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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

데번 프라이스 지음 | 신소희 옮김
디플롯

2024년 02월 14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2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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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9.34MB)
ISBN 9791193591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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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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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 없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책!”(아마존 서평)

사회심리학자이자 작가, 활동가, 대학교수, 자폐인인 저자가 사회의 요구를 수용하다가 자신을 잃어버리고 고통받는 신경다양인(자폐, ADHD, 양극성 성격장애 등)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주변의 몰이해와 오해, 낙인, 오진 등으로 인해 정체성을 감추고 살다가 결국 스스로를 파괴한다. 사회 구성원이 아프다면 그 사회 또한 건강할 수 없다. 이 책은 획일적인 기준을 버리고 다양성을 포용하며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껴안을 수 있어야 개인은 물론 사회도 건강해진다고 주장한다.
[들어가며] 소외되고 외면당하는 기분

1 - 왜 ‘망가진 사람’과 ‘완벽한 정상인’을 구분할까
고정관념에 빠진 자폐증 | 자폐인은 하고, 비자폐인은 못하는 것들 | 조금은 다른 사람들 | 남자아이에 백인, 그리고 부유층 | 선입견이 놓친 집단 | 나도 자폐인일까? | 우리에게 적절한 용어를 찾는 과정

2 - 평생 가면을 쓰는 사람들
가면 자폐증에 특히 취약한 집단 | 코드 전환을 요구받는 소수자 그룹 | 자신을 가둬둔다는 것의 의미 | 파티와 놀이공원을 즐기는 자폐인 | 얽히고설킨 장애 스펙트럼 | ADHD와 자폐증의 공통점과 차이점 | 생산성이 인간의 가치를 좌우해도 괜찮은가 | 우리의 무지갯빛 스펙트럼
3 - 가면 속을 들여다보면
당신의 가면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나 | 위장과 보완 | ‘예의 다른 자폐인’이 되라는 말 | 나로서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벗어야 하는 것

4 - 가면의 사회적 비용
나쁜 쪽, 더 나쁜 쪽으로 | 내가 섭식 장애에 빠진 이유 | 자기 머릿속으로 숨어드는 사람들 | 학대와 사이비 종교의 쉬운 먹잇감 | 아첨꾼의 삶

5 - 자폐증이라는 선물
자기 낙인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 특별한 관심사 주간 | 재발견하는 나의 가치 | 자기 낙인은 거짓이다

6 - 성공과 미래에 대한 새로운 상상
내 몸에 딱 맞는 디자인 | 더 다양한 세계 구축하기 | 내 일을 내 방식대로 | 나를 눈에 보이도록 만드는 것

7 - 어떤 이들을 곁에 남길 것인가
자폐증 커밍아웃은 신중해야만 한다 | 가면을 벗고 진짜 친구 사귀기 | 명확하게, 솔직하게, 구체적으로 | 세상이 기대하는 바를 버리다 | 서로를 이해해줄 안전한 공간 | 나와 비슷한 사람 찾아내기

8 - 모두가 물 밖에서 숨 쉬는 세상
모두가 가면을 벗으려면 | 테이블 뒤집기 | 신경다양성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 | 누구나 충분한 돈을 가질 자격 | 장애인 없는 장애인 제도 | 행복은 어떻게 오는가

[나가며] 우리는 연결됨으로써 온전해진다
[감사의 말]
[주석]
[찾아보기]

전부 틀린 말이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자폐증은 수치스럽고 인생을 망가뜨리는 질병이라고 내심 생각했으니까. 그 말을 들으면 나와 함께 학교를 다녔지만 몸놀림이 어색해서 다들 무시했던 ‘울보’ 자폐아 크리스가 떠올랐다. 텔레비전 드라마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나 《빅뱅 이론》의 셸던처럼 내성적이고 까칠한 캐릭터가 생각나기도 했다. 자폐증이라는 말은, 사람이라기보다는 물체에 가깝게 보일 만큼 과묵하며 크고 투박한 헤드폰을 쓰지 않으면 식품점도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연상시켰다. 나는 심리학자였지만 자폐증에 관해서는 지극히 비속하고 뻔하고 비인간적인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내가 자폐증 환자라면 나는 완전히 끝장난 거였다. 물론 이미 오래전부터 끝장났다고 느껴왔지만 말이다.
_〈들어가며〉, 17쪽

