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2024년 04월 0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3월 26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24.95MB)
- ISBN 9788984374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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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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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요약
삼십 대 중반인 작가 해리 쿼버트와 열다섯 살 소녀인 놀라 켈러건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사람들은 그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뉴욕 출신 작가 해리 쿼버트는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어줄 공간을 찾다가 뉴햄프셔주 오로라의 구즈코브에 집을 마련한다. 집 뒤로는 나무가 울창한 숲, 테라스에 나가 앉아 있으면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들이 보이고, 파도가 출렁이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해리는 어느 날 바닷가에서 혼자 춤을 추는 소녀를 만나게 되고 이내 친밀한 사이가 된다.
어느 사회든지 도덕과 규범이 있고, 법이 있다. 사회 통념상 미성년자와의 로맨스는 호의적인 시선을 기대할 수 없다. 해리 쿼버트는 집 앞 바닷가에서 만난 열다섯 살 소녀 놀라에게 사랑을 느끼는 한편 생의 활력을 얻고 기뻐하지만 사회적인 책임과 의무를 외면할 수 없어 안절부절못한다. 다가설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사랑, 이웃 사람들로부터 축복받지 못하는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금단의 사랑은 끝내 파열음을 만들어낸다. 언제나 타인들 눈에 띄지 않게 숨어서 사랑하기란 불가능하니까.
해리와 놀라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서로 사랑하길 원하기에 캐나다로 도망치기로 약속하지만 하필이면 몰래 떠나기로 한 날 놀라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밤에 문을 잠그지 않아도 도둑이 들지 않고, 차 문을 열어두어도 도난당하지 않던 범죄 청정 구역 오로라는 단숨에 불신과 질시의 늪으로 빠져든다. 놀라가 사라지면서 뉴햄프셔주의 조용한 도시 오로라는 각종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다. 놀라의 실종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놀라와 어떤 남자의 쫓고 쫒기는 추격전, 유일한 목격자인 데보라 쿠퍼의 죽음이 더해지면서 경찰은 탐지견까지 동원해가며 대대적인 수색 작전을 펼치지만 그 어디에서도 놀라의 자취를 발견하지 못한다. 놀라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데보라 쿠퍼를 살해한 범인이 타고 도주한 차가 검은색 쉐보레 몬테카를로라는 단서 말고는 경찰이 확보한 증거물은 없다. 놀라가 입고 있던 빨간색 원피스에서 떨어져 나간 천 조각, 놀라의 금발 머리카락이 그 아이가 사라진 숲에 남아 있었던 단서일 뿐이다.
경찰 수사는 별 성과 없이 종결되고, 그 후 33년이 지난 2008년 6월 22일에 뉴햄프셔주 오로라의 바닷가 구즈코브에 위치한 해리 쿼버트 교수의 집 정원에 파묻혀있던 놀라의 유골이 발견된다. 해리 쿼버트의 대표작 《악의 기원》 원고 뭉치도 놀라의 유해와 같은 장소에서 발견되면서 영구미제사건으로 분류되어 있던 놀라 켈러건 사건은 다시 언론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가운데 재수사에 돌입한다.
해리 쿼버트는 즉각 경찰에 체포되어 뉴햄프셔주 교도소에 수감된다. 스승의 무죄를 확신하는 작가 마커스 골드먼이 놀라 켈러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조사에 착수한다. 뉴햄프셔주 경찰청과 오로라 경찰서도 다시 놀라 켈러건 사건의 진실을 캐내기 위한 재수사에 돌입한다. 뉴햄프셔주 경찰청 강력계의 페리 게할로우드 경사와 작가 마커스 골드먼은 서로 공조 수사를 펼치며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간다.
