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우 : 불복종 깃발을 들다
2024년 08월 1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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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12.79MB)
- ISBN 9791198688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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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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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저항 에너지가 오래 축적되고, 대규모 군중의 행동으로 폭발해야 하기에 일상의 삶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의 실천과는 전혀 다른 성격으로 보였다. 소로우의 ‘시민불복종’은 개인의 혁명적 저항 방법으로서, 실천과 이론 두 측면 모두에서 선구적인 장을 열었다. 시민불복종이라는 저항 방법은 민주주의 선거 절차가 보장된 현대사회에서 정의롭지 못한 법이나 정책에 대한 저항 방법으로서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저항 방법만이 아니라 운동 방향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의식을 제공했다.
국가의 억압적 본질과 개인의 권리에 대한 거침없는 통찰은 현대 인권운동의 발상과 상당히 넓은 접촉면을 갖는다. 실제로 많은 현대 사상가와 사회 운동가가 그에게서 발견한 깊은 영감을 고백했다. 사상적인 고뇌와 모색 와중에 소로우를 접한 톨스토이는 새로운 사상과 실천의 모색에서 돌파구를 발견하고 기뻐했다. 간디는 인도 식민지 독립운동의 실현 가능성을 그의 시민불복종 운동에서 찾았다.
이 책은 논의 과정에서 소로우의 시민불복종 사상을 풍부하게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근현대 사상가의 고민을 함께 비교하는 방식으로 보완했다. 그와 친밀감을 지니는 관점만이 아니라 그 대척점에 있는 관점도 함께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전체적·입체적인 이해에 도달하도록 했다. 나아가서는 현대사회, 특히 한국 사회에서 현재 나타나는 여러 문제도 연결해 되도록 실천적 고민이 가능하도록 의도했다.
1장 : 시민불복종이 세상을 바꾼다
불의한 법은 지키지 말아야 한다
불복종은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비폭력 저항으로서의 불복종
2장 : 국가는 자유를 보호하는가?
국가와 법이 곧 정의는 아니다
애국심이라는 이름의 덫
최소한의 지배가 최상의 정부
3장 : 전인적 인간과 삶을 위하여
한 분야로 과도하게 특화된 생활
노동 분업 확대가 행복을 주는가?
자유로울 때 전인적 인간이 된다
4장 : 실천적 지식인의 새로운 전망
정치인은 자유의 껍데기만 수호
초월주의 아닌 현실주의자 소로우
사회 변화를 위한 실천적 저항
5장 : 자유시장은 자유를 보장하는가?
자유시장이 곧 자유인가?
올바른 방식으로 돈을 벌고 쓰는가?
자유시장이 자유를 제약하는 역설
6장 : 자유로운 개인에 기초한 공동체
자유로운 개인에서 출발해야 한다
개인 성찰에서 타인으로의 시선
새로운 사회를 향한 전망
소로우의 자유는 내면적 성찰에 머물지 않는다. 월든 숲에 오두막을 짓고 세상의 일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삶 자체가 기존 체제에 대한 항거 의미가 있기는 했다. 정의롭지 못한 국가와 체제에 영합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실천적 방법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외진 숲이라 하더라도 국가 영토 안에 살아가는 이상 제도의 세밀한 촉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노릇이다. 국가는 어딜 가든 쫓아와 제도를 등에 업고 무슨 수를 써서든 간섭을 멈추지 않는다. 특히 법률 형식으로 만들어져 강제하는 의무조항은 아무리 부당하더라도 처벌을 동반하며 나타난다. 소로우는 부당한 법에 복종하지 말라고 한다. - 본문 중에서
[1장] 시민불복종이 세상을 바꾼다
소로우에 의하면 투표나 청원 방법으로 실질적인 정의를 실현할 수 없을 때 불복종이 중요한 대안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심 있는 사람은 국가의 권위를 거부하고 불복종함으로써 불의에 저항해야 한다. “불의가 타인에게 또 다른 불의를 행하도록 요구한다면, 그 법은 지키지 말아야 한다.” 정부라는 조직에서 발생하는 모든 불의에 불복종하라는 주장은 아니다. 법이나 정부 정책이 타인에게 불의를 행하도록 요구한다면 단호하게 불복종에 나서야 한다. 선량한 사람들조차 불의를 강요당하고 의도하지 않은 하수인으로 만들어 버릴 때 국가에 저항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2장] 국가는 자유를 보호하는가?
