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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그로브 숲을, 읽다

서정애 지음
더블엔

2024년 11월 2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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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7.04MB)
ISBN 9791193653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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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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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제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서정애 작가의 첫 수필집이다.
41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는 동안 삶의 고비가 올 때마다 사진과 글 속으로 숨어들었다.
이십여 년간 까닭 없는 두통에 시달리다 마흔 고개를 넘으면서 답답한 아파트를 떠나 도심 가까운 시골 마을에 자리 잡았고, 쉰 문턱을 넘으면서는 버팀목이 없는 오이 넝쿨 같은 자신을 바라보며 상담 공부에 뛰어들었다. 《양철북》의 오스카처럼 제대로 자라지 못한 유년의 ‘나’, 늘 우기여서 고스란히 비를 맞는 날이 많았던 유년의 ‘나’를 그렇게 마주하며 마음을 쏟아냈다.
틈틈이 글을 쓰고 다듬으며, 네 살 난 딸을 시댁에 맡기고 행상을 나가야 했던 어머니의 시간은 슬픔의 뼈대였음을(〈모죽〉), 젊은 날 아버지는 척박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끈질기게 삶을 이어온 한 그루 맹그로브 나무였음을(〈맹그로브 숲을 읽다〉) 깨닫는다. 할머니의 지난했던 삶은 손녀의 글을 통해 박하향과 물색 치마저고리로 살아나고(〈동고비〉), 숫돌처럼 굽은 할아버지의 조용하게 무딘 것들을 품어낸 삶(〈할아버지의 숫돌〉)은 그리움으로 남았다.
일제강점기의 파란만장한 삶을 지나온 부모님 세대와 그 윗세대의 삶, 교사, 엄마, 아내, 자식으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단단해져온 작가의 삶을 담은 글을 읽다 보면 한 편의 영화인 듯 소설인 듯 빠져들게 된다. 함축미 있는 문장과 운율이 흐르는 글을 읽는 즐거움이 상당하다. 풀등, 곁꾼, 자드락길, 이내, 윤슬 등 아름답고 귀한 우리 단어들을 알게 되는 지혜는 덤이다.
책에는 신춘문예 등단작 〈붉은사슴이 사는 동굴〉을 비롯해 공무원 문예대전 수상작 〈곁꾼〉 〈돌꽃〉 등 수상작 8편을 비롯해 오랫동안 써온 글 43편을 수록했다.
추천의 글 (안성수: 문학평론가, 제주대 명예교수)
작가의 말

1장 붉은사슴이 사는 동굴
붉은사슴이 사는 동굴 (2020년 제주일보 신춘문예 등단)
속긋을 긋다 (2020년 우하수필 문학상 최우수상)
수탉, 스머프
해로
풀등
두레박 (한국교육신문 주최 2012 교원수기 공모 금상)
할아버지의 숫돌
비 그림자
곁꾼 (2013년 공무원 문예대전 은상)
밑술과 덧술

2장 그녀가 가만히 팔짱을 낀다. 곁점처럼
돌꽃 (2019년 공무원 문예대전 동상)
풋바심
꽃자리
모살뜸
백구
삼 이웃 ( 2011년 포항문학 신인상)
곁점
동고비
쿠킹 클래스, 올리바
하얀 방 검은 방

3장 자작나무 사이로
모죽 (2020년 우하수필문학상 우수상)
정원을 연주하다
사량지 둘레
앵무조개의 시간
세상에 둘도 없는 보각
슴베와 자루
장독대 (2011년 수필문학 천료)
모둠밥
옛집, 유년의 기억
자작나무 사이로
겨울, 배풍등

4장 맹그로브 숲을, 읽다
빛, 찰나를 담다
돌채를 짓다
나비물
정원사 새의 둥지 가꾸기
방패연
별 내리는 마을의 모노로그
심지
비보호 좌회전
맷돌 호박
맹그로브 숲을 읽다
와디
다른 세상의 달

맺음말

2020년 제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는
여러 미덕을 겸비한 차세대 기대주로서 높이 평가 받았다.
그는 단단한 문장력으로 자기만의 글 세계를 구축하여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작가의 첫 창작집 《맹그로브 숲을, 읽다》는
수필가로서의 재능과 장점들을 거침없이 내보인다.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서사 조직 능력과
서사 자체를 흥미롭게 들려주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도 만만치 않다.
그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이야기성을 비롯한
흥미성, 개성, 서정성, 철학성, 문학성, 어휘력 등은
그의 타고난 작가로서의 재능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는 작가로 대성하기를 기원한다.
- 추천의 글 (안성수: 문학평론가, 제주대 명예교수) 중에서

