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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길 위에서의 사색

문학의 숲에서 11
이효석 지음
문학일독

2024년 10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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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3.75MB)
ISBN 9791169899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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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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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의 소설에서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작품의 주요 테마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강렬하고 아름다운 자연 묘사는 그의 작품을 특징짓는 요소 중 하나이다. 인물들의 내면 심리는 세밀하게 그려지며, 인간 본성의 다양한 면모를 탐구한다.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복잡한 감정과 심리적 갈등을 겪고, 이는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많은 작품에서 사랑과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탐구가 드러난다. 사랑의 다양한 형태와 감정의 미묘함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이효석의 문체는 맑고 아름다워 그의 작품을 독특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시적인 언어와 이미지를 사용하여 소설에 깊이와 아름다움을 더한다.
장미 병들다
밀항자
소라
향수

싸움이라는 것을 허다하게 보아 왔으나 그렇게도 짧고 어처구니 없고, 그러면서도 싸움의 진리를 여실하게 드러낸 것은 드물었다. 받고 차고 찢고 고함치고 욕하고 발악하다가 나중에는 피차에 지쳐서 쓰러져 버리는 그런 싸움이 아니라 맞고 넘어지고 항복하고 그뿐이었다. 처음도 뒤도 없이 깨끗하고 선명하여서 마치 긴 이야기의 앞뒤를 잘라 버린 필름의 몇 토막과도 같이 신선한 인상을 주는 것이었다. 그 신선한 인상이 마치 영화관을 나와 그 길을 지나던 현보와 남죽 두 사람의 발을 문득 머무르게 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사람이 사람들 속에 한몫 끼여 섰을 때에는 싸움은 벌써 끝물이었다.

영화관, 음식점, 카페, 매약점 등이 어수선하게 즐비하여 있는 뒷거리 저녁때, 바로 주렴을 드리운 식당 문앞이었다. 그 식당의 쿡으로 보이는 흰 옷에 흰 주발모자를 얹은 두 사람의 싸움이었으나 한 사람은 육중한 장골이요, 한 사람은 까무 잡잡한 약질이어서, 하기는 그 체질에 벌써 승패가 달렸던지도 모른다. 대체 무엇이 싸움의 원인이며 원한의 근거였는지는 모르나 하루아침에 문득 생긴 분김이 아니요, 오래 두고두고 엉겼던 불만의 화풀이임은 두 사람의 태도로써 족히 추측할 수 있었다. 말로 겨루다 못해 마지막 수단으로 주먹다짐에 맡기게 된 것임은 부락스런 두 사람의 주먹살에 나타났었으니 약질의 살기를 띤 암팡진 공격에 한번 주춤하였던 장골은 곱절의 힘을 주먹에 다져 쥐고 그의 면상을 오돌지게 윽박았다.
--- “장미 병들다” 중에서

찔레순이 퍼지고 화초포기가 살아났다고 해도 원체가 고양이 상판만큼 밖에 안 되는 뜰 안이라 자복이 깔아놓은 조약돌을 가리면 푸른 것 돋아나는 흙이라고는 대체 몇 줌이나 될 것인가. 늦여름에 해바라기가 솟아나고 국화나 우거지면 돌밭까지 가리워 버려 좁은 뜰 안은 오종종하게 더욱 협착해 보인다. 우러러보이는 하늘은 지붕과 판장에 가리워 쪽보만큼 작고 언덕아래 대동강을 굽어보려면 복도에서 제기를 디디고 서야만 된다.

이 소꿉질 장난감 같은 베이비 하우스에서 집을 다스리고 아이를 돌보고 몸을 건사해야 하는 아내의 처지라는 것을 생각하면 별수없이 새장 안의 신세밖에는 안되어 보이면서 반날을 그래도 밖에서 지울 수 있는 남편의 자리에서 보면 측은히도 여겨진다.
--- “향수”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이효석

근대 한국 순수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경성제일고보통학교와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28년 《조선지광》에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한국 단편문학의 전형적인 수작이라고 할 수 있는 <메밀꽃 필 무렵>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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