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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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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2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2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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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8.94MB)
ISBN 979116985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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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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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년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은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수천 년 동안 이어온 군주제를 폐지하고 공화제를 도입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대부분의 역사책은 프랑스 대혁명을, 대다수인 민중이 소수 지배 세력의 압제에서 벗어나 주권을 갖게 된 의미 있는 사건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역사책이 외면한 어두운 사실이 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혁명 세력인 민중이 기득권과 지배층을 대상으로 잔인한 만행과 살해를 일삼았다는 점이다. 혁명 세력은 귀족과 성직자들을 발가벗긴 채 조리돌림을 하다가 끔찍한 방식으로 처형했고,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폭력과 살해가 거듭되자 피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무분별한 약탈과 살인 행각이 여러 곳에서 자행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때 학살에 가담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에는 선량하기 그지없던 상점 주인이나 소심한 공증인 등의 소시민이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혁명의 피바람이 지나간 뒤 그들은 다시 선량한 주민이 되어 평화로운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들에 대해서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은 채.
프랑스 대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일어난 일련의 사건과 현상들은 우리 인간의 독특한 특성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개별적으로 독립된 인간이 지닌 인격과 성품에 상관없이 군중에 속하는 순간 전혀 다른 성격과 행동을 표출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반드시 역사적 변혁기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현재의 일상에서도 심심찮게 경험하게 된다. 평소에 식견이 탁월하고 분별력을 가진 사람들조차 어떤 무리에 속하거나 그 무리를 대변할 때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판단과 선택을 할 뿐만 아니라, 지적 수준 역시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의사였던 귀스타브 르 봉은 프랑스 대혁명 때로부터 100년 가까이 이어온 프랑스 격동의 근대사를 관찰하면서 개별적 존재일 때와 군중의 일원일 때 인간의 인격과 심리가 현격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1895년 『군중 심리』를 펴냈고, 이 책은 사회심리학의 초석을 놓았을 뿐 아니라, 출간 이후 전 세계의 지도자 그룹이 교범으로 삼는 필독서로서의 지위를 단 한 번도 내려놓지 않았다. 이 책이 인간관계에서 오는 수많은 의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동시에 ‘군중’ 또는 ‘대중’이라는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움직일 것인가 하는 문제에 통찰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 탁월한 결과물은 인류 사회에 해악을 끼치기도 했는데,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전제주의와 선동 정치에 영향을 미친 까닭이다. 즉 『군중 심리』는 누구의 손에 있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책이다.
『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는 『군중 심리』의 프랑스 원전을 완역했을 뿐만 아니라, 독자의 이해를 돕는 도판과 캡션, 해설을 풍부하게 덧붙인 최신 한국어판 버전이다.
머리말

Preface 피지배층이었던 군중이 지배 세력으로 떠오른 오늘의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가?

Part 1 독립된 개인과 군중 속 개인의 의식은 어떻게 다른가?
: 군중의 정신 구조

Chapter 1 군중 속에서 개인의 개성이 완전히 소멸되는 이유
: 군중의 정신적 단결에 관한 심리 법칙

Chapter 2 군중은 선인가, 악인가?
: 군중의 감정과 도덕성

1. 군중과 민족은 어떻게 다른가? _ 군중의 충동성, 변덕 그리고 격분
2. 군중의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인과 지도자가 취해야 할 전략 _ 군중의 피암시성과 경신
3. 군중은 기꺼이 거짓에 속을 준비가 되어 있다 _ 감정의 과장과 단순화
4. 군중은 태생적으로 보수적이다 _ 군중의 편협성과 권위주의, 보수성
5. 왜 때때로 군중은 한 개인이 결코 발휘할 수 없는 높은 도덕성을 보이는가? _ 군중의 도덕성

Chapter 3 군중은 머리를 따르지 않고 심장을 따른다
: 군중의 사상, 추론 그리고 상상력

1. 군중은 사상과 감정을 동일시한다 _ 군중의 사상
2. 비판 능력을 상실한 군중에게 논리적 근거는 무의미하다 _ 군중의 추론
3. 군중이 만들어낸 영웅의 실체 _ 군중의 상상력

Chapter 4 종교가 없는 사람도 때때로 신을 따른다
: 종교적 형태로 구현되는 군중의 모든 확신


Part 2 군중은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다만 누군가의 생각을 따를 뿐이다
: 군중의 견해와 신념

