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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죽을 거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천수를 다한다
와다 히데키 지음 | 오시연 옮김
지상사

2024년 06월 2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6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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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7.17MB)
ISBN 978896502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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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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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살면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다

이 세상의 많은 사람이 의사의 말에 따라 혈압을 낮추고 혈당을 낮추고 먹고 싶은 것도 참고 술과 담배도 끊는다. 나이가 들고 나서도 의사가 권하는 생활을 계속하면서 참는 사람이 무척 많은데, 이걸 보면 오래 사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오래 사는 것보다는 오래 살아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해부학자 요로 다케시 선생은 벌써 60년 넘게 담배를 피우고 있다. 본인이 의사지만 몸에 나쁘니 담배를 끊을 생각은 없다고 한다. ‘누구나 그 사람다운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곤충 애호가로도 잘 알려진 그는 85세가 넘어서부터는 라오스 정글로 매년 곤충을 잡으러 간다고 한다. 아열대 라오스 밀림이라면 모기에게 물리기만 해도 죽는 감염병에 걸리는 곳이다. 그런데도 감염병은 전혀 두렵지 않고 곤충을 잡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행동하는 것 같다. 85세가 넘어 아직 곤충 잡기에 열중하는 요로 선생은 말 그대로 ‘그 사람다운 삶의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오래 살아서 경험을 살려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식의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좋다.
부부가 온천 여행을 하고 싶다거나 취미인 사진을 계속 찍고 싶다거나, 자신이 즐겁다고 느끼는 것이라면 뭐든지 좋다. 저자처럼 1년에 200곳 이상 라멘 가게를 방문할 경우, 1년 더 살 수 있으면 또 다른 라멘 가게를 200곳 갈 수 있는 셈이다. 반드시, 오래 살길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만들자. 그런 것 없이 그저 오래 살기만 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연명과 무엇이 다를까? 물론 하루라도 더 오래 살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의료행위라도 다 받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괜찮다. 사생관과 이상적인 죽음의 방식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정답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의 사생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남은 인생을 좀더 나답게 살기 위해서라도 노년의 문턱에 섰을 때 나는 어떻게 죽고 싶은지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보자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70대 ‘늙음과 싸우는 시기’
80대 ‘늙음을 받아들이는 시기’

인생 백세시대는 늙음의 문턱을 지나 죽음으로 가는 시간이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길어진 노년을 얼마나 건강하고 즐겁게 그리고 나답게 살 수 있을까. 저자는 늙음을 두 시기로 나눈다. 쉽게 말해 70대는 ‘늙음과 싸우는 시기’이고 80대 이후는 ‘늙음을 받아들이는 시기’로 이다. 늙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늙는 상태로 그저 시들어간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의 쇠락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각자 대응하면서 현명하게 살자는 뜻이다.
가령 청력이 떨어져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면 보청기를 사용하라. 그렇게 하면 좀더 오랫동안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보청기를 거부하고 대화를 멀리한다면 빠른 속도로 사회성이 떨어져 판단력이 흐려질 것이다. 지팡이나 실버카(보행보조기)를 거부하다가 넘어져 골절이라도 되면 바로 병상에 누워있게 될 가능성이 크고, 걷기 귀찮다는 이유로 집에만 있으면 점점 보행이 어려워져 뇌 기능 저하까지 올 수 있다.
고령자들은 대개 기저귀를 싫어하는데 요즘 기저귀는 흡수력이 매우 뛰어나서 활동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저자도 애용하고 있다. 몇 년 전 심부전증 진단을 받고 이뇨제를 복용할 처지가 되자 툭하면 화장실을 가야 해서 난감했다. 그래서 장거리 운전을 할 때는 성인용 요실금 패드 팬티를 입기 시작했는데 운전 중이나 출장지에서 허둥지둥 화장실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어 안심하고 운전할 수 있게 되었다. ‘문명의 이기’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따라 노인들의 삶의 질은 백팔십도 달라진다. 아무리 거부해도 늙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시기가 80대 이후에 찾아온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빠르건 늦건 반드시 찾아온다. 그때 자신의 늙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면 그 후의 10~20년을 살아가는 것은 몹시 괴로운 일이다.

