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시대
2024년 06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10월 21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40.76MB)
- ISBN 9791191168150
- 지원기기 교보eBook App, PC e서재, 리더기, 웹뷰어
-
교보eBook App
듣기(TTS) 가능
TTS 란?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술입니다.
- 전자책의 편집 상태에 따라 본문의 흐름과 다르게 텍스트를 읽을 수 있습니다.
- 이미지 형태로 제작된 전자책 (예 : ZIP 파일)은 TTS 기능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이 상품은 배송되지 않는 디지털 상품이며,
교보eBook앱이나 웹뷰어에서 바로 이용가능합니다.
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숭고한 정의에 불의의 논리가 개재해 있을 때,
우리는 정의를 계속해서 숭배할 것인가?
서문 - 13
본문 - 19
부록 - 165
작품해설 - 181
작가노트 - 199
의태 : 난 살인을 하러 간 게 아니야! 그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갔을 뿐이었지. 우린 의병이야! 군인이라고! 말해 봐! (목에 핏대를 세우고) 우리의 목적이 그저 살인이었던 거야? (p.27)
형두 : 정의태! 너는 방아쇠를 당겼어야만 해! 알잖아. 대의를 위해서는 희생도 필요한 법이야. (p.29)
의태 : 하지만 아무리 대의라고 하더라도 눈앞에 보이는 순수한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야. 정의에도 분명히 선이라는 게 있다고. 그 선을 넘는 순간 우리도 저 일본놈들과
똑같아지는 거야. (p.29)
의태 : 우리는 무엇이 정의인지 끊임없이 의문을 가져야 해. 그래야 정의는 더 빛이 날 수 있는 거야. (p.38)
창주 : 하지만 형두 형은 제게 늘 말했어요. 암살에는 완벽한 행위의 규율이 있어야 한다고요.
의태 : (턱을 매만지며) 완벽한 행위의 규율이라… 형두다운 말이군.
창주 : 우리는 마치 방아쇠를 당기면 즉각 발사되는 총처럼 행위의 원리가 단순해져야 한다고
했어요.
의태 : 그래, 우리의 숙명은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군인이어야 한다는 거지. (p.38)
의태 이 세상 그 누구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명분이나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는 거야. (p.39)
의태 : 오직… 정의, 그러니까 조선의 이름으로, 민중의 이름으로만 사람을 죽일 수 있어. (자신의 말을 심각하게 곱씹더니) 하지만 나는 조선과 민중의 이름이 불명예로 더럽혀질까 그게 두려울 뿐이야. 정의는 불의와 달리 숭고해야 하거든. (p.39)
의태 : 나는 의병 활동이 도의와 명예를 저버린다면 그날부로 의병을 그만둘 거야. (p.40)
형두 : 외무성과 통감부의 고위 관료면 이미 죄를 짊어지고 있는 사람이야. 조선을 약탈하고 유린한 사람들이라고. 동학 농민들을 학살하고, 황후 폐하를 살해하고, 조선의 민중들을 역살하고, 황제 폐하를 폐위시키는 데 이미 일조한 사람들이야. 그들은 죽어 마땅해. (p.54)
의태 : 아무리 의병이라도 일본인 모두를 죽일 권리는 없어. 다만 우리는 각오를 해야 하는 거지.
형두 : 각오?
의태 : 그래 각오.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가면, 자신의 목숨도 내놓을 정도의 각오 말이야. (p.55)
형두 : 우리는 정의를 수행함에 있어 냉혈한이 되어야 해. 우리의 살인은 모두 정의의 이름으로 정당화해야 하는 거라고. 그래야 대한제국을 압제에서 구하고, 조선의 민중들을 해방시킬 수 있어. (p.56)
형두 : 그 나약한 죄의식은 제발 좀 가슴 속에 묻어 둬! 나라고 죄책감이 없을 줄 알아? 다 정의를 위한 냉혹함일 뿐이라고! (p.59)
어느 죄수 : 아니, 자네가 처단한 사람은 사람이 아니던가. 자네나 내나 사람을 죽인 건 매한가지제. 대의? 정의? 내도 따지고 보면 도박판에서 더럽게 패 만지는 자식 죽여분 거니 고것 또한 정의 아니겠는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암, 그렇게 내도 따지고 보면 대의네잉. 어느 모로 보나 자네나 나나 같은 처지인 건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p.65)
의태 : 나는 살인을 한 게 아니야… 나의 의병 활동이, 내 삶의 전부를 건 의병활동이 고작 살인으로 귀결돼서는 안 돼. 그렇게 돼서는 안 돼. 나는 의병이지 살인자가 아니야…. (p.67)
나나코 : 당신이 저지른 게 정의가 아니었다는 걸, 그저 살인이었다는 걸 시인하는 거지요. 당신도 정의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고 있잖아요. 살인과 약탈, 방화, 강간 그 모든 세상의 악을 정당화하는 게 바로 정의입니다. 정의에 숨어 살인을 정당화하지 마세요. 천주교 신자답게 당신이 살인이라는 대죄를 저질렀다는 걸 인정하세요. 저는 정의라는 괴물로부터 당신을 구원하고 싶어요. (p.75)
의태 : 나는 독립의군의 중장이오. 그들은 그저 교전 중에 죽은 것이고, 나는 전쟁 포로로 잡힌 것 뿐이외다. 그러니 일본은 나를 국제법상 포로로 대우해야 마땅한 거요! (p.82)
다이스케 : 자자, 정의태 씨. 저는 보편의 논리로 움직이는 역사적인 판례를 살펴보자는 것이지, 자꾸 과거로 소급해 무엇이 정의인지 따져 보자는 게 아닙니다. 시대에 따라 정의는 바뀝니다.
