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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처음 만나는 예술

가우디에서 임영웅까지 인생 후반전, 예술에서 삶을 재발견하다
유창선 지음
새빛

2024년 05월 06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4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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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1517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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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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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창선 박사는 ‘1세대 정치평론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방송과 언론, 그리고 SNS를 통해 정치 얘기만 하면서 살았다. 그랬던 그가 하필이면 정치의 계절에 문화예술에 대한 책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무슨 사연, 무슨 생각이 있었던 것일까.

‘예알못’이었던 저자가 예술이 주는 감흥과 행복감에 눈뜨기 시작한 것은 5년 전 병상에서였다. 생사를 가르는 뇌종양 수술을 하고 8개월 동안 병상 생활을 해야 했다. 밤 9시만 되면 일제히 소등하는 병실에서 저자는 밤마다 이어폰을 꽂고는 휴대폰에 담아놓은 음악들을 들었다. 깜깜한 병실에서였지만 쇼팽의 녹턴과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들을 듣다 보면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더 없이 편해졌다. 50대의 나이를 떠나 보내던 마지막 시간에 저자는 병실에서 예술이 주는 위로와 치유의 고마움에 비로소 눈뜨기 시작했던 것이다.

저자는 지난 세월에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무겁고 날선 얘기를 하며 살다보니 예술의 아름다움과 감흥 같은 것을 느끼고 보존할 마음의 빈자리가 없었다. 머릿속은 내가 아닌 다른 세상으로 향해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니 저자의 시선은 내 자신이 아닌 저 멀리 있는 광장으로 향해 있었다. 저자는 인생의 가장 긴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고 이야기한다. 역사의 무게를 혼자 짊어지기라도 한 듯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무겁고 날선 얘기를 하며 살다보니 예술의 아름다움과 감흥 같은 것을 느끼고 보존할 마음의 빈자리가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병원에서 나오면서 이제 남은 생은 자신을 돌보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건강을 조금씩 회복하면서 연주회장을 찾기 시작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아직 몸이 불편해서 때로는 문화공연장에 힘들게 도착하지만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오기 시작하면 그런 불편 따위는 모두 잊게 된다. 이 좋은 저녁 시간에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있는 저자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말한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다 나은 것 같은 힘찬 모습이었다. 흔히들 얘기하는 치유의 힘일 것이다. 그렇게 저자는 음악을 통해 위로받곤 했다.


저자는 공연을 즐기는 생활에 빠져들면서 점차 문화를 향유하는 장르도 다양해졌다. 관심과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연결됐다. 오케스트라, 독주와 앙상블, 실내악, 뮤지컬, 오페라, 콘서트, 발레, 국악관현악, 판소리, 연극, 전시회, 영화 등 듣고 볼 좋은 작품들이 있으면 달려가곤 했다. 가족들과 유럽 여행을 갔을 때는 그림들이 너무 좋아 나 혼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끼니도 걸러가며 뮤지엄들을 순례하던 날들도 있었다. 임영웅의 공연을 보려고 ‘피케팅’(피나는 티케팅)을 거쳐 대구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관람을 하기도 했다. 스스로 ‘중독’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문화예술이 좋았고 빠져들었다. 인생 후반기에 예술에 푹 빠져든 사람의 사유가 담긴 현장 기록들을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접할 수 있다.

오펜하이머의 방황, 실패로 끝난 ‘악마와의 거래’
임영웅은 조용필을 넘어설 수 있을까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 김환기-김향안의 예술 인생
가우디를 경멸했던 피카소, 여인들에게 잔인했던 화가의 예술적 성취
자유를 찾아 쇼팽과 이별했던 조르주 상드

이 책은 저자 유창선 박사가 관람했던 공연, 영화,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예술 작품들에 대한 글들을 담고 있다. 단순한 후기를 넘어 저자가 갖고 있는 인문학적 시선 위에서 작품과 예술가들에 대한 생각을 풀은 글들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작품 이상의 인사이트를 얻게 되기를 소망한다. 작품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관람의 욕구를 부여하고, 작품을 이미 접했던 사람들에게는 그 이면의 더 많은 것들을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책을 내면서
”50대에 나는 그만 예술에 빠져 버렸다“

