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말했다
2021년 08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21년 08월 1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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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86022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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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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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단 하나의 기사
3년간의 취재, 수백 건의 인터뷰 끝에 탄생한
퓰리처 상 수상 탐사보도 이면의 생생하고 치열한 기록
그들이 일으킨 행동의 시작, 그리고 변화의 시작
뉴욕타임스, 애틀랜틱, 아마존, NPR ‘올해의 책’ 선정 도서
플랜비 엔터테인먼트 제작, 캐리 멀리건 주연의 영화화 확정!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나도 당했다.”
2017년, 성적 학대를 당한 여성들이 하나둘씩 목소리를 내며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흐름과 반향을 만들어낸 미투 운동. 『그녀가 말했다(She Said)』는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뉴욕타임스〉의 두 기자, 조디 캔터(Jodi Kantor)와 메건 투히(Megan Twohey)의 숨가쁜 취재 과정과 피해 여성들의 용기와 행동, 그것으로 인한 변화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우리는 2017년 10월 5일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및 성적 착취에 대한 기사를 발표했고, 놀라운 마음으로 둑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우리가 속해 있는 언론의 세계에서 이야기, 즉 기사는 목적이고, 결과이자, 최종 생산물이다. 그러나 세상 전체를 바라본다면 새로운 정보를 담은 기사는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 대화의 시작, 행동의 시작, 그리고 변화의 시작이다.”
_조디 캔터, 메건 투히
1장. 첫 번째 통화
2장. 할리우드의 비밀
3장. 피해자를 침묵시키는 법
4장. 긍정적인 평판 관리
5장. 회사의 공모
6장. 또 누가 기사화에 동의했습니까?
7장. 하나의 운동이 일어날 겁니다.
8장. 내게 일어난 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나요?
9장. 청문회에서 증언할 수 있습니까?
에필로그: 만남
감사의 말
주석
여성들이 성추행을 당하고 그 가해자가 처벌을 받지 않는 일은 너무나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여성 과학자, 종업원, 치어리더, 간부, 공장 노동자들은 팁을 받고 급여를 받고 급여 인상을 받기 위해 신체를 더듬는 행위, 음흉한 시선, 원치 않는 접근 앞에서도 미소를 지어야 했다. 성추행은 불법이다. 그러나 어떤 직종에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여성들이 목소리를 낸다 해도 묵살당하거나 비방을 당했다. 피해자들이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거나 서로의 존재를 알 수 없는 일도 빈번했다. 배상금을 받고 입을 다무는 게 최선이라고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았다. _12쪽
가해자들은 더 높은 성공과 찬사를 누리며 승승장구하곤 했다. 사람들은 성추행범을 수용하고 때로 짓궂은 악동이라며 응원하기도 했다. 이들이 엄중한 대가를 치르는 일은 드물었다. 메건은 도널드 J. 트럼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에 관한 기사를 여러 편 썼음에도 2016년 대선에서는 트럼프의 승리를 보도하게 되었다. _13쪽
우파 언론계의 거물 빌 오라일리(Bill O’Reilly)의 스태프들이 메건에게 끝도 없이 전화를 걸어 “당신은 페미니스트입니까?” 하면서 마치 그 사실이 그녀의 신뢰성을 깎아내릴 수 있기라도 한 듯 물어댔다. 빌 오라일리 측의 동기가 수상했던 메건이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자 그는 수백만 시청자들이 보는 공중파 방송에서 그녀의 기사를 믿어선 안 된다고 했다. “문제는, 메건 투히가 페미니스트라는 것, 최소한 그렇게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의 말이었다. _40쪽
“제가 과거에 당신이 겪었던 일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가 당신의 경험을 통해 함께 다른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문장이 그 어떤 말보다도 적절하게 느껴졌다. 이 문장은 책임질 수 없는 약속도, 입에 발린 말도 아니었다. 어째서 고통스럽고 골치 아픈 문제를 힘겹게 털어놓아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말이었다. 맥고언과 처음 나눈 이메일에서 조디가 전하고 싶었던 것 역시 그것
이었다. 우리가 이 일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_53쪽
