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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 시커

디플롯

2024년 03월 13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2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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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7.89MB)
ISBN 979119359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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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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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문명의 대전환기를 맞이하기까지, 호모사피엔스는 어떻게 지구 전체를 압도하는 존재로 도약할 수 있었을까? 과학의 눈으로 본 인류 진보의 두 날개는 공감과 체계화다. ‘공감’은 협력과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관계를 잘 설명하지만, 이 능력만으로 인류가 지금에 이른 것은 아니다. 사물과 자연을 일정한 기준과 규칙에 따라 치밀하게 분석하는 ‘체계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도구, 언어, 제도, 법 등 문명의 거의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체계화 능력이 높은 수준으로 발달한 사람과 자폐인의 마음은 서로 매우 닮았다는 사실이 저자가 밝혀낸 인류 진보의 비밀이다. 요컨대 이 책은 ‘자폐는 어떻게 인간의 발명을 촉진했는가?’라는 신선한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다.
추천의 글

1 타고난 패턴 탐구자
2 체계화 메커니즘
3 뇌의 다섯 가지 유형
4 발명가의 마음
5 뇌 속의 혁명
6 시스템맹 ─ 왜 원숭이는 스케이트보드를 타지 못할까?
7 거인들의 싸움
8 섹스 인 밸리
9 미래의 발명가 키우기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부록 1 나의 뇌 유형을 찾는 SQ와 EQ 검사
부록 2 AQ 검사로 자폐 성향 알아보기
주석
그림 설명 및 출처
찾아보기

한 교사는 분노와 절망에 못 이겨 알의 뇌가 “맛이 갔다”라고 했다. 뒤죽박죽 혼란스럽다는 뜻이었지만 알의 마음은 혼란과 거리가 멀었다. 정반대였다. 끝없는 질문은 명료함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설명이 알에게는 모호하기만 했다. 질서 정연하고 근거가 분명한 세상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알의 관점에서 볼 때,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엉성하고 부정확했다.
_1 타고난 패턴 탐구자, 18쪽

우리는 어떻게 발명하는가? 발명할 때 인간의 마음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인간은 발명 능력을 지닌 유일한 생물종인가? 우리 조상들은 진화의 역사 속에서 어떤 시점에 발명을 하기 시작했을까? 발명과 자폐 사이에 흥미로운 연결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그런 연결은 모든 자폐 스펙트럼에 걸쳐, 심지어 학습 장애를 겪거나 언어 능력이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도 나타나는가?
_1 타고난 패턴 탐구자, 38〜39쪽

인간은 심지어 두 살 때부터 기초적인 만일-그리고-그렇다면 논리를 사용해 뭔가를 체계화한다. 어떤 동물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능력으로, 어느 정도 선천적으로 이런 패턴을 찾아내도록 뇌세포가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다. 취학 전부터 어린이들은 처음 보는 물체가 왜 예측과 달리 움직이는지 묻고, 스스로 거기에 대한 설명(원인)을 찾으려고 한다.
_2 체계화 메커니즘, 59쪽

인지혁명은 우리가 세계를 보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우리에게 발명 능력을 부여한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뇌에 일어난 놀랄 만한 변화가 체계화 메커니즘 하나만은 아니다. 두 번째 변화인 공감회로 역시 인간의 뇌에만 존재하는 메커니즘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동물과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_2 체계화 메커니즘, 81쪽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내 이론에 따르면 이들이야말로 발명하는 인류라는 거대한 이야기의 중심을 차지한다. 잠시도 쉬지 않고 체계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지난 7만〜10만 년 사이에 새로운 악기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도구를 발명한 것이 바로 이들이다. 이렇게 가정하는 이유는 현대의 발명가 중 많은 사람이 고도로 체계화하는 특징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_3 뇌의 다섯 가지 유형, 109〜110쪽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의 마음은 자폐인의 마음과 같은 유형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다시 영국 뇌 유형 연구로 돌아가야 한다. 자폐인 참여자가 3만 6000명이 넘으므로, 자폐에 관한 사상 최대의 심리학 연구라 할 것이다. 자폐인 중에는 S형이나 극단 S형을 지닌 사람이 이례적으로 많았다. 두 가지 뇌 유형을 합하면 자폐인 남성 중 62퍼센트를 차지해 비자폐인 남성의 44퍼센트보다 높았으며, 자폐인 여성 중에는 50퍼센트를 차지해 비자폐인 여성의 거의 2배였다.
_3 뇌의 다섯 가지 유형, 110쪽