제1부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1. 괴물은 누구인가, ‘괴물 찾기’에 매달린 우리가 괴물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

“당신들은 인간인가요?” / 소문과 진실은 달랐다 누구도 괴물은 아니었다 / 편견을 앞세
운 괴물 만들기의 위험성

2. 오펜하이머의 방황, 실패로 끝난 ‘악마와의 거래’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놀라운 절제력 / ‘악마와의 거래’에서 실패한 과학자의 이야기
/ 매카시즘의 희생자가 된 오펜하이머 / 오펜하이머에게 최선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3. 오케스트라 권력 타르, 선도 악도 아닌 인간의 추락
-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영화 〈타르〉
독재자형 지휘자 타르가 주는 당혹감 / 예술가의 성취와 삶을 분리해서 평가해야 하는
가 / 여성 지휘자의 부패한 모습에 대한 시선 /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는 ‘인간’

4. ‘영웅 나폴레옹’을 비루하게 비틀어버린 발칙한 영화
-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나폴레옹〉
영웅과는 거리가 먼 나폴레옹의 비루한 모습 / 황후 조제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나폴
레옹 / 나폴레옹과 조제핀의 러브 라인은 실제였나 / 영웅이란 무엇인가, 영웅을 실제
모습대로 안다는 것

5. 심장이 뛰는 자식의 장기를 떼어낸다는 것
- 마일리스 드 케랑갈 원작의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장기 기증을 정면으로 다룬 강렬한 작품 / 심장이 뛰는 아들의 장기를 떼어 내겠다니 /
장기 적출이 끝나면 무엇이 남는 것일까 / 삶과 죽음의 경계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

2부 우리를 위로해주는 영웅들

1. 임영웅은 조용필을 넘어설 수 있을까
- 임영웅 콘서트 〈IM HERO TOUR 2023〉

노래의 전달력이 뛰어난 가수 / 임영웅은 트로트를 넘어선 전방위적 뮤지션 / 임영웅, 한
국 트로트의 역사를 새로 쓰다 / 고달픈 삶에 위로와 행복감을 주는 가수


2. 작은 거인 김수철이 세운 ‘음악 빌딩’
- 〈김수철과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공연

‘음악 천재’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은 가수 /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김수
철 / 60대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젊은 그대’ / 김수철을 ‘작은 거인’이라 부르는 이유


제3부 예술가들의 투혼이 낳은 성취

1.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 김환기-김향안의 예술 인생
- 호암미술관 〈한 점 하늘_김환기〉 & 뮤지컬 〈라흐 헤스트〉

자신이 그리워하던 것들을 점과 선으로 그린 김환기 / ‘점화’에 눈뜬 기쁨, 그러나 건강이
말을 안 듣는다 / 김환기 예술 인생의 동반자 김향안 /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


2. “그림에 나를 고백하고 녹여서 넣는다”
- 장욱진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

고정되지 않는 변화를 추구한 작가 정신 / ‘나는 심플하다’고 말했던 이유 / ‘자유인’으로
살고자 했던 장욱진의 꿈 / 그림에 자신의 삶을 담았던 장욱진

3. 시련 위에서 나다운 건축 펼쳐낸 ‘영원한 청춘’ 안도 타다오
- 뮤지엄 산에서의 개인전 〈안도 타다오-청춘〉

자신이 만든 뮤지엄 산에서의 개인전 / ‘개인으로서의 인간’을 중심에 놓았던 건축 철학
건축에도 인생에도 빛과 그늘이 있다 / ‘영원한 청춘’ 안도 다다오의 삶

4. 마우리치오 카텔란전, 웃을 것인가 슬퍼할 것인가
- 리움미술관의 카렐란전 〈우리(WE)〉

한 시대의 좌절과 절망 / 권위를 해체시키는 카텔란의 풍자 / 히틀러를 무릎 꿇게 만든
카텔란 / 현실이 카텔란 보다 더 자극적이다

5. 가우디를 경멸했던 피카소, 여인들에게 잔인했던 화가의 예술적 성취
- 정작 가우디는 고생했고 피카소는 화려하게 살았다

‘부자들의 건축가’라고 가우디를 비난했던 피카소 / 건축을 위해 고생하며 청빈하게 살았
던 가우디 / 피카소의 인생은 여성 편력으로 점철 / 공산당원이었던 피카소의 모순적 삶 / 사람의 일생은 구체적인 삶의 모습으로 평가해야