와인스타인은 지위를 이용해 여성들을 지배하는 권력을 가진 남성 그 자체였다. 여성들이 와인스타인의 미팅 제안에 응한 것은 그들이 일을 하고 싶었고, 그들에게 야심, 창조성, 꿈과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대가로, 그는 여성들을 성적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는 꼼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밀어 넣었다. 법적 요건을 충족하건 아니건 그것은 성추행이다. _80쪽
미국의 법 체계는 성추행 신고를 침묵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그 때문에 가해자의 행동을 저지하기는커녕 부추길 수 있다. 여성들이 합의서에 서명함으로써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말할 권리를 빼앗기는 일이 관례처럼 일어난다. 가해자들은 새로운 영역을 찾아가서 똑같은 범법 행위를 이어간다. 로스쿨 강의실에서도, 공개 법정에서도 합의와 기밀 유지 서약을 검토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기에 대중들은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지조차 못한다. _100쪽
매든의 이야기는 이제 조디와 메건이 ‘패턴’이라고 부르는, 여러 여성의 이야기 속에서 극히 유사하게 나타나는 와인스타인의 특징적인 행동이 가진 요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일종의 증류기였다. 모든 이야기는 그 자체로 괴로운 것이었으나, 이런 이야기들이 기이하리만치 반복된다는 사실은 한층 더 의미심장하고도 섬뜩했다. 배우들과 미라맥스의 전 직원들, 서로를 알지도 못하는, 사는 나라조차 다른 여성들은 두 기자에게 조금씩 달리 변주된 같은 이야기를 말해주면서 유사한 장면들을 설명했고 때로는 같은 표현을 쓰기도 했다. 제작자와 가까워지고 싶었던, 미라맥스에 갓 입사한 열정적인 젊은 여성들. 호텔 스위트룸. 그곳에 준비되어 있던 샴페인. 목욕가운 차림의 와인스타인. 이 여성들은 너무나 어렸고, 그들이 시달린 위압은 너무나 컸다. 다들 어린 로라 매든이 원했던 것을 원했다. 매든에게 주어진 런던 지사의 자리처럼, 일하고, 참여하고, 성공할 기회 말이다. _128쪽
하비 와인스타인은 변호사에서 어시스턴트에 이르는 인력, 그리고 계약에서부터 업무 비용에 이르는 관행을 이용해 오랫동안 자신의 가해행위를 지속하고 은폐해왔다. 이에 대해 거의, 또는 전혀 모르는 채로 영화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거나 개봉 일자를 정하는 등의 업무를 맡는 직원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두 해 동안 이사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라이터, 그리고 와인스타인의 동생이자 사업 파트너인 밥 와인스타인까지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과 성폭력 혐의를 알고 걱정하게 되었다고 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으나 매번 실패로 끝났고, 와인스타인은 여러 문제를 그저 없던 일로 만들어버리고 자신만의 현실을 창조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한 회사가 성폭력에 그렇게 깊숙이 공모할 수 있었던 걸까? _189쪽
하비와 함께 갔던 다른 출장에서, 저는 그로부터 호텔 방에서의 “개인적인” 약속을 마친 여성 배우 지망생들을 만나라는 지시를 들었습니다. 하비는 그들이 호텔 로비로 내려오면 인사하고, 매니저, 에이전트 등에게 소개를 시켜준 뒤, 그들이 와인스타인컴퍼니의 프로젝트에 캐스팅될 수 있게 도우라고 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렇게 하비가 “개인적인 우정”을 맺고 있는 여성 배우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건 오로지 여성 직원들뿐이라는 점이며, 제가 알기로 이때 “개인적인 우정”이란 그가 그녀들과 성관계를 맺었거나 맺고 싶어 한다는 뜻입니다. 와인스타인의 여성 직원들은 하비 와인스타인이 일자리를 얻고자 하는 취약한 여성들을 성적으로 정복하는 일을 돕는 데 이용되고 있습니다. _228쪽
그해 가을,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소셜미디어에 #MeToo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게시하면서 새로운 연대로, 자유 의지로 앞으로 나섰고, 이때는 와인스타인 조사를 위해 필요했던 수개월에 걸친 신뢰 쌓기나 설득은 필요하지 않았다. 퇴근한 뒤 자기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라온 여성들의 선언을 읽어가던 어느 늦은 밤 메건은 아는 여성이 올린 글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변화의 핵심은 과거의 일에 대해 책임을 지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여성들 중 더 많은 수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야기들의 규모, 그리고 이에 담긴 고통이 이 문제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이 문제가 삶을 얼마나 망가뜨리고 일터의 진보를 방해하는지를 보여주었다. 기업체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조사에 착수했으며 대표를 해고하기도 했다. 진실을 말하면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약속이 있었기에 더 많은 여성들이 입을 열었다. _300쪽