‘어차피 죽을 거니까’는 마법의 말

100세 가까이 되면 병상에 누워 노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흔하다. 누구나 평온한 자연사를 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러니 80대 이후에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노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음미하면서 사고나 큰 병으로 목숨을 잃지 않고 천수를 다하고 있기에 이렇게 늙어가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죽음은 누구에게나 무섭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찾아간다. 빠르냐 늦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사람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일상생활과 삶의 방식이 내성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 때는 마법의 말을 소리 내어 말해보자.
“어차피 죽을 거니까”
그러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적어도 저자는 그랬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진정세이지만,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노인의 수는 젊은 층에 비하면 여전히 적다. 하지만 노인이야말로 나이가 들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좋아하는 일을 참지 말고 인생을 즐기며 살아야 한다. 그것이 저자가 독자 여러분에게 바라는 바다.
들어가며───‘어차피 죽을 거니까’는 마법의 말

1장
어차피 죽을 거니까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면서 깨달은 것들

아, 이제 죽는 건가……
어차피 죽을 거니까. 하고 싶은 일을 다 하자
오늘이라는 날의 꽃을 꺾어라
우리는 죽음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한다
오늘 살아있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수록 ‘인생의 행복도’는 떨어진다
몸에 좋은 것보다는 좋아하는 라면을 주 5회
죽음을 받아들이고 노후를 만끽한다
죽는 순간에는 아프지도 괴롭지도 않다
건강하게 살다가 갑자기 죽는 것과 암으로 죽는 것, 어느 쪽이 좋을까?
곤도 마코토 선생의 갑작스러운 죽음 - 언행일치를 보여준 분
‘자신이 죽는 방식’을 생각하는 게 좋은 이유

2장
최고의 죽음을 향한 첫걸음
───사생관이 있으면 허둥대지 않는다

스웨덴에는 자리보전한 노인이 없다
‘사자에 씨’의 이소노 나미헤이는 54세?!
‘오래 살기만 하면 된다’는 사생관
몸이 아닌 장기를 진찰하는 의료
중요한 것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살면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다
예상 밖이었던 아버지의 최후
‘시들어 죽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죽음
코로나19 사태로 외면받고 있는 ‘존엄사’
죽을 때까지 자신의 삶을 고수하는 ‘자존사’
최소한 존엄사 선언서를 남겨두자
ㆍ ‘최상의 죽음’을 향한 첫걸음. 존엄사 선언서를 만든다
나는 통증 제거와 부검을 원한다
ㆍ 존엄사 선언서 - 의료 케어에 관한 나의 희망
종활 따위는 필요 없다

3장
휘청휘청한 노인과 원기발랄한 노인의 갈림길
───‘내 삶의 방식’은 의사가 아닌 내가 정한다

80대부터는 늙어가는 과정을 음미한다
휘청휘청한 노인과 원기발랄한 노인의 갈림길
어떻게든 움직이고 어떻게든 머리를 써라
의사가 내 삶의 방식을 결정하지 못하게 하라
혈압이 너무 낮으면 쉽게 넘어진다
혈당을 억지로 낮추면 활력이 떨어진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쉽게 암에 걸리지 않는다
통통한 사람이 제일 오래 산다
건강검진 수치와 실제 건강은 별로 관계성이 없다
의사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마라
약물 부작용은 고령자일수록 쉽게 나타난다
그 의사는 당신의 소중한 생명을 맡길 만한 의사인가?
나이가 들면 대학병원보다 동네 병원 의사
자신에게 맞는 좋은 의사를 찾는 방법
암에 걸려도 가능한 한 수술하지 않는다
치매는 병이 아니라 노화의 일종이다
모두 함께 치매에 걸리면 무섭지 않다
가장 두려운 병은 ‘치매보다 무서운 우울증’
우울증으로 죽지 않기 위한 처방전
고령자는 ‘덧셈 의료’로 건강을 유지한다
고기를 먹고, 운동하고, 남성호르몬을 늘린다.
‘종합병원’이지만 매일 행복하게 살고 있다

