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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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39716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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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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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정치 사상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정립한 인간관과 윤리관에 기초한다. 국가를 개인의 행복 실현을 위한 “최고의 공동체”로 규정하고, 정의로운 시민들의 덕성 함양이야말로 정치의 궁극적 목표임을 역설한다. 교육, 입법, 국방, 경제 등 국가 운영의 제반 요소를 유기적으로 조망하며 심도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스승 플라톤의 이상주의적 유토피아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되, 보다 현실적인 맥락에서 이상 국가의 청사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고전 중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민주정, 과두정, 귀족정 등 다양한 정체를 면밀하게 파악한 뒤에, 이들 간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혼합정이야말로 가장 안정적이고 바람직한 국가 형태임을 강조했다. 급진적 혁명보다는 점진적 개혁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정치를 이상으로 제시했다. 특히 개인이나 계층, 정파의 사익이 아닌 공동체 전체의 선을 지향하는 ‘공공성’에 기반한 정치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임을 역설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수사학』, 『시학』 그리스어 원전 번역을 통해 고전의 깊이와 현재의 독자들을 위한 가독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역자는 이 책에서도 404개의 꼼꼼한 각주와 전체 사상을 일별하게 하는 수준 높은 해제로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의 깊이와 맥락을 충실히 살려냈다. 국가와 정치 공동체의 존재 이유를 근원적으로 탐구하고 바람직한 정치 및 사회의 방향을 모색하려는 이 시대 지성인들에게 더없이 값진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제1장 최고의 공동체인 국가
제2장 국가의 형성 과정
제3장 가정의 구성 요소들
제4장 노예의 본성과 역할
제5장 본성적으로 타고나는 노예
제6장 전쟁 포로를 노예로 삼는 관행에 대해
제7장 주인과 노예
제8장 본성적이고 필수적인 재산 획득 기술
제9장 본성적이지 않고 필수적이지 않은 재산 획득 기술인 상업
제10장 가정 관리 기술과 재산 획득 기술의 관계에 대한 결론
제11장 재산 획득 기술의 실제적 적용의 필요성
제12장 자녀들과 아내를 다스리는 기술
제13장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의 미덕은 동일한가
제2권. 정치체제에 관한 일반적 개관
제1장 서론
제2장 국가는 단일체가 되어야 하는가
제3장 여자와 아이의 공유는 국가를 단일체로 만들 수 없다
제4장 여자와 아이를 공유할 때 초래되는 폐단들
제5장 소크라테스의 이상 국가를 비판하다
제6장 플라톤이 『법률』에서 제시한 정치체제에 대한 비판
제7장 팔레아스가 제안한 재산 균등화에 대한 비판
제8장 히포다모스가 구상한 국가 체제에 대한 비판
제9장 스파르타의 정치체제
제10장 크레타의 정치체제
제11장 카르타고의 정치체제
제12장 여러 입법자에 대한 총평
제3권. 정치체제의 종류
제1장 시민의 정의
제2장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부모가 시민이어야 하는가
제3장 국가의 동일성 문제
제4장 사람의 미덕과 시민의 미덕
제5장 시민 문제의 결론
제6장 개인과 공동체의 목적인 훌륭한 삶
제7장 정치체제의 종류
제8장 과두정과 민주정에 대한 재정의
제9장 민주정과 과두정의 정의 개념
제10장 국가의 최고 권력의 귀속 문제
제11장 다수의 대중이 국가의 최고 권력을 가져야 한다
제12장 국가와 정의
제13장 누가 다스리는 것이 정의로운가
제14장 왕정의 유형
제15장 왕정은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제16장 절대 왕정을 반대하는 자들의 논리
제17장 왕정이냐 귀족정이냐 혼합정이냐
제18장 결론
제4권. 현실의 다양한 정치체제
제1장 실현 가능한 정치체제와 법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
