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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도시로 읽는 영국사

김현수 지음
다산초당

2024년 10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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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75.67MB)
ISBN 9791130658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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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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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속 중요한 사건에는 항상 영국이 등장한다. 그만큼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서 영국이라는 나라의 중요성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셰익스피어부터 빅벤, 비틀스, 프리미어리그 등 다채로운 문화와 양차 세계대전 승전국이라는 역사까지. 저마다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네 지역이 모여 나라를 이룬 만큼, 영국의 도시에는 독특하고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도시들을 따라 거리를 걸으며 풍성한 문화와 흥미진진한 역사를 만나다 보면 자연스레 영국의 정체성을 알게 되고, 나아가 세계사까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들어가는 글
30개 도시로 떠나는 영국사 여행 지도
1부 방어적이고 실용적인 잉글랜드 남부 지역: 색슨족과 주트족 도시들
01 윈체스터 앨프레드 대왕의 명성만이 남은 도시
02 그레이터 런던 민주주의의 멋을 간직한 영국의 수도
03 캔터베리 세계 문화유산이 즐비한 교회의 심장 도시
04 포츠머스 영웅 넬슨 제독을 품은 해군 항구 도시
05 플리머스 세계 제해권을 쥐게 만든 항구 도시
06 브리스틀 신세계로의 첫 항해를 맛본 항구 도시
07 글로스터 해리 포터 촬영지, 그 이상으로 주목되는 도시
08 옥스퍼드 어두운 역사를 간직한 대학 도시

2부 구조적이고 지역 중심적 잉글랜드 중북부 지역: 앵글로족 도시들
09 케임브리지 수많은 노벨상 수상으로 빛나는 대학 도시
10 일리 청교도 혁명의 주역이 남은 도시
11 노리치 중세의 향기와 매력을 머금은 도시
12 콜체스터 로마 제국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은 도시
13 버밍엄 증기기관의 역사를 품은 계몽주의 도시
14 노팅엄 로빈 후드 전설을 품은, 레이스의 도시
15 레스터 의회의 아버지와 장미전쟁의 흔적이 남은 도시
16 코번트리 고다이바의 전설을 품은, 자동차의 도시
17 우스터 소스로 유명한, 대성당의 도시
18 뉴캐슬어폰타인 석탄으로 떠오른 문화 도시
19 요크 흰 장미를 품은 북부교회의 도시
20 킹스턴어폰헐 왕이 관심으로 커진 해안 도시
21 리즈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성공의 도시
22 셰필드 제철로 유명했던 산업혁명의 핵심 도시
23 맨체스터 산업으로 만든 문화유산을 품은 도시
24 리버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항구 도시
25 랭커스터 붉은 장미를 품은 면화 산업 도시

3부 고립적이고 자연 중심적인 잉글랜드 이외 지역: 켈트족 도시들
26 에든버러 종교개혁의 성지이자 스코틀랜드의 수도
27 글래스고 담배 군주들이 활약한 도시
28 카디프 가장 큰 석탄 항구를 품었던 웨일스의 수도
29 스완지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나아가는 도시
30 벨파스트 갈등과 아픔에서 벗어난 북아일랜드의 수도

도판 출처

리코리시아는 13세기 초 영국에서 활동한 유대인 여성 고리대금업자이다. 두 번 결혼했으며, 두 번째 남편은 영국에서 부유한 유대인이었던 데이비드였다. 남편이 죽은 후 재산을 상속받은 리코리시아는 옥스퍼드에서 윈체스터로 이주하고, 고리대금업을 확장하면서 사회적인 영향력도 가졌다. 그는 유대인 사회의 1퍼센트에 속하는 부유한 금융가였다. 그러나 1277년에 자기 집에서 무참히 살해되었다.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세 명은 재판에 넘겨졌지만, 결국 무죄로 풀려났다.
리코리시아의 아들 베네딕트는 동전을 깎는 금속세공업자가 되었다. 그는 중세 잉글랜드와 서유럽의 금속 길드에 속한 유대인이었다. 당시 유대인 법령에 따르면 유대인은 기독교 공동체와 접촉할 수 없었는데, 베네딕트는 이를 어긴 죄로 처형되었다. 윈체스터에서 일어난 리코리시아와 베네딕트의 비극은 중세 영국에서 유대인이 당한 억압과 차별의 대표적인 사건이다.
_윈체스터: 앨프레드의 명성만이 남은 도시, 30~31쪽

