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 컨스피러시
2024년 02월 12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7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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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17.35MB)
- ISBN 979119296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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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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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컨스피러시: 맥락, 배경 그리고 희생
1. 메이킹 스토리 018
2. 반유대주의와 기독교 050
3. 유다 활용법 065
4. 재구성한 유다 스토리 078
2부 컨스피러시: 형성, 왜곡 그리고 함정
1. 유다, 오리무중(마가) 096
2. 유다, 돈벌레(마태) 139
3. 유다, 어중간한 사탄(누가) 174
4. 유다, 완전체 사탄(요한) 216
에필로그 273
‘배신자 유다’라는 딱지는 무려 1,000년도 넘게 동서양 가리지 않고 인류의 뇌리에 박혔다. 그럼 예수는 어떨까? 사랑과 희생의 동의어다. 이기적인 교회와 기독교인은 싫지만, 예수는 좋아한다는 비기독교인이 적지 않다. 예수와 유다처럼 180도로 이미지가 상반된 인물도 없다. 기존 이미지가 더 굳어질수록, 각각이 대표하는 사랑과 배신의 이미지는 더 강력해진다. 유다가 더 나쁜 놈이 될수록 예수의 사랑은 더 감동을 주고, 그럴수록 지옥에서 유다를 기다리는 화염의 불꽃은 더 활활 타오른다. 그런데 정작 이 두 사람의 연관관계를 찾는 ‘정직한’ 질문은 만나기 힘들다. _24쪽
희생양이라는 원시 시스템, 누군가 나 대신 피를 흘려야 내가 산다는 구원의 교리로 움직이는 기독교는 언제라도 새로운 가롯 유다를 만들 수 있다. 기독교는 지금도 편 가르기에 골몰한다. 희생양은 기독교의 본질이고 DNA다. 인류문명을 거스르는 상상을 하나 해보자. 행여 기독교의 손에 과거 서구세계를 지배하던 무소불위의 중세시대 권력이 다시 쥐어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21세기라고, 이단사냥, 마녀사냥이 없을까? _49쪽
그럼 반유대주의와 가롯 유다의 분리는 가능할까? 예수의 십자가에서 유다의 희생이라는 지분을 인정함으로써, 배신자 유다라는 오명을 벗기고 그의 복권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유다가 나쁜 놈이 될수록 기독교가 산다. 기독교가 사는 길 중 하나가 유다를 ‘더’ 악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유다를 향한 이성적 판단이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건 무려 2,000년 가까이 지속된 기독교의 전략이다. _61쪽
가롯 유다에게 상식을 적용하는 순간 기독교에는 위기가 닥친다. 복음서가 유다를 철저하게 배신자, 악인으로 그리기 때문이다. 복음서가 단정한 악인을 아니라고 하는 건, 성서를 부정하는 이단이다. 중세시대였다면 화형감이다. 모든 말씀이 하나님의 감동으로 쓰였고, 나아가서 복음서 속 모든 내용을 역사라고 확신하는 기독교에서 이성과 상식보다 중요한 건 성서의 권위다. 아무리 이성에 반한다고 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유다를 배신자로 고수해야만 한다. 유다를 덮고 있는 맹목적 증오를 걷어내는 게 불가능한 이유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길은 두 개다. 이성에 역행하는 복음서의 권위를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이성과 상식을 성서에 적용할 것인지. 다른 말로, 기독교를 진리로 받아들일지의 여부다. _92쪽
요한은 복음서를 통틀어 유일하게 유다에 관한 신상정보를 공개한다. 예수의 회계담당이고 수시로 공금을 횡령하는 도둑이라는 것. 그는 단지 돈벌레가 아니라 상습 범죄자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은돈 30닢과 관련해서 심각한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이런 궁금함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_149쪽
