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엔딩을 위한 웰다잉 수업
2024년 11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1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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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21.64MB)
- ISBN 979119329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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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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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를 앞둔 우리 사회에서 죽음은 점점 일상적인 일이 되어간다. 이제는 잘 살아감(웰빙Well-being)을 넘어서 잘 나이 듦(웰에이징 Well-aging)과 웰다잉이 필요한 시대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맞닥뜨릴지 모를 죽음에 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삶의 소중함과 죽음의 의미를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잘 살아감이 곧 웰다잉의 다른 말인 것이다.
이 책 《아름다운 엔딩을 위한 웰다잉 수업》에서는 그림책을 도구 삼아 웰다잉을 설명한다. 간결한 글과 아름다운 그림으로 삶과 죽음의 인생사를 표현한 그림책이야말로 어린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부담 없이 읽고 이해할 수 있다. 그림책으로 웰다잉 강의를 진행해 온 저자는 노화, 죽음, 이별, 상실, 애도, 다시 살아감이라는 웰다잉의 모든 주제가 이미 그림책 세계 안에 펼쳐져 있다고 전한다. 생의 기쁨과 좌절을 이야기하고 싶고 돌봄이 필요한 부모님을 지켜보며 멀지 않을 상실의 두려움을 토로하고 싶은, 그럼에도 오늘을 잘 살아가고픈 모두를 웰다잉 수업에 초대한다.
1부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딱딱한 껍질 속 연약한 과육 같은 너 《누가 사자의 방에 들어왔지?》
실체 없는 두려움이 점점 커져서 《블랙 독》
소심한 완벽주의자의 현실 적응기 《처음으로 밖에 나간 날》
내가 없다면 넌 거기 없는 거야 《복슬개와 할머니와 도둑고양이》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긴 하지만 《불안》
2부 노화와 죽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찰나와 영원의 아슬아슬한 간극 《눈 깜짝할 사이》
엄마의 이중생활, 두 개의 초상화로 남아 《엄마의 초상화》
날 데리러 왔거든 아직 어려서 못 간다고 전해라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이 행복을 누리며 영원히 살고팠건만 《사과나무 위의 죽음》
달걀 삶고 넥타이 매고 무지개를 향해 《여행 가는 날》
3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
이야기와 추억은 우리 안에 있지 《유령이 된 할아버지》
겨울 가고 봄이 오면 내 생각을 해주렴 《오소리의 이별 선물》
환상의 섬에서 우리 함께 《할아버지의 섬》
바람과 구름과 햇살의 노래를 들어봐 《할머니가 남긴 선물》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오리건의 여행》
4부 상실과 애도
창문을 닫을래요, 떠나지 말아요 《무릎딱지》
꿈에도 잊지 못할 그립던 내 사랑아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
드넓은 초원에 청아한 선율로 남은 너 《수호의 하얀말》
희미해지는 너, 그러나 단단한 기억으로 여문 우리 《이젠 안녕》
나는 웃을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엄마의 얼굴》
5부. 삶과 죽음의 여러 얼굴
그림과 글에 담는 인생 이야기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인생이란 고인 물이 아니란다 《내 이름은 자가주》
거짓말 같은 이별 《고 녀석 맛있겠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큰고니의 하늘》
고인을 보내드리는 일, 장례 《맑은 날》
6부. 긍정하기와 다시 살아가기
비옥한 땅이 폐허가 되었을지라도 《여우》
평온한 일상에서 거센 돌풍을 만났던 그대에게 《기억나요?》
다시 살아가도록 하는 한 마디 《엄마가 만들었어》
조금은 넉넉한 마음으로, 가슴을 열고 《청소기에 갇힌 파리 한 마리》
과거를 받아들이고 오늘을 살기 《할아버지의 바닷속 집》
나가는 글
웰다잉이란 본래 ‘다잉 웰’의 한국식 표현으로 서구에서는 일찌감치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았다. 처음엔 용어부터 생소하고 무거워 마음이 가지 않았다. ‘죽음’은 생명이 다하여 더 이상 육신이 살아있지 않음을 의미하고 ‘죽어감’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전체를 일컫는다. 비유하자면 붉게 타오르던 촛불이 시나브로 빛과 열기를 잃고 꺼지기까지의 연속된 시간을 말한다. 웰다잉은 이 연대기적 시간의 흐름 속에서 속절없이 죽음을 당하지 말고 당당히 죽음을 맞이하자는 것, 최대한 깨어 있자는 의미다. 인간으로서 존엄을 잃지 않으면서 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자는 실천적 개념이기도 하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다만 웰다잉은 방대한 개념이기에 이를 혼자서 공부하기란 쉽지 않다. 개별 인간의 고유한 삶을 인정하고,
