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한 남자로 산다는 건
2024년 10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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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3068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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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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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찌질한 면이 누구에게나 있기에 너무 상심할 필요가 없다고. 그리고 그런 것들 때문에 앞으로 나가는데 있어서 주저하면 안 된다고. 김영희는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찌질한 면들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 이 있으면 ‘반’ 있듯이 그런 고리타분한 면 때문에 더 바람직한 인생을 살아갈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이다.
1 수련회에서의 에피소드 |11
2 프롬 나잇(prom night) |25
3 냉장고 안에 있던 피자 |38
4 아빠 미안해 |53
5 엄마와의 분쟁 |67
6 그 사람과의 관계 |83
7 껄끄러운 그런 부탁 |101
8 과거의 일로 인해..|117
9 그녀의 예상치 못한 등장 |131
10 마지막 글 |147
나는 어렸을 때 미국에 산 기억이 있다. 어떻게 촌놈이 미국에 갔는지는 의문이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까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프롬이라는 게 있다. 프롬에 가면 남자와 여자가 짝을 지어서 춤을 추곤 했다. 잘 추는 춤은 아니었지만 그냥 되는대로 춤을 췄다. 나도 춤을 추고 싶었지만 난 찌질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냥 그들이 춤추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나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늘상 하는 게 있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
“혹시 혼자 오셨어요? 저랑 춤추지 않을래요?”
한 여성이 잠시 망설이다가 내 손을 잡는다.
“아, 언제 오셨어요?? 여자가 없나 봐요??”
근데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여기서 멈추면 그 여자를 잃고 만다.
“저에게 여자 많아요. 근데 어쩌다가 그 모든 여자들이 오늘따라 시간이 안 된다는 통보를 해 와서 저 혼자 오게 된 거죠. 이런 기회라도 있어야지요. 해방이라고 해야 되나. 모든 여자들이 저를 원하는데 그게 가끔 족쇄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이런 기회를 빌어서 해방의 꿈을 이루는 거지요..”
그녀는 나를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래도 그녀가 웃는 걸 보니 내 기분은 좋아졌다.
“늘 그런 식으로 여자를 꼬시는 건가요? 그런 식의 허풍을 떨어서?”
“늘 이런 식으로 꼬시지는 않아요. 근데 당신은 정말 꼬시고 싶네요, 오늘 밤에는. 오늘 밤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로지 내 품에 안겨 줬으면 하는데. 그럴 수 있나요?? 오늘 밤에는...”
“뭐 크게 어려운 건 아니지요. 근데 당신이 나를 감당할 수 있으려나?”
그녀는 나를 시험하기 시작했다.
“그럼 한 번 시도해 보시든가.”
근데 나도 그녀에게 밀릴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 밀리면 그녀를 영원히 품에 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말 당당하고 뻔뻔한데요?” “당당함과 뻔뻔함이 저한테는 제2의 성이죠.”
“그래요? 그럼 오늘 한번 좋아 견주어 보시죠! 실력 한번 보고 싶어요! 그 당당함과 뻔뻔함의 실력이 어떤지!”
이렇게 우리는 맺어졌다.
“우리 어디 가서 한잔 하죠. 여기 정말 지루한 거 같은데.”
“똑같은 말하려고 했는데. 정말 지루해서 있을 수가 없었거든요. 바로 나가시죠. 더 이상 망설일 게 없잖아요?”
우리는 술을 진탕 먹었다. 그녀는 나를 유혹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나는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나는 찌질한 남자이니까. 찌질한 남자의 끝을 그녀에게 보여주지 않는 이상 나는 그녀의 유혹에 넘어갈 수는 없었다.
“당신 정말 대단하네?? 내 필살기도 안 먹히는 건 정말 이게 처음인데.”
“나는 보통이 남자들과는 달라. 나를 너무 만만하게 본 거 아니야?”
“맞아. 처음에는 만만하게 본 게 사실이야. 근데 지금은 그런 생각 안 해. 당신 나를 가질 만한 자격이 있어...”
그렇게 지질한 남자는 그녀를 가지고 말았다. 그날 밤에.
“당신에겐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어.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는.”
“나에게?? 그게 뭘까?? 난 그런 소리 또 처음 듣네. 난 항상 찌질한 얘기밖에 못 해서 그런 건 좀 나한테 좀 낯서네...”
“이제 그럴 필요 없어 당신은 그런 얘기를 아주 많이 들을 테니까. 나에게.”
“이제 당신 포기하는 거야? 멋진 남자 만나기로 하는 거?”
“내가 왜 그런 걸 포기해? 나는 그런 거 절대 포기 안 해..게다가 당신 만났잖아. 당신은 아주 멋진 남자야. 찌질한 남자가 아니라..”
그렇게 찌질한 남자는 오늘 밤 승리를 하고 말았다. 태극기를 미국에 꽂고 왔다. 찌질한 남자가 이렇게 쓰이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물론 이건 언제나 내 상상력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상상 속일지라도 그녀들을 안지 못하는 찌질한 남자들이 이 세상에 즐비하게 널렸다.
그리고 나는 거기 계속 하지 않고 말이다. 찌질한 남자의 승리는 영원하다. 그리고 계속 되는 거다. 내일에도 나는 계속 찌질하게 살 것이다, 그날까지.
한동안 가뭄에 시달렸다. 물리적으로 햇볕이 너무 강해 농작물들이 마르고 나 역시 작품 기근에 시달렸다. 아무리 쓰려고 해도 도저히 작품 구성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조금 펜을 잡다가도 금방 그 펜을 놓기 일쑤였다. 점점 나를 옥죄어가는 시계추가 나를 정신적 미로에 가두었다.
“나는 도대체 지금 뭐하고 있는 걸까?”
“이런 시공간 하에서 나는 이렇게 외롭게 지내도 되는 건가?”
한참 동안 이런 생각을 한 뒤에서야 비로소 글자 두세 개를 거머쥘 수가 있었다.
“이제서야 조금씩 진도가 나가는 구나..”
“이제서야 조금씩 빛이 보이는 구나..”
[찌질한 남자]는 그런 것이다. 나와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그의 캐릭터는 나와 매우 유사한 것이다. 고가의 선물을 사면 아쉬워하고
나를 미워하면서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 ‘찌질한 남자’의 손을 들어주고 만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말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영희
오랜 시간 동안 편집과 디자이닝 일을 했다.미술을 탐구하고 영문학을 공부했다. 한때 무의미하게 여겨졌던 공부들은 글을 통해 새로 재탄생되었다. 최대한 오랜 시간 동안 글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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