Chapter 1 각 나라의 국민과 민족이 저마다의 특성을 지닌 이유
: 군중의 신념과 견해를 결정하는 간접 요인들

1. 유전자에 새겨진 강력한 암시 _ 민족
2. 익숙한 것으로 새롭게 다가가라 _ 전통
3. 견해와 신념의 진정한 지배자 _ 시간
4. 법과 제도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는 이유 _ 정치 제도와 사회 제도
5. 가장 평균적인 것들의 잘못된 결합 _ 학습과 교육

Chapter 2 이해시키지 말고 주입하라
: 군중의 견해를 결정하는 직접 요인들

1. 명칭만 바꾸어도 모든 것이 새로워진다 _ 이미지, 단어 그리고 경구
2. 군중은 언제나 진실보다 욕망을 중시한다 _ 환상
3. 아무리 혹독한 경험이라도 그것은 다음 세대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_ 경험
4. 군중의 이성에 호소하지 말고 감정을 자극하라 _ 이성

Chapter 3 우리는 왜 비인격적인 지도자를 선택하고 마는가?
: 군중의 지도자들 그리고 그들이 군중을 설득하는 수단

1. 군중은 항상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_ 군중의 지도자들
2. 정치판에 거짓이 난무하는 이유 _ 확언, 반복, 전파
3. 지도자의 가장 강력한 요건은 매력이다 _ 위신

Chapter 4 여론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이유
: 군중의 신념과 견해의 가변 한계

1. 철학적 오류와 논리적 모순이 있어도 신념은 흔들리지 않는다 _ 고정불변의 신념
2. 오늘날 신념의 유통 기한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_ 군중의 유동적 견해


Part 3 노동자들은 왜 같은 노동자 출신의 선거 후보자에게 투표하지 않는가?
: 다양한 군중 범주의 분류와 정의

Chapter 1 군중이 결합하는 다양한 방식들
: 군중의 분류

1.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도 군중을 이룰 수 있다 _ 비균질적 군중
2. 학연, 지연이 뿌리 뽑히지 않는 이유 _ 균질적 군중

Chapter 2 다른 민족을 학살한 국민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이유
: 범죄적 군중

Chapter 3 대학 교수들의 모임이 구두장이들의 모임보다 나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 중죄 재판소의 배심원단

Chapter 4 군중과 대등한 위치에 있는 지도자란 존재할 수 없다
: 유권자 군중

Chapter 5 의회는 집단 지성이 아니라, 소수 권력을 대변한다
: 의회 군중

특정한 목적을 위해 모인 군중은 민족의 역사적 생애에서 언제나 큰 역할을 해왔으나, 그 역할이 오늘날만큼 중요했던 적은 없다. 군중의 무의식적 행위가 개인의 의식적 활동을 대체하는 양상은 현시대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다.
_ 「머리말」 10~11쪽

인간은 사상이나 감정, 관습 등과 같이 자기 안에 내재한 것들의 지배를 받는다. 그리고 그런 인간의 정신이 발현되고 욕구를 표출한 결과물이 바로 제도와 법이다. 그러니 우리 정신의 시녀인 제도와 법이 어떻게 우리의 정신을 바꿀 수 있겠는가.
_ 「머리말」 12~13쪽

과거에는 실재했으나 지금은 사라져버린 수많은 사상의 잔해 위로, 또 혁명으로 줄줄이 부서져버린 그 숱한 정권들 속에서 유일하게 일어선 것이 바로 군중 세력이다. 그리고 그 힘은 머지않아 다른 모든 세력을 흡수하고 말 것이다. 오랜 신념이 가물거리다 사라지고 사회의 낡은 기둥들이 차례로 무너지는 동안 그 어떤 것에도 위협받지 않고 점점 더 위세를 키우는 것은 오직 군중 세력뿐이다. 우리가 살아갈 이 시대는 진정한 ‘군중의 시대’가 될 것이다.
_ 「Preface 피지배층이었던 군중이 지배 세력으로 떠오른 오늘의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가?」 23쪽