제2장 어떤 정치체제들을 살펴보아야 하는가
제3장 혼합정과 과두정과 민주정의 관계
제4장 민주정의 유형
제5장 과두정의 유형
제6장 변천 과정으로 본 민주정과 과두정의 유형
제7장 귀족정의 유형
제8장 혼합정은 무엇인가
제9장 혼합정의 구성
제10장 참주정의 유형
제11장 가장 훌륭한 정치체제는 무엇인가
제12장 국가의 정치체제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제13장 혼합정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
제14장 심의 부문
제15장 공직 부문
제16장 재판 부문
제5권. 정치체제의 변혁
제1장 분쟁과 변혁의 일반적인 원인인 불평등
제2장 분쟁의 구체적인 발단과 원인
제3장 각 원인별 구체적 사례들(1)
제4장 각 원인별 구체적 사례들(2)
제5장 민주정과 정치체제의 변혁
제6장 과두정과 정치체제의 변혁
제7장 귀족정과 정치체제의 변혁
제8장 민주정과 과두정을 파괴시키는 원인들
제9장 민주정과 과두정을 보존하는 원인들
제10장 참주정과 왕정이 파괴되는 원인들
제11장 군주정을 보존하는 원인들
제12장 결론
제6권. 여러 유형의 민주정과 과두정의 조직
제1장 서론
제2장 모든 유형의 민주정의 공통된 특징과 조직
제3장 어떻게 해야 평등이 확보될 수 있는가
제4장 민중의 구성에 따른 민주정의 유형
제5장 민주정의 올바른 조직
제6장 재산상의 자격 요건에 따른 여러 유형의 과두정
제7장 군대에 따른 여러 유형의 과두정
제8장 공직의 조직
제7권. 가장 훌륭한 정치체제
제1장 개인과 국가의 가장 훌륭한 삶
제2장 개인의 행복과 국가의 행복
제3장 정치적인 삶과 철학적인 삶
제4장 인구
제5장 영토
제6장 항구와 해군
제7장 시민의 품성
제8장 국가에 필수적인 것
제9장 시민들이 수행해야 할 일들
제10장 토지의 분배
제11장 도시의 입지와 설비
제12장 도시 시설들의 위치
제13장 훌륭한 시민
제14장 시민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
제15장 시민 교육의 목표
제16장 출산
제17장 양육
제8권. 가장 훌륭한 정치체제에서의 청소년 교육
제1장 청소년 교육의 중요성
제2장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제3장 네 가지 교과목
제4장 체육 교육
제5장 음악이 지닌 힘과 용도
제6장 음악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제7장 선법과 리듬
해제 | 박문재
아리스토텔레스 연보
모든 생명체가 태어난 순간부터 성장할 때까지 자연은 거기에 필요한 재산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물들 중에서는 새끼를 낳는 순간부터 그 새끼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필요한 식량을 함께 제공하는 종류도 있다. 이런 예로는 유충이나 알을 낳는 동물들을 들 수 있다. 태생동물들은 새끼를 어느 정도 성장시킨 후에 출산하며, 이때 새끼에게 일정 기간 제공할 수 있는 식량을 자기 몸 안에 저장하는데, 우리는 이를 젖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성장한 생명체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우리는 식물이 동물을 위해, 다른 동물들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이해해야 한다. 길들인 동물들, 즉 가축들은 여러 가지 용도와 식량을 위해 존재하며, 대부분 야생동물은 식량 제공은 물론, 의복을 비롯한 다양한 도구들을 제공하여 인간을 돕는다.
자연이 무엇인가를 아무 목적 없이 혹은 쓸모없게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자연이 만든 모든 것이 인간을 위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사냥 기술은 전쟁 기술의 일부로, 본질적으로 재산을 획득하는 기술이다.
-제1권, 제8장 본성적이고 필수적인 재산 획득 기술, 42-43쪽
완전한 시민의 가장 큰 특징은 재판과 공직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공직 중 일부는 임기가 한정되어 있어서, 한 사람이 두 번 맡을 수 없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야 다시 맡을 수 있다. 하지만 배심원이나 민회원 같은 공직은 임기에 제한이 없다. 누군가는 배심원이나 민회원 활동을 공직 수행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국가의 최고 권한을 가진 공직을 배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배심원과 민회원을 둘 다 포괄하는 명칭이 없다 해도, 그것을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그냥 임기 없는 공직이라고 부르면 된다. 따라서 이런 공직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시민이라 정의한다. 이것은 시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모든 사람을 가장 잘 나타내는 정의다.
