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망)한 여행
2024년 11월 1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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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21.75MB)
- ISBN 979116782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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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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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휘수X서솔의 완전한 여행 모음집
완벽한 날씨와 완벽한 풍경 안에서 완벽히 잘 맞는 동행인과 탄탄대로 흘러가는 여행이란 과연 가능한 것일까? 미리 짜둔 일정이 차질없이 이어지고, 그 끝에 여행 전부터 계획했던 깨달음을 온전히 느끼고 오는 게 정말 가능하다고? 이 책은 그런 질문으로부터 출발했다.
완전 (망)한 여행 [휘수] 004
세계 지도의 배신 [서솔] 008
01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대한 고찰 [대한민국+휘수] 018
나의 이름은 한국 여자 [시베리아 횡단열차+서솔] 024
02 환승이별과 자전거 여행 1 [대한민국 한강+휘수] 034
환승이별과 자전거 여행 2 [대한민국 낙동강+휘수] 044
03 18살의 카타르시스를 위하려 [일본 도쿄 1+서솔] 054
스마트폰이 없어진다면 [일본 도쿄 2+서솔] 058
04 “이 집은 물이 제일 맛있네.” 금지 [대한민국 강릉+휘수] 068
당신의 득남 소식이 들리던 [캄보디아 씨엠립+서솔] 078
05 취향이 없는 여행자 [일본 도쿄 1+휘수] 090
여행은 여행이다 [일본 도쿄 2+휘수] 096
청춘의 허상 [베트남 호찌민+서솔] 108
06 인종 차별이 가장 심한 국가? [프랑스 파리+휘수] 122
인종 차별이 남긴 것 [체코 프라하+서솔] 128
07 I am almose Senegalese [세네갈+휘수] 140
Hello, Stranger [튀르키예 이스탄불+서솔] 150
08 여행으로 배우는 자본주의 [대한민국 인천 공항+휘수] 160
비행기라는 계급 사회 [독일 비행기+서솔] 166
09 파우스트 읽기 혹은 마시기 [독일 프랑크푸르트+휘수] 174
풀밭 위의 점심 [독일 프랑크푸르트+서솔] 184
10 So French [프랑스 파리+휘수] 194
나는 파리가 싫어 [프랑스 파리+서솔] 206
에필로그
통영 꿀빵의 맛을 아시나요 [서솔] 216
망함에 호방하게 대처하는 법 [휘수] 220
부록
망한 여행 어워드 TOP 3 228
완전한 여행을 위한 질문 238
국사책에서만 보던 사할린 지역 출생 여성과 무려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대화한 순간. 이 대목을 쓰면서도 그때의 경험이 나의 착각인 건지, 거짓의 일화를 만들어 내는 건 아닌지 계속해서 기억을 되짚어 보아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그의 음성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건 ‘진짜 있었던’ 일이다.
-p.26, 「나의 이름은 한국 여자」 중에서
엄마는 원래 그런 사람인데. 무심한 듯 따뜻하고 유머를 잃지 않아 재밌지만, 가끔 짜증 나는. 그게 우리 엄마인데. 아마 나에게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미래가 불안정해서 고민이 많았고 안정을 느끼고 싶어 가족 여행을 계획했다. 여행은 본질적으로 안정적일 수 없는데 모순이 가득한 바람이었다.
-p.76, 「“이 집은 물이 제일 맛있네.” 금지」 중에서
결론적으로 우리의 여행은 ‘망한 여행’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완벽했던 여행도 아니었지만, 각자의 마음에 인상 깊은 풍경은 물론 작은 전환점을 만들어 왔다. 이 사실들로 미루어 보자면, 이 여행을 ‘완전한 여행’으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개고생을 하더라도 그 안에서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켜 돌아오는 것. 그것이 여행의 매력이다.
-p.85, 「당신의 득남 소식이 들리던」 중에서
어깨에 힘주고 대단한 것을 얻어 가려다 양손에는 버튼이 망가진 트렁크 하나만 고스란히 가지고 왔다. 비우고 가야 채울 것도 있다. 가득 채워 간 트렁크 같이 채울 여유가 없었다. 공수래 만수거. 비워서 가서 가득 채워오는 게 여행은 아닐까. 만수래 공수거 했던 일본 여행에서 유일하게 배운 것이다.
-p.103, 「여행은 여행이다」 중에서
이듬해 서솔과 나는 룸메이트가 된다. 막상 집을 구할 땐 한시가 급해 전전긍긍하느라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지나고 보니 괴테의 생가에서 나눈 이 대화가 우리가 좀 더 넓은 집을 구해 같이 글을 쓸 서재를 만들 수 있게 한 건 아닐까?
-p.180, 「파우스트 읽기 혹은 마시기」 중에서
여행이라는 건 언제나 그런 것 같다. 기대했던 것에 실망해도 전혀 예기치 못했던 것에 감탄하고, 감동하고, 그것을 기억 한편에 잘 저장해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좋은 창고를 만들어 오는 것. 프랑크푸르트에서 느낀 찰나의 깨달음 역시 그 창고 안에 잘 수납되어 중요할 때 다시 꺼내볼 수 있을 것이다.
