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시대 1
2024년 04월 26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2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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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25527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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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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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제3부
사람은 일생을 통해 꼭 하고 싶은 얘기가, 그러기에 평소에는 오히려 더 가슴 깊이 묻어두게 되는 하나의 얘기가 있게 마련이다. 어쩌면 누가 어떤 직업을 택하는 것도 바로 ‘그 얘기’를 나름대로 펼쳐보이기 위해서가 아닌지 모르겠다. … 내게 있어서 ‘그 얘기’는 바로「영웅시대」, 아니 6·25를 전후한 우리의 불행한 가족사였다. 지금으로부터 십칠팔 년쯤 전에 어렴풋하게나마 내가 작가로 끝장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문득 나를 사로잡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소설거리가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_pp.4~5
“같은 깃발 아래 있어도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군. 세상에는 주의니 이즘이니 하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엄밀한 의미에서의 이념이 될 수 없는 것이 둘 있네. 종종 상반되기도 하는 그 둘 중 하나는 민족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휴머니즘이지. 그것들은 결코 별개의 이념이 될 수 없어. 어떤 이념도 그 둘 중의 하나 또는 그 둘 모두에 의지하지 않으면 성립될 수는 없는 최소한의 바탕이나 인간정신의 본질적 구조 같은 것이기 때문이네. 오히려 나머지 다른 이념들이야말로 그 둘의 도구거나 수단일 뿐이네.” _p.113
“하기사 처음에는 보이는 게 없디더. 그렇지만 곧 깨달았니더. 이쪽저쪽 어느 쪽도 아닌 채 이 미친 세월을 견뎌낼 수 있다고 믿은 내가 잘못이라는 거 말이씨더. 그런데 마침 경찰간부로 있던 대학 선배가 자리를 하나 내주데요.”
“그러믄 아무치도 않단 말이라?”
“한(恨)이사 왜 없을니껴? 하지마는 그 한을 풀자고 들면 새로운 한만 늘어날 뿐이시더. 나는 오히려 그걸 막고 싶니더. 우리라도 남의 가슴에 못박는 짓은 고만 하고 싶니더. 그기 경찰이 된 내 목적이씨더…….” _p.293
“처음에는 아이들 남매가 왔더군요. 훈이라던가? 참 똘똘한 녀석이었어요. 그렇게 여럿이 들락거려도 못 찾아간 살림살이를 척척 찾아내는 겁니다. 놋그릇을 죽으로 파내 먹을 것과 바꾸는가 하면 비단 옷가지를 한아름 안고 나가기도 했습니다. 일인즉은 그 아이가 처음 나타났을 때 고발해야 될 형편이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지요. 귀하게 자라다가 고생하는 것만도 가여운데 그 어린것을 끌어다 경찰에 넘길 수는 없었다 이 말입니다…….” _p.417
이념의 영웅, 혁명의 영웅, 해방전선의 영웅, 영웅적인 전투, 영용(英勇)한 인민군…… 하루에도 몇 번씩 무심히 들어넘기는 그 말을 훈이의 작문 속에서 발견하는 순간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으로 들려온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무엇이 그토록 세찬 충격으로 자신을 뒤흔드는 것일까 ─ 동영은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며 그런 생각에 젖어들었다. 그러나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은 떠오르지 않고 난데없이 박영창 선생의 목소리만 귓가에 울려왔다. 적어도 십 년의 세월은 뛰어넘어 온 목소리였다. _p.429
“분노는 약자를 강자로 만든다, 또는 미워하라, 미워할 줄 아는 자가 사랑할 줄 아는 자다 하는 따위의 끔찍한 말장난 말인가?”
영규는 어느새 그 독한 위스키를 함부로 마셔대면서 빈정대듯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동영은 정색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자네의 그 뿌리 깊은 좌절과 실의의 원인은 무엇인가? 단순히 당이 자네의 투쟁경력을 인정하지 않았다든가 과업의 투쟁적인 수행과정에서 입게 된 개인적인 불리나 상실 따위는 아닌 것 같은데…….” _p.476
“가사(그 아이야) 뭐 어린 기 사상이라 칼 끼 있나? 상고(商高) 졸업하고 몇 달 쉰다꼬 집에 있다가 사변을 만났제. 그런데 그게 우땠는동 아나? 내사 전쟁하는 거는 직접 보지 못했다마는, 세상에 무서운 거는 바로 싸움이 붙는 기 아이라, 그전에 사람들이 사로잡히는 공포와 광란이지시푸다. 빨갱이라카믄 비슷한 것도 모두 잡아 가디이 돌아온 거는 얼매 안 됐다. 히야, 니 골로 간다는 말 들어봤제? 그기 우예 나온 긴지 아나? 그렇게 한번 끌려 골(산골짜기)로 들어가믄 살아 돌아오지 몬한다꼬 죽는 걸 골로 간다 카게 된 기라...” _p.525
“한국 현대사의 벽화 같은 책”
이문열의 『영웅시대』 개정 신판 출간!
