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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물고기는 죽었다

푸르른 숲 44
브리기테 윙거 지음 | 이기숙 옮김
씨드북

2024년 04월 12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9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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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4.79MB)
ISBN 9791160516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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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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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이후 피해자의 삶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공감
폭력의 경험은 피해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날 물고기는 죽었다』는 성폭력 이후 피해자의 일상을 그려 냄으로써 그들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특히, 섬세한 묘사를 통해 몸과 마음이 한창 자라고 있는 청소년 피해자의 복잡한 심경을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한다.

장래가 유망한 수영 선수였던 펠릭스는 ‘그날’ 이후 수영장에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날의 기억은 언제나 펠릭스의 주위를 도사린다. 그리고 펠릭스가 방심한 순간을 틈타 괴물이 되어 그를 덮친다. 펠릭스는 버스 손잡이를 세고, 길에 깔린 돌을 세고, 숲의 나무를 센다. 의식 가장 깊은 곳에 가둬 둔 괴물이 튀어나오지 않게 하려면 그래야 한다. 그러나 펠릭스는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는 듯 평범한 일상을 지속하려 애써 보지만, 펠릭스의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펠릭스는 혼자가 아니다. 조부모님, 친구들, 선생님까지, 주변 사람들의 믿음으로 펠릭스는 서서히 고통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 간다.

줄거리
장래가 유망한 수영 선수였던 펠릭스는 ‘그날’ 이후 수영장에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날의 기억은 언제나 펠릭스의 주위를 도사린다. 그리고 펠릭스가 방심한 순간을 틈타 괴물이 되어 그를 덮친다. 펠릭스는 버스 손잡이를 세고, 길에 깔린 돌을 세고, 숲의 나무를 센다. 의식 가장 깊은 곳에 가둬 둔 괴물이 튀어나오지 않게 하려면 그래야 한다. 그러나 펠릭스는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는 듯 평범한 일상을 지속하려 애써 보지만, 펠릭스의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8쪽_잘 보이지 않았지만 펠릭스는 다시 포석을 세기 시작했다. 무엇이 됐건 수영장을 생각하는 것보단 나았다. 샤워실. 서른넷, 서른다섯, 서른여섯. 힘들었지만 효과가 있었다.

11~12쪽_대체 왜 그곳엔 아무도 없었을까? 계속 휘갈기다 보니 거친 선들이 창살로 변한다. 감옥의 창살. 나는 모든 것을 이 깊고 어두운 지하 감옥에 가둔다. 그도 거기에서 죽어야 한다.

36쪽_내 이름은 거짓말이야. 나를 이런 이름으로 부르겠다는 멍청한 생각을 대체 누가 했을까? 엄마일까, 아니면 행방불명된 아빠일까? 펠릭스, ‘행복한 사람’이라고? 그랬던 적도 있긴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야. 지금은 아무도, 심지어 나 자신조차도 나와 교류하고 싶어 하지 않아.

64쪽_집 안의 정적 속에 수상한 무언가가 웅크리고 있었다.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저 구석을 돌아 그의 앞에 덜컥 와 설 것 같았다. 숨어 있던 누군가가 바로 지금 튀어나올 것 같았다. 진작부터 그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이 대낮에! 여기서 나가야 했다.

70쪽_적어도 지금이라면, 아빠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을 거다.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벨러가 어떤 개자식인지 알았을 거다. 하지만 아빠는 그냥 사라졌다. 인생에서도 그렇게 간단히 도망칠 수 있다는 것처럼.

92쪽_알바네 집 정원에서 보낸 오후의 기억에 매달리려 발버둥 쳐도 그 기억은 수천 개 파편으로 부서진다. 파편이 내 몸 구석구석 뚫고 들어와 과거의 나를 파괴하고, ‘안 돼’라고 말하지 못한 나를 파괴한다!

95쪽_그 수영 가방처럼 모든 걸 쉽게 처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벨러는 어떻게 처리하지? 우편으로 죽은 물고기를 보낼까? 그렇게 하면 내 뜻이 분명하게 전달될까?

127쪽_끝내주게 엿 같은 기분이다! 나를 만지면 안 된다. 아무도! 불쑥 뒤에서. 난데없이. ‘그것’이 또 왔다.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학교에 서조차 나는 그것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150쪽_‘그것’이 내 바짓가랑이 속을 기어다니며 수천 개의 팔로 내 목을 조른다. 저걸 떼어 낼 수가 없다.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나 보다. 괴물은 모든 것에 흙탕물을 뿌린다. 아름다운 오후, 나는 희망을 품어 본다. 그러나 곧, 다시 모든 게 산산조각 난다. 그것이 나를 파괴하려 한다.

170쪽_친구 사이인데 그저 서로를 조금 더 좋아하는 걸까? 샤워도 같이 할까? 서로의 몸을 만질까? 순간 또 괴물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자신을 혐오감으로 가득 채웠던 것이 아름다울 수도 있는 걸까?

