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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나무옆의자

2024년 04월 25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4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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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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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 독자가 애독하며 수만 개의 입소문 리뷰를 탄생시킨 국민 힐링소설 『불편한 편의점』의 작가 김호연이 신작 소설 『나의 돈키호테』로 돌아왔다. 2021년 출간되어 우리들 지친 삶에 큰 위로를 준 『불편한 편의점』은 독자의 열렬한 호응에 후속작 『불편한 편의점 2』를 선보이며 재미와 감동을 보장하는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작품의 인기가 지속될수록 독자들은 작가의 다음 소설을 기다리게 되었고, 그가 또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지 관심이 쏠렸다. 2024년 4월, 드디어 신작이 베일을 벗었다.
프롤로그
1부 옛날 동네 비디오 가게
2부 돈키호테를 찾아서
3부 República Libre
4부 태양의 나라
5부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
에필로그

감사의 글

“돈 아저씨. 왜 서울이 세비야예요?”
탁자 유리 밑 대한민국 지도에 아저씨가 써놓은 걸 보고 물었다.
“서울이니까 세비야지. 똑같이 시옷으로 시작하잖니. 그리고 돈키호테가 활동하던 시절의 세비야는 서울처럼 아주 번화한 도시였단다.”
“그럼 부산은 왜 바르셀로나예요?”
“부산이니까 바르셀로나지. 똑같이 비읍으로 시작하잖니. 그리고 둘 다 각 나라의 대표적인 항구도시고.”
“그럼 여기 목포가 말라가인 것도 같은 방식인가요?”
“그렇지. 그리고 목포랑 말라가 모두 훌륭한 예술가들이 많이 배출된 도시란다. 피카소 알지? 피카소가 태어난 곳이 말라가야.”
“음, 알겠어요.”
나는 돈 아저씨의 논리가 백 프로 이해되진 않았지만 더 따지면 아저씨가 불편해할 수도 있을 거 같아 그만뒀다. 그런데 대전은? 대전 옆엔 왜 ‘라만차’라고 적어놓은 걸까? ‘호기심 천국’이라는 별명답게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7~8쪽)

생각해보면 돈키호테 비디오에서 보낸 시간이 대전에서 지내며 가장 즐거운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치킨집을 하느라 부모님은 정신이 없었고 대학생 언니는 휴학을 하고 미국 이모네로 떠났다. 오빠는 고3이라 학교와 학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으니, 나라는 꼬맹이는 텅 빈 어두운 집에서 혼자 라면을 끓여 먹고 나와 이 공간으로 스며들곤 했다. 소속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외톨이의 유일한 소속처가 여기였다.
당분간 매일 이곳으로 출근하겠다 마음먹었다. 좋은 추억이 있는 공간에서 인생 2막의 대본을 짜보겠다고 결심했다. (27쪽)

“누나, 이거.”
의기양양한 한빈의 목소리에 돌아본 나는 탄성을 질렀다. 아까는 미처 보지 못했던, 한쪽 벽을 꽉 채운 그것에 눈이 번쩍 뜨였다.
흰색 바탕에 빨간색 글씨의 비디오 가게 간판이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 놓여 있었다. 나는 간판 속 일곱 글자를 나직이 읊조렸다.
돈. 키. 호. 테. 비. 디. 오.
굴림체 글자 테두리마다 새카맣게 쌓인 먼지가 일부러 만든 음영처럼 보였다. 마지막 글자 ‘오’의 절반은 플라스틱 커버가 뜯겨 내부 형광등이 보였는데, 금방이라도 거기서 빛이 새어 나올 것만 같았다.
돈키호테 비디오가 오래된 목소리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왜 이제 왔냐고, 내가 여기 있는 걸 잊었냐고, 산초 없는 돈키호테가 무슨 소용이냐고 책망이라도 하는 듯했다. (36쪽)

