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한양의 똥은 어디로갔을까?
2024년 10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5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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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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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정조 임금, 해금 악사 유우춘 같은 실제 인물과 함께 임금 시해 음모 사건, 전기수 살인 사건, 금광 개발 열풍 같은 실제 사건, 당시 널리 읽히던 연암 박지원의 소설 속 등장인물이 박 도령 이야기에 한데 얽혀 조선 시대 한복판에서 종횡무진하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더한다. 나아가 박 도령의 직업 체험과 연관된 주제를 심화 학습할 수 있는 정보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재미있는 역사 공부가 어떤 것인지 보여 준다.
등장인물 8
1장 양반 체면에 장사라니 11
2장 성균관 유생으로 보낸 하루 29
3장 백정은 사람도 아니란 말이야? 45
4장 임금 시해 음모를 제압하라 61
5장 친환경 농법을 고안한 박 도령 77
6장 그 많던 한양의 똥은 누가 치웠을까? 95
7장 조선의 소매치기 표낭도 검거 대작전 111
8장 노다지를 찾아 금광으로 129
9장 낭독의 달인 전기수 살인 사건의 전말 145
10장 한양의 부동산 정보가 내 손안에 있소이다 163
11장 강 따라 산 따라 장돌뱅이의 애환 179
12장 조선 최초 락밴드가 떴다 197
P15 ~P16
“진짜 고생은 힘든 일 때문이 아니었습죠. 그때 쇤네는 지금처럼 시전 상인이 아니었고,
길가에 좌판을 벌여 놓고 물건을 파는 난전 상인이었지요. 한데 난전은 시전 상인의 밥이었습니다. 시전 상인은 나라의허가를 받은 상인입니다. 그들은 그때 저 같은 난전을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모질게 다루었습지요. ‘금난전권’이라나 뭐라나. 하여튼 그러면서
시전 상인은 난전 상인의 물품을 자기들에게 넘기라 했고, 팔 물건을 자기들한테 사 가도록 했지요. 이해할 만도 합니다. 자기들은 나라에 세금을 바치고 관청에 싼값에 납품하는데, 허가도 받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는 난전 상인이 자기들과 똑같은 물품을 길에서 싸게 파니
화가 안 나겠습니까요.
P24
시전 상인은 시전 상인이 아닌 자가 함부로 물건을 파는 경우 판매한 물건을 압수하고
판매자를 체포하고 가둘 수 있는 엄청난 권리를 부여받았다. 이것이 바로 난전을
금지할 수 있는 권리, 즉 ‘금난전권’이다.
조선 후기 들어 금난전권으로 인한 횡포가 심해지고 난전의 수가 늘어나자 중요한
여섯 가지 품목을 파는 육의전만 예외로 두고 금난전권이 폐지되었다
P51
그래서 기존에 백정이라 불리던 양민은 자신들을 ‘구백정’, 도축하는 백정을 ‘신백정’으로
부르면서 신백정을 몹시 차별하고 멸시했다.
그 차별은 차마 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백정은 어린아이에게도 허리 숙여 인사를 해야
했고, 돈이 있어도 비단옷을 입어서는 안 되며, 결혼할 때 가마를 타면 안 되고, 죽어서도 상여를 쓸 수 없었다. 이를 어기면 어떻게 되느냐고? 그건 조금 뒤에 보게 될 것이다
P66
대한민국 군인은 나라에서 먹여 주고, 재워 주고, 무기도 주지만, 조선에서는 군복, 식량,
무기를 본인이 직접 준비해야 했다.
그래서 직접 군역을 지는 정군을 뒤에서 경제적으로 도와 주는 보인 제도를 두었다.
복무 기간은 어땠을까? 조선은 16세부터 60세까지 무려 44년 동안 군역을 졌다.
44년 동안 계속 군 생활을 하는 건 아니고 매년 두 달에서 여섯 달 정도 군영에 가서
훈련을 받고 토목 공사에 동원되거나 국경 수비를 담당했다.
P103
“선생님, 외람된 질문이지만 혹시 이렇게 똥을 팔아서 한 해에 얼마를 버시는지요?”
예덕 선생이 미소를 지었다. 그건 왜 묻느냐는 표정으로.
“한 6,000냥쯤 되지요.”
선생의 답에 박 도령과 돌쇠가 입을 쩍 벌렸다. 왜 안 그렇겠는가. 당시 한 냥이 5만 원
정도니 연봉이 3억 원 정도 되는 것이니까.