특정한 상황 아래에서 결집한 사람들은 그 상황 속에서 새로운 특성, 그러니까 각 개인의 특성과는 매우 판이한 특성을 갖기 마련인데, 이때 의식을 가진 인격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집단 일체의 감정과 생각이 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그러면 일시적인지만 뚜렷한 성격을 지닌 집단정신이 형성된다.
_ PART 1 「Chapter 1 군중 속에서 개인의 개성이 완전히 소멸되는 이유」 43쪽

실제로 평상시라면 평화를 추구하는 공증인이나 덕망 높은 법관이 되었을 선량한 부르주아지들이 혁명기에 이르러 가장 과격한 국민 공회 의원이 되었고, 이후 혁명의 폭풍우가 지나가고 나자 본래의 평화주의자로 되돌아오기도 했다.
_ PART 1 「Chapter 1 군중 속에서 개인의 개성이 완전히 소멸되는 이유」 46쪽

군중은 어떤 자극이 가해지느냐에 따라 관대하거나 잔인할 수 있고, 용맹하거나 소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군중에게 가해지는 자극은 어떤 식으로든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욕망을 억누를 만큼 언제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군중은 매우 다양한 자극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데다 항상 어떤 자극을 좇기 때문에 몹시 변덕스럽다. 냉혹하고 잔인하던 군중이 눈 깜짝할 사이에 관대해지거나 용맹해지는 것도, 사형 집행인이던 군중이 곧잘 순교자로 돌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_ PART 1 「Chapter 2 군중은 선인가, 악인가?」 65쪽

이러한 사건들은 군중의 증언이 사건을 밝히는 증거로서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는지 보여준다. 논리학 개론서에서는 수많은 증인들의 일치된 증언이 어떠한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 확고한 증거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군중 심리에 관한 우리의 지식에 비추어본다면 완전히 개정되어야 하는 내용이다. 가장 많은 사람이 관찰한 사건일수록 가장 의심스러운 사건인 법이다. 요컨대 수천 명의 사람이 어떤 일을 동시에 목격했다면, 실제로 일어난 일과 그들이 공유하는 이야기는 완전히 다를 가능이 매우 높다.
_ PART 1 「Chapter 2 군중은 선인가, 악인가?」 86쪽

문명을 일으킨 것은 이성이 아니라 공상이었다. 역사 속에서 수많은 신전을 짓게 하고 광활한 제국을 건설하며 신의 권능을 지닌 위대한 지도자를 탄생케 한 것은 감정과 공상이었다. 만약 군중이 하나하나 이성적으로 따졌다면, 역사 속의 그 모든 일들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성으로는 군중을 계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해야 할까?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인간이 이성의 힘을 빌렸다면, 공상과도 같은 환상에 이끌려 열정적이고도 대담하게 문명을 일으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를 이끄는 무의식의 산물인 공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_ 「Part 2 군중은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다만 누군가의 생각을 따를 뿐이다 : 군중의 견해와 신념」, 210~211쪽

이상이 점차 소멸하면 민족은 그들에게 응집력과 통일성, 힘을 부여하던 가치들을 차츰 상실한다. 이 때 개인은 여전히 인격적으로나 지성적으로 성장할 수 있지만, 민족의 집단 이기주의는 지나치게 발달한 개인 이기주의로 대체되고, 민족의 기개와 실행력도 약화되어 버린다. 그러면 일체성을 갖고 하나의 집단을 형성했던 민족은 결국 응집력이 없는 개개인들의 집합체가 된 채 그저 전통과 제도만 앞세우며 한동안 인위적으로 유지될 뿐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개인들은 각자의 이해와 열망에 따라 분열하지만,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지극히 사소한 행위마저 지도해줄 누군가를 기다리게 된다. 그러면 이때 개인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을 만큼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가 등장한다. 과거의 이상을 완전히 잃어버린 민족은 결국 고유의 정신마저 완전히 잃고 만다. 그런 민족은 그저 무수히 많은 독립된 개인으로 흩어진 최초의 모습, 즉 군중으로 되돌아간다.
_ 「Part 3 노동자들은 왜 같은 노동자 출신의 선거 후보자에게 투표하지 않는가? : 다양한 군중 범주의 분류와 정의」, 371~372쪽

“《르몽드》가 ‘세상을 바꾼 20권의 책’으로 선정한 불멸의 고전!”

“왜 현명하고 분별력 있는 사람이 무리에 섞이면
무지한 군중으로 전락하는가?”