1975년 8월 30일 토요일_8
프롤로그
2008년 10월, 실종 33년 후_10
1부
작가들의 고질
책 출간 8개월 전_13
모두 내 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맨해튼에서 더는 조용한 산책을 즐길 수 없게 되었다. 산책할 때면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어머! 저 사람이 바로 마커스 골드먼이야”하면서 반가워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내게로 가까이 다가와 “작가님이 책에서 다룬 내용 말인데요. 해리 쿼버트가 정말 그런 짓을 저질렀습니까?” 같은 당혹스러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내가 자주 들르는 웨스트 빌리지의 단골 카페에서는 일부 손님들이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고 내가 앉은 테이블로 다가와 평소 궁금했던 문제들을 털어놓았다. “요즘 작가님이 쓴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푹 빠져 있죠. 작가님이 쓴 첫 번째 책을 읽어봤는데 그야말로 최고더군요. 이번에 책을 써주기로 하고 출판사에서 1백만 달러를 받았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실례지만 작가님의 나이는 어떻게 되십니까? 아직 서른 남짓인데 그렇게 큰돈을 벌었다고요?” 내가 사는 건물의 경비원도 내 책을 읽는 모습을 몇 번 보았는데 다 읽고 나더니 나를 엘리베이터 앞에 오래도록 붙잡아 세워두고 마음속에 품고 있던 생각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놀라 켈러건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말입니까? 어쩌다가 세상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뉴욕이 온통 내 책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겨우 2주 전 세상에 첫선을 보인 내 책이 이미 전미 대륙에서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예약해놓았다. 사람들은 1975년에 오로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 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는 물론 일간지까지 온통 그 이야기뿐이었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지만 나는 내 두 번째 책 덕분에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다.
_1권 본문 11~12쪽
2008년 여름, 미국 전역을 뜨겁게 달군 그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오로라라는 지명을 들어본 사람은 흔치 않았다. 오로라는 매사추세츠주 경계에서 차로 15분쯤 달리면 나오는 작은 도시이다. 중심가에 극장 하나 -미국 다른 지역에 비해 개봉작 상영 시기가 많이 늦다-상점 몇 개, 우체국, 경찰서, 유서 깊은 〈클락스 식당〉을 포함한 식당 서너 개가 있다. 그 주변으로는 색색의 차양과 흠잡을 데 없이 관리된 잔디 정원, 지붕에 점판암 기와를 얹은 목조 건물들이 줄지어 들어선 조용한 주택가가 이어진다. 오로라는 주민들이 열쇠로 현관문을 잠그지 않아도 될 만큼 범죄 발생률이 낮고, 뉴잉글랜드에서만 존재 가능하고, 너무나 평온해 세상의 온갖 풍파에서 벗어난 안전지대로 여겨지는 곳이었다.
나는 학창 시절에 해리를 만나러 자주 오로라를 방문한 적이 있어 익히 잘 아는 곳이다. 해리의 집은 시내를 벗어나 1번 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메인주 방향으로 틀어지는 길에 있다. 석재와 소나무 원목을 사용해 지은 저택으로 지도상에 구즈코브라고 표시된 내포를 끼고 있다. 바다를 굽어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해 날씨가 화창한 날이면 맘껏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테라스, 바다로 곧장 이어지는 계단이 있어 작가들이 글을 쓰는 틈틈이 산책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_1권 본문 31~32쪽
2008년 3월 6일 목요일 오후, 나는 보게 된 즉시 잊기로 한 사실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1970년대 중반에 서른네 살의 해리가 열다섯 살 소녀와 사귀었다는 사실이었고, 이는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나는 미친 듯이 해리의 서재를 뒤진 끝에 책 뒤에 숨겨둔 제법 큰 자개 상자 하나를 발견했고, 비로소 그가 은밀하게 숨겨둔 비밀을 염탐할 수 있게 되었다. 경첩이 달린 자개 상자 안에 어쩌면 《악의 기원》 초고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뚜껑을 열었다. 내 기대와 달리 자개 상자 안에는 그저 사진 몇 장과 신문 기사들이 들어있을 뿐이었다. 사진 속에는 우아하고 자신감 넘치는 삼십 대의 젊은 해리가 있었고, 그의 곁에 낯모르는 소녀가 있었다. 사진은 모두 합해 다섯 장인데 그 소녀는 빠짐없이 등장했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탄탄한 근육을 자랑하듯 웃통을 벗은 해리가 선글라스를 긴 금발에 얹고 환하게 미소 짓는 소녀를 품에 안고 입을 맞추는 사진도 있었다. 사진 뒷면에 ‘놀라와 나, 마서즈 빈야드에서, 1975년 7월 말’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_1권 본문 45~46쪽
나는 즉시 TV를 켜고 뉴스 채널을 틀었다. 오로라 구즈코브에 있는 해리의 집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가운데 뉴스 진행자가 하는 말이 귀에 들려왔다.