-제2권, 제1장 시민의 정의, 143쪽
우리는 먼저 국가가 어떤 목적을 위해 조직되었는지, 그리고 사람들과 그들의 공동체적인 삶을 다스리기 위한 통치 체제의 종류가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 책의 서두에서 우리는 가정을 다스리는 일과 주인이 노예를 다스리는 일을 고찰하면서, 인간은 본성적으로 정치적 동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서로에게서 도움을 받을 필요가 전혀 없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그들의 열망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공동의 이익도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공동체 안에서 모든 구성원은 훌륭한 삶을 위해 노력하며, 이는 공동체와 개인 모두의 목적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국가 공동체를 형성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생존에 있다. 삶이 힘들고 고단하더라도 그 자체로 가치가 있기에, 대다수는 역경을 이겨내며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 이는 삶에 본성적으로 행복과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다스리는 방식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외부에 발표한 글을 통해 이 문제를 자주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는 주인이 노예를 다스리는 것이다. 이 다스림은 본질적으로 노예와 주인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만, 주로 주인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지며, 노예의 이익은 부수적으로만 고려되는 경우가 많다. 노예가 죽게 되면 주인이 노예를 다스릴 수 없으므로 노예에게도 일정한 이익이 주어진다.
-제3권, 제6장 개인과 공동체의 목적인 훌륭한 삶, 163-164쪽
오늘날 어떤 사람들은 민주정을 단지 다수가 국가의 최고 권력을 갖는 정치체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과두정을 포함한 모든 정치 체제에서 국가의 최고 권력은 대개 다수에게 속한다. 또한, 과두정을 단지 소수가 최고 권력을 가지는 정치체제라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견해다.
예를 들어, 인구 1,300명의 국가에서 1,000명이 부유하고 나머지 300명은 가난하지만 다른 모든 면에서 부유층과 동등한 자유민이라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가난한 300명이 공직을 얻지 못하고 다수인 부유층이 최고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국가를 민주정이라 부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반대로 가난한 사람들이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인 부유층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부자들을 공직에서 배제한다면, 그런 체제를 과두정이라 부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최고 권력이 자유민에게 있다면 민주정이고, 부자들에게 있는 경우에는 과두정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의 최고 권력이 전자의 경우에 다수에게, 후자의 경우에 소수에게 있게 된 것은 단지 자유민이 많고 부자는 적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키가 큰 사람들이나-아이티오피아에서 그렇게 한다고 어떤 사람은 말한다-잘생긴 사람들에게 공직을 배분해도 과두정이 될 것이다. 잘 생기거나 키가 큰 사람은 소수이기 때문이다.
-제4권, 제4장 민주정의 유형, 228-229쪽
대다수 국가와 인간에게 가장 이상적인 정치체제는 무엇이며, 그들이 추구해야 할 최상의 삶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타고난 재능이나 부유함만으로 얻을 수 있는 교육이나 이상적인 정치체제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삶과 대다수 국가가 참여할 수 있는 정치체제를 기준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이때, 이전에 언급한 귀족정은 대부분 국가에 적합하지 않으며, 일부는 혼합정과 매우 유사하므로 별도로 논의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모두 동일한 원칙에 따라 해결할 수 있다. 내가 『윤리학』에서 언급했듯, 행복한 삶이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미덕에 따라 살아가는 삶이며, 미덕은 바로 중용이라고 말한 것이 옳다면, 누구나 살아갈 수 있는 중용의 삶이 최상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체제는 한 국가의 삶 그 자체이기 때문에, 국가와 정치체제의 좋고 나쁨을 평가할 때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모든 국가는 기본적으로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부자들, 두 번째는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세 번째는 이 둘 사이의 중산층이다. 중용과 중간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면, 모든 행운의 선물을 소유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중간이 최선이 될 것이다. 그런 사람은 이성에 복종하기 쉬운 반면, 지나치게 훌륭하거나 지나치게 강하거나 지나치게 가문이 좋거나 지나치게 부자인 자들이나, 그런 자들과는 반대로 지나치게 가난하거나 지나치게 약하거나 지나치게 천한 자들은 이성을 따르기 어렵다. 전자는 안하무인이 되어 큰 죄를 짓고, 후자는 불량배가 되어 작은 범죄를 저지른다. 전자가 죄를 짓는 것은 오만방자함 때문이고, 후자가 죄를 짓는 것은 사악함 때문이다. 공직을 기피하거나 공직을 탐내는 것 모두 국가에 해로우나, 이 두 가지 성향이 가장 적게 나타나는 곳이 중산층이다.
-제4권, 제11장 가장 훌륭한 정치체제는 무엇인가, 251-252쪽
민주정에서는 주로 민중 선동가들이 오만방자하게 굴기 때문에 변혁이 발생한다. 민중 선동가들은 부자들을 개별적으로 거짓 고발하여 몰락시키는 한편, 대중을 선동하여 부자 계층 전체를 공격한다. 그러면 아무리 사이가 나쁜 사람들도 공동의 위협 앞에서는 단결하는 법이어서, 부자들이 똘똘 뭉치게 된다. 우리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을 본다.
