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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별나라로

오가와 미메이 단편 선집
오가와 미메이 지음 | 백운숙 옮김
두뚜북스

2024년 02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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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2.10MB)
ISBN 979119846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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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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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안데르센, 오가와 미메이가 전하는 어른 동화

늦은 밤 할머니 집에 소녀의 모습으로 찾아온 나비의 사연, 밤이면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시계탑, 캐러멜 박스에 깃든 천사, 아이들을 사랑한 축구공….
오가와 미메이의 작품은 그저 아이를 위한 동화가 아니다. 전쟁과 빈곤의 시대에 휩쓸려 사랑하는 두 아이를 여의고 고뇌를 거듭한 그의 삶이 작품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작가 자신이 직접 밝혔듯 그가 쓴 동화는 사람들이 말하는 동화와는 다소 다른 입장에 있으며, 아이보다는 어른이 읽었을 때 의미 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1,000편이 넘는 오가와 미메이 작품 중 요즘 시대에도 여전히 회자되는 작품 스물 일곱 편을 추리고 엮었다. 몽환적인 빛깔의 옷을 입은 그의 작품들은 때로는 달지만 때로는 씁쓸하며 떫기마저 하다. 마치 환희와 절망 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하는 우리네 인생을 보는 듯하다.

‘1부 삶은 선명한 빛깔’에는 작가 특유의 몽환적인 설정과 색채감이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2부 세상 한편에서’에는 사람을 둘러싼 자연과 물건이 남몰래 간직한 이야기를, ‘3부 오늘과 내일’에는 피고 지는 인생을 서정적이고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를 담았다. 출간 이후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번역을 새로이 하고 작품을 더했다.
어른이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평화를 전하고자 했던 오가와 미메이. 지친 마음을 잔잔하게 감싸주는 그의 작품들을 만나보자.
1부 삶은 선명한 빛깔
빨간 물고기와 아이들
빨간 배
푸르른 별나라로
파란 시계탑
푸른 꽃 향기
마사와 빨간 사과
붉은 장갑
파란 램프
빨간 양초와 인어
달밤과 안경

2부 세상 한편에서
눈사람
왕이 감동한 이야기
어느 밤 별들의 이야기
캐러멜 천사
찬바람 부는 세상 속으로
좋은 할아버지 이야기
어느 공의 일생
밝은 세상으로 –작은 새싹
밝은 세상으로 –행복의 섬
다친 철길과 달님

3부 오늘과 내일
금붕어 장수
물고기와 백조
개미 세 마리
별의 아이
붉은 열매
엄마 나무와 아기 나무
금빛 굴렁쇠
새로운 동네

남은 생을 동화 작가로
옮긴이의 글

‘이 화려함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앞으로 두 시간, 세 시간이 지나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어딘가로 발길을 돌리겠지. 조용하고 어두워서 쓸쓸해질 거야.’ 이런 생각이 문득 머릿속에 구름 한 조각처럼 떠오르자 견딜 수 없을 만큼 외로워졌어요.
_〈푸르른 별나라로〉 중에서

부부는 갓난아이를 거두기로 했답니다. 여자아이였어요. 하반신은 사람 모습이 아니라 마치 물고기 같았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말로만 듣던 인어가 분명하다고 생각했지요.
“이건, 사람 아이가 아니야….”
_〈빨간 양초와 인어〉 중에서

“착하지, 이리 와보렴.”
할머니는 나긋하게 말했어요. 그러고는 앞장서서 현관을 나와 집 뒤편 꽃밭으로 향했지요. 소녀는 조용히 할머니 뒤를 따랐어요.
꽃밭에는 각양각색의 꽃이 한창 피어있었어요. 낮에는 이곳에 나비와 벌이 모여들어 북적였지만, 지금은 나뭇잎 그늘에서 단꿈을 꾸며 쉬고 있는지 무척 고요했답니다. 그저 파르스름한 달빛이 물처럼 흐를 뿐이었어요. 저쪽 울타리에는 하얀 장미꽃이 눈송이처럼 흐드러지게 피어있었지요.
“얘야, 어디 있니?”
할머니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어요. 따라오던 소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어디로 모습을 감추었는지,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눈에 보이지도 않았지요.
“모두 잘 자려무나. 이제 나도 자야겠어.”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곤 집으로 돌아갔지요. 정말이지, 좋은 달밤이었어요.
_〈달밤과 안경〉 중에서