“오늘, 유명 작가 해리 쿼버트가 뉴햄프셔주 오로라에 위치한 자택에서 전격 체포되었습니다. 경찰은 해리 쿼버트의 자택 정원에서 오래된 유골을 발굴했습니다. 경찰은 1975년 8월 열다섯 살의 나이로 실종된 소녀 놀라 켈러건의 유골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경찰은 놀라 켈러건 실종사건과 관련해 이렇다 할 단서를
확보하지 못해 수사의 난항을 겪어왔습니다.”
나는 갑자기 주변이 빙빙 도는 느낌이었고, 넋이 나간 사람처럼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더글러스가 전화선 너머에서 악쓰듯 “마커스, 자네 내 말 듣고 있나? 자네도 해리 쿼버트가 정말 놀라 켈러건을 살해한 범인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머릿속은 마치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악몽을 꿀 때처럼 뒤죽박죽으로 얽혀들었다.
_1권 본문 54~55쪽
놀라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아이가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한 소녀였다고 말한다. 놀라는 그 나이답지 않게 온화하고, 배려심이 많고, 무슨 일이든 알아서 척척 해내고, 언제나 밝고 환한 모습이어서 누구에게나 깊은 인상을 주었으니까. 놀라는 언제나 삶의 기쁨이 가득해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날에도 주변을 환하게 밝혀주는 아이였다.
놀라는 매주 토요일마다 〈클락스 식당〉에서 일했다. 놀라가 경쾌한 발걸음으로 테이블 사이를 사뿐사뿐 오갈 때면 구불구불한 금발이 춤추듯 나부꼈다. 어찌나 인사성이 밝은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 손님 누구에게나 반갑고 상냥하게 인사를 건넸다. 누구나 식당에 앉아 있다 보면 놀라에게 저절로 눈길이 가게 되어 있었다. 놀라는 스스로 빛나는 아이였으니까.
앨라배마주 잭슨 카운티 출신인 놀라는 1960년 4월 12일에 복음주의자들인 데이빗 켈러건과 루이자 켈러건 부부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1969년 가을, 놀라는 데이빗 켈러건이 세인트 제임스 교회 담임목사로 임명되면서 오로라에 정착하게 된다. 오로라 남쪽 경계에 위치한 세인트 제임스 교회는 목재로 지은 웅장한 건물이었으나 신도 수 감소와 예산 절감 차원에서 몬트버리 교회와 통합되는 바람에 현재는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세인트 제임스 교회가 있던 자리에 지금은 맥도널드 매장이 들어서 있다.
_1권 본문 90~91쪽
“자네가 마커스 골드먼인가?” 퍼갈 학장은 몹시 흥분한 듯 의자 손잡이를 양손으로 꽉 쥐고 노기 띤 목소리로 물었다. “자네는 오늘 대형 강의실에 가득 찬 학생들 앞에서 해서는 안 될 망언을 했다던데 사실인가? 신성한 강의실에서 포르노그래피에 가까운 발언을 내뱉는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포르노그래피에 가깝다니요? 정말이지 터무니없는 모함입니다.”
“3백 명이나 되는 학생들 앞에서 오럴섹스를 좋아한다고 떠벌였다면서?”
“네, 그런 발언을 한 건 사실입니다.”