예를 들어, 코스에서는 사악한 민중 선동가들의 등장으로 인해 귀족들이 단결하면서 민주정이 변혁되었다. 로도스에서 민주정이 변혁된 것도 민중 선동가들이 시민들에게는 수당을 지급하면서 삼단노선 선장들에게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삼단노선 선장들이 재판에 회부되기까지 하자, 단결해서 민주정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헤라클레이아에서도 식민지 개척 직후에 민중 선동가들 때문에 민주정이 무너졌다. 민중 선동가들에게 박해를 받아 도시를 떠난 귀족들이 세력을 규합한 후에 다시 귀국하여 민주정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메가라에서도 민주정이 그런 식으로 무너졌다. 민중 선동가들이 귀족들의 재산을 몰수해 국고로 귀속시키기 위해 많은 귀족을 추방했는데, 그렇게 추방된 귀족들의 수가 많아지자, 그들은 세력을 규합해 다시 귀국해서 민중과 싸워 이긴 후에 과두정을 세웠기 때문이다. 키메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서, 민주정이 트라시마코스에 의해 무너졌다.
-제5권, 제5장 민주정과 정치체제의 변혁, 303-304쪽
모든 정치체제, 즉 민주정과 과두정 그리고 군주정에 이르기까지, 공통으로 지켜야 할 원칙은 아무도 다른 사람보다 지나치게 큰 권력을 획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작은 공직의 임기는 길게, 그리고 중요한 공직의 임기는 짧게 설정해야 한다. 이는 사람들이 쉽게 부패하고, 모든 사람이 권력의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력은 일시에 부여되어서는 안 되며, 단계적으로 주어져야 하고, 마찬가지로 일시에 박탈되어서는 안 되며 점진적으로 회수되어야 한다. 특히, 어떤 사람도 자신의 인맥이나 재력을 이용하여 지나치게 강력한 힘을 갖지 못하게 하는 데 필요한 법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지 않을 때는 그런 자들을 국외로 추방해야 한다.
-제5권, 제8장 민주정과 과두정을 파괴시키는 원인들, 325쪽
이것은 이론적으로 고찰해도 쉽게 알 수 있다. 외적인 좋은 것은 모든 도구가 그런 것처럼 한계가 있다. 모든 도구는 특정한 것에만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적인 좋은 것이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많으면 그 좋은 것을 가진 사람에게는 도리어 해가 되거나 아무런 유익이 되지 못한다. 반면, 혼과 관련된 모든 좋은 것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유용하다. 혼과 관련된 좋은 것에 훌륭하다는 표현 외에 유용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것의 최상의 상태 사이에서 우열을 가리는 것은 그것이 어떤 대상과 관련이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혼이 그 자체로든, 우리와 관련해서든, 재산이나 몸보다 더 중요하므로 혼이 최상의 상태일 때와 재산이나 몸이 최상의 상태일 때를 비교하면, 당연히 혼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게다가 우리가 재산이나 몸의 좋은 상태를 선택하는 것도 결국 혼을 위해서다. 모든 지각 있는 사람들은 재산과 몸을 위해 혼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각자가 지닌 미덕과 지혜, 거기에 따라 행하는 것만큼 각자에게 행복이 주어진다는 데 동의해야 한다. 이를 증명하는 증인으로 신을 들 수 있다. 신이 행복하고 축복받는 것은 신이 지닌 외적인 좋은 것 덕분이 아니라, 신 자신과 신이 본성적으로 지닌 어떤 것 덕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운은 행복과 다를 수밖에 없다. 혼 밖의 외부적인 좋은 것은 우연과 행운으로 얻어질 수 있지만, 정의 또는 절제는 결코 우연에 의해 얻어지거나 우연히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논리를 따라가면, 행복한 국가, 훌륭하게 잘 꾸려가는 국가가 가장 좋은 국가라는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훌륭하게 행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훌륭하게 운영되는 국가도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개인이든 국가든 미덕과 지혜 없이는 훌륭한 행위도 없다. 국가의 용기, 정의, 지혜, 절제는 그 의미와 형태에 있어 모든 시민이 보여주는 용기 있고, 정의로우며, 지혜롭고, 절제된 행위들과 깊은 연관이 있다.
