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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로부터

마름모 청소년 문학
류현재 지음
마름모

2024년 02월 16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1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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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1.16MB)
ISBN 9791198506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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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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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예사롭지 않은 가족이 있다. 엄마는 드라마 작가, 아들은 냉소적인(그러나 알고 보면 ‘츤데레’인) 10대. 태어날 때부터, 아니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엄마의 관심을 온통 드라마에 빼앗겼던 온기는, 또래는 모르는 세상의 ‘쓴맛’을 자신은 벌써 알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언제나 그랬듯 세상 쿨하게(?) 이혼 소식을 알려온다.

“이번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이혼을 했는데 그걸 아들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뭘 어떻게 말해? 그냥 말하면 되지.”
“아들이 좀 어리거든.”
“몇 살?”
“너랑 같아. 열네 살.”
“그럼 초딩도 아닌데 뭐가 어려. 그냥 말해. 다 이해하니까. 그 정도 나이면 엄마가 말하기 전에 벌써 눈치 깠을걸.”
“언제?”
“응?”
“언제부터 알고 있었냐고?”
“뭘?”
“엄마 아빠가 이혼한 거.”
그제야 난 엄마가 말한 드라마가 현실 속 우리 집이란 걸 깨달았다.
_23~24쪽

복잡한 건 딱 질색인 온기의 인생은 그때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엄마랑은 평생 앙숙인 외할머니 집 근처로 이사를 가는데, 할머니는 딸 집의 냉장고를 몽땅 털어가는 엄마 못지않은 쿨한 캐릭터. 아빠는 엄마에게 새 남자친구가 생기지 않았는지 온기에게 ‘스파이’를 시키고, 아들에게 피자를 사주며 고민 상담을 하는 철부지. 학교를 옮기면서 새로 사귄 친구 정하는 래퍼가 되겠다고 낮에는 배달 알바를, 밤에는 랩을 연습하는데, 엄마는 새로 쓰는 드라마의 모델로 정하를 점찍으면서 아들인 자신보다 정하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한편 인기도 많고 공부도 잘하는 슬아에게 고백을 받고 여자친구가 생기게 된 온기는 슬아의 단짝 세영과 속 깊은 얘기를 나누면서 가까워지는데…… 인생이 점점 꼬여만 가는 온기에게 또다시 들려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은 아빠의 재혼. “남들은 하나만도 힘들어하는데 왜 나는 엄마 아빠를 둘씩이나 두고 살아야 하는데!”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은 온기는 이 난관을 잘 헤쳐갈 수 있을까?
1. 태어나고 싶지 않은 아이
2. 스파이
3. 막장 드라마
4. 고구려
5. 혹
6. 스웩
7. 테러리스트
8. 아웃사이더
9. 원 플러스 원
10. 미친 영감의 방문
11. 카타르시스
12. 혹성 탈출
13. 산소마스크
14. 마독

작가의 말

아빠는 이 나이에 쑥스럽지만 부동산 아줌마가 올드 미스라 다시 결혼식을 하는 거라며 내게 청첩장을 보여줬었다. 나는 그 청첩장에 적힌 예식장으로 시간 맞춰 갔는데, 나를 본 친가 사람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는 보자기로 싸듯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날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온기 너 여긴 왜 왔어?”
“아빠가 오라고 그래서요.”
“철딱서니 없는 놈. 사돈댁들 보기 전에 얼른 가.”
그날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은 정하가 우리 집까지 따라올까봐 안절부절못하던 나와 똑같았다. 두 분이 들키기 싫은 건 바로 ‘혹’이었고 그게 나였다.
_70쪽

“엄마는 고유명사가 아냐.”
“뭐?”
“태양이나 달처럼 이 세상에 하나뿐이어야 하는 이름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무슨 말이야? 그 아줌마한테 엄마라고 부르라는 거야?”
“그거야 네 마음인데 괜히 나한테 미안해하지는 말라는 거지.”
“내가 엄마한테 왜 미안해?”
“널 낳아준 엄마를 배신하는 것 같아서 그 아줌마한테 엄마라고 못 부른다, 그런 거 아냐?”
어이가 없었다.
“그런 거 아니면 그럼 이유가 뭔데?”
“그냥. 그냥 싫다고.”
“거 봐. 네 입으로는 말하지 않아도 네 무의식 속에는 내가 말한 이유들이 있어서 그런 거야.”
_126~127쪽

“너도 현실이 싫어서 랩으로 도피하는 거야?”
“아니. 현실을 바꾸려고 랩으로 싸우는 거야.”
정하의 말이 멋지게 들렸다.
“신기한 건 뭔지 아냐? 처음엔 그냥 스웩으로 난 당신들처럼 되지 않겠다 뭐 그렇게 쓰는데, 그걸 계속 부르다보면 정말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
정하의 그 말이 랩에서 멀어져가던 내 마음을 돌려놓았다. 가짜 허세 같았던 스웩이 나와 점점 일치해가는 황홀감을 언젠가는 나도 느낄 수 있겠지. 우린 밤새 랩을 쓰고, 불렀다.

