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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아름다운 미물들

작고 하찮고 사랑스러운 아홉 누에와 집사의 여름 한 철 동거 일기
안은영 지음
메디치미디어

2024년 07월 03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6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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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6.46MB)
ISBN 9791157069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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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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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필연적으로 누에나방 애벌레를 키우게 된 안은영 작가, 작은 이파리 하나를 나누어 먹으며 무해하고 최소한의 삶을 사는 이 미물들에게 서서히 스며들듯 사랑에 빠진다. 사랑하면 그전까지와는 다르게 보이나니, 아홉 누에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그들의 모습을 구별하게 되는 감동적인 순간을 맞이한다. 꼬물거리는 아홉 누에를 키우며 운명처럼 누에 집사에서 누에 광인으로 진화하는 작가의 관찰 육아 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무렇지 않게 자라주는 것이 이토록 감사할 줄이야”라고 말하는 그 마음에 공명하게 된다.
그림에 문외한인 작가가 애정 가득한 손끝으로 그린 누에 그림, 이 그림과 어우러진 전지적 누에 시점으로 쓴 별면의 글들이 독자들을 누에나방의 사생활로 흡입력 있게 이끈다. 그리고 속삭인다. 작고 하찮고 사랑스러운 누에와 당신도 사랑에 빠지게 될 거라고.
프롤로그: 누에와 함께한 어느 여름 이야기

1부 누에 집사의 길
무해한 최소한의 삶
숲모닝 누에모닝
진격의 동거충
누에와 하루, 이틀, 사흘
‘잠모’를 아시나요

2부 뽕잎 따는 마음
기고 갉고 싼다
잠분의 탄생
마음은 뽕밭
두근두근 스킨십
누에 성장일기
‘돌밥’하는 녀석들

3부 집짓기의 어려움
누에 깰라, 살살 걸어라
둥지 안의 하얀 집
작은 용사 흰둥이

4부 짝짓기의 계절
무심하고 무참한 자연의 질서
애벌레, 날개를 달다
둥지는 혼돈의 도가니
각각의 누에
지구본을 선물하다

5부 소멸과 순환의 시간
캠핑, 나를 위한 심폐소생술
나방의 소멸
누에의 시간
굿바이 막냉이
미물, 숲의 시작과 끝
둥지에서 보낸 한 철

에필로그: 하찮은 매혹으로부터 다시 숲으로

누에는 생물학적으로 누에나방의 애벌레를 뜻한다. 그런가 하면 형태적으로 이런 구분도 있다. “누워 있는 벌레.” 벌레가 누워 있다니 좀 수상하다. 문어는 머리를, 달팽이는 배를 밀며 걷듯 곤충의 애벌레는 짧고 많은 발로 기는 족속 아니었던가. 누에는 그 흔한 가시도 독침도 없이 태평하게 누워 있는 애벌레다. 역설적으로 누워 있어도 될 만한 비범한 구석이 있다는 뜻일까. ― 6쪽 〈프롤로그〉 중에서

뽕잎을 잘게 잘라 상자에 넣어주었다. 당장 되돌려주겠다 던 마음은 간데없고 먹이를 향해 고개를 움직이는 애벌레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해하고 최소한의 삶이었다. 그것들과의 한집살이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인생이라는 고치에 뭐가 들었는지 맞닥뜨리지 않고는 모르는 것이다. 며칠 못 가 거리두기에 실패하고 누에에 게 홀딱 빠져들어 사람 눈 피해 뽕잎 뜯으러 다니는 심마니가 될 줄은, 이 미끄덩하고 수상한 것들을 공들여 키우게 될 줄은 그때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 20쪽 〈무해한 최소한의 삶〉 중에서

누에도 쏟아지는 졸음은 참을 수 없나보다. 누에가 잠에 빠져드는 광경은 풉, 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도록 무구하고 사랑스럽다. 그들은 무아지경으로 뽕잎을 갉다가 한순간에 고개를 톡 떨어트린다. 입에서 이파리가 작은 포물선을 그리며 팔랑 떨어지고 누에의 머리가 이파리를 따라 내려앉으면 숙면 시작이다. ― 72쪽, 〈잠분의 탄생〉 중에서

때는 바야흐로 누에의 시간으로 3령, 누에 집사의 시간으로 일주일째다. 비로소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뜻이고, 생을 향해 전투적으로 나아갈 시점이라는 얘기다. 나중에 지인은 “애벌레들에게 뽕잎을 주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저렇게 열심히 먹고, 내일이면 먹은 만큼 자라 있는 데에 뭐랄까 감동을 좀 받았지”라고 말했다. 다행이다. 지인이 애벌레를 하나의 존재로 인정해주니 나로선 응원을 받은 기분이다. ― 80쪽, 〈마음은 뽕밭〉 중에서

