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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오리바람

헤세의 단편들1
헤르만 헤세 지음 | 임호일 옮김
산나북스

2024년 06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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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7.04MB)
ISBN 9791198716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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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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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고뇌와 방황과 불안한 미래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낸
헤세의 단편들 1 『회오리바람』

헤세의 단편들 1 『회오리바람』에는 총 네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그 가운데 「칠월Heumond」과 「라틴어 학교 학생 Der Lateinschüler」은 헤르만 헤세(Hermann Karl Hesse, 1877~1962)가 1907년에 발표한 단편집 『이 세상 Diesseits』에 실린 다섯 편 가운데 두 편이다. 「회오리바람 Der Zyklon」과 「청춘은 아름다워라 Schön ist die Jugend」는 작가가 1916년에 발표한 단편집 『청춘은 아름다워라』에 처음 실렸다. 앞의 두 작품과 「청춘은 아름다워라」는 작가가 이십 대 후반에 쓴 작품들이며, 생성 시기로 보면 작가가 삼십 대에 쓴 「회오리바람」이 가장 나중에 나온 작품이다. 여기 실린 단편들은 헤세의 작품들 가운데서도 특히 자전적인 요소가 강하다. 단편의 주인공들은 「칠월」과 「라틴어 학교 학생」에서는 열여섯 살의 라틴어 학교 학생, 「회오리바람」에서는 열여덟 살의 공장 수습생, 「청춘은 아름다워라」에서는 타지에서 성공하고 금의환향한 이십 대의 청년인데, 헤세 역시 같은 나이에 라틴어 학교를 다녔고, 시계 공장 수습생을 지냈으며 이십 대에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특히 작가가 묘사하는 고향의 풍경은 헤세가 유년 시절을 보낸 칼프(Calw)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이 단편들은 작가 헤세의 작품 세계 전반에 깔린 기본적인 정서와 철학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작품들이며, 나아가 누구나 갖고 있을 어린 시절의 고향과 가족에 대한 추억, 첫사랑의 설렘과 아픔, 어른이 되어 가며 겪는 유년 시절과의 고통스러운 결별,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새 출발 등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 주는 이야기들이다.
칠월
라틴어 학교 학생
회오리바람
청춘은 아름다워라
작품 해설

그녀는 사람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오빠의 와인 잔 주위로 날아드는 나방들을 쫓아냈다. 그러면서도 자기를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다정한 눈길을 보냈다. 그녀는 노신사 두 사람과 베르타, 신이 나서 지껄여 대는 파울, 이야기에 끼어들지 않고 혼자 떨어져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예쁜 투스넬데 그리고 자기의 ‘달변’에 자기가 도취된 가정 교사, 이 모든 사람이 다 사랑스럽기만 했다. 아직 젊은 나이여서 오늘과 같은 정원의 여름밤이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포근하고 유쾌한가를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젊은이들과 현명한 두 노신사, 이들 모두는 앞으로 또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저 가정 교사를 포함해서. 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삶과 생각 그리고 소망이 더없이 중요할 테지! 그리고 투스넬데 양은 또 얼마나 예쁜가! 정말 아름다운 처녀다. <칠월>


다시금 침묵이 흘렀다. 파울은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언가 우스꽝스러운 얘기나 바보 같은 얘기를 해 보거나, 아니면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손을 그대로 둔 채 그 자리에 그냥 앉아 있었다. 서서히 숨이 차올라 질식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늘 그렇듯 슬프고 고통스러운 순간이 그에게는 오히려 기분 좋았다.
투스넬데 양이 조용하고 약간 피곤한 눈으로 파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오른손 옆 벤치에 파울이 왼손을 바짝 갖다 댄 채 꼼짝도 않고 그것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그녀는 오른손을 살짝 들어 파울의 손 위에 얹어 놓았다.
그녀의 손은 부드러웠으나 힘이 있었고, 건조하면서 따뜻했다. 파울은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깜짝 놀라 떨기 시작했으나 손은 빼지 않았다. 그는 거의 숨을 못 쉴 지경이었다. 그의 가슴은 격렬하게 고동쳤고, 온몸이 화끈거리는가 하면 동시에 사시나무처럼 떨려 왔다. 그의 얼굴이 서서히 창백해졌다. 그는 애원하듯, 불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칠월>


