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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는 도심 속 철공소가 있다

어딘가에는 @ 있다
임다은 지음
이유출판

2024년 09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07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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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8953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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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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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 『어딘가에는 도심 속 철공소가 있다』. 대전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로컬숍을 운영하는 임다은 작가가 로컬에 대한 애정으로 도심 탐방기를 냈다. 대전의 미니 공단으로 불리며 쉬지 않고 기계가 돌아가던 대전역 인근 철공소 거리를 탐구하여 기록했다. 사통팔달의 입지 덕에 활발하게 물류가 오가며 북적였던 곳이 이제는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세월의 무게를 감내하고 있다. 70여 년의 시간을 간직한 원동의 철공소 거리에서 금속 제품을 만드는 일에 청춘을 바친 장인들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 이곳에서 세 명의 장인을 만났다.

요즘의 레트로 열풍은 과거로 향한 이 시대의 욕망을 보여준다. 70~80년대의 고성장 시대. 활기차게 돌아가는 기계들로 상징되는 그 시절의 흔적은 21세기가 되어 자취를 감춘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도심 곳곳에 여전히 존재한다. 이 책은 과학과 교통 도시로 알려진 대전을 다른 시각에서 살피며 원동 철공소 거리가 IMF 이전까지 우리나라 금속 제조업의 메카로 명성을 떨친 곳임을 기억하게 해준다.
화려했던 시기를 보내고 이젠 텅 빈 듯 한적해진 거리 풍경은 우리를 향수에 젖게 만든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현대사의 질곡처럼, 호황기를 누리던 원동 철공소 거리엔 기계에 손이 잘리거나 갈비뼈가 부러지고, 학교 가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일터로 향하고 망치로 얻어맞으며 일을 배워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언젠가부터 시대의 뒤안길이 된 그곳에서 장인들은 여전히 용광로의 뜨거운 쇳물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삶 또한 우리가 기억해야 할 대전의 모습이다.
프롤로그
대전에도 이런 곳이

대전에 도착했습니다
나의 도시, 나의 동네
대전역의 시간

도심 속 철공소에서
기찻길 옆 미니 공단
철공소에 피어난 예술

장인을 만나다
주물 기술자의 삶 | 송기룡 장인(기용주물)
원동의 1호 도슨트 | 윤창호 장인(성창기공사)
감성 장인의 배려법 | 홍경석 장인(전송정밀)

에필로그
어딘가에는 존재하는

중앙시장에도 맛있는 먹거리가 넘치지만, 아무래도 대전역의 명물로 손꼽히는 것은 바로 ‘가락국수’이다. 이 가락국수가 유명해진 데에는 재미난 사연이 있다. 경부선 철도 개통에 이어 1914년에는 대전에 호남선 철도가 개통되었다. 경부선에서 호남선으로 갈아타려면 꼭 대전역을 거쳐야만 했다. 이때 열차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기차가 잠시 멈추었는데, 승객들은 환승을 기다리는 잠깐의 짬을 이용해 승강장에서 재빨리 가락국수를 먹곤 했다. 짧은 시간에 기차역에서 후루룩 먹는 국수 한 그릇이라.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19쪽

한국전쟁 때부터 조성되어 7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역전시장은 대전시의 역사와도 그 맥을 같이 한다. 주변 지역의 농민들이 기차역과 가까운 대전역 광장에 나와 물건을 팔며 형성된 이 시장은 좋은 농산물이 많아 한때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화려했던 시절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역전시장 골목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점포도 점점 줄어들고 왕래하는 사람도 적어진다. - 27쪽

“우리 집이 산내였는데, 그때는 아주 시골이었어. 내가 중학교 3학년을 댕기다 학교를 중퇴했어. 돈이 없어서. 그때만 해도 철공소 하면 돈을 엄청 많이 번다고 했거든. 그래서 아버지 지인이 추천해줘서 여기 남선기공이라고 있었는데, 거기 주물부로 취직을 했어. 그때가 열일곱 살 때였지.” - 53쪽


과거 남선기공 주변에는 학고방이라 불리던 작은 판잣집이 많았다. 6.25 전쟁 이후에 피난민이 몰려와 대전역 근처였던 원동에 무허가 판잣집을 짓고 살았던 것이다.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피난민들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남선기공이 처음 설립된 1950년 3월 1일, 그로부터 겨우 100여 일이 지난 시점에 한국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그 당시 원동은 전쟁과 가난의 상처가 뒤엉켜 사건, 사고가 줄지어 일어나는 때였다. - 56~57쪽

“제가 공장 짐 자전거를 타고 작업복 입고 아침에 출근하면, 우리 친구들 중에 충남중학교 다니는 애들이 반갑다고 (자전거) 좋다고 막 그랬어요. 자전거에다가 자기들 가방도 싣고요. 여기 영광교회 옆에 공장이 있었는데, 이제 거기까지 오면 그 애들이 와서 (자전거에 실었던) 가방 들고 학교 가고 그랬던 시절이 있었어요. 저는 그 애들이 참 부러웠죠.” - 93쪽

