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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감정, 클래식

김기홍 지음
초록비책공방

2024년 06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2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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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3.01MB)
ISBN 9791193296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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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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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밀푀유처럼 쌓이는 감정이 우리 삶을 만든다. 이런 수많은 감정을 흩뜨리지 않고 음악을 덧붙인다면 우리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질까? 《오늘의 감정, 클래식》은 이 물음표에서 시작했다. 매일 반복되는 도돌이표 붙은 일상이지만 어떤 지시어로 하루를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은 다채로워질 수 있다. ‘모데라토(보통 빠르기)’, ‘칸타빌레(노래하듯이)’, ‘크레센도(점점 세게)’.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이 책을 가이드 삼아 내 삶의 악보를 그려보자. 내가 써 내려갈 악보의 작곡가는 바로 ‘나’니까.
이 책은 다정하게 클래식 음악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도록 인간의 7가지 감정(칠정)을 6가지 세부 감정으로 나누어 총 42가지 클래식 음악을 소개한다. 기쁠 때는 모차르트가, 분노할 때는 베토벤이, 우울감이 덮쳤을 땐 라흐마니노프가, 짜증이 날 땐 브루흐가 펼쳐놓은 음악과 이야기로 독자의 마음을 다독일 것이다. 감정이라는 도구를 통해 클래식을 이야기하는 이 책으로 음악 감수성이 깊어지기를 바란다. 투티(다 같이) 콘 센티멘토(감정적으로)!
프롤로그

1부. 희(喜 기쁨)
기쁨: 내 안의 자유를 찾아서
↳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 K.492
행복: 가장 행복한 시기, 가장 빛나는 음악
↳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가단조 Op.16
황홀: 내가 사랑하는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
환희: 승리를 향해! 광명을 향해!
↳ 베토벤, 교향곡 5번 다단조 Op.67 〈운명〉
편안: 그 자리에 그렇게, 침대처럼
↳ 사티, 〈3개의 짐노페디〉
희망: 희망의 선율 그 너머
↳ 슈트라우스 2세,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Op.314

2부. 노(怒 분노)
분노: 짓밟힌 조국, 울부짖는 피아노
↳ 쇼팽, 연습곡 Op.10 No.12 〈혁명〉
짜증: 삶은 언제나 뜻대로 되는 법이 없기에
↳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사단조 Op.26
모욕: 쓰레기 같은 음악
↳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내림 나단조 Op.23
자괴감: 어차피 삶은 빛나는 미완성
↳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나단조 D.759 〈미완성〉
억울: 죽어서야 화려하게 날아오르는
↳ 비제, 오페라 〈카르멘〉 서곡
복수심: 나에게로 돌아올 비극의 씨앗
↳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3부. 애(哀 슬픔)
슬픔: 온전히 느끼고, 그대로 마주하고
↳ 타레가, 전주곡 8번 가단조 〈눈물〉
우울: 지독한 우울의 끝에서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다단조 Op.18
불행: 불행한 나그네의 정처 없는 여행길
↳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D.911
절망: 어떻게 하면 삶을 견딜 수 있을까요?
↳ 오펜바흐, 〈숲의 하모니〉 Op.76 No.2 ‘재클린의 눈물’
비탄: 상실에 대하여
↳ 브람스, 〈독일 레퀴엠〉 Op.45
그리움: 새로운 세계에서 고향을 그리다
↳ 드보르작, 교향곡 9번 마단조 Op.95 〈신세계로부터〉

4부. 락(樂 즐거움)
즐거움: 박수칠 때 떠난 자, 인생을 즐겨라!
↳ 로시니, 오페라 〈윌리엄 텔〉 서곡
자신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슈트라우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Op.30
유희: 무한히 긍정하는 어린아이처럼
↳ 슈만, 〈어린이 정경〉 Op.15
쾌감: 반복, 그 단순함이 주는 쾌감
↳ 라벨, 〈볼레로〉 M.81
설렘: 내일이 주는 두근거림
↳ 멘델스존, 교향곡 4번 가장조 Op.90 〈이탈리아〉
열정: 인생사 새옹지마, 집시의 마음으로
↳ 사라사테, 〈치고이너바이젠〉 Op.20