4장
최상의 삶의 방식은 ‘죽는 곳’에서 결정된다
───자택보다 시설에서의 마지막을 추천하는 이유

남자는 평균 9년, 여자는 12년. 일상생활에서 지장을 겪는다
당신은 어디에서 죽고 싶은가요? 내 집이 60%, 요양시설이 30%
전혀 다른 ‘재택 돌봄’과 ‘재택 개호’
국가가 집에서 사망하도록 권하는 불편한 진실
재택 개호가 일본의 미풍양속이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내가 시설을 추천하는 이유
간병은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지 않다
‘개호보험제도’를 모르면 노후에 큰 손해를 본다
요양원(노인홈)은 입주 조건, 비용, 간병 서비스가 다르다
‘마지막 거처’는 정보수집과 체험 입소로 신중하게 선택하자
치매에 걸리면 증상이 가벼울 때 시설을 결정한다
지방 이주는 추천하지 않는다
케어매니저는 간병의 핵심이다. 신중하게 선택하자
혼자 살아도 집에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다
특양을 기다리는 사람은 27만 5,000명
계속 오르는 개호보험료는 40세부터 평생 납부한다
노후의 간병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생각한다
죽기 전에는 신세를 좀 져도 괜찮다
늙어가는 것은 누군가에게 빚을 받는 것이다
누구나 빚을 내주고 있다

5장
인간은 죽고 나서 안다
───내가 도달한 ‘최상의 삶’

인간의 참값을 알 수 있는 생애의 말년
지위와 직함에 기댈 수 없다면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라
돈은 남기지 않는 것이 좋다
재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부자의 역설’
노후 자금 2,000만 엔은 안 모아도 괜찮다
‘부자’보다 ‘추억 부자’가 더 잘 간다
죽을 때까지 ‘현역’으로 지내는 방법
제멋대로인 노인이 건강하게 오래 산다
고령자는 억지로 담배를 끊지 않아도 된다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간병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되기 쉽다
‘행복 찾기’의 명인은 점점 행복해진다
이상적인 노인은 품위 있고 현명하고 재미있다
내가 찾은 사생관 ‘인간은 죽고 나서 안다’
나의 이상적인 죽음의 방식, 죽음의 장소, 간병을 받는 방법
사후세계는 당신이 결정한다
죽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한 삶의 마음가짐

나가며───인생의 행복에 다가가기 위해 지금을 행복하게 살아가기

목이 유난히 말라서 10분마다 물을 마셔야 했고 한밤중에 몇 번이나 화장실에 가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한 달 만에 5kg이 빠졌다.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병원 원장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채혈을 해주었는데, 혈당이 무려 660㎎/㎗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심각한 당뇨다. 혈액검사를 자주 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혈당이 높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체중이 급격히 줄어서 췌장암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듣고 이것저것 검사를 받게 되었다. 이미 인슐린 분비가 현저히 감소하고 당뇨병이 악화된 상태라면 말기 췌장암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아, 나는 이제 죽는 건가. 이게 끝인가.’ 그때 나는 고작 58세였다. 예전부터 혈압이 높고 만성 심부전증에 걸릴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오래 살지는 못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나에게 ‘죽음’은 여전히 먼 존재였다. 분명하게 죽음에 대해 각오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_021~022쪽에서

‘노인은 사회의 짐’이라는 풍조가 조장되었다. 자숙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은 고령자도 밖에 나가면 운신의 폭이 좁아져 어쩔 수 없이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이렇게 3년 가까이 은둔 생활을 강요당한 끝에 요양이 필요한 상태가 되어버렸으니 고령자야말로 코로나 정책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고령자가 건강하고 활기차게 남은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70세가 노화의 갈림길》 《80세의 벽》 등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책들을 써냈다. 이 책들이 많은 독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좀 일찍 죽어도 좋으니 원하는 대로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울분이 쌓여있던 상황도 한몫했으리라. 안타깝게도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죽지 않는 인간은 없다. 죽을 확률은 100%이며, 이것은 그 어떤 과학적 진실보다 더욱 진실이다. 인간이란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 알 수는 없지만, 나이가 들수록 죽을 확률은 커진다.
_033쪽에서