-p.188, 「풀밭 위의 점심」 중에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의 충동과 일탈이 만들어 낸 과거의 여행. 어쩌면 영원히 완전한 여행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휘청거린 덕분에 몰랐던 나와 몰랐던 세상에 대해 알게 된다면 언제라도 망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완전 망한 여행’은 어떻게든 ‘완전한 여행’이 될 테니까.
-p.219, 「통영 꿀빵의 맛을 아시나요」(에필로그) 중에서
세상에 완벽한 여행이란 없다!
망한 기억으로 깨닫는 여행의 본질
망한 여행은 정말 남는 것 하나 없는 여행이었나. 『완전 (망)한 여행』은 허휘수와 서솔의 ‘망한’ 여행에 관한 고찰이다. 각자의 여행 이야기부터 둘이 함께 떠난 여행의 기록까지 모두 담았다. 10여 년 전의 친구들과의 첫 여행, 헤어진 전 연인을 정리하며 페달을 밟던 자전거 국토 종주의 기억부터 가장 최근 함께 다녀온 독일~프랑스 여행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허휘수와 서솔의 거의 모든 여행을 다룬 셈이다.
사실 낯선 곳에서의 하루하루는 모든 게 완벽할 수 없다. 예상대로 흘러가기보다 무언가 자꾸 걸리는 일이 생기고, 기대한 것과 다른 장면들을 마주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 속에서는 동행인과 마찰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그 여행은 기억 속에서 삭제해 버리고 싶은 순간들로만 남지는 않는다. 오히려 돌이켜 봤을 때 왠지 더 오랫동안 남아서 떠올릴 때마다 웃음을 자아내기도, 반성과 성찰 끝에 나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허휘수와 서솔은 바로 그 순간에 집중했다. 그저 떠나보고 싶어서 시작된 여행이 완전히 망해버림으로써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 속에서 진짜 떠나온 이유를 깨닫게 된다. 도망치듯 떠나와 여행을 통해 막연하게 모든 것을 치유하고자 했지만 처음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예기치 못하게 만나게 된 이들로부터 작은 위로를 받기도 하고, 적막한 방에 누워 스스로의 마음을 찬찬히 살펴보기도 한다. 때로는 해외여행에서 겪는 인종 차별이나 소매치기 문제에 날 세워 반응하기도 하지만, 나의 내면에도 차별적인 의식이 있진 않았는지 떠올려본다.
저자들 역시 처음에는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여행을 떠나왔으니 하나라도 더 보고, 뜻깊은 의미를 배워가야 한다는 강박에 몸이 아프기도 하고, 자신이 원하던 자유로운 배낭여행자의 모습에 맞추어 행동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얼마간 절망감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오토바이가 쌩쌩 지나가는 거대한 도로를 건너듯 숨을 크게 들이쉰 뒤,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이기 위해 찬찬히 걸음을 내딛는다.
광란의 오토바이 사이를 지나서 반대편까지 도착했을 때, 나는 내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동안 숨을 참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극도로 긴장해서 참았던 숨을 내쉬자, 온몸에 피가 돌았다.
-114p, 「청춘의 허상」, [베트남 호찌민+서솔] 중에서
그렇게 건너온 곳에는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내 모습이 있을 것이다. 망하면 뭐 어떤가. 오히려 계획에 없던 일을 마주하면서 몰랐던 세계에 성큼 다가가게 되는 것, 여행의 본질은 어쩌면 삶의 모습과도 닮아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허휘수와 서솔은 바로 그 순간을 보여준다.
완전히 망친 여행도 완전한 여행으로
바꾸는 자기 안의 힘
『완전 (망)한 여행』에서 저자들은 보다 내밀한 경험을 공유해 준다. 연말 가족여행에서 엄마와 갈등을 겪었던 경험, 무례한 가이드 때문에 기분이 상했던 패키지여행 에피소드 등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그 기억을 톺아보며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깨닫는다. 엄마와의 갈등은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게 되었을 때가 아닌,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봤을 때 해소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까지 가이드는 무례했지만, 아버지에게는 그 여행이 선물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저자들은 ‘그거면 됐다’고 생각한다. 망쳤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지만 결국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겼다. 그렇다면 모든 망한 여행은 사실 완전한 여행이 아니었을까?
놓아버리는 게 아니라 비워내는 일, 현재에 최선을 다하지만 언제든 비에 흠뻑 젖을 수 있는 마음, 제멋대로인 운명을 향해 두 팔을 벌리는 호방함을 가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224p, 「망함에 호방하게 대처하는 법」, [에필로그+휘수] 중에서
망칠 것을 두려워해서 떠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저자들이 그러했듯, 여행을 망쳐버리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망하게 될지도 모를 순간들을 적극적으로 기다려보자. 계획과 엇나간 일이 닥쳐온다고 해도 어쩌면 그 안에서 떠나온 이유를 찾게 될지도 모르니까.
이제 저자들의 이야기에서 용기를 얻고 기꺼이 여행을 떠나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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