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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삼인방

정명섭 지음
생각학교

2024년 08월 02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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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381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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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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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검열과 탄압으로 혼란했던 1930년대 조선,
신문사 동기로 만난 시인 백석과 두 친구의 저항과 우정 연대기

십 대가 사랑하는 작가, 정명섭의 신작 역사소설

《저수지의 아이들》, 《1948, 두 친구》, 《미스 손탁》 등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을 꾸준히 발표해온 베스트셀러 작가 정명섭. 그가 이번엔 시인 백석에 주목했다. 백석은 한때 월북작가라는 오명으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교과서에 가장 많이 수록된 작가’에 빛나는 인물이다. 생각학교 문학시리즈 ‘클클문고’ 열네 번째 도서 《광화문 삼인방》은 백석이 1934년 〈조선일보〉에 입사, 교정부 기자로 일한 사실에 주목한 저자가 탄탄한 고증과 탁월한 상상력을 더해 그의 삶을 재구성한 소설이다.
일제의 모진 탄압과 민족말살정책이 본격화되던 1930년대, 신문사에서 만난 백석과 허준, 신현중은 시를 읊고 소설을 쓰며 나라 잃은 설움을 나누었다. 당시 저항과 친일 사이에서 지식인들이 겪어야 했던 고뇌와 비극의 깊이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모던 보이 모던 걸 젊은 혈기로 가득했던 광화문과 종로, 교사의 꿈을 펼치던 백석의 고향 정주, 첫사랑의 아픔을 삭혀야 했던 통영 등, 작가는 백석의 발자취를 따라 삼인방의 일상을 지극히 평범하게 묘사하면서, 역설적으로 그들의 꿈과 우정을 꺾어버린 시대의 비극을 아프게 그려낸다. 한편 책 전반에 녹아있는 백석의 아름다운 시편을 통해 그가 왜 우리말을 고집했는지 등,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일제의 침략 전쟁으로 혼란과 공포에 젖은 암울한 시대의 묘사는 오늘 우리가 누리는 평화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한다.
만남
경성제국대학
세 사람의 길
백석의 사슴
함흥의 시인
다시 경성으로
떠나는 사람들
지키지 못한 약속

작가의 말

“왜 하필 제임스 조이스야?”
“아일랜드 사람이라서. 아일랜드를 보면 우리랑 비슷한 처지잖아. 그리고 나는 제임스 조이스가 아일랜드 사투리를 고수하면서 시골의 정서를 담아내는 작품 활동을 하는 게 좋아.”
“자네는 한국의 제임스 조이스가 되고 싶으신가?”
은근히 장난기가 섞인 허준의 물음에 백석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제임스 조이스는 모르겠지만, 나도 고향의 사투리로 문학을 할 거야. 기억해야 할 거는 반드시 기억해야 하니까. 어쩌면…….”
살짝 눈살을 찌푸린 백석이 덧붙였다.
“고향을 기억하고 조선을 생각하게 하는 문학을 하는 것조차 어려워질 때가 올지 모르잖아.”_36쪽


“젠장, 조선인들이 있는 종로는 도로도 포장을 안 해줘서 맨날 흙먼지 날리고, 가로등도 없어서 어두컴컴한데 여기는 완전 별천지네. 별천지야.”
백석도 씁쓸하게 웃었다. 약간 뒤떨어져서 걷던 신현중이 그런 두 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두 사람의 글이 어둠을 밝혀주는 빛이 되면 되잖아.”
가로등을 올려다본 신현중이 말을 덧붙였다.
“저런 가짜 빛 말고 말이야.”_58쪽

“우리 약속 하나 할까?”
“무슨 약속?”
허준의 물음에 백석이 총독부를 응시하면서 말했다.
“저 총독부가 무너지는 날, 여기 다시 와서 만나기로 말이야.”
백석의 제안에 둘 다 어두컴컴한 총독부 건물을 올려다봤다. 도저히 무너질 것 같지 않고, 영원히 사라질 것 같지 않았다._65쪽

“여기가 어디냐면, 나의 아지트야.”
“뭘 위한 아지튼데?”
온기가 하나도 없어서 차가운 바닥을 손으로 짚은 허준의 물음에 신현중이 대답했다.
“지하 출판물을 만드는 곳이야.”_92쪽