심근경색은 동맥경화가 진행되어 관상동맥에 생긴 플라크가 관상동맥을 점차 막아버려 심근에 혈액이 도달하지 못해 심근이 괴사하는 상태를 말한다. 심부전증의 원인으로는 심근경색이나 판막증 등 다양한 질병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심근경색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멀쩡하게 잘 살다가 갑자기 죽을 것인가, 암으로 죽을 것인가를 생각할 때 확률적으로 보면, 심근경색으로 죽는 사람은 암으로 죽는 사람의 12분의 1에 불과하다. 건강검진을 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라, 대사증후군을 해결하라는 식의 조언을 많이 듣는다. 이는 기본적으로 심근경색의 위험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이에 관해서도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심근경색의 위험은 줄어들지만 암 발병 위험은 오히려 늘어난다.
_049쪽에서

독일에서 일하던 지인 이야기다. 아이가 고열이 나서 급히 병원에 데려갔더니 “그냥 감기니까 가만두면 나을 겁니다”라며 돌려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후에도 나을 기미가 없어 다시 병원에 가서 “이대로 열이 내리지 않고 죽으면 어떻게 하나요?”라고 물었더니 의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신의 뜻이죠.” 독일인은 지금의 일본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사생관을 갖고 있다. 서양의 사생관은 일반적으로 그 사람이 믿는 종교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 크다고 하는데 감기 정도로 죽는 사람은 어떤 방법을 써도 더 살 수 없는 운명이라는 생각이 어딘가에 있는 듯하다.
_055쪽에서

아버지는 담배를 너무 자주 피운 탓에 폐기종이 심해져 병원에 입원했는데, 어느 날 병원에서 호흡 곤란이 심한데 기관 내 삽관을 해도 되겠냐는 담당 의사의 전화가 걸려 왔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밤 안에 돌아가실지도 모른다고 했다. 나는 도쿄에 아버지는 오사카의 병원에 있었다. 임종을 보고 싶어서 무심코 담당의에게 “부탁합니다”라고 말해 버렸다. 기관 내 삽관을 승낙한다는 것은 그 후 기관 절개를 하고 인공호흡기에 연결하는 것까지 동의한다는 의미다. 나 자신도 의사이면서 그때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인간은 의외로 끈질긴 생물이다. 폐기종을 앓고 있어도 호흡기를 달면 좀처럼 죽지 않는다. 중심정맥영양(中心靜脈營養)이라고 해서 굵은 혈관에 고(高)칼로리 영양이 들어가는 수액을 맞기 때문에 환자는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_069쪽에서

완화 치료로 남은 시간을 충실히 보내시겠습니까? 이처럼 존엄사는 인생의 최후, 그야말로 죽기 직전에 어떻게 할지를 묻는 것이다. 하지만 생명을 연장하는 치료를 계속하다가 죽기 직전에야 존엄사 논의를 시작한다면 과연 만족스러운 최후를 맞을 수 있을까? 좀더 이른 단계부터 고령자가 노후의 삶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이윽고 다가올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 아이들을 독립시켜 부모의 책임을 다했다. 회사도 퇴직했다. 그때부터 죽을 때까지 10년이나 20년, 혹은 더 살 수도 있는데, 그 시기를 어떻게 살 것인가?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기까지의 타임라인, 즉 시간 경과와 방식을 그려보고 어떤 식으로 살아갈지 결정하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하루하루를 보내더라도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인생이므로 확실한 약속을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좀더 편안히 죽음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_078쪽에서

하지만 내가 보기에 내 몸에 관해 전적으로 의사의 지시에 따르는 것은 타인이 내 삶의 방식을 결정하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 ‘제가 의료 지식이 없어서’라는 이유로 뭐든 다 맡기지 말고 의사와 함께 검사 수치를 정상화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고 단점은 무엇인지 상의하도록 하자. 이것이 ‘내 삶의 방식을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젊은 세대나 한창 일할 나이인 30~60대까지는 혈압과 혈당이 정상 수준으로 유지되면 생활습관병에 걸릴 확률이 낮고 더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70세가 넘은 노인이 비싼 치료비와 약값을 내고 혈압과 혈당 수치를 강제로 정상화하는 것이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를 거둘지는 크게 의문스럽다.
_102쪽에서