“마음이 많이 아팠겠구나. 그런 사연을 지금까지 품고 있었으니. 그런데 내가 보기에 너희 아빠는 너를 정말 아끼신단다. 저번에 와 3만 원 적립하면서 너 원하는 책이랑 영화 맘껏 보게 해달라고 하셨어.”
“내가 보는 건 아저씨가 가게 봐준 수고비로 해주는 거잖아요.”
“아니야. 너 만화책 엄청 보잖아. 수고비 진작 다 썼지. 네 아빠가 적립한 돈 아니었으면 어림도 없었어.”
“……거짓말.”
“이런, 아저씨가 거짓말하는 거 봤니. 가끔 농담은 해도. 아빠가 너 영어 가르쳐준 것도 고맙다면서 가게에 맥주 마시러 오라고도 했는데, 내가 맥주만 먹으면 설사를 해서 못 간 것뿐이야. 아빠한테 물어봐도 된다.”
“그만하셔도 돼요. 이제 괜찮으니까.”
“괜찮니?”
“영화 속 태희처럼 스무 살에 떠나면 되니까요. 그때까지 좀 참죠, 뭐.”
“그래. 가출하지 말고 모험을 떠나. 태희처럼, 돈키호테처럼.” (100~101쪽)

2001년 한국 영화계에서는 ‘와라나고 운동’이 벌어집니다. 여러분 와라나고 운동 아세요? 새마을 운동도 아니고 금 모으기 운동도 아닌 와라나고 운동은, 흥행은 못 했지만 완성도가 뛰어난 한국 영화를 응원하고 지지하기 위해 영화인과 영화 팬들이 자발적으로 벌인 운동입니다. 그즈음 개봉은 했으나 대형 제작사의 영화와 유명 감독과 스타 배우의 영화에 밀린 작은 영화 네 편을 대상으로 이 운동이 일어난 겁니다.
어제 돈키호테 비디오 아카이브의 맨 밑에서 이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하고는 와라나고 운동이 떠올랐습니다. 왜냐하면 돈 아저씨는 이 운동이 끝나고도 여전히 손님들에게 적극적으로 ‘와라나고’를 권하며, 심지어 네 편 통합 할인 행사도 했거든요.
그렇다면 이 네 편의 영화는 어떤 작품들일까요? (103~104)

돈키호테의 이룰 수 없는 꿈은 숭고하다. 그것이 돈키호테의 존재 이유니까. 아저씨의 필사 노트로 완독한 『돈키호테』의 주제 역시 꿈을 향한 모험을 펼치라는 것이었다. 쉰 살이 넘은 시골 기사가 세상의 정의를 세우겠다고 길을 떠나는 설정 자체가 ‘꿈꾸고 있네’라는 핀잔을 들을 일이다. 하지만 꿈꾸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게 인간이다. 지금 나 스스로가 돈벌이도 안 되는, 이제 얼굴도 희미한 아저씨를 찾아 나서는 모험을 하고 있기에 느끼는 바가 크다. 내 인생 30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살아 있다고, 가슴이 뛰고 활기가 넘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게 꿈이다. 밤잠을 방해하는 꿈이 아니라 낮에 꾸는 꿈 말이다. (135쪽)

즉 돈 아저씨를 찾는 이 여정은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의 성장 서사와 닿아 있으며 한편으로는 나 자신의 모험이기도 했다. 처음 돈키호테 비디오의 간판이 놓인 이 공간과 재회한 순간 아저씨가 몹시 그리워졌고, 그를 추억하고 추적하면서 유튜브 채널도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나는 유튜브를 떡상시키고 싶어 돈 아저씨를 찾는 건 아니다. 아저씨를 만나는 일이 내게는 무엇보다 중요했고, 그 이유를 스스로 알아가고 구독자들에게도 납득시키는 과정이 야말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160~161쪽)