의태 : (날카로운 태도로) 도대체 어떻게, 무엇이 바뀌었죠?
다이스케 : 간단합니다. 세상의 질서를 만드는 쪽이 정의가 되는 거죠.
의태 : 정의란 불변의 진리입니다. 인륜과 천륜처럼 정의는 변하지 않습니다.
다이스케 : 그 인륜과 천륜을 정의하는 게 바로 힘입니다. 승자의 역사가 곧 정의의 역사였죠.
의태 : 그렇다면 더욱이 일본은 정의일 수 없는 겁니다.
다이스케 : 왜죠?
의태 : 일본은 끝끝내 승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조선을 지켜 낼 겁니다. (p.99)
의태 : 걱정하고 애태우는 게 우리 사내들의 도리 아니겠습니까. 저는 저의 조국에, 당신은 당신의 조국에. 우리는 서로에게 주어진 정의를 행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제 제게 사심은 접어 두셔도 좋습니다. 그저 일본의 간수로서 저를 대해 주십시오. 다만 저는 죄수가 아닌 독립의군의 중장으로, 그리고 전쟁포로로 이곳에 있겠습니다. 물론 제가 행한 그 모든 과오를 짊어진 채 말입니다…. (p.109)
미리엘 신부 : (단호하게) 나는 네가 전장과 삶의 터전을, 적군과 민중을 구분할 줄 아는 식견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는 무고한 행정 관료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고, 네가 쏜 총탄에 두 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p.114)
의태 : 대한제국의 독립을 위해 신앙을 초월해야만 했습니다(입술을 깨물며 주저하더니). 이번 일을 위해 모든 각오를 했다, 이 말입니다. 저는 이제 살인자가 되든, 신앙으로부터 버림을 받든, 사형을 선고받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대한제국을 구할 수만 있다면 다시 한번 십계를 어기고 지옥에 가겠습니다. (p.117)
의태 : 나는 재판 내내 전쟁 포로임을 주장하였으나, 이는 일본의 제국주의적 논리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소. 이럴 바에는 차라리 일본 법정의 최고형을 언도 받아 일본제국의 불의와 옹졸함을 증명하는 인물로 남고 싶소. (p.132)
의태 : 그래서 저는, 의병이 아닌 인간으로 행한 나의 잘못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p.138)
다이스케 : (형무소의 꼭대기에 펄럭이는 일장기를 바라보며) 정말 이 시대는 걷잡을 수 없이 치닫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금 그 위세를 거침없이 펼쳐가고 있지요. 서양 강대국인 러시아를
전쟁에서 이겼고, 관동도독부를 시작으로 중국을 조금씩 정복해 가고 있습니다. 또 한국통감부를 시작으로 조선을 통째로 집어삼키려고 하고 있죠. 정의태의 말처럼 모든 게 예견되어 있습니다. 그 속에서 중국인들도 조선인들도 그리고 우리 일본인들도 무수히 죽어 나갈 겁니다. 모두 자신들의 정의를 부르짖으며 말이죠. (p.152)
형두 :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을 파괴해도 허용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거야. (p.160)
<b>독립의병 정의태는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려다가
그만 누구인지 알지도 못했던 일본인 고위 공무원 둘을 죽이고 만다.
누구보다 ‘정의’를 중요시 여겼던 의병인 정의태는 충격에 빠지고 만다.
평생을 의병으로 살아온 정의태의 딜레마를 쫓아가보자.</b>
이우의 희곡작품 『정의의 시대』에 등장하는 주인공 정의태의 극중 설정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의태는 ‘오인 사살’이라는 하나의 장치로 인해 타겟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라는 압제의 상징을 죽이지 못하고,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일본인 고위 관료 둘을 죽이게 된다. 여기에서 독자들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도발적인 딜레마가 발생하게 된다. 과연 의태는 ‘정의’를 행한 것일까, ‘살인’을 한 것일까. 그는 ‘사건’을 일으키고 이제 일본의 법정 앞에 선다. 그는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할까. 독립의병일까, 살인자일까.
