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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다정한 전염

크리스 앤더슨 지음 | 박미경 옮김
부키

2024년 10월 02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0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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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1.93MB)
ISBN 9791193528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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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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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남을 도울 때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한다. 그러나 왼손이 알게 한다면, 그것도 가능한 한 많은 왼손이 알게 해서, 무수한 손들이 힘을 합쳐 함께 도울 수 있다면 어떨까? 전 세계에 지식 나눔을 실천하는 TED의 대표 크리스 앤더슨은 지금 시대의 초연결성이 바로 이러한 ‘다정한 전염’을 가능케 한다고 말한다. 소셜 미디어는 분노와 갈등만 퍼뜨리는 게 아니다. 평범한 개인의 소소한 선의에서 기업가들의 통 큰 기부에 이르기까지, 종류와 크기를 막론하고 타인을 향한 관심과 연민, 돕고 베풀고 나누고자 하는 인간의 선한 충동이 네트워크를 타고 바이러스처럼 퍼질 때,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이 책은 감동적인 사례들을 통해 증명한다. 각자 도생이 아닌 서로 돌봄의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개개인이 지나친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도 지혜롭게 동참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
휴대폰만 열면 분노와 이기심, 갈등과 분열의 장면들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희망과 낙관을 갖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위기감이 커질수록 인간은 ‘나’에서 ‘우리’로 시선을 돌리는 존재다. 최악의 상황에 절망하기보다, 우리 안에서 최선을 이끌어 내는 실천적 해법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에서 단단한 희망과 영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추천의 글
프롤로그: 널리 퍼뜨릴 가치가 있는 궁극적 아이디어

1부 관대함도 전염이 되나요

1장 다정한 전염의 원리
무모한 도전 ㆍ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기적 ㆍ 끝없이 퍼지는 선한 바이러스

2장 초연결 시대에 달라진 관대함의 규칙
비물질이 물질보다 중요하다 ㆍ 비물질은 무한대로 나눠 줄 수 있다 ㆍ 다들 지켜보고 있다

3장 이기적이지 않은 선행은 없다
칸트도 틀릴 수 있다 ㆍ 부자들의 지갑을 여는 세금보다 빠른 방법

4장 우리 안에 숨은 선한 본능
타인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연민 ㆍ 이기적 유전자는 어떻게 이타적 인간을 만드는가 ㆍ 똑같이 반응하려는 충동 ㆍ 도마뱀 뇌 VS 성찰적 자아 ㆍ 관대한 사람이 더 행복하다 ㆍ 우리는 서로 보살피도록 설계되었다

5장 미스터리 실험
행운의 선물 1만 달러 ㆍ 행복을 나누면 200배가 된다

2부 당신도 기버가 될 수 있다

6장 누구나 줄 수 있는 여섯 가지 선물
타인을 향한 관심 ㆍ 다름을 포용하는 다리 놓기 ㆍ 지식의 공유 ㆍ 인적 네트워크 ㆍ 사소하고도 특별한 환대 ㆍ 예술적 재능

7장 친절에 날개를 다는 법
감정에 말을 걸라 ㆍ 상상을 뛰어넘는 창의성을 발휘하라 ㆍ 뼛속까지 용기를 내라 ㆍ 협업을 도모하라 ㆍ 증폭기를 활용하라 ㆍ 별것 아닌 선의가 누군가를 구한다

8장 착한 뉴스를 전파하라
미디어 스토리텔링의 불편한 진실 ㆍ 더 나은 세상을 전하는 뉴스 ㆍ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알게 하라

9장 효율적 이타주의자 되기
선의를 방해하는 의혹들 ㆍ 올바른 질문을 던지라 ㆍ 국가, 종족, 시대를 넘어서라 ㆍ 레버리지를 고려하라

3부 선의로 연결된 세계를 상상하기

10장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인터넷
당혹과 실망으로 보낸 10년 ㆍ 어쩌다 이토록 나빠졌을까 ㆍ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ㆍ 소셜 미디어가 할 수 있는 일

11장 선한 기업이 미래를 주도한다
탐욕만 추구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ㆍ 머스크와 초바니, 파타고니아의 성공 비결 ㆍ 당신은 생각보다 더 큰 힘이 있다 ㆍ 우리가 기업에 바라는 미래

12장 자선 활동의 진정한 잠재력
착한 사업에는 왜 자금이 부족한가 ㆍ 목표를 키워야 큰돈이 모인다 ㆍ 당신의 담대한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ㆍ 오직 꿈꾸는 이들이 세상을 바꾼다