어떻게 보면, #MeToo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하는 말과, 이미 너무 멀리 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는 같은 이야기도 있었다. 절차 또는 명확한 규칙이 부재한다는 점이었다. 기업이나 학교가 문제 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은 둘째치고, 성추행이나 성폭력의 정확한 의미에 대한 대중들의 의견 일치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었다. 기업 이사회에서부터 술집에 모인 친구들까지, 모두가 각자의 가이드라인을 세우느라 여념이 없었는데, 이는 매력적인 대화 소재였으나 총체적 혼돈이기도 했다. 국가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새로운 기준에 어떻게 동의할지, 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어마어마한 고발들을 어떻게 해소할지도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 대신, 양쪽 모두에게 부당하다는 감정만 누적되고 있었다. _309쪽
무엇보다도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그녀의 목소리였다. 예상치 못하게 소녀 같으면서도 권위가 느껴지는 목소리였는데, 그렇게 들리는 이유 중 하나는 그 목소리에 담긴 명확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포드는 증언하는 내내 모든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하는데 전념하는 듯 보였다. 와인스타인 사건에서 피해자의 목소리가 기자들을 통해 전해졌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온 세상이 그 여성을 두 눈으로 보면서 걸러지지 않은 그 여성의 이야기를 들었다. _379쪽
로슨은 차별에 맞서 노동자 권리를 옹호하는 정부기관인 평등 고용 추진 위원회에 맥도날드를 고발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살면서 제가 그만큼 강하다는 기분이 든 건 처음이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이 방에 모인 여성 중 노동쟁의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로슨은 9월 파업이 어떤 풍경이었는지 설명해주었다. 큰 소리로 반복하는 구호와 연대의 함성, 새로운 이들과의 만남, 에너지와 동지애의 감각, 그리고 남성 지지자들은 일부러 여성의 뒤를 따라 함께 행진하던 풍경이었다. 로슨은 연설을 했고, 인터뷰를 했고, 유모차에 태운 딸과 함께 행진을 끝까지 마쳤다. “모두가 함께였어요.” 그녀가 말했다. “마치, 지금까지 한 번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오늘이라도 내 말을 들어달라 요구하는 기분이었죠.” _409쪽
포드의 공론화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예상은 헛된 일이었다. 어떤 이야기가 대중에게 처음 알려지게 되는 그 순간부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가 그 이야기를 읽을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의견을 덧붙이고, 반박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이 이야기가 인정받고 영향력을 가진다는 보장도 없다. 우리가 속해 있는 언론의 세계에서 이야기, 즉 기사는 목적이고, 결과이자, 최종 생산물이다. 그러나 세상 전체를 바라본다면 새로운 정보를 담은 기사는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 대화의 시작, 행동의 시작, 그리고 변화의 시작이다. _415쪽
대화를 마무리하며, 시
배우 지망생이나 갓 입사한 여성을 표적으로 삼는 권력형 성범죄,
그리고 이를 묵인하는 기업문화와 법 체계의 문제
〈뉴욕타임스〉가 하비 와인스타인 관련 특종을 터뜨리기 전부터, 그가 여성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루머는 줄곧 끊이지 않았다. 수상 후보에 오른 여자 배우들은 더 이상 와인스타인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겠다고 오스카 시상식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공공연한 농담처럼 회자될 정도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단순한 바람기로만 보았다. 그간 와인스타인에 관한 루머를 파헤치려던 기자들도 있었지만 모두 기사를 써내는 데는 실패했다.
하비 와인스타인은 교묘했다. 그는 배우 지망생이나 자신이 운영하는 영화사에 갓 입사한 여성들만을 표적으로 삼았으며, 문제가 생길 시 회사 공금으로 합의금을 지불했다. 그러는 한편 캠퍼스 내 성폭력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배급하고, 여성 행진에 함께 참여하는 등 대중 앞에서는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다. 〈뉴욕타임스〉의 두 기자 조디 캔터와 메건 투히가 취재에 착수하며 만난 첫 번째 취재원이었던 배우 로즈 맥고언은 기사화하지 않겠다는 전제하에, 1997년 선댄스 영화제 기간에 와인스타인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언급했다. 이후 매니저에게 그 사실을 알린 뒤 변호사를 고용했고, 그 결과 와인스타인으로부터 합의금 10만 달러를 받았으나 그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모든 스튜디오에서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주고 돈으로 입막음해요. 기밀 유지 협약서를 안 쓰는 사람이 없어요. 선을 넘으면 안 돼요, 곧바로 대체되니까.” 그녀가 말했다.
