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겨진 문 뒤에 남겨진 말들

김동인 지음

문학일독 2024년 10월 3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김동인은 일제강점기의 대표적인 소설가로, 한국 근대문학의 선구자 중 한 명이다. 평양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문학에 큰 관심을 보였으며, 한국 최초의 순문예 동인지인 《창조》를 창간하며 문단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대표작으로는 <감자>, <배따라기>, <광염 소나타>, <태형> 등이 있으며, 이러한 작품들은 사회적 현실과 인간의 본성을 깊이 탐구하며 섬세하게 그려냈다.
문학적 활동에서는 주로 단편소설, 평론, 풍자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였고, 인간의 고뇌와 사랑, 그리고 사회의 부조리를 현실주의적 시각에서 묘사했다. 또한, 순수문학 운동을 주도하며 한국 현대문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김동인은 일제강점기라는 어려운 시기 속에서도 예술적 정체성을 지키며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한국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목차

무능자의 아내
벌번반년
좌평성충
석방

책 속으로

기차는 떠났다.
어두컴컴한 가운데로 사라지는 평양 정거장이며 한 떼씩 몰려서있는 전송인들의 물결을 내다보고 있던 영숙이는 몸을 덜컥하니 교자 위에 내던졌다. 그리고 왼편 손을 들어서 곁에 앉아 있는 어린딸 옥순이의 머리를 쓸었다.

"옥순아, 집에 도로 가고 싶지 않니?"

옥순이는 무엇이라 입을 움찔거렸다. 그러나 기차의 덜걱거리는 소리에 옥순이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잠깐 옥순이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던 영숙이는 어린 딸을 위하여 공기침에 바람을 넣어서 잘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옥순이를 눕혀놓은 뒤에 자기는 교자 한편 끝에 바짝 붙어 앉아서 머리를 창에 의지하고 눈을 감았다.
비창하다고밖에는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그의 가슴을 무겁게 하였다. 그것은 괴롭고 무거운 기분이었다. 그러나 또한 어딘지 모르지만 통쾌하다는 느낌이 섞여 있는 기분이었다.
--- “무능자의 아내” 중에서

‘미증유의 중대 방송’ - 정오에 있으리라는 이 중대 방송이 논제의 중심이 되었다.
○○중공업회사 평양 공장이었다.

"아마 소련에 대한 선전포고겠지."

공무과장이 다 알고 있노라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선전포고쯤이야 우리나라는 10년에 한 번씩 으레 했고 3년 전에도 미영에 대해서 선전을 포고했으니 ‘미증유’라는 새삼스레 미증유 운운의 어마어마한 형용사까지 붙여서 예고까지 할 게야 없겠지."

영업과장이 공무과장의 말에 반대했다.

"그럼 무에란 말이야?"
"글쎄."
--- “석방”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김동인

소설가. 1900년 평안남도 평양에서 태어났다.
1919년 문학동인지인 「창조」를 발간하였다. 창간호에 「약한 자의 슬픔」을 발표하였다.
1025년 「감자」, 「명문」, 「시골 황서방」를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작품으로는 「감자」, 「광화사」, 「배따라기」, 「반역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