단순히 나이를 먹는다는 것과 잘 나이 듦을 말하는 ‘웰에이징Well-aging’의 개념을 구분하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뒤의 상실과 비탄, 애도 후 다시 살아감의 과정을 이해하고, 자서전 쓰기와 장례문화 탐색까지 죽음 공부는 무척 다양하다. 마치 한 바구니 안에 담겨있지만 각각 다른 모양과 빛깔의 사과인 것처럼 여럿이 함께 들여다보고 만져보고 냄새 맡고 맛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우리 모두에게 죽음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와 같은 깨달음의 과정에서 새삼 놀라웠던 건 웰다잉이 말하는 노화, 죽음, 이별, 상실, 애도, 다시 살아감이라는 모든 주제가 이미 그림책 세계 안에 펼쳐져 있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내가 그림책을 읽고 보고 들으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던 것들. 그림책이야말로 이 묵직한 것들을 다루기에 적당한 손과 발이 되어줄 것 같았다. 그림책으로 우리 삶과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음을 깨닫고 나는 무릎을 쳤다. 어쩌면 소중한 지인들의 느닷없고 가슴 아팠던 마지막을 그림책에 기대어 되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차례 죽음 가까이 다가섰다 저절로 멀어졌던 내 삶의 경험도.
- 들어가는 글 중에서
명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우리를 낯설게 하여 겁을 집어먹게 만드는 것 중에서 으뜸은 ‘죽음’이 아닐까? 누구나 죽음은 나와 상관없고 아주 멀리 있는 것,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만나거나 경험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이라 여긴다. 내 방과 내 집에서는 죽음과 관련된 일이 일어날 리 만무하며, 더구나 내가 방문을 열어 죽음을 초대하는 일 따위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은연중에 하는 생각치곤 매우 확고하다. 죽음에 대해 보고 듣고 간접경험을 하면서도 그렇다. 조부모님이나 친지의 죽음을 목도했고,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냈고, 때때로 지인이나 친지의 장례식장에 조문을 가면서도 그렇다. 언제든지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는데도, 초대하지 않은 이가 불쑥 찾아올 수 있는데도 그러하다. 설령 죽음이란 존재를 인식한다 해도 “다른 것도 아니고 죽음, 너만은 절대 내 방에 들어오지 말아줘.” 하는 간절한 심정이 된다.
우리가 쫄보여서 죽음을 떠올리기만 해도 온몸이 쪼그라들고,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어지는 걸까? 왜 짐짓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내 일상과 공간은 늘 그대로 있어 줄 거라고 믿는 걸까? 아마도 우리는 고개 돌려 외면하고 죽음의 ‘ㅈ’자도 들먹이지 않으면 무사하리라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른다.
- 딱딱한 껍질 속 연약한 과육 같은 너 중에서
어리둥절한 채로 페이지를 넘기면 한 번도 도토리나무를 떠난 적 없다는 자그마한 다람쥐가 등장해 독자를 반긴다. 이 다람쥐로 말하자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잠자리에서 눈을 떠 다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자기의 전 생애를 통틀어 단 한 번도 집(도토리나무)을 벗어난 적 없는 캐릭터다. (…) 촘촘한 일정 사이엔 구급상자를 열어 모든 물품이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는 일도 들어 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낙하산,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살충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안전모, 반창고, 정어리 통조림…. 만일의, 만일의, 만일의…, 이쯤 되면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다람쥐는 유사시 행동 요령과 탈출 계획까지 빈틈없이 준비하곤 득의만면하다. 완벽하다 못해 창의적이기까지 한 주인공이다. (…) 어째, 이런 일이! 공황 상태에 빠진 다람쥐는 수선을 떨다가 손에 쥔 구급상자를 놓치고 만다. 이것저것 생각할 틈도 없이 그는 상자를 잡으려고 몸을 날린다. 아뿔싸, ‘파블로프의 개’와 같은 조건반사가 아니라 순간적인 무조건 반사. 그리하여 다람쥐는 엉겁결에 도토리나무에서 강제 외출을 하고, 곧이어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 소심한 완벽주의자의 현실 적응기 중에서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반드시 사라진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나와 내 주변만은 죽음이 비켜 가리라
며 부정하고 외면한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자기 마음의 서랍 속에 근원적 공포를 처박아두는 것이다. 자기소멸과 사회적 정체성 상실에 대한 두려움, 죽어가는 과정에서 느끼게 될 고통에 대한 두려움, 뒤에 남을 가족이 겪을 어려움에 대한 근심 등 깊게 뿌리내린 감정이 우리를 지배한다.
