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산다는 것
2024년 03월 30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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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69898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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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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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야기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내게 되었다.
개화기를 분수령으로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으로 나누어진다.
현대 문학은 개인에 대한 집중, 마음의 내적 작용에 대한 관심, 전통적인 문학적 형태와 구조에 대한 거부하며 작가들은 종종 정체성, 소외, 인간의 조건과 같은 복잡한 주제와 아이디어를 탐구하는 게 특징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듯, 과거의 현대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용동댁
근일
앙탈
왕치와 소새와 개미와
선량하고 싶던 날
새벽 다섯시까지(어제 밤 여덟시부터 꼬바기) 앉아서 쓴 것이 장수로 넉장, 실 스물일곱 줄을 얻고 말았다.
그 사이, 노싱을 한 봉 반씩 네 차례에 도합 여섯 봉을 먹었다.
간밤에 새로 뜯어논 스무 개 들이 가가아끼 한 곽이 빈탕이 되었다. 재털이가 손을 못 대게 낭자하다. 성냥 한 곽을 아마 죄다 그었나 보다. 하루 평균 치면 네 개피나 다섯 개피가 배급 표준이라는데, 그러니 조선도 성냥 전표 제도가 생겼다가는 큰 야단이 나겠다.
원고용지를 파지를 내기 백 매짜리로 거진 한 축. 픽픽하는 갱지가 되어서 더 헤프기도 하지만, 둘러보니 완연 휴지 속에 파묻혀 있는 형용이다. 원고용지 구하기가 원고 쓰기보다 더 힘이 드는 이판에, 이대도록은 너무 심하다.
--- “근일” 중에서
부디 오늘은 신경질을 부리지 말리라. 부디 표독스럽게 굴지 말리라.’
아침 일찍 종업을 하러 나오면서 이렇게 어질고 싶은 명심을 한 것도 오정이 못되어 그만 다 허사가 되고 말았다.
아침의 러시아워가 지났는데도 손님은 너끔하지를 않고 도리어 더 붐비기에 웬일인고 했더니 오늘이 음력 사월 파일이라고.
동대문에서 나가는 차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그대도록 심하지 않은데 들어올 때에는 광나루에서 벌써 만원이다.
구의(九誼)·모진(毛陳)·화양(華陽)·도교(稻橋) 이렇게 정거장마다 장속같이 모여서 기다리고 있다. 화양은 평소에도 승객이 많은 곳이라지만 도교는 가정거장으로 열 번에 일곱 번씩은 오르내리는 사람이 없어 정거도 않는 곳인데 오늘따라 변변히 여남은씩이나 있곤 한다.
--- “선량하고 싶던 날”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채만식
1902년 전라북도 옥구에서 출생했다.
1924년 문단에 데뷔한 뒤 수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1930년대 채만식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그의 작품으로는 「레디메이드 인생(1934)」, 「패배자의 무덤(1939)」, 「인형의 집을 나와서(1933)」, 「탁류(193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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