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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와 바이올린

초등교사 김지혜가 사는 세상
김지혜 지음
읽고쓰기연구소

2024년 07월 13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10월 0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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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8.30MB)
ISBN 9791198006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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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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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차 초등교사이자 네 아이의 엄마인 김지혜 선생님의 일상을 ‘배움과 성장’을 키워드로 기록한 책.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교권이 쟁점이 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김지혜 교사가 던지는 메시지는 큰 울림이 있다. 교사의 몸과 마음이 단단하게 채워져야 아이들과 학부모를 대할 때 부정적인 생각에 휩쓸리지 않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변환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태권도인이다. 오랜 탐구와 실천을 통해 교사가 아닌 시간에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을 만들었고, 그 다른 정체성이 교사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욱 건강하고 풍성하게 지탱해주었다.
저자는 오늘의 일상에서 시작되는 모든 이야기를 결핍-노력-성장의 스토리로 만들며 매일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삶으로 끊임없이 회귀한다. 아이들이 조금씩 날마다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고 응원하고 이끄는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신이 성장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믿음을 일상을 통해 증명하고 실천해 보인다.
프렐류드_배움이 주는 에너지

1악장: 매일, 조금씩, 나아가기 위하여---Adagio
읽고, 쓴다
작게, 끊임없이 도전하기
마음을 뜨고 관계를 엮는 뜨개질
얍! 무도 수련
태권도 수업이 너무 좋아
몰입식 영어 공부
바이올린과 사시나무
내 영혼을 울린 그 순간
음악으로의 초대
콤플렉스와 열정 사이

2악장: 추억이 나의 길을 따라 자란다---Andante
할머니, 그때는 미안했어요
절망과 희망은 늘 같이 다닌다
첫사랑 얘기 해주세요
나의 놀이 편력기
구멍 난 양말
여성 6대
내가 물려받은 것과 물려줄 것
초임 시절 흑역사
교직원 점심 당번

3악장: 거울처럼 등대처럼---Allegretto
아이의 세계는 작지 않다
잊으려 잊으려 해도
담임의 기쁨과 슬픔
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
나는 언제까지 교사일 수 있을까
부추김의 기술
미래에도 학교가 있을까?
학교폭력 업무요? 제가요?

4악장: 변치 않는 마음으로 새로워지기---Vivace
문득 떠나기
때로 요리를 한다
비우고 바꾼다
미니멀리즘 교실
학교가 숲이라면
음악이 아이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
동기부여가 반
운동과 회복탄력성
생명을 키운다는 것
따로, 또 함께

카덴차_우리가 다시 힘을 내야 한다

“과장님이라 생각하고 발로 차세요.” 태권도 관장님이 미트 발차기 시킬 때 가끔 하시는 말씀이다. 너무 웃겨서 힘이 다 빠질 지경이지만 우리는 관장님이 ‘과장님'이라 명명한 그 무엇을 각자 떠올리며 다시 기합을 지르고 미트를 찬다. 그렇게 땀을 쫙 빼고 집에 돌아오는 길, 나는 날아갈 것만 같다. -6쪽

두 번째 학기에 교수님께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타나 8번을 배웠는데 그때 따로 교회 챔버 악장님의 바이올린 학원을 찾아가 레슨을 두어 번 받은 적이 있다. 8번의 3악장이 무척이나 빠르고 기교가 많이 필요한 곡이어서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번은 악장님께 레슨받는 나를 지켜보던 사모님이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다.
“선생님! 대체 이게 무슨 고생이세요?”. -20쪽

좋아하는 바이올린을 하면서도 무대에 서는 게 두려웠던 나에게 태권도 수련이 큰 힘이 되었다. 태권도를 배운 후에는 신기하게도 무대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게 예전만큼 떨리지 않는다. 어두운 길을 걸을 때도 덜 무섭다. 최소한의 방어기술을 가진 느낌이랄까? -31쪽

