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성취 고객센터
2024년 02월 2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2월 28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22.42MB)
- ISBN 9791165349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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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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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시는 것에 딱 맞는 서비스를 만들어 드릴게요. 단, 결과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소원은 그저 고객이 필요한 기능을 설치해 줄 뿐, 그 대가로 어떠한 것도 요구하지 않는데……. 그가 ‘소원성취’ 어플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의 간절한 소원은 정말 이루어질 수 있을까.
CASE 8 멀리 있는 사람
CASE 15 대가를 치르는 유료인생
CASE 30 입만 열면 야옹야옹
CASE 33 나도 안 되는 게 있는 사람
CASE 47 마지막 통화가 끝났습니다
CASE 61 불행은 그를 움직이게 한다
CASE 00 술 마실 줄 알면 더 좋고
애틋한 소원을 이뤄드립니다.
버전 9.5.3
상담을 통해 고객님이 원하는 바를 분석하고 반영해서 개인 맞춤형으로 앱의 기능을 만들어드립니다.
지금 당신이 마주한 어둠은
찬란히 빛나는 별을 보기 위한 장치일지 모릅니다.
다만 너무 짙은 어둠에 별빛의 방향조차 가늠하기 어렵다면
소원성취 앱을 다운로드하고 꿈꾸던 순간에 다가가세요.
소원이 이뤄지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_14쪽
“고마워요.”
제로는 은지의 앞섶에 붙은 이름표를 흘낏 보더니 덧붙인다.
“은지 씨.”
엷은 미소가 화살처럼 날아와 은지에게 꽂혔다.
“제로! 얼른!”
매니저가 부르자 그는 급하게 나갔다. 은지가 대답할 틈도 없었다. 아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기쁨에 사로잡힌 그녀는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제로의 혀와 입술이 내 이름을 발음하다니! 은지의 배 속이 부르르 떨려왔다.
‘은. 지. 씨.’
은지는 제로의 말을 한 음절씩 떼어내서 수없이 곱씹었다. 하나하나 향긋했다. 제로의 목소리를 되새김질하면서 깨달았다. 그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 _45쪽
은보가 『꽃등심 멜로』 연재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등장한 악플러가 하나 있다. 닉네임 식스헌드레드. 요즘은 개나 소나 죄다 글을 쓴다는 둥, 뇌를 빼놓고 쓰냐는 둥 심한 욕설은 없어도 제법 타격감 있게 속을 긁는 댓글을 달곤 했다. 희한한 건 맨날 시비를 걸면서도 매 회차마다 댓글 달기를 한 번도 빼먹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워해야 할지 고마워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고정 독자인 셈이다. _90쪽
집에 들어올 때 간간이 마주치던 길고양이 녀석인데 어느 날 그를 따라 집에 들어왔다. 유난히 추운 날이었고 보아하니 통 못 먹은 티가 났다. 서춘호는 자신에게 의지하려는 생명이 부담스러웠지만 차마 내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자신의 밥을 덜어서 고양이에게 주고 지저분한 이불을 나란히 덮고 살기 시작한 지 몇 달 만에 고양이는 그에게 소중한 존재가 됐다. 어두운 밤 집에 들어설 때마다 서춘호를 덮치던 싸늘한 외로움은 야옹 소리에 묻혔고, TV 소리 외엔 적막하기만 하던 집엔 훈기가 돌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춘호의 죄책감을 덜어내주었다. 작고 여린 생명을 돌보다 보니 내팽개친 가족에 대한 회환이 조금은 씻겨나가는 것 같았다. 비쩍 말랐던 고양이가 살이 붙고 털에 윤기가 돌자 자신도 마냥 쓰레기는 아닐지 모른단 생각도 들었다. _134~135쪽
도순은 더 서럽게 울었다. 통증 때문만은 아니었다. 기가 막혀서다. 무슨 일만 생기면 도순부터 찾아대던 사람들이, 막상 그녀가 도움을 청할 땐 다들 딴청만 피웠다. 물론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란 건 안다. 공교롭게 벌어진 일일 뿐이었다. 그래도 자상하게 염려의 말을 해준 건 생판 모르는 의사뿐이라니. 도순은 의사가 건넨 휴지로 콧물을 닦으며 결심했다.
지긋지긋해. 다 관둘 거야. _193쪽
“잘 모르겠어요.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가도 그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랬다저랬다 하는데 하나는 확실해요. 내 동생이 느낀 괴로움을 그 자식들도 맛보게 하고 싶다는 거. 나쁜 짓은 그 자식들이 했는데 왜 내 동생만 고통을 받은 건지……. 불공평해요.”
다정은 분노 위에 올라탔지만 고삐를 놓친 채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것 같았다.
