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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 여왕 풀란 데비

운명을 거스른 자
구텐베르크

2024년 09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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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PDF (137.20MB)
ISBN 9791198737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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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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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하층 카스트인 수드라로 태어나 산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나중에는 국회의원이 되어 가난한 사람들,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싸웠던 여성 풀란 데비의 삶을 그리고 있다. 프랑스의 만화가 클레르 포벨이 아버지가 쓴 책에서 풀란 데비의 이야기를 읽고 감명을 받아, 풀란 데비의 자서전 『한 여자의 선택』과 자신이 직접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 그래픽노블을 완성했다.

이 책은 풀란 자신이 직접 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그대로 만화로 옮겼다. 작가가 풀란의 고향 마을, 풀란이 산적으로 활동했던 우타르프라데시주의 협곡들을 직접 찾아가 시각 자료와 증언들을 수집해, 디테일하고 생생한 묘사가 돋보인다. 폭력과 억압, 차별로 가득했던 풀란의 삶을 그대로 펼쳐놓았기에 읽으면서 강렬한 충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뚫고 자신이 겪어온,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겪어온 불의와 차별에 저항하는 풀란의 모습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용기와 힘을 줄 것이다.

그녀의 삶을 강간당한 여자, 무기를 들고 강간범들에게 복수한 여자의 이야기로 요약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풀란은 정의감을 타고난 사람이었고,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모욕당하고 착취당하는 일을 수긍하지 않았다. 그녀는 하층 카스트에 속한 천민으로 노예 같은 처지에 있다 결국 산적이자 반란군이 되었다.
- 「서문」 중에서, 4쪽

내 동생 초티와 나는 신에게 물어볼 것이 많았다.
우선 왜 우리를 이 가난한 말라 마을에 태어나게 했는지 묻고 싶었다.
우리는 항상 배고팠다. 더 어렸을 때는 배가 너무 고파서 진흙을 먹기까지 했다.
-10쪽

내 결혼식.
그날의 기억은 이상하게도 나와는 무관한 몇몇 장면으로만 남아 있다.
외로웠고,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은 기억난다.
나는 여신처럼 치장했지만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축제의 신상처럼, 잔치를 즐길 수 없는 것은 나뿐이었다.
- 30쪽

매일 어린 소녀들이 수치를 피하기 위해 낙태를 한다.
일부는 몸에 불을 지르거나 강이나 우물에 뛰어들어 자살한다.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강간범들이 이것 하나는 알기를 바란다.
풀란 데비가 너희를 벌할 것이란 걸.
- 178쪽

그러나 내게 필요한 것은 약탈이 아니다.
마을 사람들, 여자들,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다.
(…)
정의를 실현하고, 부자의 것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주는 것.
남편과 강간범을 처벌해 여자의 존엄성을 이해하게 만드는 것.
이 모든 게 끝났을 때, 내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 203쪽

우리 마을에서는 마왕이 갓 태어난 여자아이에게 벼락을 내리쳐서 죽이면,
그 아이는 하늘로 올라가 천둥이 된다고 한다.

악마들이 나를 벼락으로 내리쳤으니, 나는 다른 이들에게 천둥이 되었다.
나는 스스로를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단순한 범죄자도 아니다.

그저 그들이 내게 한 일, 내가 견뎌내야 했던 일을 돌려주었을 뿐이다.
- 219쪽

천민, 산적, 국회의원이었던 여자
모순으로 가득한 인도 그 자체였던 그녀의 삶을
그래픽노블로 만나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아동 야수상 수상자
프랑스의 그래픽노블 작가 클레르 포벨의 강렬하고 역동적인 그래픽 전기