그러던 어느 날, 책상에 앉아서 일하고 있는데 사환인 금동이가 다가왔다. 고개를 든 백석에게 금동이가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교정부 부장님이 기자님을 보자고 하십니다.”
속으로 ‘그 작자가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백석의 속마음을 눈치챘는지 금동이가 더 가까이 다가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낙랑파라에서 기다리겠다고 하십니다.”_120쪽

평안북도 정주 출신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경성에서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던 백석 앞에 운명처럼 나타난 허준 그리고 신현중. 셋은 조선일보 교정부에 함께 근무하며 빠르게 가까워진다. 글과 문학을 사랑한다는 점과 친일이라는 시대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마음이 같았던 셋은 스스로 ‘광화문 삼인방’이라 부르며 우정을 쌓아간다. 광화문을 밀어버린 자리에 떡하니 자리 잡은 조선총독부가 무너지는 날 축배를 들자는 약속과 함께.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손쓸 틈도 없이 빠르게 나빠지는 시대 상황과 그들 사이에 피어난 사소한 오해가 얽히며 광화문 삼인방은 결국 흩어지게 된다. 과연 셋은 지난날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이 책은 광화문 일대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낸 세 사람의 일화를 토대로 한 작품이다. 긴장감 넘치는 사건과 이를 뒷받침하는 섬세한 배경 묘사가 돋보이는 책으로, 당시 조선인들의 생활상과 암울한 시대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인용된 백석의 시와 집필 배경까지도 담아내며 백석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에도 유용한 작품이다.
“많은 책과 논문, 기사를 확인했으며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쓰려고 노력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소설임에도 사실과 다른 부분에는 각주로 설명을 더했다. 작품의 배경에 녹아있는 소소한 광고 문구나 조연 인물들도 대부분 사실에 기반했다. 실제 종로 거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기에, 소설을 읽으며 백석과 친구들이 거닐었던 길이나 장소_이문 설렁탕, 보신각 공원, 황궁우, 정동제일교회 등_를 직접 돌아보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방법이 될 것이다.


낯선 도시에서 찾은 백석의 새로운 마음의 고향, 허준과 신현중
광화문 삼인방의 탄생

“은밀한 비밀을 공유한 셋은 똑같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따뜻한 위로를 느꼈다. 경성이라는 낯선 도시에 떨어진 백석이 고향에서 느꼈던 따뜻함을 다시금 느낀 것이다.” -본문 중에서

모던 보이라 이름난 백석은 실은 평안도 정주 출신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타지에서의 삶에 쉬이 적응하지 못하던 그에게 허준과 신현중은 마음의 고향이 되어주었다. 실제로 백석은 같은 북도 출신의 소설가 허준의 이름을 딴 시에서 그를 “맑고 거륵한 눈물의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 표현할 정도로 깊은 정을 나누었다. 백석이 쓴 거의 모든 작품을 허준에게 보여주었을 정도로 문학적 교류도 활발했다. 이승훈이 세운 민족학교 출신이었던 백석은 반제동맹사건의 주동자 신현중과는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을 깊이 공유할 수 있었다.

신문사에서 교류하던 주변 문인들이 하나둘 변절하고 일본 제국주의를 찬양하는 작품을 앞다투어 내놓던 시대, 향토적 언어로 민족적 정서를 노래하는 작품을 고수한 백석이 기꺼이 마음과 시간을 나눌 곳은 허준과 신현중이었다. 여전히 “높고 견고해 보”이기만 하던 조선총독부가 이 두 친구와 함께할 땐 “약해지고 낮아졌다”는 문장처럼, 《광화문 삼인방》 속 백석, 허준, 신현중이 나눈 우정은 강하고 단단했다.


