 꽃에 오줌을 싸거나, 고양이들의 먹이도 다 먹어치운다. 고상하고 순종적인 개들과는 거리가 먼 녀석을 두고 형은 ‘내’가 애초 그 녀석을 이 집을 들이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나’도 녀석을 훈련시키려고 애썼지만 비참하게 실패하고 만다.
‘나’의 가족은 녀석 말고도 수많은 떠돌이 개들을 구조하여 먹을거리와 잠자리를 제공해 왔다. 대부분 길을 헤매다가 병들거나 상처를 입어 움직이지 못하는 개들이었다. 하지만 그 개들은 모두 이 집에 속하기는 했어도 ‘나’의 개는 아니었다. 그런데 비탄만 가져올 뿐이고 어떤 고귀함과도 거리가 먼 녀석이지만 ‘나’는 누가 얼마를 준다 해도 이 개를 팔 생각이 없다. 오히려 ‘내’ 안의 공허한 마음을 물어뜯고 할퀴고 찢어 버리려면 이렇듯 야비하고 비열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나쁜 개’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녀석은 안 좋은 쪽 눈으로 당신을 바라볼 수 있고, 바닥 모를 고통이 담긴 그 눈으로 그처럼 보잘것없는 인간의 허약함을 부끄럽게 만들 수도 있다.” 시간이 좀 흐른 뒤, 마침내 가족은 이 개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다. 바로 ‘스펙Speck’이 그것이다.
스펙과 함께하는 시간이 이어지면서 ‘나’는 비참하고 괴팍하고 시무룩한 노인네에서 벗어난 것 같은 기분을 경험한다. ‘나’는 다시 한번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고, 녀석도 최선을 다해 날아오르며 화답한다. 녀석은 여전히 고양이와 언쟁을 벌이고, 차를 쫓아가고, 당나귀 똥에 뛰어들고, 짐승의 사체를 끌고 다니는 등 구제 불능의 망나니 개이지만, 천천히 변화의 기미를 보인다. 그렇게 녀석은 조금씩 ‘나’의 최고의 동반자가 되어 줄 뿐만 아니라, 어머니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었다.
“인간의 슬픔과 노력에 대한 녀석의 감각은 무척 예리해서 나는 때로 그저 놀란 채 녀석을 바라보았고, 녀석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녀석을 공유할 수밖에 없었다.”
“‘가을이 되면 좀 나을 거야’ 하는 말이 입 밖으로 다 나오기도 전에 목이 막힌다. 나는 그렇게 멍청하고 낙관적인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어쩌면 개가 나를 조금씩 바꾸어 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정보
(Rick Bragg)
미국 남동부 앨라배마주에 있는 작은 도시인 피드먼트에서 태어나 잭슨빌 인근의 포섬트로트에서 자랐다. 1994년부터 2003년까지 〈뉴욕타임스〉 기자로 일했으며, 1996년에는 현대 미국 사회를 품격 있게 써 내려간 특집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그 밖에도 뛰어난 글쓰기로 미국신문편집인협회를 비롯한 유수의 기관으로부터 50개 이상의 상을 받았다. 또한 자전적 서사를 담은 논픽션을 다수 집필했는데, 특히 앨라배마에 있는 가족과 자신의 성장담을 담은 작품으로 유명하다. 대표작으로 All Over but the Shoutin’(1999), Ava’s Man(2002), Where I Come from: Stories from the Deep South(2020) 등이 있다. 현재 미국 앨라배마대학에서 저널리즘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시인이자 번역가. 서강대학교 종교학과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인도철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3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김수영문학상, 대한민국예술원 젊은예술가상, 현대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받았다. 시집으로 『하얀 사슴 연못』, 『초자연적 3D 프린팅』, 『세상의 모든 최대화』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슬픔에 이름 붙이기』, 『패터슨』, 『모비 딕』, 『폭풍의 언덕』, 『바닷가에서』, 『두더지 잡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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