이 책은 천민으로 태어나 산적으로 활동했고, 국회의원이 되어 억압받는 사람을 위해 싸웠던 인도 여성 풀란 데비의 삶을 그린 그래픽노블이다. 힘없는 천민 소녀였던 풀란이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맞서 싸우면서 인도 빈민들의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강렬하고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작가 클레르 포벨은 2018년 『카트린의 전쟁』으로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의 아동 부문 최고상인 아동 야수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그래픽노블 작가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여성의 삶을 다룬 이야기가 서사의 힘을 갖고 있기에 거기에 끌리고 만화로 그리게 된다고 말했다. 풀란의 이야기도 그 힘에 이끌려 그리게 되었다. 작가는 아버지가 쓴 책에서 풀란의 이야기를 읽고 강렬한 충격을 받아 이 만화를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인도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에서 사는 만화가의 마음까지 움직일 정도로 풀란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풀란은 인도의 하층 카스트인 수드라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가난과 차별, 폭력과 억압으로 고통받아 왔다. 어느 날 산적에게 납치된 그녀는 자신도 산적이 되었고, 자신 같은 가난한 사람들, 하층 카스트 사람들을 억압한 부자들에게 복수했다. 그러면서 ‘산적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강도와 살인 혐의로 그녀는 11년 동안이나 감옥에 갇혀 있었지만, 출소한 뒤 국회의원이 되어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일했다. 이런 풀란의 드라마틱한 행보에 온 인도가 주목했다. 셰카르 카푸르 감독은 1994년 영화 <밴디트 퀸>으로 그녀의 삶을 영상화했고, 인도의 진보적 지성 아룬다티 로이는 <밴디트 퀸>이 풀란의 삶을 볼거리로 이용했다고 비판하면서 제작사와 갈등을 빚었다. 이렇게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풀란의 삶은 2001년 그녀가 암살당하면서 그 끝을 맺었다.

“그녀는 힘과 용기, 강인함의 화신이었다.
때로는 순박했고 때로는 폭력적이었던 그녀는 모순으로 가득한 인도 그 자체가 되었다.”

작가 클레르 포벨은 이 책의 서문에서 풀란을 이렇게 평한다. 작가의 말대로 풀란은 인도라는 나라 자체와 닮았다. 순박한 사람들과 그들에게 가해지는 잔혹한 폭력, 그것을 떨쳐내고 다시 일어서는 인생 역전이 공존하는 나라. 그런 인도의 현실과 그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자신의 삶 자체로 보여준 사람이 풀란이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내지 않을 수 없었다.

숨기지 않되 규정하지도 않겠다
아무 가감 없이 그대로 옮겨낸 풀란의 이야기

소설이라고 해도 ‘불행 포르노가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만큼 풀란의 삶은 참혹했다. 이 만화의 바탕이 된 풀란 데비의 자서전(국내에서는 『한 여자의 선택』이라는 제목으로 1997년 출간)부터 그녀가 겪은 성적, 신체적, 언어적 폭력으로 가득하다. 이것을 만화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작가가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은 “숨기지 않되 성적으로 소비되거나 관음증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이었다. 풀란이 당한 폭력은 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담백한 그림체로 그려지지만 여전히 잔혹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작가는 풀란 자신의 이야기를 충실히 옮기는 쪽을 선택한다. 풀란의 이야기를 접했을 때 실화로서의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작가는 풀란의 고향 마을에 직접 찾아가 그녀에 대한 증언들을 수집하면서 풀란의 이야기들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더욱 실화로서의 힘을 느꼈다고.

이 그래픽노블이 단순한 불행 포르노로 그치지 않는 이유는, 작가가 그러한 폭력과 억압을 뚫고 나아가는 풀란의 삶 또한 충실히 그려냈기 때문이다. 작가는 풀란의 삶을 단순히 강간당하고 그에 대한 복수심으로 움직여온 삶으로 요약하거나 규정하지 않는다. 서문에서 작가는 풀란이 정의감을 타고났기에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모욕당하거나 착취당하는 일을 수긍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만화 속에서 풀란은 한 사람에게 가해지기에는 너무 많은 고통을 이겨내고, 단순히 자신이 당한 일에 복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싸운다. 그 과정에서도 영광의 순간보다는 고난의 순간이 더 많지만, 작가는 그런 고난들까지 숨기지 않고 보여주어 풀란의 투쟁이 독자들의 마음에 더 깊이 와닿게 한다.

현지 답사와 꼼꼼한 고증을 바탕으로
디테일하고 생생하게 그려낸 인도

작가는 풀란이 살아갔던 곳들의 모습을 더 정확하게 묘사하기 위해, 직접 풀란의 고향 마을과 풀란이 산적으로 활동했던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의 협곡까지 답사했다. 그렇게 꼼꼼히 조사했기에 이 만화의 배경이 되는 풀란의 고향 마을 풍경부터 인도의 전통 결혼식, 두르가 여신을 모신 사원, 풀란이 갇힌 교도소까지 디테일하게 묘사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독자들은 풀란이 살아가던 시기의 인도에 와 있는 듯,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거기에 독자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인도 고유의 풍습, 문화 등에 대해 각주를 달았다. 번역자와 편집자는 한국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주를 좀 더 추가했다. 그래서 인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독자라도 어려움 없이 풀란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게 했다.