의태는 타겟이 아닌 엉뚱한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괴로워한다. 그는 ‘정의의 경계’를 늘 예민하게 생각하는 의병이었다. 이토 히로부미 암살 이전, 그는 임무에 실패를 하고 돌아오게 된다. 타겟은 이완용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가 가족들과 함께 있어서 죽일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군인은 오직 타겟에게만 폭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아이들과 부인에게는 폭력은커녕 심리적인 상처조차 입힐 수 없다고 주장한다. ‘불의’와 ‘죄’는 오직 당사자에게만 있다는 논리였다. 그렇기에 의태의 오발탄과 그로 인해 죽은 두 명의 일본인은, 그가 간직하던 정의관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일까.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의태에게 그의 동료 형두는 사망자가 일본인 ‘고위 관료’라는 점을 계속해서 주지시킨다. 그들은 일본의 압제를 앞장서서 견인하는 수뇌부이기 때문에 모두 죽어 마땅한 이들이라고 말이다. 이제 의태는 형두의 도움으로 스스로의 변론의 무기가 생겼다. ‘나는 살인을 한 게 아니라, 독립의병으로서 일본의 압제와 맞서 싸운 것일 뿐이다.’ 이제 그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다. 이러한 변론은 그가 ‘살인자’가 아닌 ‘독립의병’으로 남고자하는 몸부림이다. 그는 감옥에서 독백을 한다. “나는 살인을 한 게 아니야… 나의 의병 활동이, 내 삶의 전부를 건 의병활동이 고작 살인으로 귀결돼서는 안 돼. 그렇게 돼서는 안 돼. 나는 의병이지 살인자가 아니야….”(p.67)
그는 자신이 살인자라는 오명이 아닌, 오직 독립의병으로만 명예를 간직한 채 사형을 당하길 바란다. 평생을 정의로운 의병에 목숨을 걸었기에 인생의 마침표를 살인자가 아닌 독립의병으로 찍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앞날은 순탄치 못하다. 계속해서 그를 부정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변호사 다이스케, 검찰관 사쿠타로, 감옥을 같이 쓰는 죄수, 관동부도독 곤페이, 사망자의 아내 나나코, 미리엘 신부까지. 모두 그의 오인 사살이 ‘정의’가 아닌 ‘범죄’였노라고 계속해서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게 한다. 이제 의태는 불편한 진실을 시인할까. 아니면 계속해서 독립의병임을 주장할까.
이우는 독자들의 불편한 지점을 계속해서 자극한다. 흔히 우리 시대의 독립 투사, 라고 하면 역사와 민족과 영웅이며, 나아가(이우의 표현을 빌리자면) 국가적, 민족적 성역에 자리잡은 존재들이다. 하지만 이우는 도발적이게도 그들을 성역에서 끌어내려 보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의태가 이토 히로부미의 살인을 계획했던 것은, ‘정의’라는 것이 독립의병의 임무와 그에 수반되는 살인을 정당화해준다. 하지만 그의 오인 사살은 ‘정의’로 좀처럼 정당화할 수 없는 문제이다. 독자들은 차라리 의태를 법정에서 몰래 빼돌려 숨겨주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아무리 오발탄을 타인의 가슴에 박았을지라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정의로운 ‘독립의병’이기 때문이다.
의태는 법정에서는 오직 의병으로만 남기 위해 당당한 척 하지만, 사실 스스로조차 이 문제를 정당화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그의 괴로움은 ‘죄책감’보다는 ‘의로움’으로부터 연유한다. 평생을 ‘정의로운 의병’으로 살아가고자 했는데, 스스로에게 커다란 오점을 남긴 셈이니 말이다. 자신의 삶의 가치와 행위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지점에서 과연 의태는 마지막으로 어떻게 자신을 긍정할까. 이우는 의태를 빌려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정의에 조그마한 불의가 기재해 있을 때, 그 불의를 어디까지 모른 채 할 수 있는 것일까.”
어쩌면 이우의 말마따나 우리는 어쩌면 극단주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정치적 진영, 종교적 믿음, 젠더 갈등, 성 정체성, 비건과 환경 문제, 그리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한국만해도 분단이라는 극단주의에 사회 전체가 경도되어 있다. 모두가 자신의 정의만을 정의라고 부르짓는 시대에, 정의의 불편한 지점들을 자꾸만 직시하고 또 건드리게 만든다. 그리하여 이우는 정의태의 눈을 통해 우리의 시대를, 극단주의를 아니 우리 자신을 성찰하게 만드는 지도 모른다.
작가정보
이 상품의 총서
Klover리뷰 (0)
- - e교환권은 적립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 - 리워드는 5,000원 이상 eBook, 오디오북, 동영상에 한해 다운로드 완료 후 리뷰 작성 시 익일 제공됩니다.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 -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 - sam 이용권 구매 상품 / 선물받은 eBook은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 도서나 타인에 대해 근거 없이 비방을 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리뷰
- 도서와 무관한 내용의 리뷰
- 인신공격이나 욕설, 비속어, 혐오 발언이 개재된 리뷰
- 의성어나 의태어 등 내용의 의미가 없는 리뷰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문장수집
- 구매 후 90일 이내에 문장 수집 등록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 드립니다.
- e교환권은 적립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 리워드는 5,000원 이상 eBook에 한해 다운로드 완료 후 문장수집 등록 시 제공됩니다.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 sam 이용권 구매 상품 / 선물받은 eBook / 오디오북·동영상 상품/주문취소/환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구매 후 문장수집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신규가입 혜택 지급이 완료 되었습니다.
바로 사용 가능한 교보e캐시 1,000원 (유효기간 7일)
지금 바로 교보eBook의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