5부. 애(愛 사랑)
사랑: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힘
↳ 슈만, 《미르테의 꽃》 Op.25 No.1 〈헌정〉
공감: 너와 나의 감정이 마주하는 순간
↳ 슈만, 《시인의 사랑》 Op.48
위로: 작은 위로, 다시 일어설 힘
↳ 리스트, 〈6개의 위안〉 S.172 No.3
우정: 추억은 거대한 선율이 되어
↳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소중함: 나의 사랑스러운 슈슈
↳ 드뷔시, 〈어린이 차지〉 L.113
존경: 진짜 네가 여기 있잖아!
↳ 피아졸라, 〈리베르탱고〉

6부. 오(惡 미움)
미움: 미움받을 용기
↳ 파니 멘델스존, 〈한 해〉 H.385
증오: 너는 더 이상 나의 영웅이 아니다
↳ 베토벤, 교향곡 3번 내림마장조 Op.55 〈영웅〉
무시: 무시하기엔 너무나도 강력한
↳ 림스키-코르사코프, 〈셰에라자드〉 Op.35
공포: 거대한 체제 앞에 홀로 선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라단조 Op.47 〈혁명〉
괘씸: 노여워 말고, 이 음악을 들어보소서
↳ 헨델, 〈수상음악〉 HWV.349 No.2 ‘알라 혼파이프’
거부감: 그러나 연주는 계속되어야 한다
↳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7부. 욕(慾 욕심)
욕망: 젊은 예술가의 뒤틀린 욕망
↳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Op.14
집착: 움켜쥘수록 멀어지는
↳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별은 빛나건만’
중독: 끊을 수 없는 칸타타
↳ 바흐, 〈커피 칸타타〉 BWV.211
열망: 촌뜨기의 열망, 태도가 되다
↳ 엘가, 〈위풍당당 행진곡〉 Op.39 No.1
의욕: 고독한 늑대 한 마리
↳ 볼프, 《뫼리케 가곡집》
야심: 악마가 되리라
↳ 리스트, 〈파가니니에 의한 대연습곡〉 S.141 No.3 ‘라 캄파넬라’

에필로그

우리의 삶과 음악은 단편적이지 않습니다. 느리고 우울하게 시작된 음악이 빠르고 경쾌하게 바뀌고, 무거운 단조가 밝은 장조로 바뀌고, 느린 템포가 빠르게 바뀌는 것처럼 우리의 삶 역시 언제든 크고 작은 변화를 맞으며 보다 입체적으로 변해갑니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펜을 쥐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내 인생의 악보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가 그릴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기는 법이니까요.
지금까지 여러분의 음악은 어떤 조성과 박자, 빠르기와 지시어로 작곡되었나요? 그리고 앞으로의 음악은 어떻게 진행되길 원하나요? 조성과 박자, 빠르기는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단, 삶의 ‘지시어’를 설정하는 데 이 책에 담긴 42가지 감정과 음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황홀’은 ‘희(기쁨)’에서 다룰 수 있는 절정의 감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워낙 강렬하다 보니 특별한 경험이 아니고서야 쉽게 느낄 수 없는 감정이죠. 하지만 누구에게나 황홀함을 느낄 만한 순간은 있습니다. 이제 막 사랑이 피어오르려는 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낀 순간의 그 황홀한 기억을 떠올리며 들어보세요.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입니다. (…)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이 오페라를 대표하는 아리아입니다. 가짜 묘약에 속고 자신의 마음을 얻기 위해 군 입대까지 불사한 네모리노의 진심을 알게 된 아디나는 눈물을 흘리는데요.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본 네모리노가 이제 그녀도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음을 확신하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애절한 선율이 돋보여서 자칫 슬픈 이별 노래로 착각하기 쉽지만 그녀가 나를 사랑하니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냐는, 그녀의 사랑을 얻었으니 이제 죽을 수도 있다는 황홀함에 가득 차 부르는 노래입니다. 대본가 펠리체 로마니가 극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빼자고 제안했지만, 확신을 가지고 그대로 발표한 도니체티의 감각을 엿볼 수 있는 곡이죠.
행복은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행복이었음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황홀은 그렇지 않죠. 어느 순간 황홀함이 느껴진다면 그 순간을 마음껏 만끽하길 바랍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찰나의 순간이니까요.
- 황홀: 내가 사랑하는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중에서