-제7권, 제1장 개인과 국가의 가장 훌륭한 삶, 399-400쪽
가장 훌륭한 정치체제는 누구든지 훌륭하게 행동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체제여야 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러나 미덕을 가지고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삶이라는 것에 동의하는 자들 중에서도, 국정에 참여하는 실천적인 삶이 바람직한지, 아니면 모든 외부적인 것에서 벗어난 삶, 즉 철학자들에게만 어울리는 관조적인 삶이 더 나은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과거나 현재나 미덕을 따라 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이 두 가지 삶, 즉 정치적인 삶과 철학적인 삶 모두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 둘 중 어느 삶이 더 바람직한지에 관한 진실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개개인이든 국가 전체든 지각 있는 자라면 더 나은 목표를 지향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제7권, 제2장 개인의 행복과 국가의 행복, 402-403쪽
158개 도시국가의 흥망성쇠 속에서,
여전히 통하는 인류 보편의 정치원리를 발견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고대 그리스의 정치 지형도는 무척 복잡했다. 그리스 본토에만 100여 개, 식민지까지 합하면 1,000여 개가 넘는 도시국가들이 존재했고, 각 도시국가마다 독특한 정치체제가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158개 도시국가들의 정치체제를 면밀히 연구하여 보편적인 정치원리를 찾고자 했다. 그는 단순히 이상적인 국가상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 정치의 역동성과 한계를 냉정하게 분석했다.
스파르타의 군사적 과두정, 아테네의 급진적 민주정, 카르타고의 혼합정 등 다양한 정치체제의 장단점을 분석한 결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찾은 것은 바로 중용의 지혜였다. 지나친 과두정은 소수에 의한 전제정치로 귀결되고, 극단적 민주정은 다수의 횡포로 이어질 수 있다. 오직 시민들의 덕성 함양과 법의 지배를 통해 안정과 번영의 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통찰의 결론이었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자질과 책임감이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 민주적 토론과 합의의 중요성 등은 그가 강조한 인류 보편의 정치적 지혜로, 24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포스트모던 시대와 인공지능의 결합과 연결 속에서
지금도 탐구될 가치가 있는 인간 사회의 조직 원리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총 8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에서는 국가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다룬다. 국가는 인간의 본성에 의해 구성되는 최고의 공동체라고 규정하고, 이를 통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2권에서는 당대의 여러 정치 사상가들이 제시한 이상적인 국가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특히 플라톤의 『국가』에 대해 상세히 논박한다. 3권에서는 시민을 정의하고, 바른 정체(政體)와 잘못된 정체를 구분하고, 4권에서는 민주정, 과두정, 귀족정 등 다양한 정체의 유형과 특징을 분석한다.
5권에서는 정체의 변화 원인을, 6권에서는 민주정과 과두정의 조직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7권에서는 최선의 국가가 어떤 것인지 탐구하고, 이를 위한 조건들을 제시하며, 마지막으로 8권에서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상적인 교육 방식에 대해 논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8권에 걸친 방대한 서술 속에서 그는 인간과 국가에 대한 심층적 물음을 던진다. 국가는 왜 필요한가? 좋은 국가란 무엇인가? 정치 권력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시민은 어떤 덕목을 갖추어야 하는가?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은 고대 그리스를 넘어 모든 시대의 정치 공동체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영원한 화두들이다.
이처럼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은 국가와 개인, 정치체제, 시민, 교육 등 폭넓은 주제를 체계적이고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그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로 규정하고, 국가를 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한 필연적 조건으로 본다. 이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만을 강조하는 근대 사상과는 사뭇 다른 관점이다. 단순히 관념적인 논의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례를 꼼꼼히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도 높다. 플라톤의 이상국가론을 비판하고 현실 사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그의 접근법은 정치학을 경험과학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가 발견한 원리 중 하나는 정치체제의 순환이었다. 귀족정, 과두정, 민주정, 참주정은 일종의 순환 고리처럼 등장하고 소멸한다. 이 순환의 동력은 지배집단과 피지배집단 간 끊임없는 긴장과 투쟁이다. 이는 근현대 혁명사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역동성이기도 하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장 안정적인 정체로 ‘중산층’이 두터운 혼합정을 제시한다. 귀족과 평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정치, 법의 지배가 구현된 공동체야말로 이상적이었으며,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의 규범이기도 하다.
포스트모던 시대인 오늘날,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회의가 높아지고 개인주의가 팽배해졌다. 거대 담론의 해체, 가치관의 혼재 속에서 우리는 자칫 상대주의와 냉소주의에 빠질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 고유의 영역까지 위협받고 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확산, 포퓰리즘의 대두 등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정치적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필요한 것은 인간과 국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다. 현실을 직시하되 소통과 합의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실천적 자세, 개인의 윤리와 공동체의 비전을 함께 사유하는 종합적 관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면에서 2400여 년 전, 피묻은 정치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통찰은 여전히 울림이 있다.