202쪽_그림자 괴물이 내 숨통을 조이면 말을 하는 게 불가능해. 나 때문에 걱정했다고? 믿기지 않는다. 나 때문이라니! 지금 나는 알바의 편지를 세 번이나 읽었는데도 아직 멈추고 싶지 않다.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 게 기분이 좋다.

피해자의 관점으로, 사건의 전말 없이 폭력 피해를 이야기하다
우리는 매체를 통해 선정적인 성폭력 사례를 접하곤 한다. 보도는 보통 범행 동기나 사건의 잔혹함 등 가해자의 서사 위주로 구성된다. 피해자 보호 차원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피해자에게 공감하는 것보다 가해자에게 분노하는 것이 더 손쉬운 정의 옹호 방법인 탓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작가는 성폭력 이후 피해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성폭력이 한 인간의, 특히 아동과 청소년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뒤바꿔 놓는지 모두가 이해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 이해로부터 우리는 주변의 피해자들이 보내는 신호를 포착하거나, 비슷한 일을 겪었을 때 고통에 대처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피해자의 관점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행복한 사람’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소년, 펠릭스를 만들어 냈다.
작가는 여러 가지 섬세한 묘사를 통해 펠릭스가 느끼는 복잡한 심리를 세밀하게 그려 낸다. 펠릭스는 성폭력을 겪은 후 ‘괴물’에게 시달리기 시작한다. 이 괴물은 언제나, 어디에서나 펠릭스의 주변에 도사린다. 그러다 바닥 타일 틈새로 기어 나오기도 하고, 전화기에서 튀어나와 펠릭스를 덮치기도 하고, 수많은 다리로 목을 조르기도 한다. 형태를 바꾸며 등장하는 괴물들이 바로 펠릭스가 느끼는 감정의 형상화다. 소설에서 자주 드러나는 또 하나의 묘사는, 개수를 세는 행동이다. 펠릭스는 폭력을 경험한 직후에도 울거나 화내지 않는다. 평소처럼 버스에 탑승하고, 평소와 달리 버스 손잡이를 센다. 그 이후로 펠릭스는 괴물에게 잠식당할 것 같을 때마다 집착적으로 길에 깔린 돌을 세고, 숲의 나무를 센다. 이런 펠릭스의 행동들이, 슬프다거나 화가 난다는 식의 직접적인 표현보다 더 그의 감정을 강렬히 드러낸다. 작가는 쭉 그런 방식을 사용해 조심스럽고 세심히, 청소년에게 적합한 언어로 피해자의 관점에 접근한다. 결국 펠릭스가 고통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며 긍정적인 감정에 마음을 내주기 시작할 때, 작가의 진정성 있는 공감으로부터 오는 생생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피해자의 내면과 그의 주변 세계를 조화롭게 조명하다
소설은 서술자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별개로 중간중간 펠릭스 주인공 시점의 서술이 끼어들기도 한다. 이런 독특한 구성을 통해 작가는 서술자와 주인공을 분리함으로써 피해자의 당사자성을 강조하면서도 당사자와 그를 둘러싼 세계 간의 관계에 독자가 주목할 수 있도록 한다. 또 객관적 서술 사이에 불쑥불쑥 등장하는 펠릭스의 목소리는 불시에 튀어나오는 펠릭스 내면의 괴물, 즉 부정적인 감정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렇게 펠릭스의 감정, 그리고 그와 맞닿은 주변의 세계를 인식하며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생생한 인물들을 여럿 만나 볼 수 있다. 현실적이면서도 개성 있는 이 주변 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사건들과 감추고 있는 비밀들은 펠릭스의 생각과 감정과 잘 얽히고 자연스럽게 굴러 나간다. 펠릭스는 폭력의 기억 때문에 친구들 간의 로맨스를 유쾌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비밀을 캐내려고 든다는 의심으로 인해 친구에게 돌연 화를 내기도 한다. 그렇게 모든 사람에게 평소와 다르게 자연스럽지 않은, 무례하기까지 한 태도를 보이며 혼자서만 고통을 간직한다. 그랬던 펠릭스지만, 그가 마침내 피해 사실을 꺼내 놓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펠릭스에게 믿음을 표한다. 여기서 작가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엿보인다. 폭력의 경험은 결코 사소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가능한 모든 도움과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놓쳤던 신호는 없는지, 피해자의 주변을 잘 지키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고 그들에게 더 깊이 공감하기를 기대한다.

작가정보

1961년 독일 쾰른에서 태어나 독문학, 미술사, 심리학을 공부했고 지금도 쾰른에서 살고 있다. 프리랜서 작가 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음악, 예술, 역사, 종교·사회 문제를 주제로 어린이와 성인을 위한 라디오 방송 원고를 쓴다. 여러 청소년 소설과 동화를 썼다.

연세대학교 독어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에서 언어학을 공부한 뒤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독일 인문사회과학서와 예술서, 그리고 소설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제17회 한독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쓰레기에 대한 쓸데 있는 이야기』 『우리 할머니가 자꾸만 작아져요』 『유령 박쥐 빈센트와 동물원』 『중학생이 알아야 할 뉴스의 모든 것』 『사물의 가부장제』 『음악과 연주』 『춤추는 교장선생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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