사랑과 우정 사이,
또 다른 관전 포인트

견고할 것만 같았던 이들의 우정에도 금이 가는 일이 생긴다. 백석이 마음에 품었던 한 여인, 박경련이 그 이유였다. 이미 다른 여인과 약혼을 했던 신현중이 박경련과 만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백석은 박경련에 대한 마음을 친구들에게 숨기지 않았는데, 누구보다 박경련을 향한 백석의 진심을 알았던 신현중이었기에 그 충격이 더욱 컸던 것이다. 신현중의 여동생과 혼인해 신현중과 사돈지간이었던 허준의 입장도 난처하긴 마찬가지였다.
백석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유명한 일화로, 이 이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에 저자는 사랑의 갈등이 흩트려 놓은 세 사람의 우정이 어떻게 흘러갔을지 각색해 보여준다. 사랑과 우정 사이라는 딜레마를 마주한 광화문 삼인방의 에피소드는 소설의 재미를 한층 더 높여준다.


“멀리 떠나. 시인으로 살아남고 싶다면.”

생존이 곧 저항,
변절이 아닌 떠남을 택한 사람들

책의 배경이 되는 1934년부터 1939년까지는 일제의 세계 정복 야욕이 극에 달하던 시기이다. 자원 수탈, 언론 검열, 조선어 사용 금지정책부터 강제 징병이 조선인의 발목을 잡아끌던 시절, 광화문 삼인방과 같은 문인, 엘리트 집단에게는 전향 압박이 더욱 심했다.
한때 광화문을 밀어버린 자리에 우뚝 솟아오른 조선총독부 건물을 바라보며 함께 저항을 다짐하며 일본 제국주의를 고발할 지하출판물 배포까지도 준비한 광화문 삼인방. 하지만 상황이 악화되자 신현중은 당장 저항하기보다는 떠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백석과 허준은 그 제안에 반대하지 않는다.

저자는 결국 경성을 떠나 각자의 길을 떠난 세 사람의 선택을 두고, 생존하기 위해 맥없이 물러난 나약한 지식인의 모습이라 비난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특히 백석 같은 엘리트”는 “철저하게 일본의 지배를 받아들이고 친일파의 길을 걷거나,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걸고 저항하는 길을 선택해야만 했”을 것이고 백석은 “멀리 떠나는 것으로 저항”했다고 말이다. 당장 저항시를 쓰거나 총칼을 무장하고 독립운동에 뛰어들지 않아도, 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멀리 떠난 것 역시 용기이자 투쟁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걸 이해해 보자고 제안한다. 실제로 당시 경성을 떠나지 않은, 백석, 신현중, 허준과 교류했던 문인(함대훈, 노천명, 모윤숙, 최정희 등) 대부분이 이후 변절하였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8월 15일 광복절이 다가오는 지금, 멀리 떠날지언정 우리의 글로 우리 정서를 담은 작품을 쓰고 나눔에 주저함이 없었던, 대한의 모든 것을 마음 한쪽에 간직했던 백석과 친구들의 이야기가 지금의 우리에게 주는 울림은 무엇보다 클 것이다.


“너한테 시는 고향이구나.”
백석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다

소설 《광화문 삼인방》은 시인 백석 삶을 다층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그리거나 친우와 다투는 인간 백석의 모습을 담아냈는가 하면, 시인이자 나라를 잃은 조선인 백석의 모습도 훌륭하게 그려냈다. 허나 무엇보다도 그가 왜 작품을 고향 사투리를 넣어 썼는지, 다른 소재가 아닌 고향 땅, 고향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는지, 그 이유를 무엇보다 섬세하게 그려낸다. 왜 시집 《사슴》을 100부만 찍었냐는 질문과 홍경래의 난으로 유명한 정주성을 소재로 어째서 청배를 팔러온 늙은이 이야기만을 쓰냐는 허준, 신현중의 물음을 통해 백석이 생전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를 대했고 어떤 것을 가치 있다 여겼는지 엿볼 수 있다.
독립과 투쟁을 떠올리기 쉬운 일제강점기에 특유의 서정적이고 향토적인 시를 써 내려간 백석의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백석의 삶과 작품세계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재밌는 교과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정명섭

2013년 《기억, 직지》로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 2016년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으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상, 2020년 《무덤 속의 죽음》으로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 《저수지의 아이들》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 《1948, 두 친구》 《기억 서점》 《빙하 조선》 등이 있다. 그 밖에도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지금, 다이브》 《괴이, 학원》 《떡상의 세계》 《시험이 사라진 학교》 《100년 후 학교》 《안녕, 선생님》 등 다수의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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