“저는 장영수 씨 그러니까 여러분의 돈 아저씨를 이제 만나지 않아도 돼요. 두 분을 만나고 이렇게 털어놓으니 그분에 대한 제 맺힌 마음이 꽤 해소됐어요. 그동안은 사실 제대로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거든요. 다만 이 말만은 꼭 전해주세요. 장영수 씨 덕분에 제가 그나마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올 수 있었다고요. 그리고 꼭 모험을 완수하시라고요.” (181쪽)

“이제 내가 하나만 묻지? 자네들 그 돈키호테 같은 인간을 찾아서 뭘 하겠다는 거지?”
“아빠니까요.”
“아빤데 왜 이제야 찾는 거야? 계약 내용도 모르는 걸 보니 별로 친한 것 같지도 않고. 응? 그리고 자네는 동네 비디오 가게 아저씨였다며? 지금 시네마 천국 아니 비디오 천국 찍나?”
나는 입술을 뜯으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가 흡족한 듯 말을 이었다.
“이유와 목적이 잘 보이지 않거나 명확하지 않을 때는 돈 때문이라고 보면 얼추 맞지. 오늘의 만남을 유튜브에서 썰 푸는 건 좋은데 거짓이 없도록. 나에 관해 구라 치는 놈은 내가 가만 안 두거든. 그럼 계속 그 돈키호테 같은 친구 잘 찾으시고.” (226쪽)

“바로 이 감옥에서 세르반테스는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며 무언가를 떠올리지. 그게,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한 아주 길고 매우 판타스틱한 그 이야기잖아. 그치?”
“맞아요.”
“……여기 꼭 와보고 싶었단다. 『돈키호테』가 잉태된 이곳, 세르반테스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절을 보낸 이곳이 내게 용기를 줄 수 있겠더라고.”
“어떤 용기요?”
“네가 말한 그 돈키호테의 열정. 어쩌면 광기. 그러니까 싸울 수 있다는 용기. 정의와 자유를 위해 거악에 맞서는 선한 힘이라는 용기.” (384~385쪽)

돈키호테 비디오는 매개체다. 나도 매개체다. 여기 모인 우리는 모두 장영수 씨 덕에 만날 수 있었다. 고로 그도 매개체다. 인간은 서로에게 매개체다. (415쪽)