조디와 메건은 취재 도중 가해 행위에서 일종의 패턴을 발견했다. 역겨울 만치 되풀이되는 호텔 방 이야기. 갓 입사한 여성들을 표적으로 삼는 것. 일을 빌미로 섹스를 요구하는 끔찍한 거래, 그리고 진실을 아는 자들의 기나긴 침묵. 와인스타인은 지위를 이용해 여성들을 지배하는 권력을 가진 남성 그 자체였다. 그는 일하고, 성공하고 싶었던 열정적인 젊은 여성들의 자존감을 철저히 짓밟았다. 그러나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할 법 체계는 아이러니하게 피해자를 침묵시키고 변화를 가로막았다. 성추행 합의 시에 작성해야 하는 기밀 유지 서약서는 공정한 법적 거래라기보다는 은폐를 연상시키는 표현들로 이루어졌다. 피해자들은 피해 사건 관련 증거를 전부 넘겨야 했고, 언론사의 인터뷰에 응해서도 안 되었다. 두 기자는 성폭력에 맞서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무기 중 어떤 것은 성폭력에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하비 와인스타인이 23년형을 선고받기까지
침묵을 깨고 기사화에 동의한 수많은 피해자들의 용기
취재를 이어가던 기자들은 와인스타인 관련 기사를 터뜨리려면 확실한 증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증거나 증인 없이는 고전적인 “그가 말했다, 그녀가 말했다”식의 논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았다. 피해자의 고백을 가해자는 부인할 것이고, 증거가 없으니 사람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각자의 편을 들며 결론 없는 논쟁을 이어갈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증거는 피해자들의 공식 발언이겠지만, 문서의 형태로 남은 합의금 거래가 증거로 더해진다면 압도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판단에, 전·현직 직원들과 피해자들을 통해 관련 법적 기록과 이메일, 회사 내부 문건 등을 획득하기 위해 애썼다. 지금까지 와인스타인 보도에 성공한 이는 아무도 없으니, 완벽하게 보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의 취재 움직임을 파악한 하비 와인스타인이 엄청난 명성의 변호인단과 사립탐정을 고용하며 기사 발행을 저지하기 위해 갖은 수를 썼고, 그 때문에 기사 집필이 결정된 9월 29일부터 첫 기사 발행을 마친 10월 5일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의 6∼7장은 흡사 첩보물과도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런 그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는 마침내 약 30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와인스타인에 대해 제기된, 기존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혐의들을 밝혀냈다. 취재 과정에서 취재를 이끈 두 기자뿐만 아니라 그들과 한 팀을 이루며 움직이고 판단했던 동료 기자들의 헌신, 그리고 기사 발행 전 와인스타인 측에 취재 자료를 미리 공개해 답변을 구하는 모습 등은 유서 깊은 언론사의 정통한 취재 과정을 확인시키며 “탐사보도에 관한 신(新)고전이 될 만한 책”이라는 서평을 실감하게 한다.
물론 무엇보다 오랜 고민 끝에 침묵을 깨고 자기 목소리를 내고, 그것의 기사화에 동의한 피해자들의 용기가 아니었으면 애초에 불가능했을 프로젝트였다. 유방암 수술을 앞두고 기사화에 동의하기로 한 로라 매든, 배우 경력이 위태로워질 위험을 무릅쓰고 인터뷰에 응한 배우 애슐리 저드와 귀네스 팰트로, 합의서에 서명하고 침묵해야 했지만 법적 제재의 가능성을 감수하고 인터뷰에 응한 런던의 제작자 젤다 퍼킨스까지. 말하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들의 용기가 다른 여성들을 도울 수 있다는 신뢰였다. “제가 과거에 당신이 겪었던 일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가 당신의 경험을 통해 함께 다른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미투 운동 이후 세상은 얼마나 변화했을까?
그것의 목격자는 바로 우리다.