13장 타인에 대한 감당할 만한 의무
그래서 어디까지 도와야 할까 ㆍ 모두를 위한 기부 서약 ㆍ 최대의 자선으로 이룰 수 있는 세상 ㆍ 열다섯 살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14장 이젠 당신 차례다
관대한 삶을 위한 일곱 가지 질문 ㆍ 친절 팬데믹

에필로그: 혐오와 분열에 맞서는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충동
초대장 | 감사의 글 | 참고 자료 | 주

프롤로그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얻은 가장 뜻깊은 교훈을 꼽으라면, ‘힘을 발휘하는 데 꼭 사이즈가 클 필요는 없다. 그저 전염성만 있으면 된다’라는 점이다. 어떤 개체든 패턴이든 자기 복제가 가능하다면 영향력을 무제한으로 행사할 수 있다. (...) 그런데 전염성이 있다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무언가에 감염되면 오히려 세상을 더 좋게 바꿀 수도 있다. 그게 뭐냐고? 바로 관대함이다. 타인을 향한 선의와 친절을 전염시킬 방법을 알아낸다면, 갈수록 갈등하고 분열하는 세상을 바꾸고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 수 있다.(15~16쪽)

2장 초연결 시대에 달라진 관대함의 규칙
“친절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사람들은 흔히 정신이 나갔냐면서 코웃음을 칩니다. #ArtistSupportPledge가 세계적으로 퍼졌을 때, 난생처음으로 친절이 멍청하거나 어리석거나 물러터진 게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어서 참으로 기뻤습니다. 친절은 세상을 향한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대응 방식입니다.” (54쪽)

아마도 인간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쁜 짓을 저지르다 걸릴까 봐 경계할 때 가장 나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이 올바로 행동하도록 부추기고자 격려와 영감을 주는 도구를 당근처럼 활용하는 데 전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긍정적 보상만 활용한다면, 누구나 다 최선의 자아를 유지하겠다고 결심할 것 같지 않다. 가장 힘든 시기일 때, 압박받고 있을 때, 너무 많은 책임이나 요구를 감당하지 못할 땐 특히 그럴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인터넷에 힘입은 평판은 우리의 미래에 의미심장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예수님은 우리를 지켜보실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 확실히 지켜보고 있다.(62쪽)

3장 이기적이지 않은 선행은 없다
이제는 관대함을 복합적 요인으로 유발된 의식적 전략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누군가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고 싶다.’ ‘나는 옳은 일을 하고서 뿌듯한 기분을 맛보고 싶다.’ ‘나는 사람들이 내 선행을 본받게 하고 싶다.’ ‘나는 이게 다 궁극적으로 내 평판을 높일 수 있어서 신난다.’ 이러한 동기를 다 수용한다면, 관대함에 관한 대화에 흔히 따라오는 트집과 위선이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65쪽)

4장 우리 안에 숨은 선한 본능
136개국에서 23만 명의 응답자를 분석한 결과 굉장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에 자선단체에 돈을 기부했다고 보고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유의미하게 더 행복했다. 이때 행복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는 연소득이 두 배로 늘어난 것과 같았다. (…)컬럼비아대학교의 엘리자베스 던 교수가 앞장서서 이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던은 TED 강연에서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들려주었는데, 유아들조차도 자신이 간식을 받았을 때보다 그 간식을 나눠 줬을 때 행복 지표가 더 높았다고 한다.(94~95쪽)

“한 시간 동안 행복을 원한다면 낮잠을 자라. 하루 동안 행복을 원한다면 낚시를 해라. 한 달 동안 행복을 원한다면 결혼을 하고, 일 년 동안 행복을 원한다면 재산을 물려받아라. 평생 행복하길 원한다면 남들을 도와라.”(97쪽)

6장 누구나 줄 수 있는 여섯 가지 선물
우리는 대부분 시간을 자기 세계에 빠져 지낸다. 다른 사람들이 겪는 문제에 끼어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공연히 내 삶이 더 복잡해질 뿐이니까. 그래서 보호막을 친다. 그 말인즉슨 우리의 관심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시야에서 가려진다는 뜻이다. 관심이라는 관대함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그런 보호막을 거두고, 시간을 들여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쓰는 데서 오는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하는 것이다.(119쪽)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카페 고객들이 다른 사람의 커피값을 한 잔 더 계산해서 누구든 마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보통은 가난한 사람이나 노숙자가 이용하지만, 때로는 힘든 하루를 보낸 사람이 요청할 수도 있다. 낯선 사람의 작은 친절은 그들이 중요한 사람임을 일깨워 주고 고달픈 삶을 견디도록, 심지어 아름답게 느끼도록 해 준다. 호의를 베푸는 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지도 않는다. 그저 당신이 막 음미하려는 작은 사치를 다른 누군가도 간절히 원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된다. 그러면 그들에게 선뜻 그 선물을 줄 수 있다.(122쪽)