에설버트 왕이 기독교를 받아들인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베르타 왕비가 신앙을 고수하며 지내던 어느 날, 로마 교황 그레고리우스가 복음 전파를 위해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사가 이끄는 40명의 선교사를 영국으로 보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은 프랑크 왕국과 친분이 깊었던 켄트 왕국의 캔터베리로 향했다. 그러나 그들이 성문에 이르렀을 때, 이교도인 에설버트 왕은 기독교인들을 거부하고 성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베르타 왕비는 왕에게 “저들은 내 친구이자 멀리서 온 손님이니, 그들을 대접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호소했다. 왕은 결혼할 때 왕비의 종교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그들을 입성시켰다. 왕은 “대륙에서 온 손님이라면 환영하지만 빨리 떠나길 바란다”라는 메시지를 선교단에게 전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사의 설교를 듣고 감명받은 왕이 기독교로 개종하고, 선교사들이 거주하던 세인트 마틴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 서기 596년의 일이었다.
_캔터베리: 세계 문화유산이 즐비한 교회의 심장 도시, 63쪽

HMS 빅토리를 보러 왕립해군기지로 가면 유독 배가 왜 거기에 있는지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막상 배가 있는 항구에 도착해서 보면, 이곳이 1495년에 헨리 8세의 의뢰로 만들어진 오래된 조선소였고 가장 오래 살아남은 드라이 독이 있기 때문임을 알게 된다. 드라이 독은 마른 땅에 배를 지을 시설을 먼저 세운 후 배를 만들고, 배가 완성되면 시설에 물을 넣어 배를 띄워 진수시키는 곳이다. HMS 빅토리는 1765년에 울위치 조선소에서 건조되어 진수된 일급 전함으로서 트라팔가르 해전 당시 넬슨 제독이 최후를 맞은 기함으로 유명하다. 해전에서 심각한 손상을 입은 배는 수리 후에도 2급 전함으로서 오랫동안 임무를 수행했다. 20세기 초 폐선될 운명에 놓였던 배는 1922년 함대 제독 출신이자 항해 연구협회 회장으로 있던 찰스 도브턴 스터디 경이 《타임스》지에 “승리호인 HMS 빅토리의 보존 가치는 일시적인 것이 아닙니다. 우리와 조상들은 이 배를 자랑하고 이 배에서 받은 영감을 후손들도 똑같이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기고하여 수천 파운드의 공공 기금을 확보한 뒤에 포츠머스 조선소 2번 독에 옮겨져 대대적으로 수리되었다. 그렇게 HMS 빅토리는 언제든 활동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배가 되었고, 선박 박물관의 모습으로 매년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이며 왕립해군기지 내 항구에 놓여 있다. HMS 빅토리는 영국 해군의 영광과 전통을 상징하는 선박으로서 후세에도 존경과 감탄을 받고 있다.
_포츠머스: 영웅 넬슨 제독을 품은 해군 항구 도시, 93~85쪽
대학교의 급속한 팽창으로 많은 학생이 도시 내에 유입되면서 이들이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 생겨났다. 주민과 학생 사이의 갈등은 1209년에 두 학생이 한 여성을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주민들은 법적인 절차 없이 이 학생들을 임의로 처형했고, 이에 학교 측은 불만을 품었다. 이 사건 때문에 일부 학생들과 교수들은 옥스퍼드를 떠나 케임브리지에 새로운 대학교를 설립했다. 이후에도 옥스퍼드 주민들과 학생들 사이에는 끊임없는 충돌이 발생했고, 결국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다.