소로우는 국가나 법이 곧 정의이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마땅히 따라야만 하는 부동의 기준이라고 맹신하는 현대인을 ‘정신적 노예’로 부른다. 국가와 법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처럼 여기는 다수의 통념에 얽매인 채 평판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관성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자신의 평가와 판단으로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는 자유롭고 자율적인 삶을 회복하라고 권한다. 이를 위해서는 애국심이라는 교묘한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에 대한 존경심은 없이 그저 애국심에 불타올라 소를 위해 대를 희생시키는 일이 많다. (…) 이런 이들에게 애국심은 그저 머리에 들끓는 구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 본문 중에서
[4장] 실천적 지식인의 새로운 전망
소로우가 보기에 언론을 통해 보이는 현실의 정치는 중요한 실체이기보다는 껍데기 역할을 한다. “정치 뉴스는 대체로 국내 뉴스든 국제 뉴스든 앞으로 십 년의 기사를 거의 정확히 오늘 한꺼번에 써낼 수 있다.” 현실 정치나 언론을 통해 드러나는 지식인의 허위와 무기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지식인이라고 하면 교수·언론인·작가·법조인·의사·과학자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접근은 직업 구분에 해당하지, 지식인의 성격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른바 실용적 지식의 전문가라고 불러야 한다. 직업적으로 속해있는 분야에서 전문화·분업화된 역할만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 본문 중에서
[5장] 자유시장은 자유를 보장하는가?
소로우가 보기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역은 단연 경제다. “미국인은 자유보다는 자유무역 문제를 우선시하며, 저녁을 먹고 난 다음에는 당일의 시세표를 보며 꾸벅꾸벅 존다. 그렇다면 올바른 인간, 애국자의 현재 시세는 얼마인가?” 자유시장, 자유무역 등이 자유를 의미하는 실질적인 내용이 되었다. 시장만이 자유를 보장하는 유일한 장치라는 믿음이 확고하다. 한 사회가 얼마나 자유로운가의 척도는 시장이 보편화된 정도에, 한 사람의 얼마나 자유로운가는 시장에 편입된 정도에 둔다. - 본문 중에서
[6장] 자유로운 개인에 기초한 공동체
소로우는 온전한 개인을 먼저 세우라고 한다. 다수나 집단의 함정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희망은 개인에게서 시작된다. “누군가를 따르는 무리는 어리석은 우상 숭배자에 지나지 않는다. 설사 그 수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다수 안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소수는 무시를 당하거나 배척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부와 사회적 편의나 지위 등에서 소수가 불이익을 당해왔다는 점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누구든 소수가 되는 길을 애써 피하려 했다. 하물며 개인이 된다는 것은 더 큰 위험을 의미했다. - 본문 중에서
한국에서는 소로우와 관련하여 월든 숲에서 자족적인 생활과 생태적 관점에 주로 한정된 관심을 가져왔다. 그의 시민불복종 사상은 아예 전혀 모르거나, 설사 일부 내용을 접한 사람이라 해도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이해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아가 월든 숲 오두막에서의 자립적 생활 시도와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불복종 행동이 동전의 양면처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소로우는 세계인의 비난 속에서도 이어져 오던 미국의 흑인 노예제 반대, 미국의 부당한 침략 전쟁에 대한 반대를 내걸고 국민으로서의 법적 의무를 거부하는 불복종에 나섰다. 흑인 노예제에 저항한 행동은 20세기 초중반에 걸쳐 벌어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불복종 운동의 계기가 됐다. 미국의 멕시코 침략 전쟁을 반대하는 세금 납부 거부는 미국의 베트남 전쟁 반대는 물론이고 현재까지 반전·평화 운동의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이 책은 불복종을 통한 저항이라는 방향에서 소로우를 이해하고 재조명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시민불복종》을 중심으로 하되, 여러 저작에 흩어져 있는 관련 내용을 함께 다룸으로써 그의 문제의식에 풍부하게 접근하고자 했다. 워낙 압축적인 방식으로 자기 생각을 펼쳤기에 주요 내용을 꼼꼼하게 분석하여 깊이 있는 이해에 도달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또한 그의 메시지, 실제로 실천에 옮겼던 저항 행동이 갖는 실질적 의미를 분석하여 이해의 폭을 넓히는 방식으로 서술했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홍순
뒤돌아볼 틈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느라 자신과 세상에 대한 성찰 기회를 잃어버린 우리 사회의 허약한 인문학적 토양에 깊은 갈증을 느꼈다. 인문학적인 르네상스 없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일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어리석음이다. 그래서 인문학을 향한 관심과 탐구에 기여하고픈 마음에서 글을 써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이기에 동서양 고전을 친근한 벗으로 만드는 일, 고전의 정수를 가까이하는 일을 실천하고 있다. 인문학이 생생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순간 화석으로 굳어진다는 문제의식으로 철학적 사유가 ‘지금, 여기’, 즉 오늘 나와 우리의 문제로 끌어안으며 일상의 삶에 밀착하는 방향으로 글을 써왔다. 엄밀한 독서와 치열한 토론만이 고전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라는 믿음의 결과물로서 다수의 저서를 내놓았다. 동서양 미술작품을 매개로 철학과 사회로 인식 지평을 확장한 《미술관 옆 인문학》, 우리 헌법을 인문학을 통해 해석한 《헌법의 발견》을 비롯하여 철학·심리·사회·경제·역사·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수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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