이제는 사라진 우리 마음속 비디오 가게 ‘돈키호테 비디오’
꿈을 찾고, 꿈을 좇고, 그 꿈을 닮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나의 돈키호테』는 이제는 사라진 옛날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시작되어 15년의 시간을 오가는 소년 소녀들의 꿈과 모험의 여정을 담은 소설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세르반테스의 걸작 『돈키호테』가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었고, 시간적, 공간적 배경도 전작보다 훨씬 광대하다. 서사의 규모가 커진 만큼 인물들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캐릭터 간의 관계 변화와 역할 변화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이 모든 스펙터클한 여정을 흥미진진하게 엮어 단숨에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김호연 작가의 입담과 필력은 그가 스토리텔링의 장인임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2003년, 대전 구도심에 자리한 ‘돈키호테 비디오’는 몇몇 동네 중학생들의 아지트다. 스스로를 한국의 돈키호테라 부르는 가게 주인 ‘돈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너그럽다. 함께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토론도 하고 떡볶이도 먹고 가끔은 과외도 해주는 아저씨가 있는 이곳을 외롭고 심심한 청소년들은 놀이방이자 공부방처럼 드나든다. 그들이 이곳에서 배운 건 오직 하나. 꿈을 가지고 나아가라는 것. 마치 돈키호테가 세상에 정의를 세우겠다는 꿈 하나로 모험을 떠나듯, 돈 아저씨는 그들이 꿈을 얻고 키워 세상에 나가기를 응원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8년 늦가을, 외주 프로덕션 6년 차 피디 솔은 자신이 기획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루아침에 잘리고 좌절한 채 고향 대전으로 내려온다. 마냥 백수로 지낼 수는 없기에 진지하게 인생 2막을 고민하던 솔은 방송 피디 경력을 살려 유튜브에서 개인방송을 해보기로 마음먹는다. 솔은 ‘노잼 도시’ 대전을 소재로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이제는 카페로 바뀐 옛날 비디오 가게 자리에서 우연히 한빈을 만난다. 한빈은 돈 아저씨의 아들. 예나 지금이나 깐족깐족하고 껄렁껄렁한 한빈은 비디오 가게는 사라졌지만 아저씨가 거처하던 지하 공간은 그대로라는 놀라운 소식을 알려준다. 한빈과 함께 지하실을 찾은 솔. 그곳에 여전히 남아 있는 골동품과 같은 돈키호테 비디오 시절의 소품들에 옛 추억이 뭉게뭉게 떠오른다. 그곳의 주인이자 자신을 ‘산초’라 부르며 늘 응원해주었던 돈 아저씨의 모습도.
한빈은 3년 전 종적을 감춘 아빠의 행방을 찾아야 한다며 솔에게 도움을 청하고, 솔 역시 아저씨의 현재가 궁금해진다. 돌이켜보니 자신이 방송 피디 일을 하게 된 것도 모두 돈 아저씨와 돈키호테 비디오의 영향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솔은 이 지하 공간을 유튜브 스튜디오 삼아 그 시절 봤던 책과 영화를 소개하고, 한빈과 함께 돈 아저씨를 찾는 방송을 하기로 결심한다. 채널명은 ‘돈키호테 비디오’. 주인장인 자신은 ‘찐산초’라 명명한다.
돈 아저씨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그의 지인들을 찾아야 한다. 과거 돈 아저씨가 ‘라만차 클럽 아미고’라 불렀던 비디오 가게 단골 친구들에게도 도움을 받아야 한다. 솔과 한빈은 엄청난 성격 차이로 티격태격하면서도 돈 아저씨를 찾는 행진을 계속한다. 대전에서 서울로, 통영으로, 부산으로,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과연 그들은 돈 아저씨를 만날 수 있을까? 돈키호테 비디오의 친구들과 재회할 수 있을까?
돈 아저씨를 찾기 위한 여정은 과거의 아저씨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고, 과거의 자신과 꿈을 찾는 여정이나 다름없다. 세상 쓸모없는 일이지만 내겐 의미 있는 일. 돈 아저씨가 늘 말하던 돈보다 중요한 꿈. 그걸 찾으면 다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까. 그런데 아저씨는 지금 어떤 형태로 자신의 꿈에 다다라 있을까. 여행의 끝에는 또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나의 돈키호테』는 우리에게 꿈을 선택하고 살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꿈같은 이야기’다. 그리고 긴 모험을 통해 돈키호테를 믿게 된 사람에 대한 이야기 혹은 돈키호테가 된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오래도록 이야기 세계를 모험해온 스토리텔러 김호연이 자신의 소설 속 캐릭터와 세계관을 총망라해 쓴 뜨겁고 긴 이야기가 돈키호테와 산초의 행진처럼 맹렬하게 펼쳐진다.

그는 이 꿈의 흔적들을 두고 어디론 간 걸까?
당신도 만나고 싶은 추억 속 사람이 있나요?

돈 아저씨의 『돈키호테』 사랑은 각별하다. 쉰 살이 넘은 늙은 기사가 세상의 정의를 세우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이 세계의 모든 게 담긴 용광로 안에서 끓고 있는 이야기”라고 말하는 그는 『돈키호테』의 정신을 배우기 위해 두툼한 책 내용을 노트에 옮겨 적는다. 이 필사본을 가지고 스페인에 가는 것이 그의 꿈이다. 솔 또한 지하 공간에서 발견한 아저씨의 분신과도 같은 필사 노트로 『돈키호테』를 완독한다. 그리하여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미치광이 늙은 기사로만 알았던 돈키호테의 정신에 숭고함을 느낀다.
중학생 시절 솔은 돈 아저씨에게 “왜 아저씨는 어른들이 안 쓰는 말”만 쓰냐며 “꿈, 희망, 정의, 자유 같은 말”만 자꾸 들먹인다고 따지듯 물었었다. 이제 그 말은 솔에게 “너는 어떤 말을 쓰는 어른이 되고 싶니?”라는 물음으로 돌아왔다. 솔의 유튜브 방송은 그 대답에 다름 아니다.