앞서 언급한 카팩스 타워가 있는 사거리 동남쪽 모퉁이에 산탄데르 은행 지점 건물이 있다. 이 자리는 원래 1250년에 개업한 스윈들스톡 태번The Swindlestock Tavern이라는 선술집이 있던 곳이다. 이 선술집에서 1355년 2월 10일 성 스콜라스티카의 날에 주민과 학생 간의 최악의 충돌이 발생했다. 사건은 몇몇 학생들이 선술집의 포도주의 품질에 불만을 표시하고 술집 주인과 언쟁을 벌인 것으로 시작됐다. 이 때문에 난투극이 일어나고, 3일 동안 폭력 사태가 이어졌다. 당시 무장 갱단들이 마을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들어와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학생들 역시 저항했으나, 결과적으로 학생 63명과 주민 30여 명이 사망했다. 이 충돌을 역사적으로 타운 대 가운Town versus Gown 폭동 사건으로 부른다.
_옥스퍼드: 어두운 역사를 간직한 대학 도시, 148~149쪽

스콘석은 9세기 스코틀랜드 왕의 대관식에 쓰였던 네모난 사암으로, 1296년 잉글랜드의 에드워드 1세가 빼앗아 가서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대관식 의자 아래에 두었다. 1950년 이 돌이 도난당한 적 이 있는데, 범인은 스코틀랜드의 대학생들이었다. 스콘석은 다시 잉글랜드로 옮겨졌다가 1996년에 정식으로 스코틀랜드로 돌아가 에든버러 성에 안착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 쪽으로부터 대관식 때마다 이 돌을 런던으로 가져와 대관식 의자 밑에 둘 수 있다는 약속을 받은 후에 돌려준 것이었다.

스콘석과 함께 전시된 왕의 검(스코틀랜드 국검)은 15세기에 제작되어 스코틀랜드 왕들이 대관식에 사용됐다. 이 검 또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찰스 1세가 처형되자 망명지 프랑스에 있던 찰스 왕자(후에 찰스 2세)가 부친을 처형한 올리버 크롬웰을 없애기 위해 1650년에 망명지에서 스코틀랜드로 돌아와 전투를 준비했다. 그러나 크롬웰군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도리어 찰스 왕자가 패배하고 다시 프랑스로 도주했다. 그 과정에서 왕실 관리인은 왕권의 상징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천혜의 요새인 던노타 성으로 왕관과 홀, 보검을 옮겼다. 크롬웰군이 이곳까지 몰려오며 위태해지자, 성 근처 조그만 마을 교회의 설교단 아래에 구멍을 파서 왕관과 홀을 묻고 긴 보검은 두 동강 내어서 교회 내부 뒤쪽 긴 의자 밑에 구덩이를 파고 숨겨 두었다. 다행히 이 보물들은 빼앗기지 않아서 오늘날 에든버러 성에 다시 보관 중이다.
_에든버러: 종교개혁의 성지이자 스코틀랜드의 수도 416~418쪽

특히 1960년대 후반부터 얼스터 지역에서는 아일랜드 독립을 주장하며 민족주의적 목표를 갖고 있는 ‘공화주의자’와 잉글랜드의 통치를 지지하는 ‘충성주의자’ 두 층이 뚜렷해지면서 이들 사이에 갈등이 한층 심화됐다. 이 갈등의 절정이 1971년 12월에 벨파스트 도심에서 발생한 맥거크 술집 폭탄 테러였다. 공화주의자들이 자주 찾는 술집에서 충성주의자들의 얼스터 의용군UVF이 크리스마스 몇 주 전에 폭탄을 터뜨렸다. 이 사건으로 15명의 가톨릭 민간인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이에 분노한 공화주의자들이 소속된 아일랜드 공화국군IRA이 다음 해 7월 벨파스트 시내 여러 곳에서 차량 폭탄을 동시에 터뜨린 ‘피의 금요일’ 사건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인해 9명이 사망하고 130여 명이 다쳤다. 벨파스트는 이런 종파 간의 충돌로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로 불렸으며, 도심에 있는 유로파 호텔은 이 기간에 36번이나 폭탄 테러를 당했다.
_벨파스트: 갈등과 아픔에서 벗어난 북아일랜드의 수도, 470~471쪽

플로팅 하버에서 하구 쪽으로 물길을 따라 두 번째 다리(프린스 스트리트 브리지)를 막 지나면 큰 아트센터가 보이는 앞쪽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동상이 눈에 들어온다. 이탈리아 출신의 탐험가인 존 캐벗의 동상이다. 그리고 동상이 바라보는 맞은편 우측에 그가 항해할 때 탔던 매슈호의 복제품이 엠셰드 박물관 앞쪽 강에 전시되어 있다.