몇백 개나 되는 캐러멜 상자에 그려진 천사는 저마다 다른 상상에 빠져있었을 거예요. 그중에는 빨리 푸른 하늘로 올라가고 싶어 하는 천사도 있었지만,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운명까지 보고 난 다음 하늘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천사도 있었어요. 물론 지금 이야기하는 천사는 이런 수많은 천사 중 하나였답니다.
_〈캐러멜 천사〉 중에서

“난 그래서 ‘학생, 적당히 하게나’ 하고 말했어. 그랬더니 학생이 돌아보면서 ‘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하나만 갖고 나머진 두고 갈 거예요. 이렇게 노는 것도 오늘 밤뿐이에요’ 하는 거야. 놀래서 ‘오늘 밤뿐?’ 하고 물었더니 ‘비행병에 지원했어요. 내일 남방으로 떠나요’라고 했는데, 그 학생은 아마 못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지.”
_〈새로운 동네〉 중에서

일본의 안데르센으로 불리는 오가와 미메이,
삶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돋보이는 어른 동화 스물 일곱 편

늦은 밤 할머니 집에 소녀의 모습으로 찾아온 나비의 사연,
밤이면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시계탑 이야기,
캐러멜 박스에 깃든 천사의 이야기,
아이들을 사랑한 축구공의 이야기….

오가와 미메이의 작품에는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자연과 무심히 지나칠 법한 사물이 생생히 살아 숨 쉰다. 어릴 적 아끼는 인형을 한두 개쯤 소중히 끼고 지냈던 기억이 있다면, 나의 세계를 둘러싼 것들에 말을 걸어본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다면, 풍부한 색채감과 인간애가 돋보이는 오가와 미메이의 작품을 읽는 동안 마냥 순수했던 어렸을 적 동심의 세계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마냥 뻔하지만은 않은,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작품 세계 또한 오가와 미메이 동화의 돋보이는 점이다. 늦은 밤 바느질을 하는 할머니 집에 소녀의 모습으로 찾아온 나비의 이야기, 양초에 그림을 그리는 인어의 이야기, 캐러멜 상자에 그려진 천사의 세상 여행 이야기 들은 요즘 시대에도 여전히 회자되며 우리를 꿈꾸게 한다.

그러나 오가와 미메이의 작품이 그저 티 없이 맑은 동심의 세계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가와 미메이의 작품에는 삶의 명암이 교차한다. 어미나무가 건강한 새싹을 틔우고서 자식들에게 짓눌려 시드는가 하면 가난한 집의 병든 소녀가 추운 겨울날 손쓸 새도 없이 숨을 거둔다. 아이들을 사랑해 아이들 곁으로 간 공은 아이들의 발에 차이다 못해 눈과 귀가 멀어버린다. 오가와 미메이의 작품에는 고된 세상도 녹아있다. 집이 가난해 부잣집에서 더부살이하는 소녀, 새벽같이 일어나 일을 하러 나가야 하는 어린 남매, 아이를 키울 여력이 없어 대신 키워줄 사람을 찾아 헤매는 여인에 이르기까지 냉혹한 현실 세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죽음도 삶의 일부로 보는 인식이 널리 퍼진 요즘이야 죽음을 소재로 한 아동문학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지만, 때때로 삶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죽음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오가와 미메이의 동화는 한때 아이들이 읽기에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따스한 감성이 단연 돋보이지만 치열한 삶을 사는 어른에게 생각할 거리와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오가와 미메이의 작품은 확실히 아동 문학과 성인 문학의 중간쯤에 걸쳐있다.

