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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거나 부끄럽거나

남상순 지음
풀과바람

2024년 07월 15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0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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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3.54MB)
ISBN 9791171470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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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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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의도

부러우면 정말 지는 걸까? 우리는 살면서 늘 누군가를 동경하고, 부러워한다. 인간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언제든 만날 수 있다. ‘비교’는 어찌 보면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렇다면 부러움에 지지 않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부럽거나 부끄럽거나》는 자기 삶의 기준을 세우고 진짜 인생을 시작해 보려는 청소년들이 겪는 혼란과 갈등, 설렘을 모두 담은 소설이다. 남상순 작가는 부러움과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의 속성을 파헤치며 자기라는 세계의 주인이 되어가는 청소년들의 성장 과정을 밀도 높게 펼쳐냈다.
집 앞 사거리에 있는 서점도 혼자 가지 못할 정도로 겁 많고 나약한 윤지. 윤지는 새로 찾은 보호막 소희를 따라 글쓰기 동아리에 가입한다. 그곳에서 만난 윤권호는 특이하다 못해 기괴하다. 마치 구석기 시대에서 온 듯 집에 티브이는 물론 컴퓨터, 휴대 전화도 없다. 그런데도 주눅 들기보다 자기 생각과 의지를 당당히 전하는 권호. 윤권호는 고요하고 지루한 동아리에 떨어진 폭탄일까, 아니면 동아리를 변화시킬 사과 한 알일까.
삶은 누구에게나 숙제와 같다. 비단 열일곱 인생이라도 학업과 성적, 진로 문제 말고도 그들 나름의 고민과 갈등, 속사정이 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절대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사회가 정한 기존의 규범과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기만의 세계를 꿋꿋이 구축해 간다. 때론 그것이 정답인지 알 수 없더라도. 소설은 우리가 정답처럼 여기고 있는 삶의 지표를 향해 물음표를 던지도록 돕는다. 책을 보며 독자는 세상에 대해 질문하고 스스로 답하는 과정을 거치며, 삶의 여정에서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길에 눈뜰 것이다.
작가의 말

물티파시아투스
Welcome to 소태월드
폭탄일까, 사과일까
구석기인의 똥
가이드 정하기
길 안내 1
지렁이가 토해 놓은 흙
역행
지렁이 노트
만남
옛날 맛 짜장
길 안내 2 - 망설임
길 안내 3 - 슬며시 극복
e말e글에 잘 오셨습니다. 환영합니다

공룡 같은 이름을 연상시키지만 물티파시아투스는 작고 연약하고 힘없는 열대어이다. 빈 소라게 껍데기를 찾아 집처럼 사용한다. 그 안에 숨어 있으면 약육강식의 바다에서 아무리 큰 물고기가 나타나도 무섭지 않다.
‘이젠 걱정하지 마.’
물티가 곽윤지에게 속삭였다. 아니, 곽윤지가 물티에게 들려주는 귀엣말일 수도 있었다. ─ 〈물티파시아투스〉 중에서

“어묵 두 개씩만 먹고 가자.”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다 말고 소희가 포장마차로 나를 이끌었다. 안 그래도 골치가 지끈거리던 차였다. 고요하고 지루하고 졸릴 것 같은 e말e글 동아리에 뭔가 떨어진 것 같았다. 폭탄 같기도 하고 사과 한 알 같기도 하다. 얼마 전 소태 선생님은 어느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 한 장을 보여 준 적이 있었다. 누군가 군중들이 모여 있는 광장 한복판에 사과 한 알을 투척하는 광경이었다.
“나는 이 사과 한 알이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 〈폭탄일까, 사과일까〉 중에서

소희가 일부러 그런 것 같다는 말은 적지 않았다. 사실 확인이 안 된 것을 사실처럼 적는다면 관찰 일기가 아니었다. 코알라 때문에 불쾌감을 느꼈다는 말을 적어 넣고 나니 더 화가 나지는 않았다. 표현은 감정을 안정시킨다. 관찰 일기가, 관찰 일기를 쓰는 물티가 나를 다독이고 위로하는 게 느껴졌다. 아이들에게 하지 못한 말, 세상에 대고 소리쳐야 할 말을 이렇게라도 대신하고 나니 숨이 쉬어졌다. 머리가 돌아가는 것 같았다.
‘소희는 자신이 해야 할 궂은일을 너한테 떠밀고 있는 거야. 소라게의 횡포지. 집세라고 해야 할까. 너는 할 건지 말 건지 그걸 정하면 돼. 그나저나 너 윤권호를 혼자 만나 피시방 갈 수 있어?’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피시방은 가 본 적이 없었다. 중학교 때 많은 아이가 노래방에 몰려가곤 했지만, 그곳 역시 나에게는 미지의 세계였다. 엄마는 사거리 대각선 건너편에 있는 서점에도 혼자 가면 안 된다고 했다. 엄마가 다녀오라고 했더라도 나는 망설였을 것이다. 지금은 그래도 혼자 버스 타고 학원에는 갈 수 있다. ─ 〈길 안내 1〉 중에서