존 캐벗은 1497년에 헨리 8세의 지시로 대서양을 건너 북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다. 이탈리아 태생의 항해사이자 모험가인 그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1492년에 에스파냐에서 출발해 바하마와 아이티에 도달하면서 열린 대항해시대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자신도 향신료와 실크와 같은 귀중한 무역품을 구하기 위해 동인도로 가는 새로운 해로를 찾고자 하는 꿈을 품었다. 역사학자들은 그가 꿈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자금과 정치적 지지를 구하기 위해 브리스틀로 갔다고 추측하고 있다. 당시 새로운 왕조를 세운 헨리 7세는 그의 계획에 관심을 보였다. 헨리 7세는 왕권을 강화하고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브리스틀을 중심으로 한 독점무역을 장려했다. 그래서 1496년 3월에 캐벗과 그의 세 아들에게 왕실 특허를 내주었다.
_브리스틀: 신세계로의 첫 항해를 맛본 항구 도시, 113~115쪽

킵 내부에 전시된 역사를 둘러보면 콜체스터 성의 어두운 사연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1644~1647년에, 이스트앵글리아 지역의 주민들은 매슈 홉킨스라는 남자의 공포에 떨었다. 그는 자신을 마녀 사냥꾼 장군이라고 칭하고, 조수와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며 마녀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그중 하나는 악마의 표식을 찾기 위해 피부를 찌르는 것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억지로 자백받기 위해 수갑 같은 도구를 사용해 고문하거나 물고문 등을 한 것이다. 홉킨스는 단 4년 만에 23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마녀로 고발하고, 대부분은 콜체스터 성에 있는 도시 감옥에 감금해 죽음으로 이어지는 재판을 받게 했다. 또 다른 비극적인 역사도 있다. 1648년 잉글랜드 내전 시기에, 왕당파의 지도자였던 찰스 루카스 경과 조지 라일 경은 성 밖에서 처형당했다. 그들의 피가 흘렀던 자리에는 오늘날까지도 풀이 자라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다. 그 자리를 기념하기 위해 작은 오벨리스크가 세워져 있다.
_콜체스터: 로마 제국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은 도시, 219~220쪽

영국 도시의 골목골목에는
우리가 사랑하는 콘텐츠가 숨어 있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 영향력을 끼치는 나라, 영국
도시로 살펴보아야 눈에 들어오는 생생한 역사를 담다

고대에는 그리스와 로마가 서양의 근간을 만들었다면 근대부터는 영국이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비록 팍스 브리타니카의 시대는 저물었지만 영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광대하다. 왕위 계승권자도 아닌 영국의 해리 왕자가 방미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과 그 가족은 모두가 마중을 나갔고, 윌리엄 왕자가 결혼할 때 미국은 종일 이 뉴스를 보도했고, 왕자비 케이트의 패션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대의 패권국 미국이 영국 왕실의 정통성을 부러워해 영국에 대한 선망의식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흔히 양차 세계대전과 산업혁명과 민주주의의 근간을 세운 신사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다. 또한 셰익스피어부터 시작해 해리 포터나 셜록 홈즈 같은 문화 콘텐츠를 보유한 나라라는 점도 유명하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영국을 잘 알지 못한다. 유럽의 각국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발전해 왔고, 그 중심에는 늘 영국이 있었다. 영국은 가장 오랫동안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선 나라로 59개국에 달하는 유럽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나라다. 영국사를 알면 유럽사를 알 수 있고, 나아가 세계사까지도 살펴볼 수 있다. 우리가 영국의 역사를 꼭 알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21세기에 세계의 패권을 쥔 국가는 영국이 아니다. 하지만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만큼 영국은 여전히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면에서 그 위상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민중이 권력을 가지고 스스로 행사하며 정치를 행하는 민주주의와 21세기의 풍족한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산업혁명이 그 예다. 또한 민족과 종교, 출신지를 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연합 왕국으로서 영국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들만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30개 도시로 읽는 영국사』는 틀에 박힌 역사적 서술에서 벗어나 세월을 거치면서도 그 자리에 남아 축적된 도시 속에 숨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많은 도시 중에서도 지역과 민족 등을 구분해 영국을 대표하는 30개 도시를 엄선했다. 공연과 뮤지컬의 성지가 된 ‘그레이터 런던’은 영국의 정치와 문화, 역사를 모두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도시이며 해리 포터 속 호그와트의 촬영지인 ‘글로스터’는 물론이고, 거리만 걸어도 중세의 흥취를 느낄 수 있는 ‘노리치’, 넬슨 제독을 품은 ‘포츠머스’ 등 도시들은 각각의 이야기를 가지고 우리를 기다린다.