그나마 마가복음에서 스승을 오해한 제자, 열심이 넘쳤던 제자, 스승을 너무도 믿었기에 그만큼 실망이 컸던 제자, 그리고 누구보다 예수를 과대평가했던 제자로서 여지가 있었던 가롯 유다는 마태복음에 와서 완전한 돈벌레로 전락했다. 이제 그에게 좌절한 이상주의자는 도통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마가와 마태가 그린 유다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유다의 배신과 사탄이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마가와 마태에게 사탄은 ‘당연히’ 예수의 십자가를 막는 존재다. 따라서 유다는 저자의 의도와는 달리 가장 ‘반사탄적’인 인물이다. 물론 기독교는 이런 유다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어쨌든지 사실상 사탄의 목적을 허물어버린 유다. 나름 근사하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제 180도 다른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_173쪽
가롯 유다라는 인물, 즉 배신자가 필요한 상황을 만들려면 은밀하게 예수를 체포해야만 했다. 왜 꼭 그래야만 했는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고자, 그들은 “대제사장들이 민중의 소요를 두려워했기 때문이지”라는 답을 만들었다. 하지만 정말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복음서의 핵심 메시지는 로마가 아니라 유대민족이 예수를 죽였다는 것이다. _182쪽
요한복음에 들어와서 유다는 입체적 인물이 된다. 예수 무리의 회계 담당이며 돈 욕심이 많아서 공금을 수시로 훔치던 도둑이라는 것이다. 주의 깊은 독자라면 눈치챘겠지만, 요한이 만든 유다의 모습은 결국 유대민족 전체의 운명을 결정했다. 셰익스피어가 쓴 『베니스의 상인』 속 악독한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유대인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되었다. _216쪽
생각해보자. 사탄이 바보인가? 이것저것 다 떠나서, 사탄이 예수를 죽이려고 하는 게 말이 되나? 예수가 안 죽어야 자기가 무궁무진 잘사는 걸 몰랐을까? 설마 예수를 죽여야 자기가 승리하리라고 착각했을까? 아니, 예수가 3년 동안 그게 아니라고, 내가 죽어야 승리한다고, 그래야 부활해서 사탄을 박살 낼 것이라고 그토록 가르쳤는데? 그 모든 가르침을 사탄의 하수인 유다도 들었다. 그럼 사탄도 다 안다는 건데, 그런데도 예수를 죽이려고 했다고? 아니면 십자가의 비밀은 오로지 유다가 자리를 비웠을 때만 들려줬다고 봐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사탄이 예수의 말을 안 믿었다고? 그래서 십자가의 죽음을 밀어붙였다고? _223쪽
이런 논리도 가능하다. 예수가 인류의 구원자라면, 예수의 구원자는 가롯 유다다. 예수의 희생을 가능하게 만든 진짜 희생자는 유다다. 우리가 예수에게 감사한다면, 예수는 유다에게 감사해야 한다. 유다에게 큰절이라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어림도 없는 소리다. 논리적이지만 가능하지 않다. 예수의 은혜와 사랑을, 공적을 누군가와 나눈다고? 여전히 기독교가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세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_266쪽
“유다를 새롭게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찾았다. 유다가 예수를 배신한 진짜 이유를 알 수 있다. 제자 중에서 유일하게 유다만이 예수가 십자가를 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적색신호를 감지한 게 분명하다. 자발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사람을 하게 만드는 길은 뭘까? 유다는 고민했을 것이다. 그가 생각한 방법은 대제사장을 찾아가 예수를 넘기는 것이었다. 결국 유다는 배신이라는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골고다언덕으로 몰아붙였다. ‘하드캐리’ 역할을 한 셈이다. 마음을 바꾼 예수와 예수의 변심을 알아챈 유다, 이것 외에 유다를 저주하는 예수를 이해할 수 있는 길은 없다.” _ 본문 중에서
성서 속 문제적 인물 유다에 관해 우리는 이미 몇 가지를 의심한다
가축을 도살장으로 인도하는 훈련된 염소를 ‘유다 염소’라고 부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팀에 있던 피구는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후 ‘가롯 유다’라는 조롱을 받았다. 이처럼 ‘유다’라고 하면 비열하고 배신을 일삼는 이들을 떠올리며, ‘유다’라는 호명은 일종의 주홍글씨와 같다. 유다에게 그처럼 비열함과 배신의 아이콘으로 딱지를 붙이는 것이 정당한 일일까?