8장 착한 뉴스를 전파하라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따라 형성된다. 즉 듣는 대로 믿고, 믿는 대로 우리가 누구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세상을 실제보다 더 나쁜 곳이라고 믿도록 스스로 속이고 있다. 그것도 아주 효과적으로. 이런 잘못된 믿음 때문에 우리는 덜 신뢰하고 덜 희망적이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 하는 것이다. 본의 아니게 분열과 불신과 역기능으로 우리 자신을 몰아 간다.(189쪽)

인류는 소수가 범하는 악행이 아니라 다수가 행하는 선행으로 정의된다.(196쪽)

에필로그
인간은 누구나 남들에게 베풀 잠재력이 있습니다. 베풀고 싶은 충동은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타인의 욕구에 마음을 열기만 해도 쉽게 깨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시간과 돈, 창의력을 나눠 주면, 그에 상응하는 반응이 일어납니다. 일단 시작되면 관대함은 들불처럼 번질 수 있습니다. 한 사람에서 다음 사람으로 전달되면서 감동의 물결이 퍼져 나갑니다. 인간의 선한 능력을 집단적으로 목격할 때, 우리는 오늘날 만연한 냉소주의를 극복하고 공동의 대의를 위해 한데 모일 수 있습니다.(316~317쪽)

“보다 공평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읽으라” - 빌 게이츠

김경일, 이해인, 김하나, 스티븐 핑커, 알랭 드 보통,
앤드류 솔로몬, 뤼트허르 브레흐만 강력 추천!


결국 선한 것이 이기고, 다정한 것이 살아남고,
인간은 서로 돕고 나누고 보살피는 존재라는
믿음에 대한 감동적인 증거

관대함으로 세상을 바꾼다니, 너무 이상적이고 순진한 소리 아닐까. 사회는 갈수록 각박해지고, 사람들은 점점 더 이기적이 되어 간다고들 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이 일군 TED의 성공이야말로 그의 주장에 대한 반박할 수 없는 증거다.
엘리트 지식인들끼리의 비공개 오프라인 컨퍼런스였던 TED를 더 크게 키워보겠다고 다른 사업도 접고 여기에 매달린 앤더슨은 첫 10년간 예상외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다 온라인 동영상이라는 신기술이 막 생겨났을 무렵, 시험 삼아 웹사이트에 올린 영상 몇 개가 그야말로 ‘터졌다’. 그는 돌연 딜레마에 빠졌다. 비영리 단체답게 모든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무료로 공유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면 누가 굳이 큰돈을 내고 강연을 보러 올까?(강연 참가비는 당시 TED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확신이 서진 않았지만 결국 ‘무료 공개’를 택했다.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영상에 감동받아 환호하는 시청자들로 웹사이트 방문자 수가 치솟았고, 강연 내용을 현지 언어로 번역하겠다며 각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발 벗고 나섰다. 이후 3년간 TED의 수입은 열 배 이상 증가했다.
TED의 인기가 높아지자, 자기네 도시에서도 강연을 개최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쇄도했다.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각국 주최자들이 알아서 할 수 있게 무료 라이선스를 발급하기로 했다. TEDx는 ‘x라는 지역에서 자체 조직된 TED’를 뜻하는 용도였지만, 실제론 브랜드의 역량을 곱하기로, 아니 기하급수적으로 늘려 주었다. 이제 TED는 자신의 귀한 시간과 재능을 기꺼이 제공하고자 하는 사람들 덕분에 지구촌 곳곳의 스포츠 경기장, 오페라 하우스, 열대우림, 난민 캠프에서도 열리는 행사가 되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건대, 콘텐츠를, 더 나아가 브랜드 자체를 나눠 주기로 한 것은 앤더슨과 그의 동료들이 내릴 수 있는 가장 현명한 결정이었다. 그 결과로 오늘날 TED는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리처드 도킨스, 제인 구달, 마이클 샌델, 미셸 오바마 등 내로라하는 명사들의 지식과 영감을 100개 이상의 언어로 전 세계에 전파하며 해마다 10억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앤더슨은 이 모든 일이 ‘관대함의 전염성’이라는 마법 덕적대분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다정한 힘을 더욱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고 활용한다면, 갈수록 갈등하고 분열하는 세상을 좀 더 살 만한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지금 우리 곁에서 벌어지는 감동적인 사례들로 증명해 낸다.