오랜 짝사랑 끝에 상대로부터 오케이 한번 사귀어보자, 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가슴이 콩닥거렸다. 나는 고작 회오리의 이마를 만지고 몽쉘의 등을 쓸어봤을 뿐이었다. 그것만으로 마치 누에들이 나를 반려인으로 받아들인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혀 기분이 두둥실 구름 위로 날아올랐다. ― 92쪽, 〈누에 성장일기〉 중에서

눈이 있으면 찾아가겠지만 누에는 기어가 더듬어봐야 알 수 있다. 그러니 이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해야 한다. 어쩌다 뽕잎을 만나면 집짓기의 8할이 완성된다. 뽕잎 표면에 아교뭉치를 붙이고 그곳에 실을 이어 잎의 이쪽 끝과 저쪽 끝을 연결해 보를 만든다. 그다음 돌돌 말아내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하고 안전한 요새가 만들어진다. 모서리 다음으로 인기 많은 가옥의 형태는 평면에 실을 붙여 고치를 매다는 방법이다. 일종의 트리하우스다. ― 123쪽, 〈둥지 안의 하얀 집〉 중에서

두 마리의 수컷누에나방이 대치 중인 둥지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녀석들이 다투어 파닥이는 날갯짓은 훗날 암컷에게 선택받은 수컷의 득의양양한 노래가 되거나 암컷의 눈길 한 번 받지 못한 만년 솔로들의 외로운 하소연 중 하나일 것이다. 바야흐로 잔인한 계절이 찾아왔다. ― 152쪽 〈애벌레, 날개를 달다〉 중에서

며칠 뒤 나는 침실용 램프를 꺼내와 둥지가 있는 방에 놓아주었다. 바다 부분은 검고 대륙에만 은은한 빛이 들어오는 아름다운 지구본 램프였다. 방바닥에 내려놓고 스위치를 올리니 남반구에 위치한 브라질, 호주, 아프리카 주변으로 나방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녀석들은 램프와 창가, 둥지 등 다양한 곳에서 어둠을 기다렸다가 아침을 맞았다. 또 한 번의 태풍이 한반도를 매섭게 할퀴고 지나간 아침에도 누에의 방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머리를 감고 대충 물기만 털어낸 채 누에의 방에 누워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 183쪽 〈지구본을 선물하다〉 중에서

매일 오르는 집 앞 산책로 가장 높은 곳, 흰둥이 바로 옆에 땅을 파고 나의 여덟 마리 누에나방을 묻었다. 멜론만 한 크기의 돌을 무덤 위에 비석처럼 내려놓는 순간 누에나방과 함께한 나의 소중한 시간이 비로소 막을 내렸다. 여름이 물러갈 즈음 노랗고 검은 은사시나무의 이파리들이 나방들과 애벌레의 무덤 위로 떨어졌다. 아침마다 일부러 그곳을 돌아 산책을 한다. 다섯 개의 돌이 병정처럼 에워싼 그곳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누에나방들이 먼 곳으로 소멸하는 여행을 떠나고 있을 것이다. ― 216쪽 〈굿바이 막냉이〉 중에서

나는 다시 숲으로 간다. 삼킨 만큼 뱉으면서 나아가는 것, 숲에서 내가 하는 일은 오로지 이 한 가지다. 누에나방을 만난 뒤로 한 가지 주문이 더 추가되었다. 자연스러운 것을 이기는 고결함은 없다. 한껏 고결한 나는 어깨에 힘을 빼고 흐르듯 숲으로 간다. 사랑하는 데에, 살아가는 데에 무서울 것이 없어진 기분이다. 하찮은 것으로부터 매혹되자 비로소 고결해지는 유쾌한 역설이라니! ― 239쪽 〈에필로그〉 중에서

작고 하찮고 사랑스러운 누에와 집사의
여름 한 철 동거 일기

기자 출신 안은영 작가, 숲해설가로 변신한 후 우연한 기회에 누에나방을 키운다. ‘누워 있는 벌레’인 아홉 마리 누에 애벌레가 든 종이상자를 받아들였을 땐 지우개똥 같은 우스꽝스러운 생김새에 잠깐 귀여움을 느꼈을 뿐. 하지만 같은 시공간에서 ‘양육’의 책임을 지면서 ‘무해하고 최소한의 삶’을 사는 애벌레 누에에 무장해제당하고 서서히 스며들듯 사랑에 빠진다.
이 책은 누에와 집사의 합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작가가 누에에 빙의해 전지적 누에 시점의 글을 쓰고 직접 누에 그림을 그린 덕분이다. 누에에 빙의한 작가와 달린 독자들은 작고 하찮은데 너무도 사랑스러운 누에에게 싱싱한 뽕잎을 공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작가에 빙의하며 누에 집사의 입장에서 이들의 한살이에 동참하게 된다. 뽕잎만 먹던 애벌레가 어렵게 집짓기를 마치고 고치가 되었다가 누에나방으로 진화해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다 떠나는 50일간의 ‘누에의 사생활’에 직관하듯이 함께하게 된다.