도시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에서부터 시작하는 여행코스를 따라 영국의 30개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국의 정체성과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굵직한 역사적 사건에 더해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30개 도시를 산책해 보자. 문헌 속에 머무는 역사뿐 아니라 도시의 생동감 넘치는 현재의 모습으로 세계를 매혹시킨 영국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이 문화 콘텐츠 강국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방구석에서 나홀로 떠나는 흥미진진한 영국 여행

셜록 홈즈는 소설과 드라마, 영화 등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해리 포터는 수많은 독자를 판타지의 세계로 초대했으며 그 앞에는 셰익스피어 같은 대문호들의 고전들이 있었다. 인도에서 난 찻잎을 이용해 티타임 문화를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나라가 바로 영국이다. 티타임 문화가 유행하기까지는 찻잎을 들여올 수 있도록 신세계로의 항해에 앞장섰던 브리스틀 같은 항구 도시가 선두에 있었다. 이처럼 영국이 세계가 좋아하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도시가 큰 역할을 했다.

맨체스터는 철도와 운하 등을 활용해 면화 산업에 앞장선 도시다. 세계 최초의 여객 철도가 산업혁명의 상징으로 남아 있고, 도심 인근의 트래퍼드 파크에는 산업단지가 세워져 대량의 생산물을 수출했다. 일자리가 생기니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리면서 노동자의 인권은 사각지대에 놓여 그 유명한 피털루 학살이 발생하게 됐다. 이후 맨체스터는 2차 산업에서 벗어나 지식 기반 산업으로 전환하면서 스포츠와 문화를 강화했다. 세계적인 록밴드 오아시스와 프리미어리그에서 대단한 인기를 자랑하는 맨체스터의 축구클럽들도 이러한 배경에서 생겨난 것이다.

흔히 알고 있는 로빈 후드 전설은 노팅엄에서 나왔다. 노팅엄에 가면 로빈 후드 동상이 세워져 있다. 잉글랜드 민담의 주인공 로빈 후드는 법을 어기면서도 정의를 실천하는 인물로, 화살을 쏘아 사람 머리 위에 있는 사과를 관통한 일화로 유명하다. 중산층의 농부나 귀족이었던 로빈 후드가 폭정에 저항하고 백성들과 왕을 위해 싸우며 평화를 되찾는 내용은 그 시대의 십자군전쟁과 반역자 존의 처형, 폭정에 저항하는 서민 정신 등 도시 속에 숨어 있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처럼 도시에 남은 이야기들은 콘텐츠의 원천 소재가 되어 도서, 연극과 공연, 스포츠 등으로 크게 발전해 나갔다. 이렇게 쌓인 결과물들로 인해 영국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문화 강대국이 되었다. 하루아침에 이뤄낼 수 없이 쌓여온 도시 속의 역사가 모여 지금의 영국을 만든 것이다.

민주주의와 산업혁명의 발상지, 그리고 그 이면의 이야기들
다양한 도시 속에 숨은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나다

영국의 대표 도시로 불리는 그레이터 런던은 의회 민주주의의 발상지로 유명하다. 템스강 옆에 있는 웨스트민스터 궁은 여러 역사적 사건을 목격한 곳이다. 모범의회가 열렸던 데다 권리장전이 공포된 후 입헌군주제를 성립한 곳이기에 더욱 그 의미가 깊다. 템스강에서 바라보면 의회인 웨스트민스터 궁과 빅벤이 시의 상징으로 서 있다. 이 구조를 보면 영국 민주주의의 기본인 ‘왕은 군림하지만 통치하지 않는다’라는 입헌 군주제의 정신이 느껴진다. 의회 뒤쪽에 왕의 거주지인 버킹엄 궁이 위치해 있어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 배치로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 시티 오브 런던의 시장인 로드 메이어는 자치권을 가진 길드 홀의 수장으로 매년 직선제로 선출되어 독립적 지위를 지닌다. 이러한 전통이 몇백 년씩 유지되어온 것만 봐도 런던은 과연 민주주의의 발상지다운 면모를 가지고 있다.