집주인의 식탁에 놓일 음식인데 하녀가 잠시 이곳에 보관해 두었을 거라는 것쯤은 배고픈 그도 능히 짐작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광경에 눈이 뒤집힌 그는 자비로운 운명이 그에게 내려 준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부터 하게 되었다. 그는 감사의 뜻을 표하고 그 선물을 자기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러나 그가 막 그곳을 떠나려는 찰나에 손에 촛불을 들고 지하실 문에서 나온 하녀 바베트가 무뢰한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카를은 그녀가 부드러운 슬리퍼를 신고 소리 없이 나타났기 때문에 미처 몸을 피하지 못했다. 젊은 도둑의 손에는 아직 치즈가 들려 있었다. 그는 꼼짝 못 하고 그 자리에 서서 땅만 내려다보았다. 심장이 갈가리 찢기는 듯했고, 창피한 마음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두 사람은 촛불이 비추는 가운데 마주 서 있었다. 이제까지 용감한 소년의 삶에서 지금보다 더 고통스러운 순간은 있었지만 이보다 더 치욕적인 순간은 결코 없었다.
<라틴어 학교 학생>


사내아이들은 네 명이 짝을 지어 브뤼엘 골목을 휘젓고 다녔다. 그들은 작은 지팡이를 휘두르며 못된 짓을 모의하고 있었다. 한 명은 양철 테 코안경을 걸치고 있었고, 넷 모두 하나같이 사내들 특유의 멋을 부린다고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있었다. 그때 한 하녀가 종종걸음으로 그들을 앞질러 갔다. 그녀는 손잡이가 달린 커다란 바구니를 팔에 끼고 있었는데, 바구니에서 검정 띠가 기다랗게 삐져나와 바람에 나부끼더니 땅에 끌렸다. 더러워진 띠의 끄트머리가 땅 위에서 이리저리 나뒹굴며 재미있게 춤을 췄다.
카를 바우어는 딱히 생각 없이 객기로 그 띠를 꽉 잡았다. 젊은 처자가 그것도 모르고 계속 걸어가는 동안 풀린 띠는 점점 더 길어졌다. 사내아이들은 그 광경이 재미있다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때 그 처녀가 돌아보더니 웃고 있는 사내아이들 쪽으로 번개같이 달려왔다. 블론드 머리에 예쁘장하고 젊은 그녀는 바우어의 뺨을 한 대 갈기고 늘어진 띠를 얼른 주워 담고 잰걸음으로 사라졌다. <라틴어 학교 학생>


어느 날 저녁 우리 공장의 이 년 차 수습공이 집에 가는 길에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아직 애인이 없는 어떤 예쁜 여자가 나한테 관심이 있다고 일러 줬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를 원하는데, 비단 주머니를 만들어서 나에게 주려고 한다고 했다. 그녀의 이름은 자기가 말해 주지 않겠으며, 내가 직접 맞혀 보라고 했다. 내가 묻고 재촉하다가 마침내 허튼소리 말라고 하자 그가 걸음을 멈췄다. 우리가 멈춘 곳은 바로 강 위쪽 물레방아가 있는 곳이었다. 그가 나직하게 말했다.
“걔가 지금 바로 우리 뒤에 걸어오고 있단 말이야.”
나는 당황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한편으로는 기대에 차서, 다른 한편으로는 놈이 쓸데없는 농담을 한 건 아닐까 걱정하면서. 그런데 우리 뒤쪽에 한 어린 처녀가 방직 공장에서 나와 다리의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그녀는 견진 성사 강독을 함께 받을 때 알게 된 베르타 푀틀린이었다. 그녀는 나를 쳐다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는가 싶더니 완전히 홍조를 띠었다. 나는 그만 뜀박질해서 집으로 달렸다. <회오리바람>