퍼갈 학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가 한 문장으로 신, 섹스, 이성애, 동성애 그리고 미국을 모두 언급했다던데 사실인가?”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 단어들을 언급한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퍼갈 학장은 가까스로 흥분을 억누르며 한 마디씩 천천히 끊어 말했다. “학생은 이 모든 단어들을 포함한 외설스러운 문장을 내 앞에서 다시 한번 그대로 언급해줄 수 있겠나?”
“학장님께서 뭔가 단단히 오해하시나 본데 전혀 외설스럽지 않습니다. 제가 언급한 말은 전후좌우 어느 쪽에서 봐도 똑같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신, 섹스, 미국이라는 말에서 파생되어 나올 수 있는 모든 실천적 행위들을 축복하는 의미로 말했을 뿐입니다.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되십니까? 미국인들은 기쁜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를 축복합니다. 미국의 문화적인 특징이죠. 저는 도무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는데요.”
퍼갈 학장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_1권 본문 136~137쪽
해리와 나를 사이에 두고 이상한 소문이 나돌지 않았다면 그의 고독이 그토록 나를 심란하게 만들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해리와 각별한 관계를 이어가자 학생들 사이에서 우리가 동성연애자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어느 토요일 아침에 나는 학생들이 우리 사이를 두고 쑥덕거리는 말들이 마음에 걸려 해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선생님은 왜 혼자 사세요?”
나는 한순간 해리의 두 눈이 반짝거리는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마커스, 자넨 지금 내 사랑 이야기를 듣고 싶지? 하지만 사랑은 늘 복잡해. 세상에서 제일 근사한 동시에 고약한 게 바로 사랑이거든. 자네도 언젠가 경험하게 될 거야. 사랑이 마음을 무척이나 아프게 할 수도 있어. 그렇다고 사랑하길 주저해서는 안 돼. 사랑에 빠지는 걸 두려워하지 마. 사랑은 매우 아름답기도 하니까. 아름다운 것들이 다 그러하듯 사랑은 우리를 환희롭게도 하고, 마음이 아프게도 하지. 사랑 때문에 펑펑 눈물을 쏟기도 하고.”
_1권 본문 158~159쪽
1. 600만 부 판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현재 진행형 전설이다.
♛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 블뢰스타인 블랑셰 재단 문학상
♛ 고교생들이 뽑은 공쿠르상
♛ TF1 TV 드라마 제작 방영
♛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
♛ 전 세계 38개국 판권 판매
♛ 《르몽드》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 101선
♛ 지난 10년간 베스트셀러, 600만 부 판매!
- 조엘 디케르 현상을 낳은 바로 그 소설
2010년 첫 장편소설 《우리 아버지들의 마지막 나날》을 발표하며 데뷔한 조엘 디케르는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과 《볼티모어의 서》로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프랑스에서 여섯 권의 책을 출간한 조엘 디케르는 여전히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작가이다. 2021년 《르 피가로》지와 프랑스 서점연합이 조사한 작가별 책 판매 부수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조엘 디케르는 열광적인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만 300만 부 이상을 판매한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고교생들이 뽑은 공쿠르상, 블뢰스타인 블랑셰 재단 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TF1(프랑스 1TV)〉에서 10부작 드라마로 제작되어 절찬리에 방영되었다. 《볼티모어의 서》는 전 세계 4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려나갔고,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은 출간 이후 7주 동안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37주 연속으로 10위권 이내에 오르며 70만 부를 판매했고, 이후 문고판으로도 30만 부가 넘게 팔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은 프랑스 주요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초판본 60만 부가 완판되며 조엘 디케르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조엘 디케르의 소설은 대부분 스릴러이고, 범인을 체포하지 못해 미궁에 빠진 사건이나 경찰의 실수로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내몰리게 된 사건을 주로 다룬다. 그러다보니 기발한 추리, 날카로운 수사, 독특한 반전을 이끌어내는 결말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은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조엘 디케르가 이후 선보인 《볼티모어의 서》,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과 함께 3부작으로 통한다. 이 소설과 그 두 작품은 각기 내용이 독립되어 있지만 수사를 맡은 인물들과 등장인물들이 일부 겹쳐 연작소설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2008년 6월 12일, 미국을 대표하는 지성이자 존경받는 문학교수이며 국민작가로 칭송받는 해리 쿼버트의 자택 정원에서 33년 전 실종된 소녀 놀라 켈러건의 유해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유해 옆에는 해리 쿼버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악의 기원》 원고 뭉치가 놓여 있었으므로 그는 즉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돼 구치소에 수감되는 처지가 된다. 미국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샛별이자 그의 제자인 마커스 골드먼은 그간의 경험에 비춰볼 때 해리 쿼버트가 잔혹한 범죄 행위를 저지를 인물이 될 수 없다고 확신하기에 직접 진상 조사에 나선다.