타인을 향한 관심과 연민,
돕고 나누고 베풀려는 인간의 선한 충동은
바이러스처럼 전염될 수 있다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자극적인 뉴스들이 눈길을 사로잡기에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을 뿐, 선행은 늘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조슈아라는 미용사는 어느 날 퇴근길에 마주친 노숙자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다가가서 인사를 건네고 공짜로 머리를 깎아 주겠다고 제안했다. 청소년 자살률 기사를 보고 충격받은 울프라는 여성은 자신이 정신과 의사도 심리치료사도 아니지만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담은 표지판을 제작해 지역 주민들에게 마당에 세워 달라고 부탁했다. 지팡이 없이는 걷기도 힘든 99세의 무어는 코로나19로 궁지에 몰린 의료진을 돕겠다며 자기 집 정원 100바퀴 돌기 챌린지로 모금 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결코 대단한 부자도, 기발한 천재도 아니다. 오늘 지하철에서 지친 내게 자리를 양보해 준 사람, 낯선 동네에서 헤맬 때 친절하게 길을 알려 준 사람처럼 지극히 평범한 이웃들일 뿐이다.
인간에게는 받은 대로 돌려주려는 성향이 있어서, 악행에는 복수심이, 선행에는 보답하고자 하는 욕구가 뒤따른다. 적대감은 적대감을 낳고 친절은 친절을 낳는 것이다. 게다가 꼭 자신이 친절의 수혜자가 되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제삼자에게 선행을 베푸는 모습을 보거나 듣기만 해도 영향을 받는다.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 같은 연구자는 특정 행동이 인간 네트워크를 통해 극적으로 퍼져 나간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는데, 관대한 행동의 경우 조너선 하이트가 말한 ‘도덕적 고양(moral elevation)’에 의해 그 효과가 증폭된다. 타인의 선행을 목격하면 따뜻한 감정이 들면서 그 행동을 따르고 싶게 되고, 결국 친절의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여기에 더해 오늘날의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는 이 연쇄반응을 극적으로 증폭시킬 잠재력이 있다. 머리를 깎는 동안 노숙자가 들려준 인생 사연에 감명받은 조슈아는 틈만 나면 거리로 나가 노숙자들의 공짜 미용사를 자처했다. 그가 노숙자들의 다양한 사연과 헤어컷 사진을 #DoSomethingForNothing(대가를 바라지 말고 뭐든 하라) 해시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려 화제가 되면서, 이는 하나의 사회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울프의 표지판과 무어의 챌린지도 소셜 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예상치 못한 성과를 거뒀다. 무어는 100세 생일에 정원 100바퀴 돌기에 성공하며 당초 목표했던 금액을 훌쩍 넘어 무려 3200만 파운드(한화로 540억 원)를 모금했다. 어떤 사람은 자살을 시도하러 가던 길에 울프가 제작한, ‘포기하지 마세요’라고 쓰인 표지판을 보고 그길로 집에 돌아가 가족에게 우울증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옛날 같았으면 기껏해야 수십, 수백 명 사이에나 퍼졌을 이런 일들을 이제는 순식간에 무수히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 즉, 관대함의 전염성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기적이지 않은 선행은 없다”
‘의도’보다 ‘효과’에 주목하라