6. 마리 앙투아네트, 두 개의 초상화
-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루벤스의 공간에 흘러나온 ‘G선상의 아리아’ / 비제 르브룅이 그린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 다비드가 그린 죄인 마리 앙투아네트 / 역사 속 인물을 그리는 다양한 시선


제4부 슬픔조차 아름답게 들리는 선율

1. 사랑과 평화를 갈구했던 노르마의 비극적 자기 심판
- 벨리니의 오페라극 〈노르마〉

‘오페라의 역사를 바꾼 작품’ / 숭고한 아름다움과 예술적 품격의 겸비 / 행복해지고 싶었
던 노르마의 죄 / 비극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

2. 공민배와 츠베덴의 포옹, ‘모두의 영혼’을 위한 서울시향의 발걸음
- 서울시립교향악단 〈아주 특별한 콘서트〉

발달장애 연주자와 발달장애인 아버지 지휘자 / 서울시향이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연을 하
는 사연 / 가성비 최고인 서울시향 연주회 / 음악의 뜻은 사랑이다

3. 임현정이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을 독주하는 이유
- 임현정 피아노 리사이틀

피아노 한 대로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내다 / 협주곡을 굳이 피아노 독주로 연주하는 이유
는 / 연주의 템포에 대한 임현정의 철학 / 열정과 자유를 추구하는 피아니스트

4. 여자경-장한나-성시연, 여성 지휘자들이 온다
- 세계의 포디엄을 누비는 한국의 마에스트라들

포디엄은 더 이상 남성들의 독점물이 아니다 / 여자경, 장한나, 성시연, 김은선 등의 맹활
약 / 여성 지휘자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 / 그냥 얻어진 것은 없었다


제5부 자유를 찾아가는 인간의 숙명

1. 한나 아렌트는 ‘평범한 아이히만’을 용서한 것일까
- 극단 파수꾼의 연극 〈아이히만, 암흑이 시작하는 곳에서〉

한나 아렌트의 분노한 모습은 실제였나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기초했지만 결이 다르
다 / ‘악의 평범성’을 둘러싼 그동안의 논쟁 / 한나 아렌트가 말하려고 했던 것

2. 자유를 찾아 쇼팽과 이별했던 조르주 상드
- 산울림 편지콘서트 〈쇼팽, 블루노트〉

쇼팽과 상드, 운명적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 / 쇼팽을 향한 상드의 불만과 원망 /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었던 상드 / 외로웠던 죽음을 음악으로 아름답게 남긴 쇼팽

3.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딸의 슬픈 사랑 이야기
- 전무송-전현아 부녀의 연극 〈더 파더〉

영화 〈더 파더〉의 감동을 연극으로 재현 /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 /
아버지의 마지막 질문, “대체 나는 누구요?” / 내가 치매에 걸린다면 어떻게 하게 될까

4. 1세대 신여성 작가 김명순, 비운의 삶과 문학
- 100년만에 무대에 올려진 연극 〈의붓자식〉

자신의 삶을 희곡으로 썼던 김명순 / “사람은 언제든지 자기를 믿고 사는 것” / 뛰어난
작가였지만 묻혀있던 김명순을 재조명 / ‘첩의 딸’이라는 이유로 기구했던 김명순의 삶 /
공동체에 대한 ‘사랑의 철학’을 지킨 작가

5. ‘자유의 불꽃’이었던 4명의 여성 철학자들
- 시몬 드 보부아르, 한나 아렌트, 시몬 베유, 아인 랜드의 삶과 철학

아일렌베르거의 저작 『자유의 불꽃』 국내 출간 / 젊은 시절의 보부아르, 철저한 유아론자
/ 정치적인 사유와 행동으로 변모한 보부아르 / 시몬느 베유와의 엇갈린 인생 역정 / 역
사적 시련기에 자신을 지켰던 4명의 여성철학자