누군가 내게 그 공포의 싹을 자르기 위해 김포공항의 기억을 송두리째 들어낼래 하고 묻는다면, 아이를 낳은 뒤 느꼈던 어지러운 상념과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25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 엄마 되는 일을 포기할래 라고 묻는다면 세차게 도리질할 것이다. 그것이 나의 인생이고 내 삶이었기에.
-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긴 하지만 중에서
세월의 흐름을 야속하게만 여기는 마음을 고쳐먹어야 하나 보다. 엄마의 늙어감과 나의 나이 듦을 안타까워하기만 한다면 엄마는 날마다 애처로운 사람이고 거울 속의 나는 영원히 낯선 타인일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마음이 한결 편해지려나. 물론 아직도 여전히, 너무 빨리 늙은 여자가 될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 찰나와 영원의 아슬아슬한 간극 중에서
세상의 모든 자식에게 엄마는 이름이 없는 사람이다. 그냥 ‘울 엄마’다. 그런 명명백백한 진리 앞에 다른 무엇이 있단 말인가. 엄마가 한때 이름이 있고 청춘이 있고 창창한 미래의 꿈이 있었던 사람이란 걸 까맣게 잊고 살아간다. 언제부턴가는 엄마를 자세히 보지도, 골똘히 보지도, 열심히 파고들지도, 뒤집어 보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어느 날 갑자기 엄마의 낯선 모습을 발견하면 화들짝 놀라고 만다. 아니, 이런 사람이었어? 나태주 시인의 그 유명한 시의 구절, “오래 보아야… 자세히 보아야….”가 엄마한테도 적용되는 거였어?
- 엄마의 이중생활, 두 개의 초상화로 남아 중에서
이처럼 우리는 마음을 다한 선물을 주고 받으면서 아름다운 인연에 감사하고 관계의 영속을 생각한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에 닻을 내린다. 더구나 상대가 슬픔과 절망에 압도되어 가장 연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면야, 말 없는 중에도 두 사람 사이에는 작은 우주가 생겨날 것이다.
그대와 나, 언제 어떤 모습으로 만나든 가장 진실한 걸 주고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순간엔 알 수 없을지라도 서로에게 마지막 선물이 될 수도 있으니까. 소중한 선물을 품고 한 생을 살다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어 긴 터널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 겨울 가고 봄이 오면 내 생각을 해주렴 중에서
나도 언제가 될지 모를 엄마와의 이별을 생각한다. 인생에서 맑은 날만 지속되거나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만 내내 펼쳐지는 건 아닐 테니 말이다. 또한 변함없이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거나 가만히 고인 채로 미동도 없는, 잔잔한 강물이나 호수 같은 인간관계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은 변화하고 역동한다. 흘러가다 막히고, 잔물결이다가 격랑이 되고, 어느 날엔 바닥 맑게 비추다가 훌떡 뒤집혀 흙탕물이 되기도 할 터. 특히 노년의 부모님을 둔 중년의 아들딸들은 이런 ‘비 오고 바람 불고 파도가 높아지는’ 때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어쩌랴,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을. 다만 그런 순간이 되도록 늦게 오기를 바랄 뿐. 너무 격한 물살은 아니기를 기도할 뿐.