우리는 왜 똑같은 특징을 보이는 사람들 중에서도 ‘망가진’ 사람과 ‘완벽하게 정상적인’ 사람을 구분할까? 그들의 차이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째서 굳이 그들을 구분하는 걸까? 자폐인이 더 융통성 있고 사회적으로 너그러운 직장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나아가 모든 사람이 그런 혜택을 누린다면 어떻게 될까? 자폐인은 인류의 정상적인 일부이며 비자폐인과 똑같은 자질을 보일 수 있다. 그렇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자폐증이 있다. 바로 그래서 존중받고 받아들여질 자격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_〈1 왜 ‘망가진 사람’과 ‘완벽한 정상인’을 구분할까〉, 58쪽

가면 쓰기는 자폐증만큼이나 널리 퍼진 질환이다. 가면을 쓴다는 건 단순히 억지웃음을 짓는 것 이상이며 우리가 자신을 인식하는 방식, 옷차림, 직업 선택, 인간관계, 심지어 집 안 인테리어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면을 벗으면 우리는 ‘세상에 맞추기’ 위해 선택했던 모든 것을 재검토하여 더욱 진정성 있고 긍정적인 삶을 구축해나갈 수 있다. 차이에 좀 더 너그러워진 세상은 우리 모두에게 더욱 안전하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우리는 지금껏 강요받아온 삶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 자신으로 당당하게 존재하기를 선택함으로써 바로 오늘부터 그런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_〈2 평생 가면을 쓰는 사람들〉, 134쪽

많은 자폐인들이 계속 가면을 쓰고 눈앞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약물 남용, 칼로리 제한, 과도한 운동, 감정적 공의존, 나아가 사이비 종교 가입 등 파괴적이고 강박적인 대처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 가면이 우리 삶에서 해온 역할을 똑바로 보고 가면을 벗기 위해 노력하려면, 가면 쓰기가 지속 불가능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정상적’으로 보이기 위해 우리의 안녕과 개성을 크게 희생하고 있다.
_〈3 가면 속을 들여다보면〉, 161쪽

가면을 벗는 것은 정상적으로 보였던 신념들과 행위들을 다시 생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대중매체와 교육, 주요 경험들로 접했던 자폐증(및 기타 장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재검토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회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고, 우리가 원해야 한다고 들어온 삶과 실제로 원하는 삶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과거의 자신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되돌아보고, 너무 요란하고 비딱하고 괴상하고 호들갑스럽다고 욕을 먹었던 자신의 모습이 사실은 아무 문제없고 심지어 멋지며 충분히 사랑받을 만하다는 점을 서서히 깨달아나가야 한다.
_〈5 자폐증이라는 선물〉, 206쪽

장시간 근무와 장거리 통근, 핵가족, 고립된 ‘독립성’에 부적합한 신경 유형이 많다. 어쩌면 모든 사람이 이런 생활 방식에 부적합한지도 모르지만(하루 여덟 시간 근무는 과학적으로 적합성이 증명된 관습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심하게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정신건강에 대한 현재의 협소한 정의를 허물고 다양한 사고와 감정, 행동 방식을 존중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 사회를 보다 유연하고 차이에 너그럽게 재구성한다면 인류 전체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 향상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가면 벗기는 정치적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개인의 능력이나 필요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삶에 가치를 부여해야 하며, 사회를 모든 사람의 생산성을 최대화하는 장치가 아니라 모든 사람을 돌보기 위해 존재하는 체계로 간주해야 한다.
_〈8 모두가 물 밖에서 숨 쉬는 세상〉, 332~333쪽

