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녀
2024년 02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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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7212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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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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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현대문학을 보는 것은 마치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 우리의 모습, 우리의 삶, 우리의 시대가 그 안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현대문학의 역사를 잊은 이에게는 문학적 통찰력은 없다.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현대문학의 역사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는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통찰력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도 없는 농장에 아닌때 웬일인가들 의아하게 여기고 있는 동안에 집채 같은 도야지는 헛간 앞을 지나 묘포밭으로 달아온다. 산도야지 같기도 하고 마바리 같기도 하여 보통 도야지는 아닌데다가 뒤미처 난데없는 호개 한 마리가 거위영장같이 껑충대고 쫓아오니 도야지는 불심지가 올라 갈팡질팡 밭 위로 우겨든다. 풀 뽑던 동무들은 간담이 써늘하여 꽁무니가 빠져라 산지사방으로 달아난다. 허구많은 지향 다 두고 도야지는 굳이 이쪽을 겨누고 욱박아 오는 것이다. 분녀는 기겁을 하고 도망을 하나 아무리 애써도 발이 재게 떨어지지 않는다. 신이 빠지고 허리가 휘는데 엎친 데 덮치기로 공칙히 앞에는 넓은 토벽이 막혀 꼼짝 부득이다. 옆으로 빗빼려고 하는 서슬에 도야지는 앞으로 왈칵 덮친다. 손가락 하나 놀릴 여유도 없다. 육중한 바위 밑에서 금시에 육신이 터지고 사지가 떨어지는 것 같다. 팔을 꼼짝달싹할 수 없고 고함을 치려야 입이 움직이지 않는다.
--- “분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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