엄마, 딸 그리고 나. 세 모녀가 함께 찍은 사진을 들여다본다. 서로의 얼굴에 서로가 담겨 있다. 우리는 어쩌면 울고 웃을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되고 딸의 모습이 될 것이다. 비슷한 표정으로 생의 희로애락을 마주하고 서로 닮은 몸짓으로 사람과 상황에 반응할 것이다. 세월이 가면 엄마들이 떠나고, 뒤에 남은 딸들은 엄마를 추억하며 울고 또 웃을 것이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서서 제 모습을 비춰보기도 할 것이다. 아무쪼록 웃는 표정이 더 닮았기를. 내 딸이 행복한 순간에 거울을 마주하면 그 안에서 제 할머니와 엄마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 나는 웃을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중에서
밤하늘을 수놓았던 불꽃도 그걸 알고 있었나 보다. 그것들은 팡팡 터졌다가 가장 맞춤한 때에 사그라들었다. 자기 몸을 화르르 사르고 적시에 사라졌다. 다음 불꽃이 바로 터졌고, 서로의 광휘가 겹치지 않아 그 모습이 다채로웠다. 얼굴 바꾸는 일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불꽃의 숙명. 불꽃다운 모습.
하물며 사람이 살아가는 일에서야. 아이는 자라고 어른은 늙고 시간은 흐르고 관계는 변화한다. 반항하던 청소년이 의젓한 어른이 되는 것도, 팽팽한 긴장과 활력이 넘치던 젊은이가 어느새 허리 굽은 노인이 되는 것도, 부모의 돌봄을 받던 자녀가 장성해 이제 사랑을 되갚는 일도 모두 자연스럽다.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구름이 움직이는 것처럼. 인생은 우리에게 수많은 드라마를 펼쳐 보이지만 그런 유동성을 인정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림책의 마지막 문장은 “인생은 정말 굉장하다니까요.”이다. 여러분도 이 말에 공감할지 궁금하다.
- 인생이란 고인 물이 아니란다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인간관계. 친밀한가 싶으면 어느새 멀어지고, 절대로 배신할 것 같지 않은 친구가 날 버리고 떠나기도 한다. 상대가 싫어 내 편에서 내치기도 하고 느슨해진 관계를 일방에서 바짝 당기기도 한다. 화산재가 덮치듯 예기치 않은 일이 닥치면 관계는 망가지고 함께 머물던 곳에는 재만 남는다. 그 후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도시 폼페이처럼 그 사람과 함께 한 기억을 지우고 과거 따위는 잿더미 속에 묻어 버릴까?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서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거라 절망하는 까치처럼 생의 의지를 놓아버릴까?
그림책은 어찌할 수 없는 절박한 순간에도 지키고 싶은 가치를 잊지 말라고 당부하는 듯하다. 까치의 마지막 몸짓이 그걸 보여준다. 이미 벌어진 일에 끝없이 마음 아파하거나 자책하는 대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라고, 다친 날개로도 퍼덕여보라고 한다. 그간 가졌고 잃었고 맺었고 풀었던 모든 관계를 그대로 긍정하고 빈터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 비옥한 땅이 폐허가 되었을지라도 중에서
그렇지만 그림책 속 할아버지는 물 아래와 물 위, 두 개의 시간대를 포용한다. 돌아보면 애틋하고 아픈 상실의 기억이지만 한없는 행복의 원천이기도 했던 과거의 시간과 공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 삼아 끊임없이 새집을 지어 올리고 있다. 지난 시간이 없었다면 오늘 이 순간도 없음을, 물 밑에 가라앉은 시루떡 같은 삶의 토대가 없었다면 오늘 내가 발을 딛고 설 이 땅도 없음을 받아들인다. 가족과 함께했던 과거의 추억을 양분 삼아 하루하루 기쁘게 살고, 나아가 내일을 꿈꾼다.
- 과거를 받아들이고 오늘을 살기 중에서
서툴게 죽음을 맞이하지 않기 위하여
생의 순간순간을 빛나게 할 그림책 속 죽음 공부
어린아이가 훌쩍 커가는 모습만큼이나 하루하루 달라지는 노년의 부모님 모습을 지켜보는 일 또한 어느새! 놀랍기만 하다. 동시에 거울에 보이는 ‘나’의 얼굴도 낯설게 느껴진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죽음과 상실, 이별을 떠올리는 일은 늘 두렵고 난감하다. 죽음의 ‘ㅈ’자도 말하지 않으면 나와 내 주변은 비켜 가리라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삶의 마지막 과정인 죽음을 속절없이 당하지 않고 잘 맞이할 순 없을까?