신경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일이 자폐인에게만 이로운 것은 아니다. 누구나 한 걸음 물러서서 삶과 가치관이 일치하는지, 우리가 하는 일과 타인에게 보이는 얼굴이 진정한 자아를 반영하는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질문해보아야 마땅하다. 개인의 고유한 필요와 장애에 맞서 싸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때 우리는 더 편안하고 너그러운 속도로 살아갈 수 있다. 모든 자폐인이 안전하게 가면을 벗을 수 있는 세상은 특별한 관심사, 열렬한 감정, 환경적 민감성, 사회적 특이점 등 이런저런 차이가 있는 사람도 똑같이 가치 있고 온전하게 여겨지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을 만들려면 자폐인권 옹호뿐 아니라 부단한 정치적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 결과는 모두에게 충분히 보람찰 것이다.
_〈8 모두가 물 밖에서 숨 쉬는 세상〉, 353~354쪽

정상성의 가면에서 빠져나오면
그 어떤 장애도 날개로 변한다!

2018년 데번 프라이스 교수가 처음 블로그에 자폐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의 메일함에는 “혹시 저도 자폐인인가요?”라고 묻는 이메일이 5000통 넘게 쌓였다. 그들이 의구심을 품는 이유는, 현재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이 ‘중산층, 이성애자, 남성, 백인’을 기준으로 세워졌다는 저자의 연구 결과 때문이다. 질병에도 계급이 있다. 책에 따르면 같은 자폐인이어도 사회적 소수자일수록 증상을 무시당하거나, 고통을 호소해도 ‘교활한’ 혹은 ‘공격적’이라고 취급받는다. 자폐 당사자가 여성일 경우에는 ‘여자라 너무 예민하다’며 외면당하고, 유색인일 때는 ‘위험한 인물’로 구분된다. 사회 빈곤층이거나 노인일 경우에는 진단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성별이 남성이어도 전형적인 자폐증 이미지에 들어맞지 않으면 진단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더 근본적인 자료가 필요하다. 저자는 자폐인 당사자인 자신의 사례를 비롯해 사회적 가면을 쓴 수많은 신경다양인을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하고 자폐인의 장점인 ‘집요함’을 무기로 논문, 블로그 게시물, 유튜브 동영상, 진단 검사 자료까지 닥치는 대로 샅샅이 조사했다. 이로써 자폐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어떤 ‘정상성의 가면’을 쓰고 사는지, 그 가면이 어떻게 사회를 병들게 하는지 이 한 권으로 증명해낸다. 마지막으로 드디어 자폐인이자 트랜스젠더인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긍정하게 된 본인의 실제 사례와 주변의 다른 성공적인 예시들을 보여주고, 우리에게 덧씌워진 가면을 벗어던질 실질적인 방법을 논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는 가면 자폐인이 자신의 신경학적 특성에 솔직해지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전략을 보여주고, 신경다양성을 포용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설명할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멋진 괴짜이자 파격적인 개인으로 받아들이고 배척이나 폭력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_〈들어가며〉, 29~30쪽


자폐인이자 교수, 트랜스젠더인 심리학자가 알려주는
사회적 기준을 버리고 스스로를 껴안는 법

자폐인 트랜스젠더인 저자 또한 스스로를 부정하던 시기가 있었다고 고백한다. ‘전형적 자폐인’의 바깥에 있는 자신이 어디가 망가졌는지도 모른 채 사회적 가면 아래 자신을 숨겼던 것이다. 사회적 가면의 폐해를 인식하기도 어렵지만, 이미 인식했다 해도 이를 벗겨내기는 쉽지 않다. 왜 자폐인들은 사회가 바라는 ‘정상인’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할까? 이는 ‘자폐는 나쁜 것’이라는 통념과, ‘이런 나를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좌절이 가져다준 편견 때문이다. 아니, 자폐인들에게 이는 편견이 아닌 실제 상황이다.