*

남은 생을 동화 작가로
오가와 미메이, <도쿄일일신문(東京日日新聞)> 1926년 5월 13일

자유와 순수한 인간성과 공상적 정의(空想的正義)의 세계를 동경했던 나는 어느샌가 예술 중에서도 동화에 이끌렸다.
내가 쓴 동화는 단순히 아이가 읽고 재미있어하는 동화가 아니다. 또 우화로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으면 한다. 내 동화는 더욱 넓은 세상의 온갖 것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싶은 마음과, 그것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때 바람직한지를 노래하고 싶다는 염원에서 비롯되었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내가 쓴 동화는 종래의 동화나 사람들이 말하는 동화와는 다소 다른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이보다는 어른이 읽었을 때 의미 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어디까지나 동심에서, 즉 어른이 바라보는 세상이 아닌 공상의 세상에서 자라나야 할 동화이기에 소설이 아닌 동화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나는 여러 해 동안 소설과 동화를 썼는데, 늘 머릿속으로 소설과 동화를 나누어 써야 해서 고통스러웠다. 지난 4월 《미메이 선집》 제6권이 출간된 것을 계기로, 남은 반생을 오직 나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위해 힘쓰고 싶다.
예술은 형식을 막론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생각하면 동화의 위상은 앞으로 더욱 높아져야 마땅하다.
동화 문학의 사명에 대한 이야기는 훗날 언젠가로 미룬다. 과거의 경험과 지금까지의 작가 생활을 통해 어디에, 얼마만큼의 천분(天分)이 있는지를 깨달은 나는 변화의 기쁨과 용기 속에서, 앞으로 동화 작가로서 매진하고자 한다. 굳이 이곳에 이러한 입장을 밝히는 이유는, 평소 나를 향한 동료 여러분의 각별한 관심에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며 이런 나를 이해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다.

작가정보

‘일본의 안데르센’으로 불리는 오가와 미메이는 와세다 대학교의 전신인 도쿄전문학교를 다니던 1904년, 첫 작품 <방랑아(漂浪児)>를 잡지 <신소설(新小説)>에 발표하며 작가로 주목받았다. 1907년에는 첫 소설집 《수인(愁人)》을, 1910년에는 첫 동화집 《빨간 배(赤い船)》를 발표했고, 그 뒤 45년 동안 인간애가 돋보이는 작품을 1,000편 이상 발표하며 일본 아동문학에 이바지했다. 본명은 오가와 겐사쿠(小川健作)다.
1925년에는 동화 및 아동문학을 연구하는 모임 ‘와세다대학교 동화회(早大童話会)’를 설립하였고 이듬해 <남은 생을 동화 작가로>라는 글을 발표하며 동화 집필에 전념할 것을 선언했다. 1946년 설립된 일본아동문학자협회의 초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1951년 일본예술원상을 수상했다. 1992년에는 그의 업적을 기리며 신인 아동문학작가에게 수여하는 오가와 미메이 문학상이 창설되었다.

수능 공부가 싫어서 외국 소설책에 한눈을 팔았는데, 번역가가 세상에서 제일 멋져 보였다. 경희대학교에서 한국어학과 일본어학을 전공하면서 잠시 도쿄에서 지냈고, 한국으로 돌아와 평범한 직장 생활을 했다. 요즘은 글을 만지면서 지낸다. 좋은 작품과 책을 소개하는 데 시간을 쓰는 지금이 오늘도 행복하다.
《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나를 아끼는 정성스러운 생활 》, 《취향을 담은 라이프스타일 레시피》, 《죽어도 바닥에 물건을 두지 않는다》, 《말투 때문에 말투 덕분에》 외 여러 책을 한국어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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