“저들은 여전히 나에게 ‘바이올린 협주곡 1번’만을 외치고 있어. 마치 내가 작곡한 협주곡이 1번 하나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난 그따위 타령이 지긋지긋해 미칠 지경이야. 내 생각엔 2번이나 3번 협주곡도 1번만큼 훌륭한데 말이지.”

브루흐는 바이올린 협주곡 외에도 교향곡, 실내악, 오페라 등 200여 개가 넘어가는 작품을 작곡했지만 대중은 언제나 그를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의 작곡가’로 기억했습니다. 짜증 섞인 그의 푸념이 이해되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는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작곡가로 기억되고 있죠.
삶은 언제나 뜻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습니다. 하루, 한 달, 일 년, 나아가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짜증을 내야 했을까 싶은 순간이 많습니다. 브루흐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클래식 음악사에서 단 한 곡도 기억되지 못하고 사라진 작곡가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최고의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을 남긴 브루흐는 어쩌면 짜증이 아닌 행복한 비명을 질러야 할 작곡가가 아닐까 합니다.
- 짜증: 삶은 언제나 뜻대로 되는 법이 없기에 중에서

여러분은 적극적으로 슬퍼하고 있나요? 나이가 들수록 감정을 표현하는 크기가 작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슬픔’에서 말이죠. 슬퍼도 내색하지 않고, 새어 나올까 억누르고 들킬까 숨기는 등 유독 ‘슬픔’에 대해서는 소극적이고 부끄러워하고, 심지어 자책까지 합니다. 하지만 슬픔이야말로 온전히 느끼고 분출해야 합니다. 슬픔을 그대로 마주하고 겪어낸 사람만이 다시 일어설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후에야 비로소 다른 감정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슬픔은 다른 감정을 집어삼키는 속성이 있어 그것이 남아있는 상태에서는 다른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가 없습니다.
슬픔을 온전히 겪어내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눈물’입니다. 눈물이 곧 슬픔을 가리키지는 않지만 슬픔에는 대부분 눈물이 따라옵니다. 눈물을 흘린 뒤 오히려 마음이 후련해졌던 경험, 다들 있지요? 눈물은 슬픔을 분출하는 데 매우 효과가 큽니다. 한바탕 눈물을 흘리고 슬픔을 씻어내야 세상을 더 또렷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Lagrima는 스페인어로 ‘눈물’이란 뜻입니다. 프란시스코 타레가의 작품 제목이기도 하죠. 타레가라는 이름이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나요? 아마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란 작품은 들어봤을 겁니다. 이 곡 또한 타레가가 작곡한 클래식 기타 연주곡입니다.
- 슬픔: 온전히 느끼고, 그대로 마주하고 중에서

앞서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불행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이별의 말을 듣는다면 이 또한 큰 고통이자 불행일 겁니다. 마침 여기 불행에 빠진 한 청년이 있습니다. 뼛속까지 시린 겨울, 이별한 연인에게 안녕을 고한 뒤 정처 없는 여정을 떠나는 그의 이야기로 함께 들어가 볼까요?
‘가곡의 왕’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작곡한 《겨울 나그네》는 빌헬름 뮐러의 시에 곡을 붙인 24곡 구성의 연가곡입니다. 실연당한 청년의 여정을 그린만큼 작품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우울한데요. 대부분 단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병증이 심해져 죽음이 머지않았음을 짐작한 당시 슈베르트의 상황과 깊은 연관이 있죠. 그는 마치 자신이 눈과 얼음, 차가운 바람뿐인 삶의 끝자락을 헤매는 듯 《겨울 나그네》의 선율을 더욱 절망적으로 표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 불행: 불행한 나그네의 정처 없는 여행길 중에서

