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디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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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3024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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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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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몸을 웅크린 채 두 손을 모으고 완벽한 항복의 자세를 취한 불에 탄 남자의 사체. 남자는 입안에 플로랄 폼을 가득 물고 있고, 그 옆에는 길이가 다른 나뭇가지 두 개가 떨어져 있다. 하수구 안에서 발견된 기이한 이 사체를 시작으로, 또 다른 소사체(불에 탄 시체)가 연속으로 발견된다. 진선을 포함한 형사들은 이를 연쇄살인으로 보고 범인을 쫓기 시작하지만, 쫓을수록 범인의 정체는 흐릿해지기만 한다. 조사를 통해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만, 정연은 분명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의 사건이 어느 순간 기록되기도 한다는 점을 알아챈다.
사체를 불태우는 것 외에 특이한 점이라면, 피해자들이 모두 스토킹, 교제 범죄, 성추행, 성폭행 등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를 저질렀으며 죄의 무게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았거나 무죄 처분을 받았다는 점이다. 경찰 내부에서 이를 두고 ‘단죄’인지 ‘불법 사적 처벌’인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밖에서는 범인의 실마리도 잡지 못하는 경찰의 무능함에 대한 질타가 이어진다.
압도적인 힘, 2m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키, 2m가 되지 않는다면 날아다닐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그리고 시간을 무차별적을 넘나드는 듯한 살해 시점……. “불가능한 가설을 모두 제외하고 나면, 남은 가설이 진실이다. 그것이 아무리 믿기 어려울지라도.” 아서 코난 도일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던 진선은 마침내 남은 단 하나의 가설을 들여다본다. 그러면 모든 게 설명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범인이 시간 여행을 하는……라면 모든 게 설명이 되지 않아?”
2부 - 인터뷰 : 황혼에서 새벽까지
part. 1 ..... 225p
part. 2 ..... 231p
에필로그: 썸데이 도넛 클럽 ..... 241p
작가의 말 ..... 270p
프로듀서의 말 ..... 271p
놈의 주먹에 맞아 쓰러졌을 때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정야. 26년 3개월이 된 내 딸.
그것이 내 마지막 기억이다. 나는 코피를 쏟으며 쓰러졌고, 넘어지면서 신발장 모서리에 뒤통수를 찍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놈은 맥없이 쓰러진 내 팔을 밟고 싱크대 위에 놓여 있던 오래된 장미칼을 집었다.
정야가 비명을 질렀다. 놈은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정야의 손바닥을 벴고, 이어 정신을 잃고 쓰러진 정야의 가슴을 찌르고 목을 그었다. 적어도 내 희망으로는 그렇다. 정야가 정신을 잃은 것이 먼저였기를 바란다. 정야의 몸에서 거짓말처럼 많은 피가 솟구쳤다. 정야의 피가 온 집 안을 적시고 내 몸을 붉게 물들이는 동안 나는 그 애를 생각하고, 사랑하고, 걱정했으며, 그리워했다.
그것에 모든 기력을 썼다.
내가 놈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 그래서였다고 믿고 싶다. 11~12p
명주는 플래시가 켜진 핸드폰을 꼭 쥔 채 하수구 창살 쪽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다가간 하수구 창살 속에는…….
새까맣게 불에 탄 남자가 있었다.
탔다기보다는 그을렸다고 해야 할까. 입고 있던 옷이 피부에 눌어붙고 머리칼이 그을려 재가 됐지만 몸의 형태만큼은 상한 데 없이 온전히 보전되어 있었다. 좁고 네모난 하수구 속에 커다란 몸을 구겨 넣은 채 무릎을 꿇고, 고개는 바닥에 처박고, 두 손은 하늘을 향해 맞잡고 있는 남자는 마치 기도 굴에 들어가 간절히 기도를 하고 있는 독실한 신자처럼 보였다. 22~23p
“일반적으로 연쇄살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반복 학습과 훈련을 통해 숙련도가 향상되는데, 이 사건의 경우 그렇지 않습니다.”
형사들이 일제히 정연을 바라봤다. 이번에도 좀 더 설명이 필요한 이야기였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첫 살인인 2018년 사건에서 이미 완결된 형식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이후에 벌어진 사건에선 오히려 미숙한 면을 보입니다.”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것 아닐까요?”
윤오가 물었다.
“글쎄요.”
정연의 얼굴에 깊고 날카로운 골이 파였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범인은 마치, 시간에 상관없이 무작위로 사건을 선택해 저지르고 있는 것 같았다. 105p
도무지 뭐가 뭔지 아무 기억도 떠오르지 않고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을 땐 그저 가만히 누워 기다린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때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안개가 걷히고, 뭐든 하나가 보이기 시작한다. 대체로 정야와 관련된 것이다. 정야의 이름을 주문처럼 외며 어둠 속에 반듯하게 누워 있으면 또 어디에선가 비명이 들리고, 그렇게 열린 문으로 빨려 들어간다. 장막 너머로 내 인생의 사랑이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절망 같은 기대를 가슴에 품고.
“정야야.”
나는 비늘 같은 막 너머로 정야를 볼 때마다 그 애의 이름을 힘껏 부른다. 부르면 사라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번만큼은 다를지도 모른다, 이번만큼은 돌아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다.
정야. 26년 3개월에서 더 이상 늙지 못하게 된 내 딸.