풀란의 삶 속으로 뛰어드는
영화 같은 연출

클레르 포벨은 2D 애니메이션이나 실사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페이지 위에 옮기듯이 풀란의 삶 속 장면들을 펼쳐나간다. 영화 촬영 카메라처럼 만화 속 시선은 풀란이 있는 곳의 전경에서 풀란 한 사람에게로, 풀란의 전신에서 풀란의 표정으로 시야를 좁혀간다. 그렇게 작가는 풀란의 감정에 서서히 접근한다. 풀란이 자신을 강간하고 폭행했던 경찰서장을 총살하는 장면에서, 풀란의 긴장된 표정과 떨리는 손을 클로즈업했던 시선은 경찰서장에게 총을 쏜 순간 암전된다. 이런 영화적인 연출은 독자들이 풀란의 삶 속에 들어가 그녀를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불의와 불평등
우리가 풀란 데비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

풀란이 세상을 떠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풀란의 이야기를 왜 다시 읽어야 할까? 풀란이 맞서 싸워왔던 불의와 불평등이 아직도 세상에서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렇게 얻은 부는 소수가 독점하고 있고, 카스트 제도에 기반한 차별과 억압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인도뿐만 아니라 빈곤과 불평등 문제는 전 세계에서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인도에서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도 여성을 향한 성폭력은 여성의 삶과 존엄성을 위협한다. 이런 불의와 폭력에 맞서는 움직임도 활발해졌지만 그에 대한 백래시는 더 거세졌다. 지금 이 책을 읽는 우리도 크고 작은 차별과 폭력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가해진 모든 불의를 용납하지 않고 삶이 다하는 날까지 맞서 싸웠던 풀란의 강인함과 용기는 우리에게 힘이 되어줄 것이다.

작가정보

프랑스의 그래픽노블 작가이자 삽화가. 에콜 에스티엔(École Estienne)에서 삽화를, 파리 고블랭 영상학교(Gobelins Paris)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1년 동안 애니메이터로서 애니메이션의 배경 그림을 그리다 그래픽노블 작가로 독립했다.

그동안 그린 그래픽노블로는 『이집트에서 보낸 한 철(Une saison en Égypt, Casterman, 2015)』, 『카트린의 전쟁(La Guerre de Catherine, Rue de Sèvres, 2017)』(그림 작가), 『카트린의 이름으로(Au nom de Catherine, EDL, 2020)』(그림 작가), 『밤은 나의 왕국(La noche es mi reino, Norma Editorial, 2020)』, 『마르세유의 애송이들(Marseille, bébé, Bayard Jeunesse, 2023)』(그림 작가) 등이 있다. 『카트린의 전쟁』으로 2018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아동 만화 부문 최고상인 아동 야수상(Fauve Jeunesse)을 수상했다. 저서 중 한국에 번역 출간된 책은 이 책 『산적 여왕 풀란 데비』가 처음이다.

좋은 책을 출판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팀이다. 실용적이고 가치 있는 지식의 전달을 목표로 한다. 혁신적인 생각과 실용적인 지식을 책에 담아 독자들이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 『정리하는 독서 습관 치트키 노트(하움출판사, 2023)』, 『어느 날 운명이 삶에 대해 물었다(하움출판사, 2024)』, 『성공적인 자기주장을 위한 긴급 보고서(하움출판사, 2024)』, 『스피노자의 가르침: 위대한 철학자의 독백(하움출판사, 2024)』을 출간했고, 올해 출판사를 시작해 첫 책 『홀로서기를 위한 시』를 출간했다.

프랑스의 그래픽노블 작가이자 삽화가. 에콜 에스티엔(École Estienne)에서 삽화를, 파리 고블랭 영상학교(Gobelins Paris)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1년 동안 애니메이터로서 애니메이션의 배경 그림을 그리다 그래픽노블 작가로 독립했다.

그동안 그린 그래픽노블로는 『이집트에서 보낸 한 철(Une saison en Égypt, Casterman, 2015)』, 『카트린의 전쟁(La Guerre de Catherine, Rue de Sèvres, 2017)』(그림 작가), 『카트린의 이름으로(Au nom de Catherine, EDL, 2020)』(그림 작가), 『밤은 나의 왕국(La noche es mi reino, Norma Editorial, 2020)』, 『마르세유의 애송이들(Marseille, bébé, Bayard Jeunesse, 2023)』(그림 작가) 등이 있다. 『카트린의 전쟁』으로 2018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아동 만화 부문 최고상인 아동 야수상(Fauve Jeunesse)을 수상했다. 저서 중 한국에 번역 출간된 책은 이 책 『산적 여왕 풀란 데비』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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