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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93

노인과 바다

살림

2023년 12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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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4.72MB)
ISBN 9788952247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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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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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은 어부 산티아고는 84일 동안 바다에 나가있으면서 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그러다 85일째, 산티아고는 멕시코만에 도착하여 큰 청새치를 잡게 된다. 그러나 청새치는 아주 힘이 세고 커서 3일간의 온갖 고난 끝에서야 비로소 작살에 찔려 죽는다. 지친 산티아고는 청새치를 매달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상어떼의 습격을 받고는 결국 빈손으로 돌아간다.

인간은 패배하도록 생겨난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어.

나는 헤밍웨이(1899~1961)의 『노인과 바다』를 읽으며 밤을 꼬박 새운 적이 있었다. 나는 감동에 젖은 채 창밖으로 날이 새는 것을 바라보며 마치 나 자신이 카리브해 한복판에서 작은 쪽배에 몸을 싣고 동이 트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듯 느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 작품을 번역하면서 그때의 그 감동을 어렴풋이 다시 맛보았다.
여든 나흘 동안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한 늙은 어부. 소년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재수 옴 붙은 사람’ 취급을 받는 늙은 어부. 그는 어느 날 홀로 망망대해로 나간다. 그는 평소보다 더 멀리, 그 어떤 어부보다 더 멀리 바다로 나간다. 그런 그가 이틀 밤낮에 걸친 사투 끝에 거대한 청새치를 잡고 항구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돌아오는 도중 청새치는 피 냄새를 맡고 몰려온 상어들에게 모두 뜯어 먹히고 노인이 항구에 도착했을 때는 앙상한 뼈와 대가리만 남는다. 노인은 오두막집에 몸을 누인 채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 꿈을 꾸며 잠에 빠져든다.
나는 분명히, 이 길지 않은 작품을 읽으며 꼬박 밤을 새웠었다. 단숨에 읽어치울 수도 있는 분량이니 내내 소설을 읽으면서 밤을 새웠을 리가 없다. 아마도 읽는 도중 몇 번이고 작품 속 장면을 떠올리며 책을 덮고 꿈에 젖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이 작품을 다시 읽고 번역하면서 나는 그 무엇보다 훈훈한 느낌에 젖는다. 젊었을 때는 망망대해에서 주인공 산티아고 노인이 홀로 벌이는 청새치와의 영웅적인 사투, 달려드는 상어들을 해치우는 장면에 매료되었을 것이고, 상어들이 청새치를 몽땅 먹어 치운 데 대한 아쉬움 등을 진하게 느꼈을 것이다. 아마 당시에는 지금 내가 느끼는 훈훈함이랄까, 달관의 경지에 이른 인간애와 자연애 등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역시 고전은 읽을 때마다 그 맛이 다르다.
산티아고는 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결코 정신적으로 패배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 싸움은 단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 있는 한 언제고 계속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용기를 잃지 않는 겸손한 존재이다. 패배하는 것은 꼬리를 내리는 것이다. 꼬리를 내리는 자는 비겁한 자이다. 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는 말은 절대로 꼬리를 내리지 않고 동시에 겸손하게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겠다는 말과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용기의 반대는 겸손이 아니라 비겁함이다. 우리는 용기가 있으면서 동시에 겸손할 수 있다. 역으로 오만하면서 비겁할 수 있다. 그러니 용기의 반대가 오히려 오만일 수 있다. 겸손의 반대말이 비겁함일 수 있다. 용기와 겸손이 짝을 이루고 오만과 비겁함이 짝을 이룬다. 파멸에 이르되 패배하지 않겠다는 것은 언제고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시리즈 소개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로서 제2대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을 역임한 진형준 교수가 평생 축적해온 현장 경험과 후세대를 위한 애정을 쏟아부은 끝에 내놓는, 1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의 성과물이다. 『일리아스』와 『열국지』에서 『이방인』과 『페스트』까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세계문학 고전을 총망라하며 수많은 세계고전 문학 중 100권을 엄선, 2023년 연말을 끝으로 모두 출간되었다.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진정한 독서의 길을 제시하려는 대단히 가치 있고 선구적인 작업이다. 우리 사회에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그리고 반드시 ‘완역본’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하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정작 그 작품들을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 한마디로 ‘죽은’ 고전이다. 진형준 교수는 바로 그 ‘죽어 있는’ 세계문학 고전을 청소년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꼭 맞춰서 누구나 읽기 좋은, 믿을 만한 ‘축역본(remaster edition)의 정본(正本)’으로 재탄생시켜냈다.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으로 만나는 새로운 세계문학 읽기의 세계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축약본의 정본’을 지향한다. 이 목표에 걸맞은 알차고 풍성한 내용 및 구성은 책 읽는 즐거움, 앎의 기쁨을 배가해주고, 사고력과 창의성과 상상력을 한껏 키워줄 것이다.

• 쉽고 재미나는 고전 작품 읽기
고전이 더 이상 어렵고 지루한 작품이 아니라 친구 같은 존재가 된다.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딱 맞춘 문장과 표현으로 재탄생한 작품들을 통해 즐거운 독서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한다.