부록
‘자아’를 지킨 아니 에르노의 글쓰기

1. 아니 에르노의 ‘칼 같은 글쓰기’
- 아니 에르노 읽기 1 : 에르노의 매력과 힘

자신과의 거리두기를 통한 객관적 시선의 글쓰기 / 솔직한 글쓰기에서 나오는 공감의 글 / 문학적 치장이 없는 글의 힘 / 글쓰기를 통해 자유롭고자 했던 에르노


2. 내 어머니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 아니 에르노 읽기 2 : 『한 여자』

‘나’의 어머니를 기록한 『한 여자』 / 어머니의 삶을 복원시키다 / “내게 진정 중요했던 유
일한 여자”

3. 아버지와 딸 사이의 거리
- 아니 에르노 읽기 3 : 『남자의 자리』

아버지의 삶에 대한 지독한 관찰력 / 아버지와는 다른 세계에서의 삶 / 딸과 아버지의 뒤
늦은 화해

4. 사랑의 열정은 정말 단순한 것일까
- 아니 에르노 읽기 4 : 『단순한 열정』

골수 페미니스트가 왜 불륜의 사랑을 했을까 / 부끄러움을 숨김없이 털어놓는 에르노 / 자신의 정체성을 잃었던 사랑의 시간


5. 내 삶은 역사적일 수 있을까
아니 에르노 읽기 5 : 『세월』

개인의 기억에 남지 않는 역사 / “한 개인의 삶에 역사는 의미가 없었다” / 시대에 대한
개인의 기억을 솔직하게 기록한 용기 / ‘역사적 삶’은 애당초 우리의 당위가 아니었다

“내가 예술 작품들을 접하면서 받는 감동은 단지 작품 자체에서만은 아니다. 내 눈앞에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때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던 예술가의 투혼을 떠올리곤 한다. 심한 목디스크 때문에 서서 작업하는 것이 고통스러웠던 김환기는 캔버스 위에 점 하나하나를 그리는 작업을 하루 종일 했다. 베토벤은 말년의 극심한 역경과 고통 속에서도 인간의 화합과 희망을 노래하는 불멸의 곡들을 남겼다. 폐결핵은 악화되고 조르주 상드와도 이별하여 외롭게 된 쇼팽은 그래도 피아노 건반을 떠나지 않고 아름다운 곡들을 만들었다. 그래서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길다’.”
- ‘책을 내면서’ 중에서


“예술은 우리의 심연 속에 있었던 마음이 무엇이었던가를 꺼내서 알게 해준다. 연주를 듣다가 저절로 눈물이 나는 데는 그만한 내면의 이유가 있다. 그러니 예술은 내가 누구인가, 내 마음이 어떠한가를 알도록 해준다. 또한 예술은 우리를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시킨다. 어떤 감정과 삶이 좋은 것이고 나쁜 것인가를 돌아보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우리는 그림을 보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내면의 성숙을 다지는 시간을 갖게 된다.”
- ‘책을 내면서’ 중에서

“괴물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기어코 누가 괴물인가를 찾으려 매달리곤 했던 바로 ‘나’였던 것이다. 고레에다 감독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그래서 섬뜩하다. 조용한 힘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영화이다.”
- 1부 ‘영화 〈괴물〉’ 중에서

“오펜하이머가 먼저 핵무기를 만든 일은 최악의 상황을 막은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최악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 다른 재앙들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일까. 어차피 누군가는 핵무기를 만들 것이 시간문제였으니, 오펜하이머에게는 손에 피를 묻히는 것 이외의 다른 선택이 없었던 것일까. 영화는 여전히 여러 질문들을 남겨놓고 있다.”
- 1부 ‘영화 〈오펜하이머〉’ 중에서

“임영웅은 지금 한국 트로트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트로트 하면 반짝반짝하는 보라색 의상을 입고 ‘쌈마이’를 떠올리던 세간의 인식을 허물고 고급스럽게 현대화된 트로트의 시대를 열고 있다. OST곡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사랑은 늘 도망가’, ‘우리들의 블루스’ 같은 노래들은 참 애틋하고 아리면서도 울림이 큰 깊이를 느끼게 한다. 청승맞게 감정을 드러내던 예전의 트로트와는 전혀 다른 감성적 발라드들이다.”
- 2부 ‘〈임영웅 IM HERO TOUR 2023〉 콘서트’ 중에서