기독교 교리는 인간의 ‘원죄’와 그 원죄를 대속하기 위해 희생한 십자가를 진 예수를 기반으로 성립한다. 교리의 흐름으로 보면 비록 가능하다면 피해 갈 수 있게 해달라는 절규가 있음에도, 예수의 십자가 희생은 예정되어 있다. 그 예정된 흐름에서 유다는 어쩌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기독교 신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 성서 속 문제적 인물은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기독교 교리와 관련해서도 많은 것을 숙고하게 하는 인물이다. 그와 관련된 시도는 몇몇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오래전 만들어져 화제를 불러왔고 최근에도 지속해서 시연되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는 유다가 심상치 않은 모습으로 등장해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니코스 카잔자키스 원작으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만든 영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에서는 유다를 기존과 달리 해석한다. 스승을 등진 배반자가 아니라 십자가의 고행을 결심하도록 이끈 조언자로 그려진다. 이 책에도 소개되는 발터 옌스의 소설 『유다의 재판』에서는 재판 형식을 통해 유다를 변호하는데, 예수를 인간적으로 따랐지만 맹종하지 않고 비판적 관점을 견지했음을 여러 신학적 논거로 전개한다.
‘옥성호의 빅퀘스천’ 세 번째 작품인 이 책 『유다 컨스피러시』는 성경을 논거로 꼼꼼하게 유다를 둘러싼 이야기를 추적해간다.
복음서는 유다를 어떻게 그렸는가?
유다가 죽어야 우뚝 설 수 있던 기독교
구체적 이름은 언급되지 않지만, 유다가 가장 먼저 등장하는 곳은 마가복음 3장 14-15절이다. 저자는 마가복음에서 유다의 배신 동기를 향유사건에서 찾는다. 이 사건으로 유다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마음이 완전히 돌아섰다고 본다. 마가는 유다를 애매하게 묘사하면서, 단 행여나 떨어질 수도 있는 떡고물을 예상했다는 암시를 줄 뿐이다. 오히려 너무도 스승을 믿었기에 그만큼 실망이 컸던 제자, 그리고 누구보다 예수를 과대평가했던 제자였던 가롯 유다를 좌절한 이상주의자로 보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가는 배신의 동기를 애매하게 처리하는데, 돈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것 때문에 예수를 배신했다는 뉘앙스는 없다. 하지만 마태복음에서는 애매한 나쁜 놈을 돈독이 오른 진짜 나쁜 놈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에게 마태는 유다를 극악한 배신자로 그려야만 하는 기독교에게 선구자다. 마태복음에서 유다는 좌절한 이상주의자의 느낌은 완전히 삭제되고, 완전한 돈벌레로 전락한다. 그럼에도 마가와 마태가 그린 유다는 아직까지 유다의 배신과 사탄이 아무런 관계가 없다. 마가와 마태에게 사탄은 ‘당연히’ 예수의 십자가를 막는 존재다. 저자는 그렇다면 오히려 유다는 가장 ‘반사탄적’인 인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누가는 단지 돈 욕심에 유다가 배신했다는 것에 만족할 수 없었다. 마가복음 속 돈 이야기를 수정하지 않으면서, 돈과 사탄을 결부시킨다. 배신의 결과로 돈을 받는 것은 사탄이 들어간 유다라면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흔히 돈을 세상 악의 근원이라고 할 때, 결국 돈이 사탄이며 사탄이 돈을 거절할 이유가 없게 된다. 누가복음에 와서 유다의 배신은 이제 마태가 묘사한 탐욕의 결과에서 사탄이 개입한 전 우주적 차원의 선과 악의 싸움으로 격상되었다.