• 작가와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도판과 설명
각 작품마다 시작 부분에 작가와 작품에 관한 다양한 시각 자료와 내용을 소개해놓았다.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왜 이 작품을 썼는지, 그리고 이 작품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음미할 수 있게 한다.

•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는 흥미진진한 자료와 읽을거리
본문 중간중간에 작품 속 등장인물이나 주제, 맥락, 배경지식 등에 대한 다양하고 친절한 자료와 설명을 덧붙여놓았다. 이것을 바탕 삼아 스스로 더 많은 것을 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 오늘을 살아가는 데 힘과 지혜를 주는 작품 해설
각 작품별 해설은 해당 작품의 주제와 시대배경, 작가의 세계관과 문제의식뿐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일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를 다양하고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자기 인생과 세상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기르도록 이끌어준다.
노인과 바다

『노인과 바다』를 찾아서

놈이 선택한 건 온갖 덫과 올가미나 계략이 미치지 못하는 저 깊고 어두운 바닷속에 머물러 있는 거야. 내 선택은 그 어떤 사람도 갈 수 없는 곳까지 가서 놈을 찾아내는 거였고. 그래, 이 세상 그 누구도 갈 수 없는 곳까지 말이야. 그렇게 우리는 지금 만나서 함께 있게 된 거야. 정오부터 줄곧 함께 있었지. 우리 둘 다 아무도 도와주지 못하지.
_57쪽

물속의 고기 놈에게도 먹이를 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저놈은 나와 형제간이니까, 라고 그는 생각했다.
_67쪽

노인은 바다 저 머나먼 곳을 바라보면서 자기가 얼마나 외따로 떨어져 있는지 깨달았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는 저 깊고 어두컴컴한 물속의 프리즘이 있었으며 곧바로 뻗어나간 낚싯줄, 잔잔한 바다에 일고 있는 야릇한 파동이 있었다. 무역풍이 불어오려는 조짐인 양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노인이 앞쪽을 바라보니 물오리 떼가 바다 위를 날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리떼는 하늘에 또렷이 모습을 보였다가 잠시 모습을 감추더니 다시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그래, 바다에서는 그 누구도 외롭지 않아, 라고 그는 생각했다.
_68~69쪽

고기야, 네가 나를 죽이고 있구나, 라고 노인은 생각했다. 하긴 네게도 그럴 권리가 있지. 형제야, 너처럼 크고 아름다우며 너처럼 침착하고 고상한 놈은 이제껏 본 적이 없다. 자, 어서 와서 나를 죽여라. 누가 누구를 죽이든 아무 상관이 없다. (……) 이제 머리가 점점 몽롱해지는군, 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 머리를 맑게하고 인간답게 고통을 이겨낼 줄 알아야 해. 아니면 고기답게, 라고 그는 생각했다.
_105쪽

노인은 살점을 뜯겨 몸에 손상을 입은 고기에게 더 이상 눈길을 주고 싶지 않았다. 고기가 공격을 받았을 때 노인은 자신이 공격을 받는 느낌이었다.
_117쪽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생겨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어."
_117쪽

작가정보

헤밍웨이는 1899년 미국 일리노이주의 오크 파크에서 의사인 아버지 클래런스 헤밍웨이와 음악 교사인 그레이스 헤밍웨이의 여섯 자녀 중 둘째로 출생한다. 1917년 고등학교 졸업 후 그는 대학 입학을 포기하고 「캔자스 시티 스타」 신문사의 수습기자로 취직한다. 1918년 그는 미 적십자 부대의 앰뷸런스 운전병으로 지원해 이탈리아 전선에 투입된다.
『무기여 잘 있거라』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1926년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로 문명(文名)을 얻은 그는 ‘서재의 작가’로 머물지 않고 1927년 프랑스 파리로 간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 그는 미 해군에 자원해 독일군 잠수함 수색 작전을 벌이기도 하고 1943년부터는 신문 및 잡지 특파원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파리 입성에 직접 참여하여 취재를 했다. 1952년 그는 『노인과 바다』를 출간하여 퓰리처상을 받았으며 아프리카 여행 중이던 1954년 두 번의 비행기 사고로 중상을 입으며 한때 그가 사망했다는 소문이 전 세계에 퍼지기도 한다. 바로 그 해에 그는 미국 작가로는 다섯 번째로 노벨상 수상자가 된다.
그는 카스트로가 권좌에 오른 1961년 쿠바를 영원히 떠나며 우울증, 알코올 중독증 등에 시달리다가 7월 2일 엽총으로 자살한다.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익대학교 문과대학장, 세계상상력센터 한국 지회장, 한국상상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 그리고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으로서 한국이 주빈국이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성공적으로 주관하며 한국문학과 한국문화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이런 활동의 연장선에서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시리즈를 기획하여 출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상상력이란 무엇인가』『프리메이슨 비밀의 역사』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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