하비 와인스타인과 관련한 〈뉴욕타임스〉의 첫 기사가 나간 뒤,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소셜미디어에 #MeToo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게시했다. 각자 자유 의지로 앞으로 나섰고, 와인스타인 관련 취재에 필요했던 수개월에 걸친 신뢰 쌓기나 설득은 더 이상 필요치 않았다. 이 변화의 핵심은 과거의 일에 대해 책임을 지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여성들 중 더 많은 수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기업체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조사에 착수했으며 대표를 해고하기도 했다. 한편 국가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기준을 세우지 못한 상태인 데다, 성추행이나 성폭력의 정확한 의미에 대한 대중들의 의견 일치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기업 이사회에서부터 술집에 모인 친구들까지, 모두가 각자의 가이드라인을 세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듬해 봄이 지나고 여름이 왔을 무렵 조디와 메건은 새로운 질문에 집중하게 되었다. 미투 운동 이후 실제로 얼마만큼이 변화했는지, 그 변화가 지나치게 큰지, 아니면 아직도 불충분한지 하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 대답이 될 만한 하나의 사건을 마주한다. 2018년 미국 대법관 최종후보자였던 브렛 캐버노의 성폭행 의혹이었다. 캐버노의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하비 와인스타인 고발 기사로 인해 ‘미투 운동’이 촉발된 이후 그 1년간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되짚어볼 수 있는 지점으로 작용한다. 과학자이자 심리학과 교수인 크리스틴 블레이지 포드는 대법관 인준을 앞두고 있던 브렛 캐버노로부터 고등학생 시절 성폭행 당한 사건을 기사화하기로 마음먹고 인터뷰에 응하지만,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으며 공화당 지지자들로부터 목숨의 위협을 당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결국 청문회에 나서서 당시 사건을 증언하기로 마음먹는데, 그렇게 결심하기까지 오가는 주저함과 후회, 다짐과 정의감 등 복합적인 감정이 증언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결국 캐버노는 대법관으로 인준받았지만,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의 흐름과 영향력이 결코 멈추지 않음을 ‘에필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에필로그’에서 두 기자는 취재 시 기사화에 동의해준 귀네스 팰트로와 애슐리 저드와 같은 여배우를 비롯해 포드 박사, 여러 여성 피해자들을 한곳에 초대해 아직까지는 불완전한, 그러나 위대한 변화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데, 그들의 대화와 다짐에 귀 기울이다 보면 이 흐름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우리가 또 다른 목격자임을 확신하게 한다.
작가정보
《뉴욕 타임스》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조디 캔터(Jodi Kantor)는 특히 직장 내 여성 처우와 관련해 취재를 이어왔으며, 두 번의 대통령 캠페인을 취재하면서 『오바마 부부(The Obamas)』를 펴내기도 했다. 메컨 투히(Megan Twohey)는 여성과 아동 처우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취재해왔으며, 2014년 퓰리처상 탐사보도 부문에서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캔터와 투히는 이 책 『그녀가 말했다』의 바탕이 된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및 성적 착취를 고발한 기사로 2018년, 《뉴요커》의 기자 로넌 패로와 공동으로 퓰리처 상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 수상했다.
저자(글) 메건 투히
《뉴욕 타임스》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조디 캔터(Jodi Kantor)는 특히 직장 내 여성 처우와 관련해 취재를 이어왔으며, 두 번의 대통령 캠페인을 취재하면서 『오바마 부부(The Obamas)』를 펴내기도 했다. 메컨 투히(Megan Twohey)는 여성과 아동 처우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취재해왔으며, 2014년 퓰리처상 탐사보도 부문에서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캔터와 투히는 이 책 『그녀가 말했다』의 바탕이 된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및 성적 착취를 고발한 기사로 2018년, 《뉴요커》의 기자 로넌 패로와 공동으로 퓰리처 상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 수상했다.
《뉴욕 타임스》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조디 캔터(Jodi Kantor)는 특히 직장 내 여성 처우와 관련해 취재를 이어왔으며, 두 번의 대통령 캠페인을 취재하면서 『오바마 부부(The Obamas)』를 펴내기도 했다. 메컨 투히(Megan Twohey)는 여성과 아동 처우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취재해왔으며, 2014년 퓰리처상 탐사보도 부문에서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캔터와 투히는 이 책 『그녀가 말했다』의 바탕이 된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및 성적 착취를 고발한 기사로 2018년, 《뉴요커》의 기자 로넌 패로와 공동으로 퓰리처 상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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