우리는 자폐가 부분적으로 유전과 관련이 있음을 이미 알고 있다.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전체 인구 중 자폐 진단을 받는 사람은 1〜2퍼센트에 불과하지만 형제가 자폐 진단을 받은 가족에서 새로 태어난 아이는 자폐일 가능성이 10〜20퍼센트에 이른다. 둘째, 쌍둥이 중 한쪽이 자폐라면, 다른 쪽도 자폐일 가능성은 이란성보다 일란성에서 훨씬 크다. 마지막으로 자폐와 관련된 드문 유전자 변이 또는 돌연변이는 100가지가 넘는다.
_3 뇌의 다섯 가지 유형, 128쪽

조나처럼 케임브리지에 있는 우리 진료실을 찾았던 400명의 자폐 성인을 조사한 결과, 절망스럽게도 3분의 2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고 3분의 1이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다. 자폐인이 고통받고 있으며 당장 손을 써야 할 정도로 취약한 존재임을 사회에 알리는 데 이보다 확실한 지표가 있을까?
_4 발명가의 마음, 137쪽

인지적 공감의 어려움은 자폐인이 겪는 전형적인 문제다. 그럼에도 조나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항상 남을 배려한다고 입을 모은다. 누가 아프다는 소리를 들으면 조나는 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열심히 생각한다. 누군가 부당한 대접을 받았거나 고통받는다는 말을 들으면 몹시 마음 아파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나선다. 많은 자폐인이 그렇듯 정서적 공감 능력은 온전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폐인은 인지적 공감 능력이 매우 높은 반면 정서적 공감 능력은 무딘 사이코패스와 정반대라 할 수 있다. 자폐인과 달리 사이코패스는 남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_4 발명가의 마음, 140쪽

‘발명’이란 말을 두 번 이상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면, 나는 이 호미니드 중 어떤 종도 발명 능력이 없었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렇게 엄격한 정의를 사용하는 까닭은 동물도 우연과 연상 학습이 겹쳐진 결과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연상 학습이란 보상이 주어지면 일정한 순서에 따라 행동을 반복한다는 뜻이다. 연상 학습은 동물계에 널리 퍼져 있으며 일정 수준의 지능이 필요하지만, 나는 연상 학습이 생성적 발명과 동일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_5 뇌 속의 혁명, 170쪽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이유에 대해서는 학설이 분분하지만, 어쨌든 새로 진화한 체계화 메커니즘에 의해 복잡한 도구를 만들고, 공감회로에 의해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과 기만술을 발전시킨 호모 사피엔스를 당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현생 인류 이전에 진정한 발명이 없었으며, 현생 인류의 고고학적 기록에 이르러 그런 증거들이 나타난다는 사실은 체계화 메커니즘이 진화했음을 뚜렷이 보여준다.
_5 뇌 속의 혁명, 209쪽

동물은 우리와 달리 ‘호기심에 못 이겨’ 만일-그리고-그렇다면 패턴을 실험하거나 추구하거나 놀이에 이용하지 않는다. 파도의 모습이 바뀌고, 시소가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등 우리와 똑같은 정보를 눈으로 보아도 원숭이나 유인원은 그것들을 그저 무시한다. 뇌 속에 체계화 메커니즘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스템맹이다. 어떠한 시스템적 사고도 하지 않는다.
_6 시스템맹 ─ 왜 원숭이는 스케이트보드를 타지 못할까?, 223쪽

언어가 이런 회귀 특성을 가졌다는 것이 인간의 발명 능력을 설명하는 경쟁 이론이 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 첫째, 회귀는 언어에서만 관찰되는 현상이 아니다. 음악의 핵심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 둘째, 뇌졸중으로 언어 능력을 잃은 사람이나 애초에 언어 능력을 그리 발달시키지 못한 사람도 훌륭한 음악가가 될 수 있다. (…) 셋째, 엄마들은 아기가 언어학적 회귀를 이해하기 훨씬 전부터 간단한 게임을 하며 ‘아기 상어, 뚜루루뚜루’ 같은 다양한 리듬 패턴으로 아기의 주의를 사로잡을 수 있다.
_7 거인들의 싸움, 243〜244쪽