P149
그렇다. 전기수는 사람 이름이 아니라 기이한 이야기를 낭독하는 사람을 뜻한다.
한마디로 책 읽어 주는 남자라고 할까. 조선 후기 들어 소설이 유행하면서 요즘 사람들이 유튜브를 보는 것처럼 너도나도 소설 읽기에 빠졌다. 글을 몰라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나 돈이 없어 책을 빌려 읽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저자나 다리 밑에서 책을 읽어 주는
전기수가 큰 인기를 누렸다. 조수삼이 지은 『추재집』 기이편에 전기수에 관한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전기수는 동문 밖에 살았다. 『숙향전』, 『심청전』, 『설인귀전』 같은 전기를 구술했다. 월초 1일은 청계천 첫째 다리 밑에 앉고, 2일은 둘째 다리 밑에 앉고, 3일은 배오개, 4일은 교동, 5일은 대사동 입구, 6일은 종루 앞에 앉는다. 이렇게 거슬러 오르다가 7일째부터는 그 길을 따라 내려온다. 책을 재미있게 읽어 주기 때문에 그 주위에 들으려는 사람이 빙 둘러싼다.”
P172
“한데, 거간비로 얼마를 받으시는지요?” 박 도령이 물었다. 표 서방의 답을 들은 박 도령과 돌쇠는 억, 하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조선 후기 기록에 “1,000냥을 매매하고 100냥을 받으니”라는 기록이 있다. 수수료로 매매가의 1할, 즉 10퍼센트를 받는 것이니 놀랄 만도 하다. 집주릅이 집에 관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고, 당시 고리대가 연 3할의 이자를 받았다고 하니 이해할 만도 한 일이다. 하지만 집주릅이 많이 생기고 거래가 늘어나면서 수수료도 내려가 구한말 고종 대에 이르면 1퍼센트대로 떨어졌다.
P191
해마다 조선은 중국에 사행단을 보내 공물을 바쳤다. 그러면 중국 황제가 답례로 물품을 주는데, 이것을 가지고 와서 파는 걸 조공 무역이라고 한다. 조공 무역의 주역은 사신단의 통역을 맡은 역관이었다. 중국에 청나라가 들어선 이후 조선의 역관은 청과 일본의 중계 무역으로 막대한 이득을 보았다. 사행단에 참여해 청에 갈 때 인삼을 가지고 가서 판 돈으로 고급 비단인 명주와 명주실, 도자기, 차 등을 들여와 부산 왜관에 있는 일본 상인에 팔아 이익을 챙겼다. 그 차익이 커서 역관 중에 부자가 된 사람이 많았다. 박지원이 지은 『허생전』에 역관이 등장한다. 돈을 벌어 올 생각은 하지 않고 허구한 날 책만 읽는 허생에게 아내가 돈도 못 벌어 오느냐고 구박하자, 허생이 서울 제일 갑부에게 돈을 빌리는데, 그 인물이 바로 변 씨 성을 가진 일본 통역관이었다. 조선 시대 역관은 대외 무역이 금지된 조선에
서 그나마 수출입 산업을 이끌던 산업역군이었다.
조선 시대의 다양한 직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양반집 둘째 아들 박 도령에게 어느 날 아버지의 특명이 떨어진다. 집 안에서 책을 읽는 대신 거리에 나가 실제 삶을 체험하고 오라는 것! 박 도령은 임금 시해 음모 사건이라는 무시무시한 일에 휘말리고 시장에서 악명 높은 소매치기 검거 작전에 투입된다. 소나 돼지를 잡는 백정의 일, 뒷간 똥을 푸는 일, 모내기를 하다 거머리에 물리고 종일 허리 굽혀 사금을 캐는 일 등 온몸이 덜덜 떨려 꼼짝할 수 없거나 멀리 도망가 버리고 싶은 일을 잔뜩 마주한 박 도령. 여러 가지 직업을 직접 체험하며 책으로만 배운 세상과 실제 세상이 무척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동안 열다섯 살 박 도령의 생각이 깊어지고 시야가 넓어진다.