“예전에 제가 인동 쪽에 기계 제작하는 업체에서 일할 때, 공고에 교사 발령을 앞두고 잠깐 공장에서 일했던 분이 있었어요. 어느 날 그분이 양복을 쫙 빼입고 왔는데, 그날 일하다가 손목이 절단된 거예요. 저는 큰 기계 쪽에서 일하고 그분은 작은 기계를 가지고 일하고 있었는데, 악! 소리가 나길래 보니까 뭐가 휙 날아가더라고요. 그분 손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급히 선병원에 막 이렇게 손을 붙들고 갔죠. 그때가 한여름이었는데 날씨도 우중충하고 그랬어요. 그날 제가 그걸 보고 충격을 받아서 직업을 전환할까 고민도 했어요. 이 일을 하기 싫어지더라고요. 그분이 입원해서 병문안을 가야 하는데 낙심한 모습을 상상하니까 진짜 발도 잘 안 떨어지더라고요.” - 110쪽

잠깐 식사할 때를 빼고 작업시간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퇴근 후에나 다른 공장의 기술자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퇴근 후 두부두루치기나 오징어두루치기와 함께 막걸리 한잔 하는 것이 바쁘고 고된 하루를 보낸 기술자들의 낙이었다. 한창 작업할 때는 다들 바빠서 얼굴 볼 시간이 없으니 퇴근 후 술 한잔이 철공소 장인들의 유일한 교류의 시간이었던 셈이다. 힘든 노동 후에 담소를 나누며 함께 마시는 술 한잔이 위로이자 행복이었다. - 131쪽

디자인을 전공하거나 도면 그리는 법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는 장인이지만, 오랫동안 이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니 제작을 위한 드로잉에도 절로 능통해졌다. 손님의 요구사항을 듣고 종이에 쓱쓱 스케치하고 보여주면, 훨씬 더 빠르고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 장인의 능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도면을 그리는 작업은 손님과의 소통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개인적인 창작 활동을 할 때 스케치 따위는 필요 없다. 그냥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손을 움직이면 어느새 근사한 철공 작품이 뚝딱 완성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장인의 창작품들이 전송정밀 공장 곳곳에 숨어있다. - 146~147쪽

철공소 거리의 산 역사가 된 장인들
송기룡 장인은 늘 뜨거운 불 앞에서 일한다. 1950년 원동에 설립된 대전 최초의 공업사 ‘남선기공’에서 미싱 다리를 만드는 조공부터 시작해 한평생 주물 일을 해왔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최고의 호황을 누린 88올림픽 전후, 고단했던 IMF 시기 등 한국 현대사를 모두 겪어낸 원동의 살아있는 역사와도 같다.
윤창호 장인은 홀어머니 고생을 덜어드리고자 14살 때부터 철공 일을 시작했다. 퇴근 후 동료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왁자하게 회포를 풀던 과거를 그리워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도전한다. 고객에게 필요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 끝에 성창갈고리라는 히트상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홍경석 장인은 철공업 35년 차로 창조길의 막내다. 프레스, 시보리, 선반 등 다양한 기계로 갖가지 제품을 쓱싹 스케치하고 뚝딱 만들어내는 전천후 장인이다. 80년대 후반에 철공 일을 시작해 한 공장에 10명씩 기계를 돌리던 미니 공단의 호황기를 또렷이 기억한다. 그 시절에 비하면 너무나도 한산해진 철공소 거리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자리를 지킨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대전의 다른 모습
요즘의 레트로 열풍은 과거로 향한 이 시대의 욕망을 보여준다. 70~80년대의 고성장 시대. 활기차게 돌아가는 기계들로 상징되는 그 시절의 흔적은 21세기가 되어 자취를 감춘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도심 곳곳에 여전히 존재한다. 이 책은 과학과 교통 도시로 알려진 대전을 다른 시각에서 살피며 원동 철공소 거리가 IMF 이전까지 우리나라 금속 제조업의 메카로 명성을 떨친 곳임을 기억하게 해준다.
화려했던 시기를 보내고 이젠 텅 빈 듯 한적해진 거리 풍경은 우리를 향수에 젖게 만든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현대사의 질곡처럼, 호황기를 누리던 원동 철공소 거리엔 기계에 손이 잘리거나 갈비뼈가 부러지고, 학교 가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일터로 향하고 망치로 얻어맞으며 일을 배워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언젠가부터 시대의 뒤안길이 된 그곳에서 장인들은 여전히 용광로의 뜨거운 쇳물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삶 또한 우리가 기억해야 할 대전의 모습이다.

■ 〈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 소개

강원 고성의 온다프레스, 충북 옥천의 포도밭출판사, 대전의 이유출판, 전남 순천의 열매하나, 경남 통영의 남해의봄날. 단단하고 색깔있는 책들을 선보여 온 지역의 다섯 출판사가 2년 넘게 함께 기획하고 제작하여 동시에 〈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를 펴냈다.
처음 듣는 지명, 낯선 사람, 생소한 사물들, 그리고 서울이나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 자신의 생활과 일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작지만 가볍지 않고 단단하게, 다양한 색깔로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삶의 기록을 올컬러의 인문 시리즈로 담아냈다.
전체 시리즈의 북디자인은 안삼열체로 유명한 안삼열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임다은

대전에서 오롯이 학창 시절을 보냈다. 대학을 마치고 문화 기획과 예술 교육의 현장에서 일했다. 문화예술 단체와 공기업에서 근무했고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을 공부했다. 이후 보다 안정적인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동네 근처에서 창업했다. 2019년 ‘다니그라피’라는 이름으로 1인 출판사를 열고,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은 로컬숍 ‘머물다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쓰고 찍고 만들고 싸돌아다니는 일을 좋아한다. 대전의 여러 동네를 기웃거리며 마을 중심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사람들을 만나 기록하는 아카이빙 작업을 하고 있다. 먼 훗날의 유물을 지금 만들어가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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