산업혁명은 영국 전역에 걸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그 주축으로 크게 성공한 도시로는 리즈를 꼽을 수 있다. 리즈에 있는 커크스톨 수도원은 양 사육과 모직 천을 만들어 재정적으로 독립했고, 자연스레 수도원 근처에 시장이 생겼다. 그러다 시장의 규모가 커지며 리즈는 모직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했고 여기에 운송수단의 혁신으로 운하와 철도를 이용해 다양한 산업의 원료와 제품을 수송하게 되었다. 석탄을 들여와 대량 생산을 하고 완성품 수송까지 가능해진 리즈는 이를 계기로 크게 성장했다.

산업혁명은 경제 성장과 함께 사회를 빠르게 발전시켰다. 문화적으로 발전한 수많은 도시가 대부분 산업혁명의 혜택을 맛보았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니 교육에 힘써 대학교가 설립되었고, 기계가 대체한 일로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스포츠와 음악, 뮤지컬 등 문화 산업이 발전했다. 스완지는 구리 산업에서 벗어나 각광 받는 산업을 키우는 것으로 방향을 틀어 2차 산업 이후, 3차로 넘어가며 가장 잘 적응한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대처에 따라 도시들은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살아남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산업혁명의 그림자도 알아야 한다. 제철로 발전한 셰필드의 주민들은 대다수가 좋은 임금을 받고 깔끔하게 생활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았다. 칼과 포크를 만들 때 강한 힘이 필요한 기계를 쓰다 보니 성장에 영향을 주고 소화 기관에 문제가 생겼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은 정교한 세공을 위해 건조한 숫돌을 쓰는데, 일하다 보면 자세가 틀어지고 미세한 금속 가루를 흡입했다. 그들의 평균 수명은 습기가 있는 숫돌을 쓰는 사람들보다 10년 정도 짧아 35세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16세기부터 드러난 뉴캐슬어폰타인의 노동쟁의와 셰필드의 필드 분노 등 노동자의 문제점이 드러난 도시도 많았다.

이 책은 이외에도 초콜릿으로 유명한 고디바의 모티프가 된 고다이바 전설을 품은 코번트리,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보유한 케임브리지 등 매력적인 도시들을 소개한다. 도시 속에는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어, 도시를 보면 그 지역에 남아 있는 시대적인 흐름과 문화를 모두 맛볼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적인 역사에만 초점을 맞춰 영국을 알아왔다면, 이제는 영국의 도시 속에 있는 진짜 역사를 알아야 할 때다. 도시 속에 남아 있는 영국의 역사는 우리가 지양해야 할 것과 지향해야 할 것 모두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현수

단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와 영국 글래스고대학교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단국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저자는 19세기 영국 외교사를 심층적으로 연구하여 영국사를 통해 민주주의의 본질을 탐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사를 거시적 관점에서 조망해 왔다. 이를 통해 일반인들이 민주주의와 외교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역사적 맥락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이 책에서 그동안 연구차 다녔던 영국 도시들을 되새겨보며 현장에서 직접 대하고 느끼듯 색다른 경험을 토대로 글을 풀어냈다. 독자들이 여행지에 대한 역사적 배경지식을 쌓아 방문하는 도시의 매력을 더욱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도록, 그리고 영국 도시의 핵심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도록 여행 코스를 구성했다.
주요 저서로는 『19세기 영국 외무부 형성사』, 『대영제국의 동아시아 외교 주역, 해리 S. 파크스』, 『영국사』, 『유럽왕실의 탄생』, 『이야기 영국사』, 『History 미래를 여는 열쇠』 등 다수가 있으며, 「디트머의 ‘전략적 삼각’ 이론으로 분석한 영국식 외교정책」 외에 수십 편의 논문도 발표했다.
현재 블로그(https://blog.naver.com/kwd1210)를 통해 대중과의 만남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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