몸을 녹일 수 있는 따듯한 술과 안주를 주문하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자리마다 술집을 방문한 누구든 자유롭게 글을 남길 수 있는 조그만 방명록이 놓여있습니다. 기쁨과 슬픔, 후회와 걱정, 사랑, 그리고 그리움…. 먼저 다녀간 사람들이 적어놓은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감정이 쓰여 있었습니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구나’라고 생각하며 방명록을 넘기던 중 제 마음에 묵직하게 문장 하나가 다가왔습니다.
삶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닌 감탄해야 할 풍경입니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했습니다. 앞으로 삶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고민하며 떠난 제주에서 ‘삶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닌 감탄해야 할 풍경’이란 글을 만나다니요. 손에 쥔 펜을 그대로 움켜쥐고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주문한 술이 나오기 전까지 말이죠. 한 잔 두 잔 술이 들어가며 취기가 오르는 중에도 마음 한구석에선 여전히 저 문장이 일렁였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기 전, 문득 슈만의 〈어린이 정경〉이 떠오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저 놀이에 즐거워하고, 주어진 것에 기뻐하고, 보이는 풍경에 감탄하며, 삶을 무한히 긍정하고 유희했던 어린 시절의 나는 사라지고, 언제부턴가 삶을 풀어야 할 숙제로만 여기던 내 모습이 한 줄의 문장으로 더
욱 선명해진 탓이겠죠. 기분 좋게 취해 문장을 곱씹으며 슈만의 〈어린이 정경〉을 듣던 밤.
- 유희: 무한히 긍정하는 어린아이처럼 중에서

‘치고이너바이젠’은 ‘집시’를 뜻하는 독일어 Zigeuner와 ‘선율’을 뜻하는 Weisen의 합성어로 ‘집시의 선율’이란 뜻입니다. 사라사테가 헝가리를 여행하며 수집한 집시의 선율을 주제로 작곡한 곡이죠. 집시 음악은 그들의 민족성답게 직설적이고 감정적입니다. 아주 격하게 기뻐하거나 반대로 온 힘을 다해 슬퍼하는 극한의 표현이랄까요. 집시의 대표 춤곡인 ‘차르다시’의 구성을 살펴보면 바로 이해가 됩니다. 차르다시는 느린 템포의 ‘라싼’과 빠른 템포의 ‘프리스카’ 단 두 부분이 번갈아 등장하는데요. 먼저 라싼은 집시의 애환과 우울 등의 감정을 담고 있는 부분입니다. 우울하고 애수 넘치는 선율이 아주 느리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죠. 반대로 프리스카는 원시적이고 야성적인 기질과 열정, 기쁨, 환희 등을 담고 있습니다. 빠른 템포에 맞춰 격정적인 선율이 휘몰아치는 것이 특징입니다. 감정은 물론 음악적으로도 양극단에 있는 부분이 번갈아 등장하며 음악의 분위기를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마치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표현하는 듯합니다.
- 열정: 인생사 새옹지마, 집시의 마음으로 중에서

당연히 미움받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때때로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그러니까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찾아옵니다. 나의 행복을 위하고 나를 지켜내기 위한 결정이라면 타인의 미움을 기꺼이 감내해야겠죠. 진정한 의미의 행복은 내 삶이 오롯이 내 것일 때 찾아오는 법이니까요.
여기 누구보다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한 작곡가가 있습니다. 파니 멘델스존. 네, 맞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작곡가 멘델스존의 친누나죠. 세상과 가족의 미움을 받지 않으려 꿈을 포기했던 그녀. 그러나 미움받을 용기, 그 작고도 커다란 벽을 깨뜨린 이후 그녀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
누군가가 나를 미워한다면, 그리고 그 미움이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그냥 ‘그러라 그래’ 해보는 건 어떨까요? 사회가 정의 내린 여자의 소명과 평생 싸운 파니가 기어이 자기 뜻을 이루어냈던 그해, 동생 펠릭스에게 ‘그러라 그래’라며 보낸 편지의 내용과 함께 글을 마치겠습니다.