소희가 난코스인 이유는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미궁 속으로 나를 끌고 들어가는 듯하기 때문이다. 윤권호가 구석기인이라면 소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현대인이다. 복잡하고 불온하고 착잡한 기분을 제공하지만 세련되고 능수능란하다. 현대인은 구석기인을 안내하기는커녕 어떻게든 따돌리려고 한다. 아마 수업 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면 소희는 또 무슨 핑계를 대서 윤권호라는 고인돌을 피하려고 하지 않을까. 나는 진실을 밝히겠다는 기대를 서서히 접고 있었다.
마침내 쉬는 시간이 돌아왔을 때 예상과는 달리 소희는 잔머리를 굴리지 않고 나와 함께 6반 교실로 가서 윤권호를 만났다. 몇몇 설치는 남자애들 때문에 난장판이 된 교실 한 귀퉁이에서 윤권호는 어눌해 보이는 왼손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동아리 수업 때 보았던 그 노트였다. ─ 〈지렁이가 토해 놓은 흙〉 중에서

나는 이소희의 세상에 난 구멍, 그 애의 얼굴에 생긴 미세한 균열이 윤권호에 의해 들키기를 바랐다. 하지만 윤권호 이 바보에게는 소희의 구멍에 주먹을 집어넣을 순발력도 그것을 잡아서 늘릴 악취미도 없었다. 감정과 논리를 세분화할 센서가 이 구석기인에게는 갖추어지지 않은 게 분명했다. 윤권호는 자기가 아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이소희의 말을 그대로 받았다.
윤권호는 나에게 물었다.
“내 노트를 네가 소태 선생님께 맡겼다는 게 사실이야?”
이 무슨 날벼락인가. 19금이라는 윤권호의 약점과 소희가 저지른 도둑질의 실상을 고스란히 파악하고 있다면 세 사람 중에서는 당연히 내가 우월한 패를 쥐고 있는 셈인데 갑이 되어야 할 내 위치가 어째서 가장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고 말았는가. 하지만 어떻게든 대답해야 했다.
─ 〈만남〉 중에서

소희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나는 신기해서 손뼉을 쳤다. e말e글에 대한 명성 때문에 우리 학교로 진학했다는 게 윤권호와 이소희의 교집합이라면 노숙자는 나와 윤권호의 교집합이었다. 내가 나를 물티라고 하자 엄마는 물티는 노숙자인 거라며 비웃었다. 가끔은 왜 엄마와 아빠에게 잘못하고 사과는 물티에게 하느냐고 비판한 적도 있었다. 교집합과 교집합이 만나면 어떤 일이 생길까. 거기서도 교집합이 찾아질까.
교집합은 서로를 묶는 갈고리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 순간 나와 소희와 윤권호는 하나의 갈고리에 손이 묶여 버린 셈이다. 그것이 좋은 일이 될지 나쁜 일이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셋 중에서 내가 가장 한심하다는 것은 내 가방 속 지렁이 노트가 분명히 말해 주었다.
─ 〈옛날 맛 짜장〉 중에서

“내게도 희망은 있다는 건가.”
“당연하지.”
그런 대화를 나눈 뒤 우리는 재빨리 움직여 지하철까지 뛰어갔다. 검표대를 통과하면서 부럽거나 부끄러운 게 소희만인 것처럼 말했던 것이 왠지 모를 부끄러움으로 되돌아왔다. 누구나 가끔은 길을 잃어버릴 필요가 있다. 그래야 찾아 나설 테니까 말이다. 길을 잃어버려 놓고 잃어버렸다는 사실도 모른 채 살아간다면 그건 너무 서글픈 일이다. 오늘은 소희가 길을 잃어야 하는 날일뿐 나도 언젠가는 그런 날을 맞이해야 한다. ─ 〈e말e글에 잘 오셨습니다. 환영합니다〉 중에서