누가복음에서 사탄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유다는 요한복음에 들어와서 더욱더 입체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예수의 제자 중에서 회계 담당이며 돈 욕심이 많아서 공금을 수시로 훔치던 도둑이라는 것이다. 요한복음은 유다와 사탄을 연결한 누가의 구도, 선과 악의 싸움을 더 심화했다. 요한은 단지 우주적 악이라는 사탄의 역할에 만족하지 않았다. 예수가 유다의 배신까지도 사실상 다 기획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선과 악의 대결구도를 더 구체화했다. 예수의 신성을 강조했던 요한에게 유다는 완전한 사탄으로 진화한다.
저자는 복음서에서 유다가 어떻게 묘사되는지 추적하면서, 이성적으로 바라보면 유다야말로 희생자라고 본다. 하지만 기독교는 유다를 희생자로 받아들일 수 없었는데, 유다가 희생자가 되는 순간, 예수가 가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유다를 희생시키고 성립한 기독교 구원교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역설한다.
유다와 반유대주의, 문제는 유다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자가 보기에 예수가 살려면 유다가 죽어야 했고, 예수를 살리기 위해 지난 2,000년간 유다가 죽어야만 했던 것이 기독교의 교리였다. 문제는 이런 주홍글씨가 유다에게만 붙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종교 개혁가 루터는 아벨의 피에서 시작해 수많은 의인의 피로 영양분을 얻었던 거룩한 땅에 유다의 더러운 피가 흘러 들어가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하며, 유다의 피는 땅이 먹은 게 아니라, 유대민족이 달려와서 마셨다고 썼다. 그러나 차마 땅에 피를 흘릴 자격조차 없는 배신자 유다는 죽어서도 끊임없이 부관참시당했다는 것이다. 루터는 이처럼 유다를 악마화했을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반유대주의자로도 잘 알려졌다. 이런 반유대주의의 흐름은 훗날 유대인 홀로코스트와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는 신화에 머물러야 할 예수 이야기가 역사 속에 자리 잡자, 이성은 마비되고 진리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잔혹한 인간 사냥이 역사를 피로 물들였다고 말한다. 그에게 유대민족을 향한 증오와 복수야말로 마비된 이성과 권력 집착이라는 기독교의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례였다. 역사로 자리 잡은 유다에 관한 증오의 창작이 인류의 재앙을 불렀다는 것이다.
저자는 성경의 복음서 속 유다의 모습을 비교 분석하면서, 유다가 어떻게 단순한 배신자에서 악마로 묘사되어갔는지를 밝혀낸다. 유다에 관한 전복적 해석과 총체적 접근은 저자의 견해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성경을 읽는 데 독창적인 영감을 전해준다. 또한 현 기독교에 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옥성호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주 노터데임대학교(UniversityofNotreDame)에서 MBA를 취득했다. 특허 솔루션 전문기업인 위즈도메인에서 10년간 미주지사장을 그리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국제제자훈련원 출판본부장을 역임했다. 2019년 현재 도서출판 은보와 테리토스 대표를 맡고 있다.
2007년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를 시작으로 『갑각류 크리스천』 시리즈, 『아버지, 옥한흠』 『진영, 아빠는 유학중』 『진리해부』 『야고보를 찾아서』 , 장편소설 『서초교회 잔혹사』 『낯선 하루』 『영적 대통령』 『숨쉬는 망각』 『아무도 후회하지 않아』 등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다.
이 책 『유다 컨스피러시』는 『신의 변명』과 『부활, 역사인가 믿음인가』에 이은 ‘옥성호의 빅퀘스천’의 세 번째 저작이다. 사랑의 교회를 개척하고 교회갱신을 위한 초석을 만들었던 한국개신교의 거목인 옥한흠 목사의 장남으로 태생적으로 기독교에 해박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성장하였다.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를 통해 비판과 성찰이 사라진 한국교회에 일침을 가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저자는 이제, 질문과 상식이 사라진 한국교회를 깨울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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