“네가 기뻐할 일이 아니란 것을 아는데 막상 진행하려니 조금 어색하구나. 비웃고 싶으면 비웃으렴. 마치 열네 살 때 아버지를 무서워했던 것처럼 나이 마흔에 남동생을 무서워하고 있구나. 긴말할 것 없이, 나는 지금 출판을 준비 중이란다!”
- 미움: 미움받을 용기 중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접할 때 우리는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느낍니다. 원시시대부터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뻗어 나간 인간의 본능이죠.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언제나 새로움을 창조하고 이를 거부하지 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불의 발견이 그랬고, 증기기관차의 발명이 그랬고, 스마트폰의 등장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도 그렇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음악에 거부감을 느꼈지만, 이내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직감하며 받아들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낭만시대는 저물고 그 자리엔 현대라는 이름의 거대한 새 시대가 찾아왔지요. 그 중심에 스트라빈스키와 〈봄의 제전〉이 있었고요. 그 어떤 작품보다 원시적이고 야성적이고 강렬한 동시에 파괴적인 음형과 리듬의 향연이 여러분의 감각을 깨워주리라 확신합니다.
- 거부감: 그러나 연주는 계속되어야 한다 중에서

매년 여름 영국 런던에서 약 두 달에 걸쳐 진행되는 세계적인 클래식 페스티벌 BBC Proms의 ‘마지막 밤Last Night’ 공연에는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연주되는 것이 하나의 관례입니다. 이때 관객은 모두 일어서서 국기를 흔들며 ‘희망과 영광의 나라로’를 부르죠. 이 공연 영상을 보면 영국인도 아닌데 애국심이 차오를 정도로 웅장함이 느껴집니다. 이렇듯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은 영국인의 제2의 국가로 일컫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엘가는 이 곡에 대해 ‘일생에 단 한 번밖에 나올 수 없는 곡’이라 했습니다. 실제 그는 같은 이름의 작품을 5번까지 작곡했지만, 이 1번 곡을 뛰어넘는 곡은 탄생하지 못했습니다. 이 곡으로 엘가는 국왕의 총애와 국민의 존경을 받으며 영국 왕실로부터 작위를 부여받아 엘가 경Sir Elgar으로 불리게 됩니다.
아무리 작은 열망일지라도 한번 일렁인 열망의 불씨는 우리에게 지치지 않을 힘을 줍니다. 시골 마을의 어느 촌뜨기의 열망도 시작은 작은 불씨와도 같았죠. 하지만 그 작은 불씨가 있었기에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현명한 아내를 만나 재능의 꽃을 피울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품고 있는 열망은 어떤 모습인가요? 혹시 남보다 크기가 작다고 숨기기에 급급했다면 이제는 그 작은 열망을 믿고 위풍당당하게 나아가보길 바랍니다. 그 끝엔 웅장한 피날레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 열망: 촌뜨기의 열망, 태도가 되다 중에서

기분이 좋아서, 기분이 적당해서, 기분이 잔잔해서
감정에 음악이 더해진다면?
기쁨/분노/슬픔/즐거움/사랑/미움/욕심
마음 쓰임에 따라 듣는 클래식 음악

구속하기 좋아하는 고용주로부터 해방될 때, 짝사랑하던 그녀도 나와 같은 감정이라는 걸 느낄 때, 깊은 우울감에서 빠져나온 때, 끝도 없는 오르막길에 지칠 때,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할 때 클래식 음악가들은 어떤 음악을 작곡하고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이 책은 그들의 음악과 삶에서 나온 다양한 이야기를 감정의 일곱 갈래로 분류하고 모아 담았다. 희(기쁨), 노(분노), 애(슬픔), 락(즐거움), 애(사랑), 오(미움), 욕(욕심). 이를 각각 6가지 세부 감정으로 나누어 총 42가지 감정에 어울리는 음악을 소개하면서 음악가 이야기와 작가의 경험을 펼쳐놓았다.
오늘, 나의 감정은 어떠했고 이 감정에 어울리는 음악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의 저자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처럼 삶의 순간마다 바뀌는 수많은 감정과 도돌이표 같은 일상에 클래식 음악이 배경음악이 된다면 우리 삶은 더 풍부해질 것이다.