“돈키호테의 이룰 수 없는 꿈은 숭고하다. 그것이 돈키호테의 존재 이유니까. […] 꿈꾸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게 인간이다. […] 내 인생 30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살아 있다고, 가슴이 뛰고 활기가 넘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게 꿈이다. 밤잠을 방해하는 꿈이 아니라 낮에 꾸는 꿈 말이다.” (134~135쪽)

유튜버로 인생 2막을 시작한 솔은 구독자인 ‘아미고’들에게 그 시절 돈 아저씨와 라만차 클럽 친구들이 함께 본 영화와 책을 리뷰하고, 아저씨가 남긴 마흔 권이 넘는 『돈키호테』 필사 노트에서 소설 속 명장면을 엄선해 낭독하는 한편, 아저씨를 찾는 공개 방송인 ‘돈키호테를 찾아서’를 본격 진행한다. 비디오 가게 시절 돈 아저씨는 한국 영화에 애정이 남달랐고, 온갖 영화를 섭렵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언젠가 자신의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드는 날을 꿈꾸며 가게를 접은 후에도 지하에 칩거해 글을 썼다는 아저씨는 왜 3년 전 갑자기 종적을 감춘 것일까? 솔은 한빈과 함께 돈 아저씨의 행적을 증언해줄 지인들을 수소문하고, 그들을 인터뷰한 영상을 채널에 업로드한다. 돈 아저씨의 대학 시절 룸메이트이자 절친이었던 동창, 강남 학원 강사 시절의 동료, 마포의 출판사에서 함께 일했던 편집자, 돈 아저씨에게 떡볶이 비법을 전수받은 라만차 클럽 친구 대준, 아저씨와 시나리오 계약을 한 영화사 대표, 영화사에서 만나 의기투합해 시나리오 개발을 함께한 피디를 차례로 만나며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로 돈키호테 장영수의 삶의 연대기를 그려간다. 이들의 증언을 통해 솔은 알게 된다. 돈 아저씨가 세상의 불의에 맞서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왔는지를. 영화감독이라는 자신의 꿈을 위해 얼마나 많은 모욕을 견디고 또 방황했는지를. 아저씨는 말로만 돈키호테였던 게 아니라 삶 자체로 돈키호테였다.
‘돈키호테를 찾아서’ 시리즈는 구독자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으며 채널의 대표 콘텐츠로 인기를 얻는다. 이제 아미고들도 이 모험에 동행하며 솔과 아저씨가 만나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솔은 마침내 돈 아저씨를 찾을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아내고야 만다. 그것은 모험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다.
돈키호테를 쫓는 돈 아저씨와 아저씨를 쫓는 찐산초 솔. 15년의 시간을 오가며 둘 사이에 벌어지는 꼬리를 무는 숨바꼭질과 우정, 돈키호테와 산초와 세르반테스가 뒤엉키고 넘실거리는 모험과 성장 서사는, 웃음을 머금게도 눈물이 맺히게도 하면서 독자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는다. 라만차 클럽과 돈 아저씨의 우정,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와 아미고스의 우정 또한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처럼 마음에 새겨진다.