인류 최고의 사상가가 내놓은 생생하고 현실적인 통찰,
우리가 지금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
철저한 현실주의에 바탕을 두고 생생한 역사적 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서술은 시종일관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정치학』의 가장 큰 매력은 이론과 실제의 완벽한 조화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158개 폴리스의 구체적 사례를 토대로, 정치공동체 일반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이뤄냈다.
현대지성 클래식은 58번째로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을 펴내면서, “마치 아리스토텔레스가 직접 우리말로 들려주는 듯한” 생생하고 잘 읽히는 번역으로 선보이고자 최선을 다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수사학』, 『시학』을 옮긴 고전어 번역 전문가 박문재 선생의 꼼꼼한 번역과 함께, 가독성 높은 편집으로 독자에게 선보인다. 읽으면서 그 뜻을 이해하기 위해 앞으로 되돌아가 몇 번을 다시 읽지 않아도 될 정도로, 물 흐르듯 읽히는 데 역점을 두었다. 주요 개념어 설명을 포함한 404개의 상세한 역주, 내용 전반에 대한 30쪽에 걸친 깊이 있는 해설, 읽기 편한 지면 편집 등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세심한 노력은 독자들에게 늘 기대 이상의 감동을 줄 것이다.
플라톤의 이상주의와 대비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주의적 관점은 특히나 요구사항이 첨예하고 복잡다단한 이익단체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오늘날 정치 현장에서 실천적 지혜를 찾는 이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 치밀한 경험주의야말로 『정치학』의 가장 큰 매력이자, 이 책이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으로 읽히는 이유다.
작가정보
(Aristoteles, BC 384-322)
기원전 384년에 그리스 마케도니아 지방의 스타게이로스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니코마코스는 왕의 주치의였으며, 아리스토텔레스가 어릴 때 죽었다. 17세 때 어머니마저 여의자 후견인 프록세노스는 스승 플라톤이 있던 아테네의 아카데메이아로 그를 보냈고, 거기에서 20년간 수학했다.
기원전 347년 플라톤이 타계하자 아카데메이아를 그의 조카 스페우시포스에게 맡기고 아소스의 왕이자 철학 후원자였던 헤르메이아스에게 갔다. 그곳에서 헤르메이아스의 조카 피티아스와 혼인하여 슬하에 딸을 두었다. 이후 기원전 342년 마케도니아 왕 필리포스 2세의 초청으로 훗날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된 왕세자의 스승이 되었다.
기원전 335년, 아테네로 귀환한 그는 자신만의 교육 기관인 리케이온을 설립하였고, 이는 후에 소요학파(逍遙學派)의 기원이 되었다. 그의 대부분의 저술은 이 시기에 집필되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서거 후 반마케도니아 정서가 고조되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불경죄로 고발당했고, 에우보이아의 칼키스로 떠나 이듬해 62세로 생을 마감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 플라톤과 더불어 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힌다. 그가 다룬 영역은 논리학, 형이상학, 인식론, 심리학, 윤리학, 정치학, 수사학, 미학, 동물학, 식물학, 자연학, 철학사, 정치사 등으로 광범위하며, 『니코마코스 윤리학』, 『수사학』, 『시학』, 『형이상학』, 『정치학』, 『자연학』, 『범주론』, 『명제론』 등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올바른 정치체제란 국가 구성원 전체의 ‘공동 이익’을, 타락한 정치체제는 ‘지배층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민주정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을 인정하면서도, 민주정 아래에서 양자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현실적 해법이라 보았다. 책 전반에 걸쳐 그는 치밀하고 이성적인 분석을 통해 현실에서 구현 가능한 최선의 정치체제를 모색한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독일 보쿰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또한, 고전어 연구기관인 비블리카 아카데미아Biblica Academia에서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 원전들을 공부했다. 대학 시절에는 역사와 철학을 두루 공부했으며, 전문 번역가로 30년 이상 인문학과 신학 도서를 번역해왔다.
역서로는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 『실낙원』(존 밀턴) 등이 있고, 라틴어 원전을 번역한 책으로 『고백록』(아우구스티누스), 『철학의 위안』(보에티우스), 『유토피아』(토머스 모어), 『우신예찬』(에라스무스) 등이 있다. 그리스어 원전에서 옮긴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이솝 우화 전집』 등은 매끄러운 번역으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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