군중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요즘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일단 이런 말을 꺼내놓고 시작한다.
“오늘 정치 얘기 꺼내면 벌금입니다.”
다른 건 다 양보할 수 있어도 정치적 입장에 관한 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 왜 그럴까? 일단 어떤 정치적 입장을 피력하는 순간, 지금 당장 그 자리에 없고 얼굴도 본 적 없지만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수많은 사람과 정신적 연대를 형성하면서 ‘심리적 군중’에 속하기 때문이다.
귀스타브 르 봉은 『군중 심리』에서 인간은 군중에 속하는 순간 독립된 개인의 인격을 완전히 상실하고 군중에 속한 구성원으로서의 새로운 특성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개별적 인간으로서의 인격과 군중의 일원으로서의 인격이 따로 존재한다는 말이다. 귀스타브 르 봉의 이러한 지적은 다양한 사람을 접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평소에는 남의 의견을 잘 수용하던 사람이라도 정치적 견해가 충돌할 때면 발끈하는 경우가 더러 있고, 자신이 속한 세대와 계층, 성별을 대변할 때면 주장과 말투가 평소보다 강고해지는 일이 다반사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군중이라는 존재의 실체를 먼저 알아야 한다. 군중은 특정한 지도자나 사건, 환경으로부터 전파된 신념과 사상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기화한 사람들이 이룬 집단이다. 이때 군중은 그 신념과 사상을 감정과 동일시한다. 그래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이 자신이 수용한 신념과 사상을 비판하는 것은 자신을 공격하는 행위로 다가오고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되는 것이다. 군중이 신봉하는 신념과 사상은 쉽게 무너뜨릴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을 설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군중은 도덕 수준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군중을 이룬 사람들이 쉽게 폭도로 변하거나 혼자서는 도저히 감행할 수 없는 일들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은 수적 우세에서 오는 우월감과 익명성으로 인해 처벌받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심리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다수의 사람이 한 가지 일을 행할 때면 그것이 비윤리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응당 해야 할 사명을 수행한다는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왜 어떤 사람들은 거짓임이 빤한 가짜 뉴스에
기꺼이 속아 넘어가는가?”

군중이 신념을 강화하는 방식

군중은 자신들이 수용한 신념과 사상을 점점 강화한다. 자신들의 신념을 해치는 것이라면 보편적 상식에 기대어 판단할 때 사실과 진실임이 분명한 사안이라도 철저히 거부한다. 반면에 거짓임이 너무나도 빤하며 왜곡되고 과장된 주장이라도 자신들의 신념에 부합한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실제로 귀스타브 르 봉은 군중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야 할 정치인과 지도자라면 논리적 근거를 내세우기보다는 군중의 환상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연설해야 한다고 말한다.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 세르주 모스코비치는 르 봉에 대해 ‘대중 사회의 마키아벨리’라고 평했는데, 르 봉이 군중을 대하는 방식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마키아벨리의 가르침과 일견 유사해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군중 심리』가 히틀러와 무솔리니, 마오쩌둥 등 전제주의와 선동 정치를 표방했던 인물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신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거짓조차 진실로 받아들이는 군중의 특성이 오늘날 가짜 뉴스가 팽배한 현실을 형성한 밑거름인 셈이다.


“왜 노동자들은 같은 노동자 출신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는가?”

군중이 신봉하는 지도자의 특징

선거철이 되면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인데, 왜 우리 국회에는 노동자 출신 의원이 거의 없는 것일까? 왜 국민 대다수가 자신들의 처지를 가장 잘 알고 자신들을 대변할 수 있는, 같은 계층의 지도자를 선택하지 않는가? 이 책은 이 의문에도 답한다.
선거철이 되면 국민은 ‘유권자 군중’을 형성한다. 군중의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가 강력한 지도자를 원한다는 점이다. 인류 역사 속에서 선량하고 어진 군주가 드문 이유는, 군중이 항상 강력한 신념으로 무장하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군주를 원했기 때문이다. 독립된 개인은 인간의 선하고 어진 면모를 미덕으로 여기지만, 군중의 도덕 기준에서 선의(善意)는 나약함의 일종이다. 그리고 군중은 자신들과 대등한 위치에 있는 지도자가 아니라 우러러볼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 다만 지도자의 위신이 한 번 꺾이면 그때부터는 군중의 심판이 기다린다. 신격화된 지도일수록 저따위 인간에게 머리를 숙였다는 군중의 자괴감이 복수심으로 돌변해 더욱 가혹한 심판이 가해진다.