“이대로는 살 수 없어요. 제가 살려면 그놈들을 어떻게든 해야만 해요.” _244~245쪽
“일본 속담 중에 그런 게 있습니다. ‘남의 불행은 꿀맛이다’. 일종의 쌤통 심리라고나 할까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심리학 용어도 있죠. 독일어로 ‘피해’를 뜻하는 ‘샤덴’과 기쁨을 뜻하는 ‘프로이데’가 합쳐진 단어예요. 여러 나라에 이런 말이 있는 걸 보면, 남의 불행을 보면서 위로 받는 건 인류 보편의 감정이란 얘기 아니겠습니까? 제가 이상할 순 있지만 저 혼자만 이상한 건 아니라는 얘깁니다.” _298쪽
내 곁에 숨 쉬고 있을 법한 생생한 캐릭터,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깊은 몰입감,
수많은 서사들이 쌓여 엮어낸 감동의 여운까지
당신이 마주한 어둠은
찬란히 빛나는 별을 보기 위함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짙은 어둠에 별빛의 방향조차 가늠하기 어렵다면
‘소원성취’로 꿈꾸던 순간에 다가가세요. _본문 중에서
“라디오 생방송에 쏟아지는 짧은 문자에서 찐득한 소망을 읽었다”는 마론 작가. 그는 라디오를 통해 청취자에게 가지각색의 사연을 들려주던 경험을 살려 호감 가는 캐릭터와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더 이상 남들의 뒤치다꺼리나 하고 싶지 않은 도순, 악플이 무서운 심약한 웹소설 작가 은보, 가족은 지킬 수 없었지만 유일한 반려가족 고양이만큼은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춘호……. 어딘지 허술하고 애잔해 보이는 모습은 인물들에 인간미를 더해준다. 또한 이들이 바라는 소원 한 가지는 무엇일지, 그리고 그 소원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궁금증을 자아내 술술 빠르게 읽히는 것은 물론, 단시간에 청취자의 귀를 사로잡아야 하는 라디오 사연을 쓰던 작가답게 말맛이 사는 대사는 덤이다.
“저마다 바라는 것이 다른 손님들에게,
맞춤형 기능으로 소원을 이루어 드립니다.
단, 뒤처리는 셀프입니다!”
남몰래 간직하던 소원을 꺼내자
인생에 작은 변화가 시작된다
사람들은 모두 가슴속에 바라 마지않는 것쯤은 하나씩 가지고 있다. 복권에 당첨되었으면, 짝사랑이 이루어졌으면, 취업에 성공했으면 하는 간절한 것부터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가기, 매번 실패했던 맛집 예약하기 같은 소소한 것까지 사람은 항상 무언가를 바라며 살아간다. 그리고 내면에 품고 있는 바람이 바로 그 사람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소원은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고 싶어 ‘소원성취’ 어플을 개발한다. IT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어려서부터 외톨이로 살아왔던 그녀에게는 ‘타인’이라는 존재만큼 미지의 세계가 없기 때문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처럼 누군가를 온전히 아는 건 쉽지 않지만, 수십 건의 의뢰를 받으며 소원은 점점 더 타인을 이해하게 되고 굳게 닫혔던 마음을 연다.
“뭔가를 바라거나 해결해야 할 땐 자신한테 솔직해지는 게 제일 먼저 같아요. 정말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게 뭔지, 그걸 위해 포기해도 되는 건 뭔지. 그것만 선명하게 골라내면 해결책도 조금은 쉬워질 텐데 말예요.” _본문 중에서
★★★ “벚꽃이 흩날리는 봄에 어울리는, 작은 행복이 차오르는 이야기!”
★★★ “비슷한 힐링 소설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에 남는 책.”
★★★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터놓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소원을 찾아오는 고객들은 매우 다양하다. 의리녀 도순은 오지랖이 넓어 고민이다. 제 친구와 바람나 이혼한 전남편이 돈을 빌려달라고 해도 거절하지 못하는 그녀에게는 자동 거절 기능이 간절하다. 하지만 동시에 누구에게도 나쁜 사람이 되기 싫었던 도순은 소원으로부터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게 먼저’라는 말을 듣고, 그제야 자신을 돌아본다. 한편 많은 일들을 이겨내고 스타 강사가 된 용대는 췌장암 3기 진단을 받고 분노한다. 그는 ‘왜 나만 이런 일을 당하는가’ 하는 억울함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불행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만 SNS에서 뜻밖의 사진을 발견하면서 또 다른 복잡한 감정을 마주한다.
우리는 소원을 빌 때 ‘이것만 이루어지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하지만, 바람이 현실이 된다고 무작정 행복해지는 사람은 드물다. 어쩌면 쉽사리 행복할 수 없는 이유는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해, 정말 원하는 걸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소원성취 고객센터』에서 사람 냄새를 훅훅 풍기는 각양각색의 사연들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독자들은 자신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스스로를 이해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오랫동안 라디오 작가로 일하며 생방송에 쏟아지는 문자들을 볼 때면 생각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구나. 짧은 문자에 담긴 찐득한 소망을 읽곤 했다.
서촌에 작업실을 얻은 적이 있다. 가끔씩 통인 시장에서 간식을 사곤 했는데, 어느 날 분식집 할머니께서 깨끗한 종이 가방에 떡볶이를 넣어주었다. 까만 비닐봉지면 충분하다고 사양했더니 할머니는 “이왕이면 이쁜 데 넣고 다녀야지.” 하며 노란 체크무늬의 종이 가방을 건넸다.
나의 글이, 그날 할머니의 종이 가방만큼 다정했으면 좋겠다. 이 책이, 종이 가방 속 떡볶이만큼 따끈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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