“신명나는 한판 축제 같은 김수철의 공연을 다녀오고 나니까 진한 여운이 이어진다. ‘별리’도 ‘천년학’도 ‘못다 핀 꽃 한 송이’도 너무 좋다. ‘고래사냥’도 ‘서편제’도 다시 보며 김수철의 곡을 다시 듣고 싶어진다. 하지만 김수철이 준 자극은 그리움 같은 그 시절의 향수만은 아니다. 자기가 가려는 길을 외롭더라도 꿋꿋이 걸어가는 모습이야말로 김수철을 ‘작은 거인’이라 부르는 이유일 것이다.”
- 2부 ‘〈김수철과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공연’ 중에서

“세월은 흐르건만 김환기와 김향안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더 늘어가고 있다. 김환기의 그림이 최고 경매가를 기록했다는 이유 때문은 아닐 것이다. 예술을 위해 영혼을 불태웠던 두 사람의 인생 역정이 주는 잔잔한 감동 때문이다. 그러니 예술만 남은 것이 아니라 사람도 남은 느낌이다.”
- 3부 ‘호암미술관 〈한 점 하늘_김환기〉 & 뮤지컬 〈라흐 헤스트〉’ 중에서

“뮤지엄 산 전시장 입구에 가면 안도 타다오가 직접 만든 푸른 사과 조형물이 눈에 띈다. 그 사과에는 일본어로 ‘영원한 청춘’이라고 쓰여있다. 안도가 자주 인용하는 시인 새뮤얼 울만의 말이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늙지 않는다. 머리를 높이 올려 희망의 물결을 파악할 수 있는 한 80세일지라도 사람은 청춘으로 산다.” 암 때문에 5개의 장기를 적출한 81세의 노장 안도 타다오. “장기가 5개 없이도, 또 저처럼 학력이 없어도 청춘을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니 그는 ‘영원한 청춘’이다.“
- 3부 ‘뮤지엄 산에서의 개인전 〈안도 타다오-청춘〉’ 중에서

”너무나 독창적이었기에 당대보다는 사후에야 인정을 받았고 고독한 말년을 보냈던 가우디. 그에 비한다면 여인들에게 둘러싸이고 명성과 부를 얻었던 피카소의 삶은 화려했다. 『피카소와 함께한 시간들』의 저자 조르주 타바로는 “과연 피카소만큼 폭넓은 사랑을 받으며 영광을 누린 화가가 있었을까?”라고 반문한다. 공산주의자 피카소의 삶은 화려했고, 부자들의 집을 만들던 가우디의 삶은 고독했다. 묘하지 않은가.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평가는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오랜 시간 지켜봐야 비로소 가능한 것임을 두 사람의 엇갈린 삶은 말해주고 있다.“
- 3부 ‘정작 가우디는 고생했고 피카소는 화려하게 살았다’ 중에서

”서울의 박물관에 걸린 마리 앙트아네트에게서는 사치와 허영에 눈먼 왕비의 모습도, 어린 아들을 유혹한 성도착자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화가가 그렇게 그려준 덕분일 수도 있겠지만, 원래부터 사실은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그녀의 초상화 앞에 서서 연민과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혁명이란 원래 그런 것이야’라는 소리는 차마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
- 3부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중에서

”로마를 상대로 전쟁을 하자는 백성들과, 자신이 사랑했던 로마 사령관 폴리네오 사이에서 고뇌하던 노르마. 그녀는 평화를 갈구하며 ‘정결한 여신’을 간절하게 부른다. 하지만 노르마가 마주해야 했던 것은 사랑도 평화도 아닌 화형대였다. 비극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거기에 인간의 숭고한 정신과 품격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 4부 ‘벨리니의 오페라극 〈노르마〉’ 중에서