그러나 선한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확산시키려면,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몇 가지 제약을 넘어서야 한다. 먼저, 어떤 행동을 선행으로 볼 것이냐부터가 문제다. 흥미로운 설문 조사를 하나 살펴보자. 프란시스라는 사람이 자선단체에 5000달러를 기부했고, 그 돈이 한 아이의 시력 회복에 필요한 수술비로 쓰였다는 소식을 전하자, 97퍼센트의 응답자가 그의 행동이 ‘관대하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프란시스가 억만장자이며 악덕 고용주라는 사실을 밝히자, 그 비율이 51퍼센트까지 줄었다. 상황을 재설정하여, 프란시스가 기부에서 수술까지의 과정을 유튜브에 올려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했다고 하자, 그의 행동이 ‘관대하다’는 평가는 56퍼센트에 그쳤다. 그러나 그 유튜브 영상을 본 100명 이상이 크게 감동하여 자기들도 아이의 시력 회복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는 사실을 알리자, ‘관대하다’는 평가가 81퍼센트로 늘어났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 대부분은 기부의 실제 결과보다도 기부자의 의도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우리는 선행이란 계산해서 나오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행을 도덕성 테스트로 삼는다면 몰라도, 널리 퍼뜨려 세상을 변화시킬 도구로 삼고자 한다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다. 착한 일을 해서 기분이 좋아지고 남들한테 칭찬받는 것도 자신에게 이로운 일이다. 그런 이득조차 없다면 선뜻 선행을 베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드라마 〈프렌즈〉에서 조이의 대사처럼, “이기적이지 않은 선행은 없다.”
어떤 사람이 학교에 돈을 기부하고 뉴스에 크게 보도되었다면, 자기 홍보라는 이기적인 의도와 함께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길 진심으로 바라는 이타적 욕구가 함께 작용했을 수 있다. 우리는 이제 베푸는 행위 이면의 이런 복합적 동기를 인정해야 한다. 저자는 자기 평판을 위해 관대함을 베푸는 사람들을 오히려 대놓고 칭찬하라고 권한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이 선하게 행동하도록 설득할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물론 자선 행위로 자신의 허물을 덮으려는 위선적인 기업가나 정치인처럼 비판적으로 따져 봐야 할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떤 행동이 정말로 위선인지 확실하지 않으면, 일단은 선의로 해석”하라. “뭐가 됐든 베푸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니 비판할 꼬투리를 찾는 대신 먼저 격려하고, 그다음에 더 나아질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편이 낫다.” 모든 사람이 타인의 동기에 냉소적 시선을 보내는 세상은 그 자체로 암울해질 것이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알게 하라”
친절에 날개를 다는 법

인간은 기회보다 위험에 더 민감하도록 설계된 까닭에 위협, 분노, 혐오는 이목을 확 끄는 반면, 진지하고 선량한 이야기는 지루하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100명이 사망한 뉴스는 특종으로 다뤄지지만, 아동 질병 퇴치에 일생을 바친 이들 덕분에 옛날 같으면 어제 죽었을 뻔한 아이들 2만 1000명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소식은 좀처럼 화젯거리가 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은 다정함을 전염시키는 데 치명적인 장애물이다. 그렇다면 선한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만들면 어떨까? 착한 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소름 돋게 만들 수는 없을까?
구독자 수 세계 1위의 유튜버 미스터비스트는 이 방면에 통달한 인물이다. 〈시각 장애인 1000명이 난생처음 앞을 보게 되다〉라는 영상에는 실제로 그의 후원으로 백내장 수술을 받은 시각 장애인들이 나온다. 그들이 눈을 떠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보고서 놀라고 기뻐하는 모습은 1.8억 명의 시청자를 감동시켰다. 도쿄에서 시작된 ‘쓰레기 줍는 사무라이’는 쓰레기를 줍는 평범한 행동에 사무라이 복장이라는 창의적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틱톡과 유튜브에서 주목을 받고 수많은 이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착한 일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우리가 쉽게 발휘할 수 있는 창의성 중 하나는 유머다. 사람들을 웃게 하면 그들의 관심을 끌 뿐만 아니라 냉소적 태도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ALS(루게릭병)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입소문을 타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무엇보다 유명인들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영상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는 인플루언서인 밀라드는 이렇게 말했다.
“감정적 반응을 유발하는 것은 뭐든 바이러스처럼 퍼질 수 있습니다. 물론 비열하거나 불쾌한 것으로 감정을 유발하기는 훨씬 더 쉽습니다. 그냥 얼굴을 살짝 때리기만 해도 되죠. 좋은 일을 하려면 생각과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하지만, 기꺼이 필요한 일을 한다면 그보다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좋은 것들은 훨씬 더 오래 지속됩니다. 당신은 하루 동안 유명해지는 것으로 쾌감을 느끼는 얼간이가 될 수도 있고, 중요한 일을 해서 영원히 기억될 수도 있습니다.”