가령 처방받은 약이 혈압이나 혈당을 낮춰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의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 그런데 ‘몸이 불편하다’고 계속 느끼는 상태에서 면역력이 확실히 떨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암이나 감염병에 걸릴 확률이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 먹는 약은 이런 부작용이 있고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비슷한 효과가 있고 근거가 확실한 약으로 바꿔주세요”라고 요청해도 무방하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홈페이지에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약과 치료법에 대한 근거 자료가 올라와 있으므로 의사들이 그 자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_124쪽에서

집에서 간병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인을 학대한 경험이 있다는 사람이 40%나 되었다. 한 식구니까 자신이 상대방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치매가 진행되면 그렇게 되지 않는다. “오늘 저녁은 뭐야?”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몇 분 후 또 같은 말을 묻는다. 몇 번이나 타일렀는데 잊어버리거나 실수하거나, 이것도 싫다거나 저것도 싫다거나 하면 버럭 화가 난다. 하지만 요양시설의 직원은 간병 전문가이므로 그런일에 익숙해서 화를 내지 않는다. 노인을 다루는 데 능숙하므로 간병을 받는 사람도 마음을 상하지 않고 해결되는 장점이 있다. 반면 가족은 간병을 받는 쪽의 정신적 케어에 중점을 두고 그 성격에 따른 간병하는 방식을 형성하는 데 전념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고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시설에 들어가면 언론에서 보도되듯이 돌봄을 소홀히 하거나 학대하지 않을지 걱정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의 사례다.
_171쪽에서

재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부자의 역설’
부자이기 때문에 불행한 일이 생기는 것을 ‘부자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늙은 나이에 아내가 먼저 간 남자가 동네 작은 요리집 여주인과 친하게 지내며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하자. 재산이 없는 집이라면 자식들은 “아버지, 잘됐네요. 행복하세요”라고 축복해준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 사람이 아버지를 간병해 줄 수도 있지 않은가. 돈이 없으면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집을 팔면 20억 원이 생긴다거나 저축이 많으면 “재산이 목적인 게 뻔하잖아요! 그런 여자와 결혼하다니 저희는 용납할 수 없어요!”라며 결혼을 반대한다. 고령자는 마음이 약하기 때문에, 자녀에게 미움받기 싫어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야말로 ‘미움받을 용기’를 갖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재산 때문에 부모의 재혼을 반대하는 자녀가 앞으로 당신을 제대로 보살펴 줄 확률은 절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재산이 목적인 여자라 하더라도 도중에 이혼하면 재산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설령 재산이 목적이어도 자신을 간호해주리라는 보장은 있을 것이다. 재산을 목적으로 해도 좋으니 여자가 같이 살자고 하면 그동안 열심히 벌어서 모은 보람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아들이나 딸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재혼을 포기하면 혼자서 쓸쓸한 나날을 보내야 하고 정작 간병이 필요할 때는 자식들을 믿을 수도 없다.

제멋대로인 노인이
건강하게 오래 산다
노후는 인생의 덤이 아니다. 말년에 오로지 죽지 않도록, 병나지 않도록, 무조건 건강을 챙기고 폐를 끼치지 않도록 주위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고, 하고 싶은 것도 없이 참고 지내다니 그래서는 오래 사는 보람이 없지 않은가. 자식들을 키워 학교에 보내고 사회에 내보내 부모로서의 의무는 다했다. 회사에서 불쾌한 상사가 있어도 참고 일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손에 넣은 자유로운 시간이다. 노래방이건 카메라건 사교댄스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하면 된다. 자신에게 주는 보상의 의미로 평소 동경했던 포르쉐를 사서 타고 다녀도 좋다. 그럴 기운과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도서관에서 세계 고전 시리즈 독파에 도전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새로운 일을 할 때 활발해지는 전두엽의 특성을 생각하면 노후 자금을 없애지 않을 만큼 재미로 한다면 투자나 도박도 괜찮다. 남성호르몬을 늘리기 위해 술집을 다니는 것도 좋다. 배우자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지만 말이다. ‘나이 먹어서 무슨 짓이냐’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라는 식으로 스스로 자신을 옭아매는 것은 이제 그만하라.