“돈 아저씨와 나, 그리고 라만차 클럽과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의 아미고스. 우린 모두 친구다. 우정이란 말은 썸과는 달라서 뭉뚱그려 표현해도 곧잘 통했다. 친구가 아니었던 사람에게도 우정이란 말을 붙이는 순간 친구가 되곤 했다. 함께 꿈을 나누고 모험을 떠난 순간에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415쪽)

오래도록 이야기 세계를 모험해온 스토리텔러
3년 만에 찾아온 김호연 문학의 결정판

『불편한 편의점』 이후 3년 만에 발표하는 김호연 작가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인 『나의 돈키호테』는 지금껏 그가 쓴 작품들의 특징적 요소들이 모두 담긴 김호연 문학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라만차 클럽 멤버들과 돈 아저씨의 끈끈한 우정은 8평 옥탑방에서 지지고 볶는 ‘망원동 포 브라더스’를 떠올리게 하고, 대전에서 시작해 서울, 통영, 제주를 거쳐 스페인까지 가는 인물들의 여정은 『연적』 속 두 라이벌의 여행길을 연상시킨다. 돈 아저씨가 출판사에 다니던 시절 맞서 싸운 대리 번역 문제는 『고스트라이터즈』의 세계와 겹쳐 보이고, 『돈키호테』라는 고전을 서사의 모티브로 삼은 점은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에서 영감을 얻어 쓴 『파우스터』와 연결된다. 무엇보다 인물들이 꿈을 키우고 우정을 나누는 중심 공간인 비디오 대여점은 『불편한 편의점』의 ‘올웨이즈 편의점’과 닿아 있다. 이 모든 요소들이 작품 속에 용해되어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놀랍고 판타스틱한 이야기가 태어났다.
『불편한 편의점』의 메가톤급 성공은 신작을 집필하는 작가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작품을 쓰는 일이야말로 돈키호테적인 모험이었을지 모른다. 돈 아저씨의 말마따나 누가 알아준다고 모험을 떠나는 것이 아니듯, 작가는 스토리텔러로서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어떤 틀에도 자신을 가두지 않았다. 이제 독자와 함께하는 진정한 모험이 시작되었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호연

영화·만화·소설을 넘나들며 온갖 이야기를 써나가는 전천후 스토리텔러.
1974년 서울생. 고려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첫 직장인 영화사에서 공동 작업한 시나리오 「이중간첩」이 영화화되며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다. 두 번째 직장인 출판사에서 만화 기획자로 일하며 쓴 「실험인간지대」가 제1회 부천만화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만화 스토리 작가가 되었다. 같은 출판사 소설 편집자로 남의 소설을 만지다가 급기야 전업 작가로 나섰다. 이후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를 실천하던 중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로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소설가가 되었다.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2013) 『연적』(2015) 『고스트라이터즈』(2017) 『파우스터』(2019)와 산문집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2020) 『김호연의 작업실』(2023)을 펴냈고, 영화 「이중간첩」(2003), 「태양을 쏴라」(2015)의 시나리오와 「남한산성」(2017)의 기획에 참여했다.
2021년 『망원동 브라더스』에 이은 ‘동네 이야기’ 시즌 2 『불편한 편의점』을, 2022년 『불편한 편의점 2』를 출간했다.
국내에서만 150만 부 이상 판매된 『불편한 편의점』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K-문학 한류의 중심에서 세계문학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해외 23개국에 판권이 팔려 12개국에서 번역판이 출간된 가운데, 대만, 태국,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번역소설 부문 2년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대만에서는 1, 2권 통합 10만 부가 팔렸고, 일본어판은 2024년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3위에 올랐다. 각국에서 저자 초청도 잇따라 김호연 작가는 대만, 태국, 스페인, 이탈리아를 방문해 현지 독자와의 만남 및 주요 매체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2024년 하반기에는 영미권 최대 출판그룹 하퍼콜린스에서 영어판이 출간될 예정이므로 작가와 작품의 국제적인 파급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편 신작 『나의 돈키호테』는 해외 6개국에서 출간 전 러브콜을 받아 현재 판권 계약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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