아인트호벤은 두 개의 거대한 자석이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허브였다. 아인트호벤기술대학(네덜란드의 MIT라 할 수 있다)과 100년 넘게 도시를 지키고 있는 필립스 공장이었다. (…) 역학 팀과 함께 ‘아인트호벤 연구’를 설계했다. 네덜란드의 다른 두 도시, 위트레흐트와 하를렘에 비해 아인트호벤에 얼마나 많은 자폐 어린이가 있는지 조사하는 연구였다. 세 도시의 모든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 연락해 자폐 진단을 받고 특수 교육 등록부에 올라 있는 어린이가 몇 명이나 되는지 조사했다. 절반 이상의 학교가 참여해 6만 명이 넘는 어린이의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결과가 속속 들어와 집계되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상이 정확히 적중했던 것이다. 아인트호벤에서는 어린이 1만 명 중 229명이 자폐 진단을 받은 반면, 하를렘에서는 84명, 위트레흐트에서는 57명에 그쳤다. 자폐는 아인트호벤에서 2배 이상 흔했다.
_8 섹스 인 밸리, 268〜269쪽

신경다양성이라는 개념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유형의 뇌에 대해 신선할 정도로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뇌가 발달하는 데 오직 한 가지 방식만 있는 것이 아님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신경다양성은 근본적인 차원에서 전혀 새로운 세계관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가히 ‘혁명적인’ 개념이다. 신경다양성의 세계에는 자연적으로 끝없이 다양한, 수많은 유형의 뇌가 존재한다. 정상과 비정상, 두 가지만이 존재하는 낡고 부정확한 시각과 전혀 다르다.
_9 미래의 발명가 키우기, 279쪽

자폐인의 마음이 다른 것은 분명하다. 민물고기와 바닷고기는 어느 쪽이 정상이고 어느 쪽이 비정상이라 할 수 없다. 특정한 환경에서 생존하고 번성하기 위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화해 왔기에 자신과 맞지 않는 환경에서는 살 수 없을 뿐이다. 푸른 눈동자와 갈색 눈동자, 큰 키와 작은 키처럼 사람은 신체적으로 다르다. 물론 심리적으로도 다르다. 이렇듯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기 장점과 약점을 가진다. 기억력이 유별나게 뛰어난 사람, 세세한 것에 주의력이 뛰어난 사람, 일상적인 대화에는 불편함을 느끼지만 구조화된 체계적 활동에는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전혀 이상할 것 없다.
_9 미래의 발명가 키우기, 281쪽

“이 책을 읽고 나면 인류는 자폐인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자폐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남다른 사람들의 독특한 특징이며,
이 특별함 덕분에 인류 문명이 체계화되고 발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정재승 교수(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 및 융합인재학부 학과장)

★ 아마존 최고의 과학 도서, 반스앤노블 최고의 심리학 도서 ★
★ 스티븐 핑커, 프란스 드 발 강력 추천! ★

에디슨, 아인슈타인, 비트겐슈타인부터 앤디 워홀, 글렌 굴드까지
이들은 모두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이다

사이먼 배런코언은 40여 년간 인간의 마음을 연구한 심리학과 뇌과학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그는 7만~10만 년 전 인지혁명이 인간 뇌 속의 두 가지 엔진 덕분에 촉발되었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공감회로’인데,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중에서도 인지적 공감은 다른 사람이나 동물의 생각과 느낌을 상상하는 능력을 뜻하는 ‘마음이론’의 다른 말이다. 이 능력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만이 개체 간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인류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친화력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저자들과 같은 주장이지만, 배런코언은 한 가지를 더 제시한다. ‘체계화 메커니즘’이야말로 인류 문명의 거의 모든 것을 만들어낸 원동력이며, 이 능력이 고도로 발달한 이들 덕분에 문명이 창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능력 또한 오직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 인간이 아닌 동물은 ‘호기심에 못 이겨’ 실험하거나 반복되는 패턴을 놀이에 적용하지 않는다. 체계화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체계화 메커니즘의 정수는 ‘만일-그리고-그렇다면’ 패턴이다. ‘만일 곡물의 씨앗을 땅속에 묻었고, 그리고 그 땅이 축축한 상태를 유지한다면, 그렇다면 그 씨앗은 싹을 틔워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 인류는 이 체계화 작업을 검증해 냄으로써 농경사회로 접어들 수 있었다. 같은 패턴으로 인류는 가축을 길들였고, 수많은 도구를 만들어냈다. 체계화 능력이 고도로 발달한 사람은 과학, 예술, 스포츠, 문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에디슨은 만일-그리고-그렇다면 패턴으로 1만 번 검토, 재검토하면서 주요한 실수를 찾아내고 새로운 패턴을 발견하며 수많은 발명품을 쏟아냈다. 피아노의 거장 글렌 굴드 또한 이 패턴을 반복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힘을 찾아냈다. 농구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도 끝없이 연습을 반복하여 자신의 플레이에서 패턴을 찾아낸 뒤 엄격한 규칙에 따랐다. 이외에도 앤디 워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헨리 캐번디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가 사건을 다룰 때 보여준 명석한 사고와 탄탄한 논리 전개도 이 패턴을 완벽히 적용한 예다. 예컨대 1화의 ‘다리미 사건’을 해결한 논리도 ‘만일-그리고-그렇다면’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만일 할아버지가 극심한 두통을 호소했다면, 그리고 그가 고령의 치매 환자이면서, 골절의 흔적도 없고, 사건 발생 이전부터 두통이 시작되었다면, 그렇다면 할머니가 휘두른 다리미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인해 할아버지가 사망했을 것이다.’ 드라마 전체에서 보여주는 우영우의 모습은 만일-그리고-그렇다면의 달인, 즉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의 모범이었다.