늙어가는 것은
누군가에게 빚을 받는 것이다
그동안 사회를 위해 묵묵히 일해 왔으니 인생의 마지막에는 빚을 받아도 괜찮지 않은가.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약해지고, 결국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간병을 받거나 기저귀를 차야 할 때 고집을 부리며 거부하면 불필요한 갈등이 생긴다. “다른 사람이 내 휠체어를 밀어주면 미안하니까 그냥 죽겠습니다”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치매가 진행되면 안락사하고 싶다거나, 병상에 누우면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기 때문에 죽게 해달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해외에서 안락사 연구를 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보통은 통증과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안락사를 선택하지, 남에게 폐를 끼치니까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간병을 받아야 하는 몸이 되었을 때는 ‘내가 누군가에게 빌려준 빚을 이제부터 받는구나’라고 생각하라.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 오래 살 수 있게 되었는데 살아있음을 즐길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식이 직접 부모를 간병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자식이 부모를 직접 돌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식은 정신적인 돌봄에 중점을 두고 간병 체제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며, 원만한 부모 자식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려면 공공 제도를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약물 부작용은
고령자일수록 쉽게 나타난다
나이가 들면 여러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고, 질병을 진료한 의사들로부터 제각기 다른 약을 처방받는다. 질병을 치료하는 약 외에도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는 약이나 별로 힘들지도 않은데 골다공증약이 추가되기도 한다. ‘식후 디저트’라는 농담을 하며 여기저기 병원에서 받은 약을 몇 알씩 물에 흘려보내는 노인도 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약을 쉽게 처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말할 것도 없이 100% 안전한 약은 없다.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기 때문이다. 한 번에 먹는 약의 양과 종류가 많아질수록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도 커진다. 여러 자료에 따르면 6종류 이상 복용하면 부작용이 갑자기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약의 부작용은 젊은 사람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더 쉽게 발생한다. 나이가 들수록 약을 먹으면 간장의 대사 기능과 신장의 여과 기능이 떨어져 약이 체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복용 직후에는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얼마 후 예상치 못한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다. 여러 약을 복용하면, 신장 기능이 망가질 위험도 커진다.

죽는 순간에는
아프지도 괴롭지도 않다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뭘까? 죽는 순간이 괴로울까 봐 공포심을 느껴서가 아닐까? 하지만 실제로 마지막 단계가 되면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잠들 듯이 죽어간다. 다시 말해 의식이 없으므로 아프지도 괴롭지도 않다. 암 환자는 고통으로 괴로워하며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그것은 의사가 불필요한 수술이나 투약을 하기 때문이다. 만약 암이 아프고 괴로운 질병이라면 ‘검사했을 때 이미 손쓸 수 없는 단계’인 경우는 없을 것이다. 아프고 괴로운 병이라면 그렇게 되기 전에 의사에게 달려갔을 테니 말이다. 저자는 굳이 암 검진을 받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는 암을 발견한들 그저 괴롭기만 한 치료를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정보

Hideki Wada
1960년 오사카 출생, 정신과 의사, 도쿄대학 의학부 졸업 후 미국 칼 메닝거 정신의학교에서 국제 연구원을 지냈다. 노인 정신의학, 정신분석학(특히 자기심리학), 집단정신요법학을 전문으로 다룬다. 항노화와 상담에 특히 강한 ‘와다 히데키 마음과 몸 클리닉’을 개업하고 원장이며, 고령자 전문 정신과 전문의로 30년 이상 노인 의료에 종사해 왔다.
한국에서는 《70세가 노화의 갈림길》 《치매의 벽》 《80세의 벽》 《60대와 70대 마음과 몸을 가다듬는 법》 《이렇게 하니 운이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늙지 않는 뇌의 비밀》 《내 꿈은 놀면서 사는 것》 《70대에 행복한 고령자》 《노년의 품격》 등 다수의 책이 출간되었다.

동국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일본 외국어전문학교 일한통역과를 수료했다.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65세부터는 공복이 최고의 약이다 》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 《명의가 알려주는 염증 제로 습관 50 》 《치매 걸린 뇌도 좋아지는 두뇌 체조》 《기초 물리 사전》 《투자의 속성》 《주식 호가창의 神신 100법칙》 《인체 구조 교과서》 《교양으로서의 테크놀러지》 《심리 대화술 》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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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어차피 죽을 거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천수를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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