어릴 때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성장했기 때문일까. 어른이 되어서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서툴렀다. 외톨이가 된 나는 스스로를 가두었다. 때로는 경계를 넘어 내게로 오는 선의의 사람까지 배척했다. 세상 사람들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했고 조금이라도 비켜섰다 싶으면 자책하고 불안해했다. 그럴 때 사진이 내게로 왔다. 사진은 《양철북》의 오스카처럼 제대로 자라지 못한 유년의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동굴 속에 칩거하고 있는 나를 불러내어 더는 슬퍼하지 말라고 토닥여주었다. 오랜 어둠을 뒤로하고 세상 밖으로 한 발짝 내밀던 날의 그 눈부심을 기억하고 있다.
- 〈붉은사슴이 사는 동굴〉 중에서

쉰 문턱을 넘으면서 버팀목이 없는 오이 넝쿨처럼 자라난, 방향을 잃은 채 땅바닥 위에서 뻗어나고 있는 줄기 같은 나를 보았다. 뒤늦게 상담공부에 뛰어들었지만 혼미했다. 흔들리는 날들이 계속되었고 그 갈피에 불쑥불쑥 우울이 끼어들었다. 속긋을 잃은 글씨는 다시 삐뚤빼뚤해졌다.
- 〈속긋을 긋다〉 중에서

홀깨로 훑은 벼처럼 여기저기 흩어진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비에 젖을 때도 많았지만 쏟아지는 비에도 젖지 않은 비 그림자 같은 것이 있어 때때로 위안이 되어주었다. 맑은 눈빛으로 따르는 학교 아이들, 삶에 지칠 때면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던 오랜 벗들과 동료들, 그리고 엄마….
- 〈비 그림자〉 중에서

요즘 어머님은 거실에서 주방까지 예닐곱 걸음에도 가쁜 숨을 몰아쉰다. 곧 숨이 멎을 듯 헐떡일 때면 산소가 부족한 물고기처럼 내 호흡도 따라서 가빠진다. 슬픔을 많이 겪은 사람일수록 폐 기능이 약해진다고 한다. 초례를 올리자마자 아버님과 생이별을 하고, 꽃을 오려 붙이며 작은댁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버님을 기다리며 지새우던 밤…. 그 슬픔이 어머님의 폐를 좀먹었을 것이다. MRI가 잡아내지 못하는 어머님의 슬픔은 얼마나 크고 많을까.
- 〈돌꽃〉 중에서

살면서 수많은 보릿고개를 넘어왔다. 평생 화수분 같을 거라 생각했던 남편의 사업실패는 가장 큰 시련이었다. 승진을 위해 늦은 밤까지 아등바등했지만 수포로 돌아갔을 때는 좌절했다. 막내마저 타지로 떠난 집에서 빈 둥지 증후군을 오래 앓았다. 주저앉고 싶을 때도 많았고,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처럼 캄캄한 벽을 마주 보고 선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풋바심 같은 것들이 있어 황량한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산나물과 보리 개떡과 대치 조개와 순남 언니와 고모와 삼촌 같은.
- 〈풋바심〉 중에서

젊은 날 아버지는 한 그루 맹그로브 나무였다. 가난한 집안의 맏이로서 거친 삶을 헤쳐 나가야 했다. 기울어져 가는 가세에도 할아버지는 맏이인 아버지를 대도시 공업중학교로 보냈다. 천성이 순한 당신은 불량배들의 꼬임에 빠졌고 그것은 평생 아버지의 발목을 잡았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 수 없어 오랫동안 향촌을 벗어나지 못했다.
엄마가 행상으로 며칠씩 집을 비울 때면 아버지는 만취해서 늦게 귀가할 때가 많았다. 어린 남동생과 나는 허기를 달래려 구운 꽁치 반 토막씩을 들고 당신 마중을 나갔다. 한 입씩 베어 먹으며 찬바람 부는 길모퉁이에서 하염없이 당신을 기다리면 어둠 저쪽에서 낯익은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알음으로 어렵사리 구한 첫 직장인 사방사업소 임시직에 있을 때였다.
- 〈맹그로브 숲을 읽다〉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서정애

달성 현풍 오산동(말뫼)에서 태어났다. 섶다리를 건너 등하교하며 보리깜부기를 따먹거나 밀을 훑어 껌을 만들어 먹으며 유년을 보냈다. 대구교육대학교 졸업, 대구가톨릭대학교 상담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위기가정 아이들의 지속적인 학교상담과, 수석교사로서 수업 컨설팅 공로로 2020년 대한민국스승상을 수상했다. 41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2011년 『포항문학』 신인상, 『수필문학』 천료, 2020년 『제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초등학교 동기인 남편과 《결혼 후 10년》 《지금 그대로 사랑합니다》 《인생은 소풍처럼》을 공저했다. 햇살 문학회 동화 공저 《호미곶 돌문어》 《거인 숭숭이》가 있다.
공무원 문예상, 교원문학상, 우하수필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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