정원과 운동장 그리고 구석진 곳 들이 한데 어우러진 고향 도시가 다정한 옛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교회 시계탑의 금빛 숫자는 자신을 보라는 듯이 번쩍거리고 있었고, 그늘진 물레방아 수로에는 집들과 나무들이 검은 그림자를 시원하게 드리우고 있었다. 달라진 것은 나 자신뿐이었다. 나와 이 풍경 사이에 검은 장막이 드리워져 서먹서먹해진 것은 오로지 내 마음의 동요 때문이었다. 담들과 강 그리고 숲으로 이루어진 이 작은 마을에서 나는 언제까지나 안일하게 만족하며 갇혀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고장에 아직 강한 끈으로 묶여 있기는 하지만, 더 이상 이곳에 뿌리내린 채 우물 안 개구리로 살 수는 없었다. 이곳 어디를 가든지 좁은 경계를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동경으로 가슴이 들뜰 뿐이었다. 야릇한 슬픔에 젖어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문득 가슴속에 묻혀 있던 삶에 대한 내밀한 소망들이 일제히 용솟음쳤다. 아버지와 존경하는 작가들의 말씀이 내 은밀한 맹세와 더불어 귓전을 스치면서, 어른이 되어 내 운명을 내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 진지하고 값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 이 생각은 한 줄기 빛이 되어 베르타 푀틀린으로 흔들리던 내 의지를 굳건히 해 주었다. 그녀가 아무리 예쁘고 나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행복이 내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여자의 손으로 주어진다면, 그건 내 자존심이 허락할 수 없는 일이었다. <회오리바람>


기차는 완만하게 굴곡진 철로를 따라 천천히 고갯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기차가 커브를 돌 때마다 집들과 골목길, 강과 아래쪽 시내의 정원들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또렷하게 보였다. 곧이어 나는 집들의 지붕을 헤아려 볼 수 있었고, 그중에서 눈에 익은 지붕들을 가려낼 수 있었다. 창문들도 셀 수 있었고, 황새의 보금자리들도 알아볼 수 있었다. 계곡을 바라보니 어린 시절, 소년 시절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해 왔다. 이런저런 옛일을 회상하는 동안 지금까지 품어 왔던 오만한 생각, 저 아래 고향 사람들에게 금의환향을 뽐내 보려던 내 오만한 생각은 어느덧 사라지고, 고향에 대한 감사, 고향을 다시 보는 감격으로 가슴이 벅찼다. 수년간 잊고 있던 향수가 기차에서 마지막 남은 십오 분 동안에 물밀 듯이 밀려왔다. 플랫폼에 늘어선 금작화와 낯익은 정원 울타리 하나하나가 지극히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는 오랫동안 이것들을 잊고 지낸 데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어 용서를 빌었다. <청춘은 아름다워라>


이즈음 헬레네가 여러 차례 우리 집에 왔다. 그녀는 내 여동생의 친구가 마음에 드는 듯했다. 언젠가 한 번은 숙부가 우리 모두를 자기 집 정원으로 초대했다. 커피와 과자 그리고 나중에는 구스베리 열매로 만든 와인도 나왔다. 막간에 우리는 어린애 같은 소소한 장난도 치고, 정원에서 돌아다니기도 했다. 정원길이 어찌나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던지 우리의 행동거지가 저절로 조심스러워졌다.
헬레네와 안나가 함께 앉아 있는 것을 보는 것도 그렇고, 동시에 내가 두 사람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기묘하기만 했다. 황홀하기 그지없는 헬레네 쿠르츠하고는 단지 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나는 아주 정중한 어조로 말을 한데 반해, 안나와는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흥분하거나 긴장되지 않았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져 그녀가 고맙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 나는 시선을 돌려 보다 예쁜 헬레네 쪽을 줄곧 곁눈질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고, 다만 계속해서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청춘은 아름다워라>

물살 빠른 여울처럼 숨차고 달뜨고 맑은 청춘의 한때!
처음이라, 그땐 누구나 지나치게 대담하거나 소심했다.


헤세의 단편들 1 『회오리바람』에 실린 작품은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헤세의 초기 창작 시기의 작품들이다. 이 책에는 「칠월」, 「라틴어 학교 학생」, 「회오리바람」, 「청춘은 아름다워라」 등 네 편의 작품이 실렸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기까지 발표된 작품들은 대체로 젊은 시절의 자신의 고뇌와 우수 그리고 방황을 감성의 언어를 사용하여 서정적으로 그려낸 낭만주의 성향을 띤다. 여기 수록된 작품 또한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주인공들의 성장 이야기로 교양 소설의 면모를 보인다.