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규칙 없이 무차별로 떠돌며 그 애를 생각하고, 사랑하고, 걱정하며, 그리워한다. 그 생각과 사랑과 걱정과 그리움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러니 정야야. 언제든 와라. 어떤 모습으로든 와라.
이 꼴이 되어서도 너의 죽음을 돌이킬 힘이 없다. 그것이 나의 주제다. 내게 남은 것은 시간과 앙심뿐. 나 여태, 떨고 있다. 죽지 않고, 떨고 있다. 쉽게 죽거나 하지 않을 거다. 인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죽지 않았으므로 살아, 너를 생각하는 나는, 정야의 모친. 212~213p
“정야, 26년 3개월에서 더 이상 늙지 못하게 된 내 딸.”
심판자가 필요 없는 세상으로 가기 위한 몸부림에 대하여
평온하다는 말마저 진부하게 느껴지는, 수없이 함께 보내왔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믿었던 그 저녁식사 시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함께 된장찌개를 나눠 먹었어야 할 그런 저녁, 금홍은 딸을 잃었다. 그것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만, 끝내 일어나고 말았다. 놈은 금홍이 파를 썰고 감자를 썰다 내려놓은 칼을 들어 정야를 찔렀다. 금홍의 26년 3개월 된 딸. 그리하여 정야는 26년 3개월에서 더 이상 늙지 못하게 되었다. 정야를 찌른 놈은 그대로 달아났다. 죄 없는 생명이 허무하게 스러졌다.
이유 없이 빛을 잃은 생명이 정야 하나뿐이었다면 《블러디 마더》는 조금 다른 소설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훨씬 많은 사람들이 어처구니 없이 목숨을 잃는 현실은 소설보다 더 잔인하기에, 《블러디 마더》는 지금의 《블러디 마더》가 되었다. 명주는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피해 베란다에서 뛰어내렸고, 경신은 불법 촬영 동영상으로 협박당했다. 유진은 머리를 짧게 잘랐다가 ‘묻지 마 폭행’을 당했고, 하영은 길고양이 밥을 주러 나갔다가 맞아 죽었다. 그리고 또 다른 여자들은…… 가해자들에게만 성립되는 이유로, 죽었다.
금홍은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시간 여행을 시작한다. 비명이 들리고,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를 기다릴 때, 금홍은 시간의 틈새로 빨려 들어가 ‘놈’의 앞에 선다. 놈의 살을 찢고, 뼈를 부수고, 심장을 파괴한다. 그리고 흐려지는 시야 너머로 언젠가는 정야가 그 순간에 자신을 불러주길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이들이 있다. 누구보다 잘 알겠지만, 그것은 소설을 읽는 당신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원치 않는 시간 여행과 기약 없는 기다림이 우리가 정말 원하던 것이었을까?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건 한 명의 절대적인 심판자일 수도 있다. 《블러디 마더》가 보여 주는 세상은 그 심판자가 존재하는 때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 우리는 안다. 우리가 끝끝내 원하는 것은 그 심판자가 필요 없는 세상이라는 사실을.
“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떠돌며 그 애를 생각하고, 사랑하고, 걱정하며, 그리워한다.”
한 여자의 세상에서 가장 처절하고 서글픈 핏빛 시간 여행
의지와 상관없는 시간 여행을 하며 금홍이 끝끝내 놓지 못하는 희망은 단 하나다. 언젠가, ‘그날’의 정야의 목소리가 자신을 부를지도 모른다는 것. 그래서 자신이 정야를 구해낼지도 모른다는 것. 그렇게 시작된 핏빛 시간 여행은 기약 없는 외로운 기다림이다. 그 기다림 속에서 읊조리는 금홍의 혼잣말은 처절하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규칙 없이 무차별로 떠돌며 그 애를 생각하고, 사랑하고, 걱정하며, 그리워한다. 그 생각과 사랑과 걱정과 그리움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러니 정야야. 언제든 와라. 어떤 모습으로든 와라.
이 꼴이 되어서도 너의 죽음을 돌이킬 힘이 없다. 그것이 나의 주제다. 내게 남은 것은 시간과 앙심뿐. 나 여태, 떨고 있다. 죽지 않고, 떨고 있다. 쉽게 죽거나 하지 않을 거다. 인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죽지 않았으므로 살아, 너를 생각하는 나는, 정야의 모친. _본문 중에서
금홍은 이토록 처절하게 외로웠다. ‘또 다른 정야’를 만나게 되기 전까지는. 금홍이 우연히 구한 한 소녀가 자신의 아이에게 ‘정야’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 운명적인 만남으로 인해 금홍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게 된다. 고요한 밤 은밀하게 모여 금홍과 함께 밤을 지새우고, 서로의 손을 잡고, 음식을 나눠 먹는 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누군가의 죽음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이 모든 것이 우리의 과도한 피해망상이라 말하며, 어떤 이들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예민하다고, 과격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목소리들 속에서 금홍 또한 말한다. “이것은 모두 벌어진 일”이며, “내가 그 증거”라고. 소설이 쓰이고 읽히는 동안에도 어떤 목소리는 비명을 지르고 어떤 사람들은 조용히 사라지며 어떤 생명은 숨이 꺼진다. “내가 그 증거”라고 말하는 금홍이 말을 끝맺고 책장이 덮히는 그 순간, 모두는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겪는 죽음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벌어진 일이라는 걸. 그리고 “우리가 그 증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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