이 소설은 미국 뉴햄프셔주의 작은 도시 오로라를 무대로 전개되는 마커스 골드먼의 조사와 그 조사 내용을 기록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시장에 선보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끊임없는 반전의 연속이다. 등장인물 각각이 저마다 자기가 아는 부분적인 ‘진실’만을 말하고, 출판업자들은 그들대로 자기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진실’을 날조해 언론플레이를 벌이는가 하면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해리 쿼버트조차 진실을 전부 털어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누락되고 묻히고 망각되었던 사실들이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독자들은 속절없이 뒤통수를 얻어맞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독자들은 그 지난한 과정 속에서 책장을 덮기보다는 오히려 한층 빠른 속도로 넘기게 된다.
조엘 디케르 스릴러는 수사가 잘못 진행돼 엉뚱한 결론이 내려진 사건을 치밀한 복기와 소홀하게 지나친 인물이나 사실에 대한 탐문 수사, 날카로운 추리 과정을 통해 전복시켜내는 재미가 각별하다. 지난날 TV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형사 콜롬보〉에서 콜롬보 반장이 용의자 앞에서 일부러 어수룩한 척하면서 경계심을 누그러뜨린 다음 결정적인 단서들을 수집하듯이 이 소설에서 수사를 맡은 뉴햄프셔주 경찰청의 페리 게할로우드 경사와 작가 마커스 골드먼 역시 프로페셔널이라고 보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어수룩한 면을 드러내지만 33년 전 수사 당시 놓친 부분들을 날카롭고 치밀하게 발굴해낸다.
2.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 그들, 누구나 의심한 그들 가운데 누가 범인인가?
조엘 디케르 소설은 흥미진진한 전개 과정, 속이 후련해지는 카타르시스,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대반전에서 묘미를 찾을 수 있다. 스릴러라면 대부분 주인공과 범인이 겨루는 치밀한 두뇌 게임, 아슬아슬한 추격전, 깜짝 놀랄 만한 수사기법으로 흥미를 느끼게 만들지만 조엘 디케르 소설은 독특하고 다양한 인물들이 선보이는 에피소드들을 읽는 재미 또한 각별하다.
이 소설은 현재 시점인 2008년과 33년 전인 1975년 시점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33년 전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실수로 흘린 퍼즐 조각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 당시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작은 단서들이 모여 수사의 결론을 뒤집을 수 있는 유력한 증거물로 작용한다. 탐문 수사를 통해 만나보는 다양한 인물들, 얽히고설킨 줄거리를 따라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지만 조엘 디케르는 언제나 독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그만의 독특한 결말을 준비하고 있다. 소설의 전개 과정에서 뿌려놓은 떡밥과 독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복선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작가이고,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디테일을 섬세하게 다루고, 작은 단서들을 모아 거대한 하나의 물줄기로 통합해내는 재주가 탁월한 작가이다.
재수사에 착수한 페리 게할로우드 경사와 마커스 골드먼 작가는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 디테일들에 주목하고, 발상의 전환을 통한 새로운 문제의식에 접목하며 33년 전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간다. 결국 디테일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마커스와 페리가 수많은 용의자들과 참고인들이 내뱉는 말이나 행위들을 놓치지 않고 주시하는 이유이다.
