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
2024년 03월 30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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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72124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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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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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에는 우리 삶의 복잡성과 인간의 깊이가 담겨 있어, 그것을 읽는 것은 마치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 장편의 현대문학을 통해, 우리는 삶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고, 자신을 반성하며,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장편의 현대문학을 읽는 것은 우리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독자여! 나는 귀신이다. 사람이 죽으면 귀신이라 하거늘 나는 한번 죽었던 사람이니 귀신이 아니고 무엇이랴. 사람으로 귀신 노릇, 귀신으로 사람 노릇, 세상에 이같이 두렵고 무서운 일이 또 있을까. 아아,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만일 내 말을 못 믿겠거든 나의 고장 이탈리아(伊太利) 나폴리에 가서 백작(伯爵) 하준(河遵)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어봐라. 누구나 하준은 벌써 죽었다고, 대답하리라. 부청(府廳)에 가서 민적대장(民籍臺帳)을 들쳐 보더라도 하준은 84년에 못된 유행병에 걸려 죽은 줄을 알 것이다. 나는 곧 그 죽은 하준이다. 민적상으로 보든지 법률상으로 보든지 온전히 죽은 사람이건만, 나는 오히려 이 세상에 살아있다. 당년 30세에 신체 건장한 남아로 시방 이와 같이 붓을 들어 자기의 귀신 생애(鬼神生涯)를 적고 있다. 얼골엔 붉은 혈색이 돌고 새맑은 두 눈은 샛별같이 번쩍인다. 다만 다른 것은 머리터럭뿐이니 이전에는 옻빛같이 검었건만 시방은 희기가 눈과 같다. 나이 30에 백발, 이것이 나의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나의 백발을 괴이히 여겨, 혹은 유전인가 묻고 혹은 기막힌 근심으로 머리가 세었는가 물으며, 혹은 적도직하(赤道直下)의 열대지방(熱帶地方)에 여행하였는가고 묻는다. 그래도 나는 다만 웃을 뿐이고 대답하지 않았나니, 내가 바른 대로 이야기한다 한들 누가 나를 믿어 주랴. 나의 검은 머리가 백발이 된 것은 죽었던 몸이 다시 살아난 것과 같이 이상한 내력이 있는 까닭이다.
검던 머리가 백발로 변한 그 1년 동안을 생각해 내어 이 글을 쓰려 한다. 아니, 생각할 것도 없다. 그 1년 동안 일은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가 없다. 이후 백년을 지내든지 천년을 지내든지 길이길이 그 일은 잊히지 않으리라.
독자여! 나는 이탈리아에서 재산가요 명망가로 첫 손가락을 꼽는 백작 하비리(河霏理)의 외아들이다. 내가 고고의 성을 울린 집은 나폴리 항구에 다다라, 경개 절승한 언덕 위에 있었다. 난 지 한 돌이 못 되어, 어머니를 여의고, 열 일곱 살까지 아버지 품에서 자라나다가, 그해 가을에 아버지마저 세상을 버리시고, 나이 겨우 열일곱에 누거만의 재물을 혼자 차지하고 보니 아는 사람마다 걱정하되, 저 사람이 반드시 주색에 빠져 부친이 물려준 재산을 없애리라고 했었다. 그러나 나는 색에도 술에도 노름에도 또는 사치에도 내 마음을 잠긴 일이 없었다. 그러므로 과년의 딸을 둔 부모들은 틈을 타서 때를 타서 나를 청하고 불렀건만, 나는 글 읽기와 친구 사귀기로 낙을 삼고 눈 한번 거들떠보지 않았다. 내가 읽은 책 가운데는 계집을 갖다가 혹은 야차(夜叉)에 비기고, 혹은 사나이의 마음을 마비시키는 독약이라 하였다. 그래, 나도 계집이라면 무섭고 두려운 흉물로 알고, 차라리 사나이 친구들과 노는 것이 안전하리라 하여, 친구들이 찾아오면 반가이 맞아들여 웃고 즐기고, 그들이 오지 않을 때엔 책을 읽어 고인으로 벗을 삼았었다.
--- “재활”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현진건
근대 단편소설의 선구자인 소설가.
사실주의 문학의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아이러니한 수법에 의해 현실을 고발하고 역사소설을 통해 민족혼을 표현하고자 했다.
대표작으로는 「빈처」(1921), 「운수좋은 날」(1924), 「B사감과 러브레타」, 「적도」, 「무영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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