당신이 때린 뺨은 우리 엄마가 매일 뽀뽀해줬던 뺨.
죽지 않아, 그래도 고마워 당신의 딸.
_186~187쪽

“부모가 이혼한 걸 숨길 필요는 없다는 얘기지.
뭐든 숨기고 꽁꽁 싸매면 마음에 곰팡이 펴.”

‘행복한 정상가족’과 ‘불행한 비정상가족’?
이혼 가정에 대한 편견을 경쾌하게 깨뜨린다!

이 소설에는 어떤 전형적인 캐릭터가 없다. 모성애로 중무장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어머니, 일밖에 모르고 말수가 적은 근엄한 아버지, 자식과 손주들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인자한 할머니. 온기의 여자친구 슬아 또한 먼저 고백하고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적극적인 성격이다. 작가가 이른바 ‘비정상가족’인 이혼 가정을 그려내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어떤 불필요한 과장이나 편견도 없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그려냄으로써 ‘행복한 정상가족’과 ‘불행한 비정상가족’의 도식을 무너뜨린다.

“부모의 이혼 때문에 상처 입고 방황하는 청소년은 너무 진부한 얘긴 거 알지?”
쳇, 나를 뭘로 보고.
“너희 반에는 이혼한 집 얼마나 되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한번 알아봐. 요즘엔 네 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한다니까 서른 명이면 일곱에서 여덟 명쯤 되겠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부모가 이혼한 걸 숨길 필요는 없다는 얘기지. 뭐든 숨기고 꽁꽁 싸매면 마음에 곰팡이 펴.”
_27~28쪽

한 아이의 엄마이자 드라마 작가로서 자신의 인생을 사는 엄마 지율리는 아들 온기에게 이혼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님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물론 지금까지와는 다른 낯선 상황에 처한 온기에게 이 상황이 쉽지만은 않다. “혹 달린 여자를 누가 데려가?”라는 외할머니의 통화를 엿듣고 자신이 바로 그 ‘혹’임을 깨닫고, 재혼한 아빠의 아줌마에게 “엄마”라고 부르라는 친할머니의 말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온기가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된 다른 ‘정상가족’의 상황도 결코 녹록지만은 않다. 슬아의 단짝 세영의 부모는 한집에 살면서 서로 말을 섞지 않은 지 오래고, 아빠의 사업 실패로 이모네 집에 얹혀살게 된 정하는 사촌들로부터 알바로 번 돈을 ‘삥’ 뜯긴다. 온기의 말대로 세상엔 빨강과 노랑, 파랑만 있는 게 아니다. 황갈색이나 암회색같이 하나로 특정할 수 없는 복잡한 층이 존재한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행복한 정상가족’과 ‘불행한 비정상가족’이라는 도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채로운 가족상을 그려냄으로써, 우리 사회가 은연중 품고 있는 이혼 가정에 대한 편견을 경쾌하게 깨뜨린다.


“우린 모두 각자의 강을 흘러간다.
아주 가까운 가족이라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성장판이 닫혀도 죽을 때까지 성장해야만 하는
미성장 인간들의 성장기

“네 이름은 서온기, 이름은 온기지만 네 마음은 냉기.” 온기의 절친이자 랩을 하는 정하가 온기에게 붙인 별명은 ‘냉기’이다. 열네 살 중학생 시절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기에 이르기까지 온기의 성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이 소설은, 그러나 온기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온기를 둘러싼 가족과 친구들 모두가 서로서로 부대끼며 각자의 삶을 찾아나가는 이야기이다. 시간이 갈수록 온기는 엄마가 왜 그렇게 드라마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는지, 엄마와 외할머니가 어째서 그렇게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점점 더 늘리고, 점점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여겼던 아빠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행복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는다. 부모의 불화를 이기지 못해 집을 나갔던 세영은 온기와 슬아, 정하라는 친구들을 통해 부모에게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밝힐 수 있게 된다. 정하는 이제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바꾸기 위해 랩을 한다. 우리의 주인공 온기는?

“우린 모두 각자의 강을 흘러간다. 강마다 물줄기도 다르고 흘러가는 지점도 달라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엄마는 안타까워했지만, 난 그래서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나의 강을 침범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_210~211쪽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서로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홀로 흘러가다 간혹 합류 지점에서 만나면 그저 반갑게 손 흔들어주며 서로를 위로하거나, 잠깐의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나의 강을 타고 가는 것이다. 그렇게 몰이해에서 이해로 서로의 간격을 좁혀가며, 한편으로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 “성장판이 닫혀도 죽을 때까지 성장해야만 하는 미성장 인간들의 성장기”라는 작가의 말처럼, 온기는,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작가정보

저자(글) 류현재

2003년 방송작가로 데뷔해 MBC ‘베스트극장’을 통해 다양한 드라마를 선보였다. 지금은 남해로 귀어해 반은 작가, 반은 어부로 생활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네 번째 여름》(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아내를 위해서 월요일에 죽기로 했다》, 《야미》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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