미덕을 넘어 세상을 바꾸는 전략이 된 ‘관대함의 힘’

기부나 선행을 둘러싼 흔한 논란을 하나 더 짚어 보자. 사실 미스터비스트의 백내장 수술 영상을 본 일부 시청자들은 그런 식으로는 불평등한 공공 의료 서비스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분노했다. 앞서 말한 조슈아의 경우에도, 그가 아무리 노력한들 애초에 노숙자가 생겨나는 제도적 문제는 전혀 바뀌지 않는다는 비판이 들려 왔다. 그러나 이 책은 개개인의 친절한 행위가 근본적, 제도적 차원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미스터비스트나 조슈아 같은 이들은 그런 변화를 도울 뿐이다. 미스트비스트의 영상이 저비용 수술로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림으로써 제도적 변화를 촉진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돕고 관대함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제도는 물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부자들의 기부가 그저 돈으로 대중의 지지를 사려는 위선일 뿐이며, 애초에 그들을 부유하게 만들어 준 불평등한 제도를 오히려 강화할 뿐이라는 비판에도 비슷한 관점을 적용해 볼 수 있다. 물론 불평등의 심화는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 심각한 문제이고, 부자들 중에는 자선 활동을 꼼수로 활용하는 이들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과세 정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사이에 부자들은 자신들의 부를 활용해 정치적 결정을 좌우할 수도 있고, 세금을 덜 매기는 다른 나라로 옮겨 갈 수도 있다.
차라리 이 문제에 좀 더 전략적으로 접근해 보면 어떨까.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제도적 개혁과 부자들을 설득해 자선 활동을 늘리게 하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포브스》의 집계에 따르면, 대다수 억만장자가 평생 기부한다고 알려진 금액은 순자산의 5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니 그들의 자선 활동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이 기부하라고 촉구하고, 어떤 방식의 자선이 사회에 더 유익할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 실제로 저자는 대규모 자선 프로젝트를 발굴해 자금 모금을 돕는 ‘담대한 프로젝트(The Audatious Project)’를 이끌며 부자들이 여기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것을 확인했다.


냉소와 폭력과 이기심이 파도치는 세계에서
가라앉지 않기 위해 부표가 되어 줄 책

이 모든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나 하나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어떻게 남을 돕겠냐고 반문할 수 있다. 혹은 돕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은 돈 말고도 누구나 손쉽게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선물 목록을 알려 준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도 보편적인 선물은 ‘타인을 향한 관심’이다. 조슈아가 길거리에서 마주친 노숙자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다가가 인사를 건넨 것처럼 말이다. 또는 요즘 시대에 특히 필요한 유형의 선물도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뮤지션 대릴 데이비스는 용기를 내어 인종차별주의 집단으로 유명한 KKK단의 로저 켈리에게 만남을 제안했고, 둘의 인연이 이어져 결국 켈리가 KKK단을 떠나 데이비스와 평생 친구가 되었다. 이 사연은 양극화 시대에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 보여 준다.
우리 모두가 조슈아나 데이비스처럼 용기를 내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내 곁의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는 일, 온라인에서 비방과 악플 대신 칭찬과 선플을 다는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을까. 소셜 미디어에서 마주친 타인의 선행에 ‘좋아요’와 ‘공유하기’를 누르는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다정한 전염을 일으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일에는 돈도 들지 않고, 그리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지도 않다. 무엇보다 관대함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다.
휴대폰만 열면 분노와 이기심, 갈등과 분열의 장면들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희망과 낙관을 갖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위기감이 커질수록 인간은 ‘나’에서 ‘우리’로 시선을 돌리는 존재다. 최악의 상황에 절망하기보다, 우리 안에서 최선을 이끌어 낼 지혜로운 해법을 찾는 이들이 이 책에서 희망과 영감을 발견하길 바란다.

작가정보

(Chris Anderson)
TED 대표이자 수석 큐레이터. 의료 선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신문과 라디오 기자, 컴퓨터 잡지 편집자를 거쳐, 퓨처 피엘시Future plc.를 설립해 《비즈니스 2.0》을 비롯한 130여 개 잡지와 웹사이트를 발행했다. 2001년부터 TED를 이끌며 세계적인 온라인 무료 강연 플랫폼이자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을 지닌 강연자들이 TED를 통해 전하는 지식, 영감, 통찰은 10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연간 10억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빈곤과 질병부터 기후 위기까지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대처하는 야심 찬 아이디어를 발굴해 자금 모금과 실행을 돕는 ‘담대한 프로젝트’도 이끌고 있다. 경력 전반에 걸쳐 문화 혁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에디슨 어워드를 수상했다. 다른 저서로 《테드 토크》가 있다.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외국 항공사 승무원, 법률회사 비서, 영어 강사 등을 거쳐 현재 바른번역에서 전문 출판번역가이자 글밥아카데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집중력 설계자들》 《템플 그랜딘의 비주얼 씽킹》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마음 챙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혼자인 내가 좋다》 《완벽한 날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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