누에의 한살이가 이렇게 감동스러울 줄이야!
― 아홉 개의 단정한 생이 전해준 소소한 위로와 생의 교훈

탈피와 변태 과정을 거치며 전혀 다른 두 가지 형질을 나타내는 생명체를 처음 접한 작가에게 누에 한살이는 매순간이 흥미진진하다. 오로지 뽕잎만 먹는 애벌레 시기의 누에는 잠을 자듯 네 번의 허물벗기, 즉 탈피 과정을 거친다. 이어 금식하며 제 집을 짓고 들어가는 고치 단계를 지나 마침내 성충이 된 누에나방은 본능에 충실하듯 짝짓기와 알 낳기에 몰두한다. 비록 날개가 달렸지만 날지 못하는 누에나방은 야생성을 잃고 가축화되어 자연 환경에 놓인다면 곧 멸종해버릴 만큼 연약하다.
지켜보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이게 되나니, 작가는 아홉 마리 누에에게 눈 맞춤을 하며 성격에 따라 이름을 선사하는 지경에 이른다. 수컷 토마스, 해보, 몽쉘, 막냉이, 회오리와 암컷 술래 소피, 흰둥이, 동백이. 누에 집사는 애벌레 시기까지는 뽕잎을 제공하며 양육의 시간을, 고치 시기부터는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간을 거쳐야 한다. 양육 과정에서는 오로지 뽕잎 하나에 의지하며 아무렇지 않게 자라주는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며, 눈 한 번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감동한다. 작고 하찮은 미물에게 매혹된 집사는 애벌레들의 둥지를 묵상과 기도의 공간으로 삼고, 빛을 좋아하는 나방에게 지구본 램프를 선물한다. 무심하게 둥지가 있는 방에 누워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낮잠을 즐기는 누에 집사의 모습에 독자들은 소소한 일상의 위안을 받는다.
그러나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기 마련. 행복한 파티가 끝나고 사람들이 쑥 빠져나간 것처럼 소멸의 시간을 맞이하면서 마음에 구멍이 뚫린다. 그럼에도 생의 준엄한 명령 속에서 뚜벅뚜벅 살다 간 아홉 개의 단정한 생이 주는 삶의 교훈이 다시금 작가로 하여금 숲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 과연 그 힘의 비밀은 무엇일까.


40만 독자를 사로잡은 안은영 작가의 첫 자연 에세이

아홉 누에의 고유성에 감탄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흡입력 있는 글과 그림으로 담아낸 이 책은 숲해설가로 변신한 안은영 작가의 첫 자연 에세이다. 40만 독자의 지지를 받았던 안은영 작가는 기자 생활 중 번아웃을 경험하고 퇴직하기에 이른다. 이후 책과 글쓰기 강의에서 다시 삶의 의미를 찾아가던 어느 날, 숲에서는 자연스레 숨을 쉬는 자신을 발견하고 숲해설가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7년 차. 귀엽고 사랑스런 꼬마악마들이 숲에 오면 목젖이 보일 만큼 웃어대며 신나게 노는 모습을 사랑하는 유아 전문 숲해설가의 삶을 살던 중 우연한 기회에 누에 집사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누에와 사랑에 빠지며 누에 광인으로 진화하며 그들의 여름 한살이를 기록하기에 이른다.
작고 여린 것들에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작가는 누에를 통해 자신의 일상과 변화한 삶의 가치관을 고스란히 내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누에 관찰 일기인 동시에 안은영 작가 자신의 일상에 대한 기록물이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의 이야기는 생은 언제나 변화무쌍하게 우리를 새로운 곳으로 이끌어간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작가정보

저자(글) 안은영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기자로 밥벌이를 했다. 마흔 무렵 보람찬 직장 생활에 안녕을 고한 뒤 숲해설과 글쓰기를 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느 여름 우연히 찾아든 아홉 마리 누에나방 애벌레의 출현으로 다시 한번 사유의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그 작고 신실한 움직임에 매료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일상이 위대해지는 마법의 순간을 여러 번 경험했다.
향기 높은 차와 1980년대 록을 좋아하고 아름다운 것에 쉽게 마음을 빼앗긴다. 귀여운 할머니가 되는 것을 목표로 숲과 노래, 다정한 존재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꿈을 꾼다. 지구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여자생활백서》, 《여자공감》, 《여자인생충전기》 등 여섯 권의 책을 썼으며, 이 책 《안녕, 나의 아름다운 미물들》은 숲해설가가 된 후 처음으로 펴낸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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