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을 반대합니다
2024년 11월 19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9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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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11.54MB)
- ISBN 978896734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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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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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바라보게 하고 벗어날 용기를 주며 파격적인 결말로 감동을 주는 작품.” (제16회
아나야 어린이 청소년 문학상 심사위원단 심사평)
청소년에게 해로운 교제에 관해 생각하게 하는 경고담(警告談) 성격의 소설.
같은 반 에우헤니오와 사귀게 된 마리나. 문학적인 분위기가 충만한 따뜻한 가정에서 자란 마리나는 자신을 속박하려는 남자 친구가 답답하다. 하지만 이것도 사랑의한 모습이라고 생각해 그를 이해하려 애쓴다. 마리나는 자신을 걱정하는 친구의 조언과 자신을 무시하는 에우헤니오의 태도 사이에서 혼란스럽다. 마리나가 인내하며 배려할수록 에우헤니오는 마리나의 진심을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나는 남자 친구에게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를 받는데…….
“나한테 이렇게 굴면서 그도 괴로워하고 있어. 난 알아. 나는 알아.”
우리의 소녀 마리나는 꿈꾸듯 시작한 사랑이 어둡고 구불구불한 미로로 빠르게 변했음을 털어놓는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심리적 통제는 인간관계의 함정과 같은 단면이다. 함정에 빠지듯 사랑에 빠진 주인공 마리나가 겪는 내적 고통을 님
프와 파우누스가 등장하는 신화로 투영된다. 고백하는 목소리, 자유로운 시, 극적인 상황 등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청소년이 사랑, 자존감, 집착, 질투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분별하는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에우헤니오는 다른 친구들이 나에게 뭐라고 쓰는지 끊임없이 알려 달라고 했다. 다른 아이들의 댓글에 중요한 거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수천 번도 더 그렇게 이야기했다. “마리나 네가 바보라서 그 말에 담긴 진짜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그 댓글의 다른 뜻 말이야.”
에우헤니오는 종종 이렇게 말했다. 나는 행간의 의미를 찾아서 댓글을 읽고 또 읽어 봤다. 단어 하나하나, 글자 하나하나 또박또박 읽으면서 말이다.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네가 그들에게 뭔가 말했을 거야.”
끈덕지게 자기주장만 했다. “아니라고 맹세해.”
나는 맹세해 본 적이 결코 없었다. 하지만 그는 나를 맹세하는 데 익숙하게 만들었다. 내가분명하게 말하거나 약속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그에게는 맹세가 필요했다. 맹세가 최상의 것이니까. “네가 그 애들한테 뭔가 말했을 거라고.”
“아니라고 맹세해.”
수천 번을 맹세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순간에는 그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의 안에 있던 악한 존재가 완벽하게 그의 모든 감각을 장악해 평화롭게 살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아니면, 내가완벽한 바보라서 상황 파악을 못 했을 수도 있다. ㆍ 본문 〈2장〉 중에서
희미한 종이의 네모 칸 위에 한 자 한 자 너의 이름을 그려 나간다. 내가 그어 나가는 선이 차가운 네모의 완벽함을 부숴 버린다. 나의 선들은 균형에 맞서 반항한다.
춤을 춘다. 그 회오리 속에서 너의 얼굴이 떠오른다. 부드러운 너의 목소리가 메아리쳐 다가온다. 나의 미소는 그 어떤 미소에도, 그 어떤 마음 상태에도, 그 어떤 이야기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 희미한 선이 내 마음의 창살이라고 누군가 생각했을까? ㆍ 본문 〈3장〉 중에서
“정확하게 같은 말을 다시 말해 줄 수 있지.” 에우헤니오가 극단적으로 냉정하게 말했다. “아니면 다른 말로 표현할 수도 있어.” “말해 봐!”나는 침착함을 잃고 있었다. “우리 그만 만났으면 좋겠어.”
똑같은 표현이었다. 그 순간 내 영혼이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아빠의 표현대로 내 영혼이 산산조각 난 것 같았다. “이제 우리 애인이 아닌 거야?” 멍청하게 물었다. “응.” ㆍ 본문 〈13장〉 중에서
ㆍ 스페인 아나야 아동 청소년 문학상 수상
ㆍ 미국 네 마리 고양이 재단상 수상
ㆍ 독일 화이트 레이븐즈 선정
ㆍ 베네수엘라 도서은행 추천도서
청소년에게 ‘해로운 교제’에 관해 언제 알려줘야 할까?
양육자를 위한 범죄 피해 예방서를 쓴 현직 경찰분과 담소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갓 성인이 된 청년이 내는 자동차 사고 건수가 의외로 많다고 들었다. 차 사고로 불구가 되거나, 혹은 사회에 발을 내딛기도 전에 전과자가 되는 이십 대 초반 청년의 처지를 생각하면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운전의 위험한 면은 운전면허를 따기 전 청소년기에 하는 게 맞겠구나 싶었다. 이 소설의 주제도 위 이야기와 맥락이 같다. 성인이 되기 전 청소년기에 ‘해로운교제’에 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사랑에 빠지는 것 자체가 자신을 무방비한 상태로 이끌기도 한다. 이는 이 세대에 처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유구한 역사 내내 있었던 전형적인 일이다.