그때 선생님들에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교사 바이올린 동아리를 만들었다. 아이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들이 열 명 남짓 모여 강사님에게 단체로 레슨을 받았다. 처음에는 학년부장이라 바빠서 별로 내키지 않았는데 어차피 우리 반 교실을 내어주는 김에 그냥 같이 배워보자 싶어 합류했다. 3개월쯤 지나니 선생님들이 하나둘 그만두기 시작했고, 1년 후에는 나 혼자 남았다. -53쪽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기 위해 요구되는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있다. 돕는 사람과 좋은 기회, 본인의 의지와 체력, 그리고 좋은 선배나 동료 등 롤모델도 있으면 좋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우연히 마주한 내 안의 강렬한 영감에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바이올린을 처음 배울 때 운전하면서 음악 CD를 많이 들었는데 ‘소마트리오’라는 피아노트리오의 CCM 음반 중 〈내 구주 예수를〉이라는 곡이 나오면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높은 음역대의 바이올린 선율이 내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렸다.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 뒤로 바이올린 소리가 내게 일으키는 감동을 계속 찾게 되었다. -60쪽

다시 일어날 용기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나의 목표가 ‘완벽하게 잘하는 것'이 아닌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는 것'이었다는 것을 항상 되새길 수 있어야 한다. - 66쪽

절대 맡고 싶지 않았던 업무, 학교폭력 담당이 되었다. 담당교사 연수를 받고 업무 인수인계를 받을 때만 해도 두려움과 부담감에 몸과 마음이 떨렸다. 내가 학교폭력 담당이 되었다고 하니 주변 선생님들도 “세상에, 어째요?” 하며 걱정해준다. -196쪽

운동을 하다 보니 어지간한 실수는 웃어넘기고, 내 황당한 실수가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준다면 그걸로 만족감을 느끼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무도인으로서 음악인으로서 나는 아직 초보 수준이고 갈 길은 멀지만 때로 엇박자가 나고 불협화음이 일어도 금세 툭툭 털고 다시 제자리에 설 수 있다는, 나에 대한 믿음만은 점점 굳건해진다. -252~253쪽

내가 왜 태권도와 바이올린에 매달렸을까. 이 책을 쓰면서 계속 생각했다. 수만 가지 이유와 우연이 겹쳤을 것이다. 사람들이 묻는다. 사회적, 경제적 성취와 무관한 일에 왜 그렇게 투자하느냐고. 사실 끝이 없어서 할 만했다. 비교할 대상은 어제의 나밖에 없어서. 어떻게든 다른 곳에 나를 두고 잡념을 떨치는 무아지경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내가 일상에서 겪는 힘듦을 다른 차원의 힘듦으로 틀어막아보려 했던 건지도 모른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기보다는 퇴보를 막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어제보다 동작이 안 되고, 어제보다 악보를 못 보는 오늘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는 운동과 예술로 채운 내 에너지가 창고가 절망적이고 괴로운 상황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낼 든든한 자산이 되어준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268~269쪽

아들 셋, 딸 하나의 엄마,
29년차 교사인 김지혜 선생님이
전쟁 같은 일상 속에서
예체능에 진심을 다하는 이유

“지옥이 무서운 이유가 영원히 끝나지 않는 데 있다면
나는 영원히 끝없는 일에 도전함으로써
그 두려움을 떨쳐낼 힘을 내볼 것이다.”

학교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하고 성취하면서 배움을 연습하는 곳이다. 배움을 멈추는 순간이 교사로서의 삶이 끝나는 순간이라 생각하는 저자는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좋은 삶의 태도를 말로 가르치기는 어렵지만 교사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줄 수는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배우지 않은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는 없기에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고, 꾸준히 수련하고 있으며, 어린 시절에 멀어졌던 음악가의 꿈에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연주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교사가 학생의 삶을 지속해야만 학생의 눈높이에서 가르칠 수 있다고 온몸으로 말하는 저자는 그러한 자신의 교육적 신념을 동료나 후배 교사들에게 교훈적으로 말하려 하기보다는 매일의 일상을 그려 보임으로써 진솔하게 전한다.