우리는 확신한다
자폐인과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의 마음은 비슷하다

배런코언은 엉뚱한 질문을 하나 던진다.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의 마음은 자폐인의 마음과 닮았을까? 그는 뇌 유형, 진화, 유전자와 성호르몬, 발명에 관한 경쟁 이론 등 자폐와 발명 사이에 놓인 방대한 주제를 다루며, 이에 관한 여러 질문을 던지고 모든 이론을 실험으로 뒷받침하며 자신의 주장을 전개한다.

사상 최대 규모인 60만 명의 뇌를 분석한 ‘영국 뇌 유형 연구’를 통해 배런코언은 자신이 던진 질문의 답을 찾아낸다. 이 연구에서 피험자는 SQ(체계화 지수), EQ(공감 지수)라는 두 가지 종류의 설문지를 작성했다. 체계화 메커니즘이 발달한 사람은 SQ가 높게, 공감회로가 발달한 사람은 EQ가 높게 측정된다. 이를 토대로 그는 체계화와 공감 능력이 균형 잡힌 B형, 공감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E형과 극단E형, 반대로 체계화 능력이 뛰어난 S형과 극단S형 등 뇌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대다수가 공감 혹은 체계화에 각각 특화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 결과는 인간이 자연선택의 압력하에 진화했다는, 즉 각 유형으로 특화된 뇌가 생존에 유리했다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유형이 다른 유형보다 낫거나 못하다는 뜻이 아니며, 모든 뇌는 다르며 각기 서로 다른 환경에서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뇌 유형과 자폐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에디슨을 비롯하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앤디 워홀 등이 자폐 성향이 있었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서두에서 다뤘던 천재 변호사 우영우, 미술에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문상태(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유능한 외과 의사 박시온(드라마 〈굿 닥터〉) 등 가상이지만 자폐인의 특성을 잘 표현한 인물도 있다. 세부를 놓치지 않는 치밀함, 본질과 원리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 등 그들이 가진 강점과 자폐 사이에 어떤 다리가 놓여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배런코언은 비언어적 시각 지능 검사에서 자폐인은 비자폐인보다 40% 더 빨리 패턴을 감지했다는 로랑 모트롱의 연구와 자폐인이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을 공부하는 비율이 다른 경우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 점을 밝힌 2013년 실리콘밸리 연구를 제시한다. 앞서 언급한 ‘영국 뇌 유형 연구’는 자폐인 참여자만 3만 6000명이 넘는 사상 최대의 자폐 심리학 연구이기도 한데, 이 연구의 결론도 같다. 자폐인 중에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반대의 경우에 대해서도 검증한다. 1천 명이 넘는 학생을 대상으로 수행한 ‘케임브리지대학교 자폐 특성 연구’에서는 STEM을 전공하는 학생들에서 인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보다 자폐 특성이 더 많이 나타났다.

또한 출생 전 노출되는 성호르몬의 농도와 유전적 요인이 자폐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특히 체계화 수준이 높은 사람,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STEM 분야에 재능이 있는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집단에서 자폐인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연구 결과는 자폐의 유전적 요인을 뒷받침하는 훌륭한 근거다. 스티븐 호킹과 일론 머스크의 자녀가 자폐인이라는 사례도 덧붙일 수 있다.