*청춘은 순진하고 열정적이며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

청춘은 순진한 모험가로 거친 도전을 즐긴다. 또래와 우정을 나누고 첫사랑의 설렘과 아픔을 경험한다. 어린 시절의 고향에 대한 향수와 가족에 대한 추억과 사랑을 느끼면서도 유년 시절과 결별하고, 집과 학교 울타리 밖 낯선 세계를 엿보고, 삶의 의미를 찾아 고향을 떠나 새로운 출발을 꿈꾸고 다시 돌아온다. 아직은 어린 시절의 관심과 놀이를 즐기지만 이내 흥미를 잃고 어른들의 세계를 동경한다. 「칠월」의 파울은 공정하고 보다 좋은 사회를 꿈꾸는 도적이 주인공인 『군도』를 즐겨 읽는다. 「칠월」의 파울과 「라틴어 학교 학생」의 카를은 처음으로 이성에 눈을 뜨고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라틴어 학교 학생」의 카를은 하녀들의 세계를 엿보며 그들에게서 지고한 우아함과 성스러움을 발견한다. 「회오리바람」의 ‘나’는 알을 깨고 나오는 새처럼 유년 시절과 고통스럽게 결별하며 고향을 떠난다. 「청춘은 아름다워라」의 ‘나’ 헤르만은 부모와 함께하는 생활을 노예 생활이라고 생각하며 반항심을 가지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모험을 감행하곤 한다. 그런 그가 오랜 방랑기를 거치며 장성하여 다시 고향에 돌아오고 그곳에서의 생활에 편안함을 느낀다. 시간이 흘러서는 부모님께 감사와 존경심마저 갖게 된다. 이처럼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성장기 청춘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청춘은 ‘체험’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며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어른이 되어 간다.

사춘기나 젊은 시절은 인간의 성장에서 꼭 거치는 발달 단계다. 우리는 청춘의 시기를 지나 어른이 된다. 그러나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몸집만 커졌지 인생 경험이 거의 없어 어떻게 어른이 되는지 모르는 채 나이만 먹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춘기나 청춘의 시기에는 새로운 상황에 많이 직면한다. 그때는 처음이라 누구나 서툴다. 그래서 그 행동이 지나치게 대담하거나 소심하다. 하지만 실수투성일지라도 직접 부딪혀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립심이 생기고,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며, 삶의 기술과 지혜를 배우게 된다. 「칠월」의 등장인물 중 파울, 베르타, 홈부르거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그러하다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파울은 예쁜 여자에 대해, 베르타는 라틴어 학교 학생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홈부르거는 타인의 권위에 복종하여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자기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소극적이다. 그러나 그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직접 체험을 통해 자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칠월」의 홈부르거 선생은 어른이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이다. 때로는 파울의 아버지보다 더 연장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파울보다 주체적이지 못하며 외부의 권위에 의지하며 쉽게 위축되어 그 상황을 회피하는 소극적인 인물이다. 반면에 「라틴어 학교 학생」의 하녀 티네나 「청춘은 아름다워라」의 안나는 실연과 짝사랑의 경험을 통해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한다. 「회오리바람」의 ‘나’는 여자와 사랑을 꿈꾸면서도 아름다운 베르타가 가슴 떨리는 사랑의 폭풍처럼 깊숙하게 자신을 엄습해 왔을 때, ‘나’는 의지에 역행해서 격정에 휘말려 있는 자신을 건져 내기 위해 절망적으로 안간힘을 쓴다.


*믿음과 사랑은 이성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헤세는 청춘의 사랑뿐 아니라 믿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청춘은 아름다워라」에서 ‘나’의 어머니는 신앙 없이는 인생을 살아가기가 힘들다고 한다. 지식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며 지식과 확신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고 한다. 믿음은 이성의 범주가 아니라서 언젠가는 이성이 모든 걸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걸 깨닫는 날이 올 거라고 ‘나’에게 말한다. 헤르만의 어머니는 사랑 또한 이성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칠월」의 파울은 오만한 조소의 눈빛을 지닌 여자에게 끌리고, 「라틴어 학교 학생」의 카를은 하녀인 티네에게 사로잡히며, 「청춘은 아름다워라」의 ‘나’는 고통과 기쁨을 동반하고 피상적인 대화할 수 있는 헬레네를 사랑한다. 「칠월」에서 친절하고 세심한 그레테 고모는 어린 시절 사랑의 정원에서 별로 수확한 것도 없이 쓰라린 기억만 갖고 있다. 나쁜 여자나 남자에게 끌리고, 밤잠을 설치는 이유가 사랑이 이성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일까?


