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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증후군

윤고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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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2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9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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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7213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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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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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 있고 부조리하며”(〈가디언〉) “삶의 가치라는 뒤엉킨 주제들을 교묘하게 파헤친다”(〈북리스트〉)라는 평을 받으며 한국 최초로 대거상 번역추리소설 부문(Crime Fiction in Translation Dagger)을 수상한 윤고은의 데뷔작이자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무중력증후군》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1996년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은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심윤경,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의 최진영, 《표백》의 장강명, 《다른 사람》의 강화길, 《체공녀 강주룡》의 박서련, 《탱크》의 김희재, 《멜라닌》의 하승민 등 한국문학에 새로운 활력을 보탠 작가들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무중력증후군》은 “달처럼,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상상을 즐기는 사람의 살가운 글맛”(한강 소설가)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붕 뜬 것 같으면서도 두 발을 땅에 딱 붙이고 있는 묘한 소설”(정이현 소설가)이다. 달의 증식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동안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원시(遠視)와 근시(近視) 혹은 거시와 미시의 적절한 안배를 통해”(심진경 문학평론가) 거침없는 필치로 그려낸다. 대담하고 재기 발랄한 서사 속에서 작가는 대중의 위기의식마저 이용하려 드는 자본주의적 욕망과 일상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의 탈주를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해낸다.
무중력증후군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
추천의 말

도시에서는 촉수를 곤두세워 더듬어야 할 일이 끊이지 않고 제공된다. 그것이 내가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종종 예기치 않은 파업이 일어나며, 자연사할 확률이 시골보다 낮다. 그러나 나를 도시적 인간으로 증명할 만한 사실은 한 가지뿐이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 심지어 대량생산되는 뉴스까지도. _7쪽

또 시작되었다. 이 과장의 종말론. 종말이 올 것을 예고하는 게 아니라, 이미 우리는 종말 후의 지구를 살고 있다는 이론이다. 이 과거형 종말론에 따르면 1918년에 치명적인 독감이 이미 지구를 몇 조각으로 갈라놓았다. 1919년에는 변종 바이러스가, 1920년에는 강대국들의 야망이, 그런 식으로 지구는 현재까지 계속 종말에 종말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_18~19쪽

달의 번식 이후로 ‘종말’은 인터넷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사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종말이 다가온 것이 아니라 종말을 설명할 또 하나의 이유를 찾은 것뿐이었다. 국경을 넘어 지구 전체를 마감할 거대한 이유를. _31쪽

두 번째 달의 기운은 어떤 구름에도 산란되지 않았고, 그대로 지구에 도달했다. 달빛을 받은 사람들은 증발했다. 엄마도 그들 중 하나였다. _71쪽

퓰리처는 내가 엄정한 심사를 거쳐 발탁된 대상이라고 했다. 그 엄정한 심사의 기준이란, 최근 6개월 동안 병원 방문 횟수가 아흔 번 이상이어야 하고, 다섯 가지 이상의 병세로 방문한 것이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완치되지 않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딱 내 얘기였다. _84쪽

달이 늘어난 후로,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무언가를 그만두거나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_145쪽

산 사람들 살기에도 좁아 죽겠는데, 죽은 사람들까지 안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달에 무덤을 보내는 겁니다. 납골당 형태로 말이죠. 1년에 두 차례씩 성묘를 가느라 도로 위에서 줄을 설 필요도 없다는 거, 짐작하시겠지요? 굳이 우주선을 쏘아 올리지 않아도,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달까지 충분히 전달되지 않겠습니까. 한가위 달을 보며 저기에 우리의 소원을 들어줄 부모님이 계시다고 생각하는 풍습이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어찌 아름답지 않겠습니까? _172쪽

밤마다 구급차가 응급한 소리를 내면서 골목을 가로질렀다. 과거의 페스트는 도시를 고립시켜 대응했지만 오늘날의 무중력증후군은 지구 전체의 문제였다. 그것은 마스크를 쓰거나 손을 깨끗이 씻거나 날고기를 먹지 않는 정도로는 해결될 수 없었다. _240쪽

퓰리처는 ‘에코 투어’라고 말했다. 재앙의 현장을 보면서 우리 삶을 돌아보고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여행. 확신에 차서 말하는 퓰리처의 모습을 보니 그럴듯했다. 서해안에 사람들이 몰려야 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검은빛 바다라니 그 작명은 껄끄러웠다. _254쪽

어쩌면 달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범죄를 계획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들킬 때까지 계속할 거짓말을. _283~284쪽