”음악사 연보를 들여다보니까 브라질 작곡가 시키냐 곤자가가 1885년에 자작곡을 갖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최초의 여성 지휘자였던 것으로 나타난다. 그녀는 당시 브라질 음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음악가로, 많은 차별 속에서도 활발한 음악활동을 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많은 여성들이 지휘봉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여성 음악가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맞선 여성 지휘자들의 오랜 분투가 있었기에 이제는 여성 지휘자들이 포디엄(podium)에 당당하게 서고 있는 것이다. 오늘 여성 지휘자들을 향한 박수 세례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님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 4부 ‘세계의 포디엄을 누비는 한국의 마에스트라들’ 중에서

”아렌트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아이히만 개인이 아니라 인간 자체에 대한 것이었다. 연극에서 차유경은 아렌트를 대신해서 이렇게 말한다. “용기는 영혼의 빛입니다. 그리고 용기를 냈을 때 존엄성을 가질 수 있는 거죠. 존엄성은 인간의 일부고 누구나 가져야 하는 겁니다.” 결국 인간이 어떻게 할 때 자신의 존엄성을 포기하게 되는가에 대한 얘기이다. 그러니 연극 ‘아이히만, 암흑이 시작하는 곳에서’는 보고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같은 뿌리, 다른 표현이다.“
- 5부 ‘극단 파수꾼의 연극 〈아이히만, 암흑이 시작하는 곳에서〉’ 중에서

”1941~1942년 시기 네 사람의 모습에 대해 아일렌베르거는 이렇게 요약한다. “보부아르는 해방되고, 아렌트는 고립되고, 베유는 유언장을 작성하고, 랜드는 출생증명서를 쓴다.” 보부아르는 세상으로 나갔고, 베유는 스스로 굶어 죽는 길을 택했다. 네 명의 철학자들은 삶도 사유도 많이 달랐다. 하지만 때로는 조롱당하고 고립되면서도 사유하는 글쓰기를 통해 삶의 자유와 개인의 존엄을 지키고자 했다는 점에서 빼어 닮았다. 이들은 평생 하나의 철학, 하나의 사유에 매달리지 않았다. 반전이라 할만한 많은 변화의 굴곡이 있었다. 인생도 철학도 그것이 순리일지 모른다. 78세의 보부아르가 남긴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정신이다.”
- 5부 ‘시몬 드 보부아르, 한나 아렌트, 시몬 베유, 아인 랜드의 삶과 철학’ 중에서

“에르노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렇게 읽어낸다. “어쩌면 그의 가장 커다란 자부심 아니 심지어 그의 존재 이유는 자신을 멸시하는 세상에 내가 속해 있다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에르노는 굳이 소설의 형식으로 아버지를 미화하지 않고, 기억하는 그대로의 아버지의 모습을 기록했다. 거기에 허구는 없었다. 아버지의 부끄러운 모습, 그런 아버지를 부끄러워 하는 자신의 모습, 그러니 자신 또한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의식까지도 솔직하고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다. 그녀에게는 소설보다 아버지의 삶이 우선이었던 것이다.“
- ‘부록 - ‘자아’를 지킨 아니 에르노의 글쓰기’ 중에서

“50대에 나는 그만 예술에 빠져 버렸다”
“우리는 예술을 보고 들으면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인생 후반기, 예술의 매력에 뒤늦게 눈뜬
유창선 박사의 문화예술 현장에 대한 인문학적 시선의 기록들


예술은 우리의 심연 속에 있었던 마음이 무엇이었던가를 꺼내서 알게 해준다. 연주를 듣다가 저절로 눈물이 나는 데는 그만한 내면의 이유가 있다. 그러니 예술은 내가 누구인가, 내 마음이 어떠한가를 알도록 해준다. 또한 예술은 우리를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시킨다. 어떤 감정과 삶이 좋은 것이고 나쁜 것인가를 돌아보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우리는 그림을 보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내면의 성숙을 다지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음악평론가 스티븐 존슨은 『쇼스타코비치는 어떻게 내 정신을 바꾸었는가』에서 이렇게 말한다. “길고 긴 고립의 한가운데에 빠져 있었던 나에게 쇼스타코비치는 내가 완전한 혼자가 아님을, 내가 느끼는 감정을 다른 누군가도 알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또한 어떤 신비한 차원에서 쇼스타코비치도 나를 '들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저자와 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이 혼자가 아님을 음악은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음악은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나도 그렇다면서 위로와 치유의 힘을 준다. 역시 스티븐 존슨의 말이다. “음악이 계속되는 한은 나도 그들 중의 일부다. 여러 목소리 가운데 하나다. 교향곡의 마지막 몇 마디가 침묵 속으로 사라지고, 나는 잠시 그대로 서 있다. 나는 하잘것없는 존재일 수가 없었다. 음악이 나에게 이렇게 느끼게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는가.”