절실했던 북으로 간 아버지 이야기를 담은 이문열의 대표 장편소설
『영웅시대』는 1982년 9월부터 1984년 6월까지 《세계의 문학》에 연재한 이문열의 장편소설로, 1984년 단행본으로 첫 출간되었다. 이후 표지를 바꿔 출간되는 등 6.25전쟁을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의 지평을 연 대표 장편소설로 주목 받았다. 이번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하는 이 책은 이문열 작가가 2년여의 시간을 들여 한 단어, 한 문장을 다시 읽고 심혈을 기울여 수정한 개정 신판으로 『영웅시대』의 마지막 정본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내용이 첨삭되기보다는 기존 단어와 문장의 잘못된 바를 바로 잡고, 의미가 좀 더 명확하게 전달되도록 표현을 바꿨다.
이문열은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전해 듣거나 기록으로 본 것들을 바탕으로 썼는데, 북한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을 때라 틀린 게 많다. 부끄러워 고치려고 한다.”라며, 이번 개정 신판의 출간 의미를 밝힌 바 있다.
『영웅시대』는 이문열 작가에게는 분신과도 같은 책이다. 월북한 아버지, 그리고 남한에 남겨진 ‘빨갱이’라는 딱지가 붙은 가족들의 고초가 담겨있다. 6.25 한국전쟁, 분단의 아픔, 그리고 우리 현대사의 이데올로기를 정면으로 다루며, 한국 현대사의 벽화와도 같은 책이다.
“한 단어, 한 문장을 수정하는 데
끝까지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영웅시대』 1, 2권은 총 6부로 구성된 원고지 3천5백장 분량의 장편소설이다. 이 책의 배경은 6.25전쟁이라는 우리 민족의 비극이다. 이 소설은 이문열 작가가 영웅시대라고 이름 지은 격변의 시대를 살면서 한 지식인이 겪는 사상적 편력과 현실발견의 과정을 심도 있게 다뤘다. 사회주의자를 주인공으로 하여 한국전쟁을 형상화하는 한 축과, 남쪽에 남겨진 노모와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을 한 축으로 하여 이야기를 교차하며 끌어간다. 지식인이 겪는 사상적 갈등, 이념과 인간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룸으로써 평단의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그의 가족들이 그와 이별한 채 전쟁 속 고난의 삶을 헤쳐 나가는 가족사를 다루고 있다.
“이문열 작가를 알고 싶다면,
우리 현대사를 알고 싶다면,
『영웅시대』를 읽어라!”
『영웅시대』의 문학사적 의의는 크다. 그것은 『영웅시대』가 6.25라는 민족사의 비극에서 한 핵심적 요인이 되는 이념의 문제에 대해 과거의 어떠한 작품보다 치열하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영웅시대』는 이문열 작가만의 소설책이라고 하기에는 그 무게감이 크다. 이 책은 6.25전쟁을 통한 우리 현대사의 이야기이자 이데올로기를 정면으로 다룬 책이다. 이문열 작가를 알고 싶다면, 우리 현대사를 알고 싶다면 『영웅시대』를 꼭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문열 작가의 마지막 수정본이 될 개정 신판 『영웅시대』!
작가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주옥같은 문장과 단어를 다시 만날 수 있다.
작가정보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향인 경북 영양, 밀양, 부산 등지에서 자랐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수학했으며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새하곡」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이후「그해 겨울」, 「황제를 위하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여러 작품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독보적인 문체로 풀어내어 폭넓은 대중적 호응을 얻었다. 특히 장편소설 『사람의 아들』은 문단의 주목을 이끈 초기 대표작이다.
작품으로 장편소설 『젊은 날의 초상』, 『영웅시대』, 『금시조』, 『시인』, 『오디세이아 서울』, 『선택』, 『호모 엑세쿠탄스』 등 다수가 있고, 『이문열 중단편 전집』(전 6권), 산문집 『사색』, 『시대와의 불화』, 『신들메를 고쳐매며』, 대하소설 『변경』(전 12권), 『대륙의 한』(전 5권) 등이 있으며, 평역소설로 『삼국지』, 『수호지』, 『초한지』가 있다.
오늘의 작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2015년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현재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20여 개국 1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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