250여 년 전 정조 임금 시대 삶의 현장
박 도령이 살던 이 시기 조선은 인구가 크게 늘고 농업과 상업이 활기를 띠며 다양한 직업이 새로 생겨났다. 또 엄격하게 유지되던 신분제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화폐가 본격적으로 유통되면서 큰 시장이 전국 곳곳에 들어서는 등 조선 사회 전체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런 시대 한복판에서 박 도령은 여러 가지 직업을 체험하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 현실을 비로소 제대로 마주한다.
박 도령은 시전 상인이 되어 쌀가마니를 지고 배달에 나서고, 자기 목표인 성균관 유생 체험을 미리 해 본다. 조선 사회에서 가장 천한 취급을 받는 백정 일을 하다 몽둥이 찜질을 당하기도 하고 한양의 똥을 퍼서 외곽에 가져다 파는 똥 장수도 경험한다. 궁궐 수비대로, 포도군관으로 활약하기도 하고 집을 사고 파는 데 있어 중개 역할을 하는 집주릅, 책을 읽어 주는 전기수, 금광 개발 열풍에 뛰어든 광부, 물건을 가지고 지방 시장을 돌며 파는 장돌뱅이,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 농부 등 박 도령이 한 해 동안 체험한 직업은 열두 가지에 이른다.
박 도령의 아버지 박 진사는 왜 아들에게 이런 임무를 주었을까? 박 도령은 아버지의 뜻을 아는 것도 같고 모르는 것도 같고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물건을 파는 상인은 상인대로, 농사를 짓는 농부는 농부대로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그것을 수행하는 동안 수많은 어려움에 처하기도 하고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천하다고 멸시하는 백정의 일이나 더럽다고 모두가 질색하는 똥 푸는 일을 하는 누군가가 있기에 사회가 유지되고 돌아가는 것이다. 과거 시험에 합격하고 타고난 신분대로 살아가면 되는 줄로만 알았던 박 도령은 억지로 나선 직업 체험을 하며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열심히 공부해서 과거 급제하는 길만 있는 게 아니네?’ ‘사람들 앞에서 맛깔나게 이야기를 전하는 재주가 나에게 있었잖아?!’ ‘강가에서 눈이 빠져라 찾아낸 사금으로 금가락지를 만들어 누이를 기쁘게 해줘야지!’ ‘좋은 물건을 알아보는 눈과 그것을 잘 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도 중요한 일이야!’
역사 속 실제 인물, 실제 사건 속 박 도령을 통해 생생한 역사를 공부하다
박 도령은 조선의 국립대학인 ‘성균관’ 유생 체험에서 정조 임금을 맞닥뜨렸다. 정조는 실제로 성균관에 갑작스레 들러 시험을 치곤 했다. 또 박 도령은 정조의 친위부대 장용영 체험을 하던 중 임금 시해 음모 사건에 휘말렸는데, 이 역시 실제 있었던 사건이다. 이 밖에 거리에서 사람들을 모아 놓고 책을 읽어 주는 전기수 살인 사건, 사금 채취와 금광 개발 열풍, 조선 최고 해금 악사 유우춘의 이야기는 모두 실제 인물과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똥 장수 예덕 선생과 소매치기 표낭도 이야기는 박지원, 이옥 등이 쓴 당시 사회 현실을 다룬 글 속의 등장인물이다. 다시 말해, 상상으로 꾸며낸 시대, 인물이 아닌 실제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을 배경으로 하기에, 박 도령과 더불어 역사의 한 장면 한 장면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박 도령의 좌충우돌 직업 체험을 따라가는 독자는 조선 시대 어느 하루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역사 공부에는 상상이 필요하다. 문헌 기록을 찾아서 달달 외우는 것으로 역사 공부를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사료가 말하는 것에 함축된 의미, 앞뒤 행간을 채워야 포괄적이고 균형 잡힌 이해가 가능하다. 얼토당토않은 억측이나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둔 상상이 역사 공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역사를 보는 눈은 이렇게 키워 가야 하며, 역사를 보는 눈이 바로 서야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역사 공부를 지루하고 딱딱한 것, 나와는 상관 없는 먼 옛날 이야기로 여기는 독자들에게 역사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음을 일깨워 줄 것이다. 더불어 역사가 흥밋거리 정도에 그치지 않도록 심화 학습을 위한 정보와 설명이 든든하게 뒷받침되어 있어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그 많던 한양의 똥은 어디로 갔을까?” 한 번도 궁금해 본 적 없는 이 질문 하나가 조선 시대를 들여다보는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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