‘웰다잉(Well-dying)’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존엄을 잃지 않고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자는 개념을 일컫는다. 개별 인간의 고유한 삶을 인정하고, 두렵기만 한 죽음을 다른 시선으로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뒤의 상실과 비탄, 애도 후 다시 살아감의 과정을 긍정하며 삶의 의미를 찾게 한다.
이 책에서는 방대한 웰다잉을 그림책과 연결하여 펼쳐 보인다. 그림책은 영유아부터 100세 어르신까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매체로, 간결한 글과 압축적인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는 실로 폭넓고 다채롭다. 그림책 속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생과 사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며 선뜻 이야기를 꺼내기 쉽지 않은 죽음이라는 주제도 부담 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며 소중한 오늘을 살기
죽음이 다가오기 전에 배워야 할 웰다잉
저자는 오랫동안 그림책 전문 강사로서 어린이부터 성인, 학부모 대상 교육부터 초중등교사 대상 직무연수 등 그림책 인성교육, 글과 그림의 서사, 이미지 문해력, 그림책 인문학, 영어 그림책 읽기 등 수많은 강의를 펼쳐왔다. 이제 ‘웰다잉’과 그림책이라는 두 세계를 연결하여 ‘그림책 웰다잉’ 강사로 일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림책이라는 따스한 도구로 독자들과 함께한 경험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를 나누며 늘 우리 곁에 있는 죽음을 통해 각자의 삶에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저자는 오히려 죽음을 배우고 공론의 장으로 끌어낼 때,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외면하지 않게 될 것이라 한다.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었다.
1부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는 죽음이 무엇이길래 우리는 이토록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것인지 두려움의 뿌리를 알아가는 그림책을 살펴본다.
2부 노화와 죽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서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다양한 그림책 주인공들의 모습을 만나본다.
3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에서는 떠나고 난 뒤 남을 이들에게 전하는 소박한 인사와 선물을 공개한다. 그 마음씀이 참 귀하다.
4부 상실과 애도에서는 떠난 보낸 후 남은 이들이 울음을 털어내고 어떻게 텅 빈 마음을 채우는지, 잘 애도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본다.
5부 삶과 죽음의 여러 얼굴에서는 어길 수 없는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삶과 죽음을 미리 겪은 그림책 주인공들을 따라가 본다.
마지막 6부 긍정하기와 다시 살아가기에서는 생을 긍정하며 씩씩하게 죽음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눠본다. 책 속에서 ‘웰다잉’ 관련한 활동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으니 가족, 부모님, 친구와 그림책을 함께 보며 추억을 담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내 생의 그림책 마지막 페이지에는 어떤 그림을 그릴까?
나이 듦과 죽음, 이별, 상실, 애도, 다시 살아감, 마지막 인사는 그림책처럼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일이 바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 조부모, 부모, 친인척, 친구, 지인 심지어 반려동물까지 곁에서 지켜봐야 하고 언젠가는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나이 듦과 일상에 숨어 있는 죽음의 존재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생사의 다양한 모습을 그림책으로 미리 만나보고 각자의 아름다운 엔딩을 상상해 보자. 당신의 그림책 마지막 페이지에는 어떤 그림과 글로 채울 것인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생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 사랑하는 이를 잘 보내고 잘 떠날 수 있을지, 그 깊은 생각의 물결을 이 책과 함께 하길 바란다. 그 진솔한 자리에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하며 서로에게 소중한 추억이 담긴 선물을 주고받길 바란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으니.
작가정보
영유아와 청소년 대상 외국어 교육에 영어 그림책을 도입했다가 그림책 탐구자가 되었다. ‘웰다잉’과 조우한 뒤로는 그림책과 웰다잉이라는 두 개의 광대한 세계를 연결하여 어린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에 관해 이야기하는 폭넓은 만남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림책 죽음 준비 교육, 그림책 자서전 제작, 그림책 생명 존중·나눔 교육, 영어 독서, 시각적 문해력, 그림책 인문학 등을 강의한다. 2023년부터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과 대한웰다잉협회 〈그림책웰다잉지도사 자격 과정〉에서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dellas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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