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라이브즈 각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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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3242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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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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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영상미와 음악으로 침묵의 순간을 가득 채운 〈패스트 라이브즈〉는 다양한 감정을 끌어올린다는 찬사를 얻었다. 절제된 대사는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으로 메꾸어졌고, 그 어려운 연기를 해낸 주연 배우들에게는 호평이 잇따랐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아련한 감정을 몸으로, 음악으로, 영상으로 표현해 낸 이 영화는 침묵 속에서 빚은 감정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반대로 얘기하면 이 영화의 대사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순간에 겨우 터져 나오는 탄식’ 같은 것이다. 평범한 일상 속 대화에 녹아 있는 이 크고 작은 탄식들은 은근하지만 강렬하게 관객의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그래서 이 각본은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묵언의 순간이 다른 어느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고 그대로 비어 있기 때문이다. ‘사이’라는 지시어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침묵들 속에 잠재한 감정은 관객이자 독자가 스스로의 경험 속에서 찾아내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독서를 통해 독자는 이 이야기에 참여하게 되며, 두 주인공에게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된다. 아울러 영화를 먼저 본 관객들은 이 각본을 읽음으로써 원래의 이야기가 얼마나 조심스럽고 차분했는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화려한 컬러를 흑백으로 바꾸었을 때 그 이미지의 구조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모습처럼, 침묵해야 할 때 완전히 침묵하는 『패스트 라이브즈 각본』은 거의 시적인 감흥을 느끼게 한다. 빛과 소리를 담기 전, 〈패스트 라이브즈〉가 얼마나 고독한 이야기였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오직 문장으로만 이루어진 인물들의 말과 침묵을 들어보아야 할 것이다.
이 한국어판 각본은 셀린 송 감독이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영화 속 주요 장면을 흑백으로 담은 공식 스틸 이미지를 담고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또한 셀린 송 감독의 사인이 들어 있어 소장 가치를 더한다.
패스트 라이브즈 각본
장면들
해성이 엄마
[근데 왜 가세요? 나영이 아빠 영화감독 하시고, 어머님은 그림 그리시고. 왜 그걸 다 버리시고 가세요?]
말해도 해성이 엄마는 이해하지 못하리란 걸 아는 나영 엄마. 그래서 가급적 간단하게……
엄마
[버리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거든요.]
담뱃불을 끄는 나영 엄마.
-17쪽
아서
“너는 내 삶을 훨씬 크게 만들어 주는데 나도 너한테 그런지 궁금해서.”
-107쪽
해성
[왠지 널 만나고 여기도 오고 그러니까 이상한 생각이 많아지네.]
노라
[무슨 생각?]
(중략)
해성
[십이 년 전 그때 내가 만약 뉴욕에 왔다면, 어땠을까? 만약 니가 서울로 올 수 있었다면. 만약에 니가 한국을 떠나지 않았다면? 너가 그렇게 떠나지 않고 우리가 같이 자랐더라도 나 널 찾았을까? 우리 사귀었을까? 헤어졌을까? 부부가 됐을까? 우리 아이들을 가졌을까? 그런 생각들.]
해성, 노라를 본다.
해성
[근데 이번에 와서 확인한 사실은, 넌 너기 때문에, 떠나가야 했어. 그리고 내가 널 좋아하는 이유는, 니가 너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넌 누구냐면, 떠나는 사람인 거야.]
-130~131쪽
해성
[나영아.]
노라
[응?]
해성
[이것도 전생이라면, 우리의 다음 생에선 벌써 서로에게 다른 인연인 게 아닐까?]
사이.
해성
[그때 우리는 누구일까?]
노라
[모르겠어.]
해성
[나도.]
해성, 미소 짓는다.
해성
[그때 보자.]
-140~141쪽
작가정보
셀린 송(Celine Song)
영화 감독 겸 극작가. 〈패스트 라이브즈〉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각본을 쓰고 연출한 감독의 첫 영화로, 제39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이후 세계 각국 평론가들의 극찬과 함께 유수의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주목을 받으며 2023년을 빛낸 수작으로 꼽혔다. 극작가로서 셀린 송의 대표작으로는 2019년 미국 레퍼토리 극장(American Repertory Theater)에서 초연되고, 유서깊은 뉴욕 연극 워크샵(New York Theatre Workshop)에서도 2020년 공연된 〈엔들링스(Endlings)〉가 있다.
18년차 번역가. 주로 영화를 번역하고 뮤지컬, 연극, 도서 등 다양한 영역의 작품들을 작업한다. 〈데드풀〉, 〈보헤미안 랩소디〉, 〈스파이더맨 시리즈〉, 〈아바타: 물의 길〉 등의 영화와 〈하데스타운〉, 〈미세스 다웃파이어〉, 〈2시 22분〉, 〈클로저〉 등의 뮤지컬, 연극을 번역했으며 수필집 『번역: 황석희』를 썼다. 세상을 번역할 땐 넉넉한 시선으로 무해하게 적당한 의역과 오역을 즐긴다.
문헌정보학/영화 이론과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조은정은 2011년부터 PIC라는 이름으로 영화 자막 번역을 해오고 있으며, 최근 번역한 작품으로는 〈본즈 앤 올〉, 〈탑건: 매버릭〉, 〈바빌론〉,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바비〉, 〈리빙〉, 〈웡카〉 등이 있다. 또한, ‘리틀 드러머 걸’, 〈미나리〉를 비롯, 다수의 한국 및 해외 영화/시리즈 시나리오 번역도 병행하고 있다.
문헌정보학/영화 이론과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임지윤은 2011년부터 PIC라는 이름으로 영화 자막 번역을 해오고 있으며, 최근 번역한 작품으로는 〈본즈 앤 올〉, 〈탑건: 매버릭〉, 〈바빌론〉,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바비〉, 〈리빙〉, 〈웡카〉 등이 있다. 또한, ‘리틀 드러머 걸’, 〈미나리〉를 비롯, 다수의 한국 및 해외 영화/시리즈 시나리오 번역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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