* 부러우면 지는 거? 부러움에 지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
비록 외계인이 똥 싸놓은 듯한 지독한 악필이고 맞춤법은 엉망이어도 권호의 글에는 그 어떤 건강함이 있다. 권호가 글을 다 읽고 나면 왠지 멍해지는 느낌을 받을 만큼. 정형화되어 있지 않아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인물과 디테일이 살아 있다. 글을 잘 쓰고 싶어 학교를 찾아 입학하고 글쓰기 동아리까지 가입한 소희는 그런 권호가 미울 정도로 부럽다.
구석기인과 초현대인, 그리고 겁쟁이. 서로 너무 달라 섞일 수 없어 보이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치고받고 함께 이야기하고 부딪히며 서로를 알아가고 변해 간다. 그 경험을 통해 조금씩 스스로 변화하고 자기 세계를 더욱 단단히 만들어 나간다.
소설은 우리가 느끼는 부러움과 부끄러움 사이, 그 미묘한 감정의 속성을 날카롭게 조명하여 우리 안의 내적 결핍을 바로 보도록 안내한다. 부러움과 부끄러움에 가려 보이지 않던 마음속 진짜 소망과 욕구를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더욱 나 자신에 집중하는 방법, 감정의 힘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슬기롭게 바꾸는 방법을 배워 나갈 것이다.

* 자신의 진짜 인생을 시작해 보려는 십 대를 위한 이야기!
살면서 티브이나 인터넷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권호. 좋은 결과를 거두면 입시에서도 유리해진다며 공모에 도전해 보라는 담임의 권유도 뿌리친다. 남들에게 평가받는 게 싫다며. 인터넷 사전이며 맞춤법 검사기를 믿지 않는 권호와 합리적인 대화를 나누는 게 가능할까. 그런데 현대의 생활 양식과 사고방식을 소유하고 있다 해서 우리는 발전된 사람일까.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그저 세상이 정해놓은 경로와 틀에 맞춰 사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적을 올리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지만, 그저 남들이 하는 것, 누가 시키는 것을 따라 무작정 달려 나가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힘 있고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로, 세상이 정한 기준에 관해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진다. 그 질문에 답을 찾다 보면, 자기 자신과 타인을 되돌아보고 진짜 나의 삶이란 무엇인지 조망하게 된다. 책을 보며 청소년들이 스스로 행복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자신의 인생에서 진짜 주인공으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

* 우리는 ‘관계’를 통해 성장한다!
3년 동안 숨어 지낼 안전한 소라게 껍데기 소희. 윤지는 소희의 비위를 맞추며 소라게를 지키려 안간힘을 다한다. 또다시 외톨이가 되고 싶지 않기에. 그러나 소희는 권호의 글쓰기 노트를 훔쳐 윤지의 가방 안에 집어넣는다. 윤지는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 윤지는 소라게한테서 완전히 독립할 수는 없을까.
인정받지 못해 불안하거나, 마음속 말을 전하지 못해 끙끙 앓거나, 세상에 홀로 남겨질까 두렵거나. 열일곱 인생은 모르는 것투성이고, 불안한 것투성이지만 이들은 함께 이야기하고 부딪히며 세상을 향해 서툰 발걸음을 한 발짝씩 내딛는다. ‘함께’이기에 즐겁고 더욱 성장해 간다.
《부럽거나 부끄럽거나》는 팍팍한 세상에서 나를 든든하게 보호하고 지켜 줄 관계를 애타게 찾는 아이들의 마음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너무나 외롭고 힘들어 쉽게 자신을 탓하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이고, 유연하지만 단단하게 나를 지키는 소통 방식과 관계의 기술을 넌지시 제시한다.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며 단단한 내면의 힘을 기른다면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나든 좋은 관계를 맺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남상순

경상북도 문경에서 태어났으며, 1992년 문화일보에 단편소설 〈산 너머에는 기적소리가〉가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듬해에 장편소설 《흰뱀을 찾아서》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장편소설 《나비는 어떻게 앉는가》, 《동백나무에 대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들》, 《희망노선》과 소설 창작집 《우체부가 없는 사진》, 《도라지꽃 신발》을 펴냈습니다. 2006년 청소년 장편소설 《나는 아버지의 친척》을 발표한 이후로는 《라디오에서 토끼가 뛰어나오다》, 《사투리 귀신》, 《키스감옥》, 《걸걸한 보이스》, 《애니멀 메이킹》, 《인간 합격 데드라인》, 《스웨어 노트》, 《비공개 2인 카페》, 《감정 보관함》, 《너를 부르는 꽃》, 《낙원의 아이》를 출간했으며 장편동화로 《이웃집 영환이》, 《코끼리는 내일 온다》, 《특별한 이웃=□》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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