오늘은 어떤 템포와 음표로 감정을 그려나갈까?
감정과 옥타브를 맞추는
오늘의 감정, 지시어는 “클래식하게”

이 책은 인간의 일곱 가지 감정, 즉 칠정을 여러 클래식 음악가의 인생과 음악 이야기로 엮어 마음 상태에 따라 음악을 골라 들을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작품과 작곡가들 뒤에 숨겨진 매혹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어렵게만 느껴졌던 클래식 음악의 문턱을 낮춰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 마음에 감정 지시어를 넣어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구속하던 콜로레도 대주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음악을 하게 되어 ‘기쁨’이 넘치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를 작곡한 모차르트,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하고 경력의 정점에서 느낀 충만한 ‘행복’을 피아노 협주곡으로 표현한 그리그 등 오늘의 감정이 기쁨이라면 1부 희(기쁨)에서 추천하는 음악으로 기쁨을 충분히 누려보자.
하지만 세상에는 기쁜 일만 있지 않으니 ‘쓰레기 같은 음악’이라는 ‘모욕’을 당하고도 음악에 대한 자신감으로 꿋꿋하게 길을 걸어간 차이콥스키,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고 나서야 오페라 〈카르멘〉이 활짝 날아올랐으니 ‘억울’할 법도 한 비제와 같다면 2부에서 노(분노)를 잘 다스려 작품으로 승화한 음악가들을 만나 보자.
3부 애(슬픔)에서는 지독한 가난에 ‘불행’하고도 미완성된 인생을 살았던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어떻게 ‘절망’ 가득한 삶을 견딜 수 있었을까 싶은 재클린 뒤 프레 등의 이야기를 통해 슬픔을 감추려고만 하는 우리에게 맘껏 슬픔을 표현하라고 이야기한다.
반면 4부 락(즐거움)은 아름다운 오페라로 성공한 뒤 일찍이 파이어족으로 ‘즐거움’이 가득한 제2의 인생을 보낸 로시니, 오르막과 내리막의 인생사를 ‘열정’적으로 표현한 〈치고이너바이젠〉의 사라사테 등을 통해 즐거움엔 끝이 없듯 다양한 클래식 음악의 지평을 넓혀준다.
가장 좋은 감정이면서 표현하기엔 어려운 사랑이라는 감정. 5부 애(사랑)에서는 세상을 먼저 떠난 친구에 대한 ‘우정’을 보여준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탱고의 새역사를 쓴 피아졸라와 그를 인정한 스승 불랑제의 서로 존중하는 ‘존경’의 마음 등의 음악 이야기에 공감하며 깊은 사랑에 빠질 것이다.
그렇지만 6부 오(미움)의 감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 시대의 편견과 싸우며 ‘미움’받을 용기를 내어 우리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남겨준 파니 멘델스존, 스탈린의 피의 숙청이라는 ‘공포’에 맞서면서도 끝까지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던 쇼스타코비치 등 이를 이겨내고 아름다운 음악을 안겨준 음악가들이 우리에게 진한 공명을 준다.
마지막 7부 욕(욕심)은 성공에 대한 작은 ‘열망’도 놓치지 않고 결국 〈위풍당당 행진곡〉을 남긴 엘가,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를 보며 ‘야심’을 키워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가 된 리스트 등의 이야기를 통해 내일의 감정을 생각한 미래 일기를 쓰게 한다.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선 조화롭게 음정을 맞춰야 하는 것처럼 우리 삶도 감정을 고루 맞춰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이럴 땐 어떤 음악이 족집게처럼 내 감정에 의미를 깊게 해줄지 이 책이 가이드가 되기를 바란다.

※ 오늘 나의 기분에 맞는 클래식 이야기의 음악은 QR코드를 이용하여 편하게 들을 수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기홍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김기홍)
아카펠라 그룹 나린에서 활동하며 클래식 전공을 살리지 못한 아쉬움으로 유튜브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 채널을 운영한다. 《다정한 클래식》을 썼고, MBC FM 〈세상을 여는 아침 안주희입니다〉에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며 방송, 강연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 여전히 ‘클래식’한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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