“인간 사회의 어떤 분야도 이 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간과 세상에 관한 거의 모든 의문을 해결해주는 책

이 책은 인간관계와 세상살이에서 갖게 되는 숱한 의문을 해결해준다. 영리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내린 어떤 결정이 그보다 못한 사람들이 내린 결정보다 왜 별반 나을 게 없는지, 교육열이 최상위권인 대한민국에서 실업률이 점점 높아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왜 주식 시장에서는 따는 사람보다 잃는 사람이 많은지, 아파트 값이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왜 까닭 없이 불안 증세가 도지는지, 왜 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지, 지난 역사에서 일어난 오류와 실수가 왜 오늘날에도 되풀이되는지, 뛰어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왜 대중에게 먹히지 않는지, 어떤 민족이 선택한 지도자가 왜 그 민족의 평균적인 의식 수준을 넘어설 수 없는지, 왜 기능이 비슷한데도 어떤 제품은 대중에게 사랑받고 어떤 것은 외면당하는지 등등 수없이 목격하는 현상들의 원인이 무엇인지 답해준다.
또한 이 책은 어떤 상황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처신하고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통찰을 전해준다. 르 봉이 내린 군중에 관한 정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성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무의식과 본능에 순종하는 무리.’ 하지만 바로 이러한 군중의 특성 때문에 인류 문명이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 르 봉의 해석이다. 군중이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 그 숱한 대공사에 동원되고 화살이 빗발치는 전장으로 뛰어들 수 있었으며 쇠락한 체제와 정권을 무너뜨리는 마지막 세력이 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나는 군중에 속할 것인가, 독립된 개인으로 사유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언가에 현혹된 듯 한 방향으로 우르르 몰려갈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주식 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의 오랜 파트너였던 찰리 멍거의 말을 되새겨보자. “대중을 따라 하는 것은 평균으로 후퇴하겠다는 말이다.”

작가정보

Gustave Le Bon
1841년 5월 7일 프랑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150킬로미터 떨어진 전원 마을 노장르로트루에서 지방 관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당시에는 아들이 가업을 잇는 전통이 있었으나 르 봉은 시골 생활에도, 관리라는 직업에도 전혀 마음을 두지 않았다. 1860년부터 파리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1866년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의료 현장보다는 의학 관련 연구와 집필 활동에 매진하는 한편 독학으로 영어와 독일어를 공부했다. 1870년 7월 프로이센-프랑스 전쟁(보불 전쟁)이 일어나자 군의관으로 참전했다. 이때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며 인간 심리에 관한 글을 써서 호평을 받았다. 이어 1871년 전쟁에서 패한 프랑스 정부가 공화정을 폐지하고 군주제로 돌아갈 움직임을 보이자 분노한 시민들은 자체적으로 선거를 치러 파리 코뮌을 세웠다. 마치 중국 근대에 일어난 문화 대혁명 때처럼 군중은 과거의 권위주의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신념에 사로잡혀 문화적 가치가 높은 기념물과 건물을 마구 파괴했다. 이 두 가지 사건을 겪으며 르 봉은 군중 심리에 관한 연구를 계획하게 된다.
이후 유럽, 아시아, 북아프리카 등을 여행하며 여행기를 다수 발표했고, 낙마 사건을 겪은 뒤에는 승마 기술과 말을 조련하는 방법에 관한 책을 펴내기도 했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정열적으로 집필 활동을 펼치던 그는 1894년 펴낸 『민족 진화의 심리학적 법칙』을 통해 석학으로서의 명성을 얻었고, 1895년에 발표한 『군중 심리』는 출간 1년 만에 19개 언어로 번역될 만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제1차 세계 대전의 비극을 겪은 뒤 인간 심리에 관한 연구에 전념하던 중 1932년 12월 13일 세상을 떠났다.

홍익대학교 예술학과와 불어불문학과에서 공부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 Monde)〉의 자매 월간지인 《르몽드 디클로마티크(Le Monde Diplomatique)》의 번역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혼자를 권하는 사회 : 주눅 들지 않고 나를 지키면서 두려움 없이 타인을 생각하는 심리학 공부』 『내면의 삶』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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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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