끝없는 자기 탐구와 자기실현의 길을 모색하며 성장에 대한 대담한 묘사를 통해 ‘청춘’을 대변하는 작가 헤르만 헤세. 헤세의 젊은 시절은 경건한 기독교적 분위기 속에서도 고집 세고 권위에 반항하고 불안했다. 이 작품들이 발표될 때는 헤세가 신혼으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했다. 그런 까닭인지 이 작품에서는 젊음의 고뇌와 방황과 우울을 넘어 건강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듯, 한 차례 뇌우가 쏟아지고 난 뒤처럼 밝다. 자연에 대한 사랑과 친밀감, 한 발짝 떨어져 젊은 그들을 지켜보는 어른들, 독서와 낚시와 음악이 낭만적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는 이 작품의 분위기는 그래서 따뜻하다. 그러나 헤세는 신혼의 안락함 속에서도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우유와 장작이 충분하고 좋은 포도주가 있는 풍족한 생활 속에서 ‘더 이상 고독한 방랑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분노에 떨었다고 한다. 이 책에 실린 작품 중 가장 늦게 쓰인 소설이 「회오리바람」인데 ‘나’는 소박한 일상이 반복되는 고향에서의 삶에 답답함을 느낀다. 언제까지난 안일하게 만족하며 갇혀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모든 걸 다 말하지 않으며 또한 다 보여 주지 않는다.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알지 못하면 깨닫지 못한다. 헤세의 경험과 인식이 독서를 통해 독자의 경험과 만날 때 이 작품의 함의는 더욱 넓어지고 풍성해진다. 이제 막 어른의 세계로 발을 내딛거나 그 길을 빠져나온 누군가의 청춘이 이 작품을 만난다면, 윤곽 흐릿한 청춘이 희뿌연 안개 속을 걸어 나와 선명하고 당당하게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때 보이는 그 모습은 용감하며 사랑스러울 것이다. 지나고 보면, 청춘은 짧다! 돌아보면, 모든 게 아름답고 완벽하다. 청춘 또한 그처럼 거룩하고 빛나 보일 것이다. 헤세의 작품도, 우리들의 청춘도 그러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헤르만 헤세

독일계 스위스인 시인이자 소설가.
신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헤세는 열다섯 무렵부터 시인이 되고자 했다. 신학교를 자퇴하고, 자살을 기도하고, 시계 공장의 수습공, 서점의 수습 점원을 거치는 등 젊은 날을 방황하며 고뇌에 찬 시간을 보냈다. 스물한 살에 첫 번째 시집 『낭만의 노래』를 출간한 이후 『데미안』, 『유리알 유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싯다르타』 등 오늘날까지 전 세계의 수많은 독자로부터 아낌없이 사랑받고 있는 시와 소설 등 주옥 같은 작품을 남겼다. 평화주의자였던 그는 평화는 전쟁보다 훨씬 더 고귀하다며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전쟁을 비판했고, 나치 정권에게 ‘매국노’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1946년 ‘노벨문학상’, ‘괴테상’, 1954년 ‘서독 평화 공로상’ 등을 수상했으며, 음악과 미술을 사랑하고 자유와 평화를 사랑한 그는 인류의 정신적 스승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학사, 석사과정을 마친 후 독일 뮌헨대학을 거쳐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학교에서 독일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국대학교 문과대학장, 도서관장, 한국독어독문학회 부회장, 한국뷔히너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명예교수다.
주요 논문으로는 「번역은 원전에 대한 도전이다?」, 「추의 미학의 관점에서 본 뷔히너의 리얼리즘」, 「가다머의 예술론」 외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는 『진리와 방법』(한스-게오르크 가다머 저, 공역), 『한스-게오르크 가다머』(카이 하머마 이스터 저), 『희곡과 연극 그리고 관객』(하인츠 가이거/헤르만 하르만 저), 『실천문학이론』(플로리안 파센 저), 『뷔히너문학 전집』(게오르크 뷔히너 저), 『편견:인류의 재앙』(프레데릭 마이어 저), 『작은 세상』(헤르만 헤세 저), 『데미안』(헤르만 헤세 저), 『세상의 다정스러운 무관심』(페터 슈탐 저) 외 다수가 있다.
그리고 저서로는 『천재를 부정한 천재를 아십니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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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회오리바람
    헤세의 단편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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