인간의 다채로운 인지능력을 옹호하는 신경다양성의 과학

그렇다면 우리는 자폐를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해야 하는가. 배런코언은 신경다양성 관점에서 자폐를 바라본다. 정상과 비정상, 두 가지만이 존재하는 낡고 부정확한 시각과는 전혀 다른 세계관으로서, 신경다양성은 자폐를 장애라는 틀에 가둬놓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자신만의 장점과 약점을 가진다고 본다. 특정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서로 다른 경로로 적응해온 것일 뿐이다. 그는 “모든 사람은 천재다. 하지만 나무에 오르는 능력을 기준으로 물고기를 평가한다면, 그 물고기는 평생 스스로 멍청하다고 여기며 살아갈 것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여 자신의 요점을 갈음한다. 오랫동안 자폐인을 옹호해온 그의 따뜻한 마음이 가득 담긴 이 책은 우리 자신을,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다양하고 독특한 성격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편집자 레터
‘다르다’와 ‘틀리다’의 갈림길에서

나는 자폐인 가족이다. 그가 어딘가 특별하다는 걸 공식적으로 알게 된 이후, 아주 오랫동안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말한 적이 없다. 그의 안부를 물어오는 이들에게 섭섭하기도 했다. 무탈하다, 잘 지내고 있다고 짐짓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곤 했지만 나는 위축됐다. 어떠한 악의도 없이 건넨 말이었다는 걸 안다.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당사자가 아님에도 연민과 동정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이 책을 만났다. 다름을 틀림으로 해석하고 비장애와 정상성을 같은 것으로 보는 데 익숙한 세상을 살아갈 용기로 다가왔다. 단단하게 쓰인 한 권의 과학책이지만 세상을 뒤집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이가 ‘우영우’를 환대하고 보듬었던 사람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바뀌었다. 호오와 우열의 잣대를 부수고 다채로운 삶을 옹호하는 세계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전형을 은밀하게 강요하는 목소리로부터 나를, 그리고 그를 지킬 수 있다. 의연하게 맞설 수 있다. 다르다는 건 틀린 것이 아니라고. 서로 다르다는 점, 누구도 같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동등한 존재다. 이 마음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작가정보

Simon Baron-Cohen
케임브리지대학교 발달정신병리학 및 실험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폐 연구소 및 아스퍼거 증후군이 의심되는 성인들을 위한 진료소의 소장을 맡고 있다. 옥스퍼드대학교 뉴칼리지에서 인간과학을 전공하고,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에서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자폐 아동에게서 다른 사람이나 동물의 생각과 느낌을 상상하는 능력인 마음이론(theory of mind)의 발달이 지연됨을 학계에 최초로 보고하였으며, 그들이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교육용 소프트웨어와 자료를 만들었다. 설문 항목을 통해 공감 능력을 자가 측정할 수 있는 공감 지수(EQ)와 체계화 정도를 측정하는 체계화 지수(SQ)를 개발하였다. 지은 책으로 《공감 제로》 《그 남자의 뇌 그 여자의 뇌》 《마음 盲》 등이 있으며, 《다른 마음 이해하기(Understanding Other Minds)》 《공감각(Synaesthesia)》을 포함해 다수의 책을 편집하였다. 영국심리학회로부터 스피어만메달(1990)과 학회장상(2006),미국심리학회로부터 맥앤들리스상(1990)과 메이데이비슨 임상심리학상(1993)을 수상했다. 특히 자폐 연구에 기여한 공로로 카너-아스퍼거메달(2013)을 수상했다. 2021년에는 영국 왕실로부터 영예 기사 작위를 받았다.
2017년 UN에서 열린 세계 자폐인의 날 기념식에서 기조연설을 맡아 “자폐인들의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은 그들의 인권에 대한 논의와 분리될 수 없다”고 말했다. 40년 가까이 인간의 마음에 천착한 그의 결론은 명료하다. “다르게 연결된 뇌는 저마다의 장점이 있으며, 어느 것이 더 좋거나 나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자 도서출판 꿈꿀자유 대표. 2008년 휴양차 들른 캐나다 밴쿠버에 눌러앉아 번역가로 살고 있다. 《툭하면 아픈 아이, 흔들리지 않고 키우기》 《이토록 불편한 바이러스》 《성소수자》(공저) 등을 썼고,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수상),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롯데출판문화대상 번역 부문 수상)를 비롯해 《면역》 《뉴로트라이브》 《암 치료의 혁신, 면역항암제가 온다》 《치명적 동반자, 미생물》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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