조엘 디케르의 소설이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는 비결 가운데 하나는 독자들이 등장인물들과 수사 상황을 공유하면서 수사의 향배가 어디로 향할지 함께 추리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소설에서 페리와 마커스는 환상적인 케미를 선보이며 공조 수사를 벌여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낸다. 마커스는 직업적인 수사관은 아니지만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눈썰미와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수사에 도움을 준다.
마커스 골드먼은 작가 조엘 디케르의 분신 격으로 이후 작품인 《볼티모어의 서》와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에서도 화자로 등장한다. 마커스 골드먼은 글의 힘에 대해 굉장한 믿음을 가진 작가로 대학 시절 스승인 해리 쿼버트가 전하는 촌철살인의 31가지 조언을 소중하게 받아들여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조엘 디케르의 소설은 마치 처세서나 자기계발서처럼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양한 인물들의 생존 전략과 실패 경험을 통해 실감 나게 그려 보인다. 단점이 전혀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단점을 가지고 있고, 판단 착오에 따른 실수도 하고 충동적인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 놀라 켈러건 사건 역시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한 결과 저지른 실수를 감추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어떤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솔직히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다면 데미지가 그리 크지 않을 텐데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아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숨기려다가 더욱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고 파멸을 자초한다.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인물들은 요행히 범죄 행위를 숨기더라도 평생 언제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조엘 디케르가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내용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교훈적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스릴러이지만 개성이 풍부한 인물들이 겪어가는 삶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순간적인 분노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고, 잘못을 숨기려다가 더욱 치명적인 범죄자가 되어 파멸해가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삶에서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야 하는지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겪어가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삶에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내용이기에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조엘 디케르의 소설은 생활 가까이에서 소재를 얻기에 친근하게 느껴지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최근 몇 년 동안 프랑스에서 출간된 소설들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600만 부 판매)을 기록한 베스트셀러이자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프랑스 독자들이 이 소설에 열광한 이유가 책 속에 모두 들어 있다. 이 소설은 조엘 디케르를 전설로 만들었고, 그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Joël Dicker)
1985년 6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출생했다. 아버지는 프랑스 문학 교수이고, 어머니는 서점을 운영해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와 문학에 익숙한 분위기에서 성장했다. 매년 미국 뉴잉글랜드 햄프턴으로 가족 휴가를 떠나 미국 대중문화를 폭넓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미국을 소설의 배경으로 삼는 바탕이 되었다. 제네바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다.
10세 때에 《동물잡지》를 발간해 《트리뷴 드 주네브》 지에 ‘스위스에서 가장 어린 편집장’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2010년 첫 장편소설 《우리 아버지들의 마지막 나날》을 발표해 ‘제네바 작가상’을 수상했다. 2012년 작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전 세계에서 600만 부 이상이 팔렸고,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고교생이 선정하는 공쿠르상’ 등을 수상했다. 이 소설은 2018년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TF1〉에서 방송되었다. 세 번째 장편소설 《볼티모어의 서》는 4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조엘 디케르 현상’을 불러일으키며 크게 주목받았다. 네 번째 장편소설 《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은 출간 이후 7주 동안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37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2022년 작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도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프랑스 베스트셀러 상단에서 항상 이름을 발견할 수 있으며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3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코리아헤럴드》 기자와 《시사저널》 파리 통신원을 지냈다. 옮긴 책으로 《안젤리크》,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인생은 소설이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아가씨와 밤》, 《파리의 아파트》, 《브루클린의 소녀》, 《지금 이 순간》, 《센트럴파크》, 《에펠탑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내일》, 《탐욕의 시대》, 《빼앗긴 대지의 꿈》,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 《공간의 생산》, 《그리스인 이야기》, 《물의 미래》, 《위기 그리고 그 이후》, 《빈곤한 만찬》, 《현장에서 만난 20thC : 매그넘 1947~2006》, 《미래의 물결》, 《식물의 역사와 신화》, 《잠수종과 나비》 등이 있으며, 김훈의 《칼의 노래》를 프랑스어로 옮겨 갈리마르에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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