음악은 이렇게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 내가 존엄하고 귀한 존재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어디 음악만이 그렇겠는가. 모든 예술이 그러하다. 그래서 예술이 고마운 것이다.
예술은 또한 자유이다. 정치에서는 눈치를 보느라 감히 입에 담지 못했던 생각과 감정을 예술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한다. 예술가들에게는 금기도 성역도 없었다. 내가 감히 못하던 것을 그들이 하는 것을 듣고 보니, 비겁하지만 그 또한 위로가 된다.

책을 내지만 문화예술에 관한한 저자는 언제나 배우는 학생이라고 말한다. 체계적인 음악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악기를 연주해 본 적도 없다. 그림을 보는 것도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연주회를 가고 전시회를 갈 때면 열심히 공부한다. 가기 전에는 예습을 하고, 다녀온 뒤에도 그 여운을 즐기면서 복습을 해서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예술의 매력을 뒤늦게야 깨달은 늦깎이 학생이라고나 할까.

평생 하던 정치 얘기나 하면서 살지, 이 나이에 무슨 새로운 문화예술 얘기를 하겠다고 공부를 하고 글을 쓰느냐고 물을지 모른다. 사실 저자도 무엇을 위해서 이러는지 알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그저 보고 듣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평생 갖고 살았던 정치나 이념 가득한 삶이 결코 줄 수 없었던 마음의 평안과 안정을 예술이 이렇게 주고 있음을 발견하고 있다. 공부에는 나이가 없다고들 한다. 저자는 이 말을 조금 바꿔서, 예술을 접하는 데는 나이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한편의 교향곡이나 그림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며 생각할 수 있는 깊이를 갖게 될 수 있으니

이 책이 문화예술의 즐거움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사는 것이 힘들고 고달픈 많은 이들을 위해서도, 이제 나이도 드니 인생의 즐거움을 찾을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서도, 문화예술의 문턱이 더 낮아져서 함께 향유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들과 공연장과 전시장에서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유창선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대부터 방송, 신문, 잡지, 인터넷 등을 통해 활발히 정치평론을 해온 1세대 정치평론가였다. 평생 정치 얘기를 하던 사람이 문화예술에 관한 책을 써서 나타나니 독자들은 의아할지 모르겠다.

저자는 5년 전 생사를 가르는 뇌종양 수술을 받고 오랜 투병과 재활의 시간을 가졌다. 그때 병상에서 만난 것이 음악이었다. 불 꺼진 병실에서 밤마다 음악을 들으며 예술이 갖는 위로와 치유의 힘을 실감했던 저자는 병원에서 나온 뒤로 각종 공연과 전시회를 찾아다니게 됐다. 오십 대의 마지막에 예술을 제대로 만나 푹 빠져들게 된 것이다. 배신감과 허망함을 안겨주었던 정치와 달리 예술은 우리의 마음에 공감해주며 더 좋은 인간이 되도록 손잡아 주는 동반자임을 저자는 발견했다.

이 책은 근래에 저자가 보고 들었던 문화예술 작품들에 대해 쓴 글들을 싣고 있다. 공연이나 전시 등에 대한 단순한 후기가 아니라 작품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야 할 지점이 무엇인가를 던져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최근에 주목받았던 공연과 작품들이 많이 소개된다. 책에나오는 작품을 아직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관람의 욕구를 부여하고, 이미 접했던 사람들에게는 그 이면의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줄 것이다.

저자는 현재 〈여성신문〉에 ‘유창선의 문화이야기’를 연재하는 등 문화예술에 대한 글쓰기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저서로는 인문 에세이 『나를 찾는 시간』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 『삶은 사랑이며 싸움이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삶과 죽음의 대화』(공저) 등이 있고, 정치평론집으로는 『김건희 죽이기』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정치의 재발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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