“달이 번식한 후 무중력자들이 거리로 나왔다.
그들은 본심을 숨기고 지구에 동화된 척하고 살아왔노라 고백했다”
분열하는 일상 속에서 경쾌하게 펼쳐지는 무중력 세계

주인공 노시보는 뉴스홀릭이다. 휴대전화를 통해 실시간 뉴스를 받아보고, 댓글까지 모두 살펴야 직성이 풀린다. 그는 부동산 회사에서 근무하며 주로 전화 영업을 하는데, 한 번도 거래에 성공해본 적은 없다. 판에 박힌 듯한 일상이 계속되던 어느 날 달이 두 개로 늘어난다. 과학계는 발칵 뒤집히고, 종말론이 퍼지면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퇴사와 자살이 속출한다. 달로 이주하겠다는 무리도 등장하는데, 이들은 중력을 거부한다는 의미에서 ‘무중력자’라고 불린다. 무중력자들은 지구를 떠나기 위해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리거나 집을 떠나 홀연히 사라진다. 사회가 혼란에 빠진 와중에 세 번째 달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논쟁을 벌이고 우왕좌왕한다. 평소 몸이 좋지 않았던 노시보는 달의 증식 이후 병원에 더 자주 들락거리는데, 마침 달과 관련된 기삿거리를 찾던 송영주에게 인터뷰 제안을 받는다. 네 번째 달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이 기이한 현상을 점점 수용한다. 달나라 여행 상품이 등장하고, 달에 납골당을 운영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송영주는 기사를 통해 노시보의 병명을 발표한다. 무중력증후군! 그러자 의사들은 병원에 찾아온 이들을 모두 무중력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사람들은 같은 병을 앓기 시작하고, 심지어 무중력증후군을 사고파는 일까지 벌어진다. 달은 여섯 개까지 늘어난다. 그렇지만 달에 관한 뉴스는 더 이상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한다. 한때 흥했던 무중력 관련 사업들은 급속도로 인기를 잃는다. 그리고 일곱 번째 달이 뜨기로 예정되었던 밤, 달의 증식에 관한 비밀이 밝혀진다. 사람들은 다시 한번 혼란에 휩싸이고, 뉴스에서는 새로운 증후군이 소개된다.

긴 봄, 정말 달이 늘어났던 것일까. 우리의 상상력이 늘어났던 것일까. 어디선가 또 하나의 달이 떠오른 것이 아닐까. 양치기의 거짓말에 지쳐 진짜 늑대를 보지 못한 사람들처럼, 어딘가 진짜 달이 떠오른 것은 아닐까. _283쪽

“이 소설 덕분에 한국 소설의 밀도는 더욱 깊어졌고,
상상력의 자기장은 더욱 넓어졌다”
기발하고도 유머러스한 윤고은 문학의 출발점

윤고은의 첫 장편소설 《무중력증후군》은 출간 당시 신선한 문체, 예측 불가능한 상상력,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대인의 고뇌와 무력감을 핍진하게 묘사하면서도 “소외의 무거움은 가볍게, 상처의 잔혹함은 경쾌하게” 다루어 호평받았다. 놀라운 신예의 탄생을 알렸던 《무중력증후군》은 팬데믹과 기후 위기를 거치며 종말론이 팽배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근작 《불타는 작품》이 국내 출간 전부터 영미권에 수출될 만큼 어느덧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윤고은의 출발점을 톺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장정으로 거듭난 《무중력증후군》은 특별한 의미와 감동을 준다.

작가정보

저자(글) 윤고은

2008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1인용 식탁》 《알로하》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장편소설 《밤의 여행자들》 《해적판을 타고》 《도서관 런웨이》 《불타는 작품》, 산문집 《빈틈의 온기》 등을 썼다. 이효석문학상, 대거상 번역추리소설 부문(Crime Fiction in Translation Dagger) 등을 수상했다.

작가의 말

이 소설은 빵 봉지의 성분표를 읽다가 시작되었다. ‘보름달’이란 이름의 빵이었는데, 빵 대신 진짜 달을 이 봉지에 넣으려면 어떤 성분을 기재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급기야 직접 달의 성분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거기 적어둔 몇 가지는 기억난다. 자외선 차단제, 몇 종류의 색소, 보정용 코르셋 같은 것. 그 상상은 하늘을 컨베이어 벨트 삼아 흘러갔다. 밀봉된 달이 하나, 둘, 셋, 넷…… 어디론가 유통되고, 뉴스가 된다. 버려진 빵 봉지를 가만히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무중력증후군》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이 소설의 하나뿐인 시작점이 아니라 시작이 될 많은 가능성 중에 하나였다. 유일한 게 아니라는 점 때문에 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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