질문자) ‘해로운 교제’에 관한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저자) 주제가 주는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단지 독자가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을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일로 여기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해로운 교제’는 사회 문제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복잡성에 깊은 뿌리를 둔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알프레도 고메즈 세르다’ 저자 인터뷰 중에서, 아나야 출판사 제공〉
‘아나야 아동 청소년 문학상’ 외에도 다수의 국제 문학상을 받은 이 작품은 청소년기의 ‘해로운 교제’를 생생하게 다룬다. 십 대 소녀인 마리나는 이제는 끝난 ‘자신의 사랑’을 되짚어가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다. 마리나는 여름방학 직전부터 같은 반 에우헤니오와 사귄다. 마리나는 에우헤니오
가 자신의 모든 친구를 싫어하자 당황한다. 에우헤니오는 자신이 그녀의 유일한 사회적 통로이길 바란다. 그는 계속 마리나를 조종하려 든다.
에우헤니오는 왜 내 모든 비밀번호를 알면서 자기 것은 안 알려 주지? 내 친구한테 나 대신 답 문자를 하고, 왜 내 곁에 아무도 없기를 바라지? 내 메시지를 읽고도 왜 답하지 않지? 특히 제일 답답한 건 이러고도 왜 늘 내가 사과하지?
마리나는 자신의 사랑이 찬란할 거라고 기대했었다. 하지만 에우헤니오를 사귀는 동안 마리나는 어두운 미로에 갇힌 기분이 된다. 며칠은 괜찮고 며칠은 나쁜 남자 친구들 둔 마리나는 악몽에 시달린다. 악몽에서 마리나는 님프(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자연물에 깃든 요정. 젊고 아름다운 여자 모습)로 그려진다. 님프가 된 마리나는 꿈에서 파우누스(로마 신화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숲, 사냥, 목축을 맡아보는 신. 상반신은 사람의 모습이고 다리와 꼬리는 염소 모양이며 이마에 뿔이 있음)를 만난다. 마리나가 처한 현실이 재해석되는 신화풍의 장면은 철저히 혼돈 가운데 있는 소녀의 내면을 암시한다. 사랑으로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던 마리나는 심연 같은 절망감에 허우적거린다. 마리나는 자신을 부서진 님프처럼 느끼고, 그것이 누가 봐도 정답인 양 확언한다.
뱀에게 잡아먹힌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시간은 아무것도 치유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망
가뜨릴 거라는 믿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의 초조함은 끝날 수 있을까?
작품에 등장하는 마리나, 에우헤니오 두 사람은 - 본인들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 자신들이 익히 아는 패턴으로 사랑한다. 자신들의 부모를 따라 하는 것이다. 또한 상대방에게 부모의 태도를 기대한다. 마리나는 자신의 부모가 그러하듯 에우헤니오와 소통하길 원하고 친구들과 함께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지내기를 원한다. 반면 에우헤니오는 친구를 무익하다 여기고 마리나가 자신만 바라보고 자신의 명령에 군말 없이 따르기 바란다. 자신의 어머니가 아버지의 명령에 그러하듯. 이 책의 저자는 안 좋은 패턴으로 짜인 가족을 둔 사람은(인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은) 사랑할 때 물레에서 기존에 천을 걷어낸 뒤 새로운 옷감을 다시 짜듯 한올 한올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로운 교제”는 있다. 나에게 독이 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 관계에 오랫동안 잠식된다면 저자의 말대로 뉴스에서나 보는 먼 곳의 사회문제가 아니라 인생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는 불행이 될 것이다. 나르키소스의 호수에 청소년이 다가간다.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할 준비가 되었다. 하지만 호수에 비친 것은 타인이었다. 오롯이 자신을 응시하는 자신을 기대했던 호수에서 자신이 아닌 전혀 모르는 존재가 비쳐 두려워하는 청소년에게 이 책은 고개를 들어 상대를 직시하게 할 목소리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청소년이 부디 해로운 교제가 주는 아픔을 겪지 않길, 겪더라도 조금은 덜 아프게 통과하길. 이것이 청소년 소설이 품은 미덕 중 하나 아닐까 싶다
작가정보
저자(글) 알프레도 고메스 세르다
(Alfredo Gómez Cerdá)
1951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났습니다. 대학 졸업 뒤 교사로 일하다가 1982년 〈요술 단어〉라는 작품으로 ‘엘 아르코 데 바포르’ 어린이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를 위해 100여 권에 달하는 책을 출판, 스페인 대표 문학가 중 한 명으로꼽힙니다. 그의 작품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었고, 아나야 아동 청소년 문학상ㆍ화이트 레이븐즈 리스트 등 25개가 넘는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구사냥꾼 티모》, 《처음 만난 자유》, 《도서관을 훔친 아이》 등을 출간했습니다
한국 외국어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스페인 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지금은 스페인어권의 좋은 어린이 책을 소개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번역한 책으로 《도서관을 훔친 아이》, 《루이스 캐럴 읽기 금지!》, 《운하의 빛》, 《아버지의 그림 편지》, 《나무는 숲을 기억해요》, 《9킬로미터》, 《어서 와, 알마》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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