책의 구성은 바이올린 소나타의 형식을 빌려 전체 4악장으로 구성하고 빠르기 표시로 각 장의 분위기를 나타냈다. 1악장 ‘매일, 조금씩, 나아가기 위하여’에는 저자가 자기 성장을 위해 꾸준히 해온 읽고 쓰는 일, 뜨개질, 바이올린 연습, 태권도 등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스물아홉 살에 방과후 교실에서 시작한 바이올린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굴욕의 순간들과 중년의 나이에 도전한 태권도 수련 과정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흥미를 자아낸다. 치열한 배움의 과정을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처럼 유쾌하게 풀어내면서 악기 고르기, 태권도장 알아보기, 음악학교 진학 등 관한 팁을 깨알같이 담아 독자를 예체능의 세계로 구체적으로 유혹한다. 활발한 느낌이지만 빠르기 표시는 ‘아다지오’로 정해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천천히 나아가도 된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2악장 ‘추억이 나의 길을 따라 자란다’는 저자가 과거의 기억을 차분히 더듬어보는 챕터이다. 흘러간 시간 속의 사건들은 되돌릴 수도 수정할 수도 없지만 돌아보는 시점에 따라 감정도 의미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저자의 해석과 의미 부여는 저자 자신이 지금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드러낸다. 어머니와 딸들의 가계도를 짚어보는 것, 지금의 자신을 형성한 사람들의 영향을 기억하는 것, 사라지지 않는 예술에 대한 열망의 궤적을 조심스레 그려보는 저자의 글쓰기는 놓쳐버린 일에 대한 아쉬움이나 후회도 자기 변화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의 나침반을 집요하게 따르고 있다. ‘조금 빠르게’라는 뜻의 ‘Allegretto’가 붙은 3악장 ‘거울처럼 등대처럼’은 학생의 시간이 끝나자마자 다시 학교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29년이라는 시간을 교사로 살아온, 그야말로 평생 학교에서 살아온 저자의 학교에 대한 생각이 모여 있는 장이다. 교사의 체벌이 당연했던 시절에 학창시절을 보내고, 좌충우돌 실수 연발이던 초임시절을 지나, 도심에서 학교가 사라지고 학교의 교육적 상황이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오늘의 현실 속에서 저자는 자신이 겪은 학교의 변화를 되짚어보며 학교의 미래를 걱정한다. 학교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거울이기도 하고, 등대이기도 하다. 사회의 부조리와 개인들의 욕망이 실시간으로 투영되는 곳이자 학교를 떠난 사람들 각자의 기억과 그에 대한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학교는 바람 잘 날 없는 문제적 공간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에게도 학교를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도 학교에 있는 동안은 매순간 아이들의 북극성 같은 존재로 빛을 비추어주겠다는 굳건한 마음을 새겨놓았다. 4악장 ‘변치 않는 마음으로 새로워지기’는 ‘비바체'라는 빠르기 표시를 달았다. 여행과 라이프스타일 등 개인적인 취향이 담긴 이 장에서 저자는 세상의 빠른 흐름에 뒤쳐지지 않으려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자기중심을 굳건히 잡고 서 있는 단단한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보다 변화와 성장을 갈구하지만 자기만의 속도와 리듬을 지켜가는, 활기차지만 조급하지 않은 건강한 저자의 발걸음을 느끼며 즐겁게 공감할 수 있는 글들이 모여 있다. 각 장의 빠르기 표시는 하이든 교향곡 〈시계〉의 빠르기 구성과 우연인듯 운명인듯 일치한다. 우리 삶의 시계는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다른 속도로 흐른다. 저자처럼 우리가 각자 살아온 지금까지의 시간을 차분히 그려보고, 우리의 심장박동을 뛰게 만든 것들의 이름을 불러보고, 그것들고 함께해온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어본다면 우리가 사는 이 세계의 시간이 보다 활기차고 긍정적인 리듬으로 박동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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