미디어에서는 《빅뱅 이론》의 똘똘하고 겸손한 척하는 셸던 쿠퍼나 《릭 앤 모티》의 괴팍한 천재 릭, 《퀸즈 갬빗》의 천재 체스 선수 베스 하먼, 《굿닥터》의 유능하지만 냉정한 숀 머핀 같은 고기능 장애인, 즉 특출한 부분이 있고 비장애인들에게 ‘쓸모’가 있는 이들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대표처럼 여겨진다. 이는 자폐인 당사자와 비당사자 모두에게 ‘자폐인은 괴팍한 천재’ 또는 ‘고기능자가 아니면 쓸모없음’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한다. 역사적으로도 나치의 장애인 학살에 연루된 한스 아스퍼거는 지적 능력이 뛰어난 자폐인 남아들을 ‘가치가 높다’고 여겨 나치 강제수용소로 이송되지 않게끔 했다. 반면 여아이거나, 남아여도 눈에 띄게 쇠약해졌다면 죽음의 수용소로 보냈다. 오늘날에도 미국에서는 자폐증을 부모에게서 아이를 떼어놓는 끔찍한 고통이자 치료가 절실한 질환으로 간주하는 ‘오피즘 스픽스’라는 단체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신경다양인들은 ‘똑똑하지 않거나 고기능이 아닌 나’를 긍정하기 어렵다. 저자는 이 편견들이 어떻게 신경다양인들을 옭아매는지 설명하고, 자폐는 신경질환이며 자폐인은 그저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파악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기존의 사회적 통념, 즉 ‘심각한 자폐인 또는 덜 심각한 자폐인’ ‘비전형적 또는 전형적’ ‘고기능 또는 저기능’ 등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분류하는 현재의 기준에 대해서도 도전한다.

“가면을 벗는다는 것은 침묵하기를 거부하고, 분리되고 은폐되기를 거절하며, 온전한 우리 자신으로서 다른 장애인 및 소외 집단과 굳건하게 연대하겠다는 의미다. 우리는 자기 정체성 의식과 아무것도 숨길 필요 없다는 인식을 통해 확고하고 급진적인 수용으로 무장할 때 비로소 강인하고 자유롭게 연대할 수 있다.”
_〈나오며〉, 369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이제는 나로 살 때다
속박의 가면을 벗어던지기 위한 실질적인 팁들

이 책에는 가면을 쓴 사람들이 그것을 벗어던질 실질적인 방법들을 제공한다. 예컨대 저자는 인생에서 자신의 가치를 잃어버린 이들에게 ‘가치 기반 통합 과정’에 대해 안내한다. 삶에서 경이로웠던 순간들을 다섯 가지 적어보고, 이 각각의 이야기에 적힌 두세 가지 핵심 단어를 찾아보는 것이다. 자신만의 결정적 기억과 이를 설명하는 단어들은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현재의 삶과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 삶을 대조해보는 데도 유익하다.

또한 일상에서 가면을 벗기 위한 매일의 실천 방법, 좋은 관계와 그렇지 못한 관계를 구분하는 방법을 비롯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세상의 고정관념은 무엇이 있는지, 우리가 어떤 자질을 종용받았고 또 피하려고 애썼는지 되돌아볼 수 있도록 각종 도표와 사례들을 제시한다. 이러한 전략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면 쓰기가 지속 불가능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문득 우리가 ‘정상적’으로 보이기 위해 우리의 안녕과 개성을 얼마나 희생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의 가면 뒤에는 깊은 고통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에 대한 온갖 고통스러운 신념이 숨겨져 있다. 따라서 가면을 벗을 때 제일 중요한 점은 가장 혐오하는 자신의 특성을 직시하고 이를 중립적으로, 심지어 장점으로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_〈3 가면 속을 들여다보면〉, 147쪽

왜 우리는 소수자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 생기는 긍정적인 변화들

신경다양인이 아닌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내가 왜 그들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팍팍한 인생에서 자기보존만 바라는 이를 나무랄 수 없다. 흔히 소수자는 눈에 보이지 않고(보이기 어렵고), 눈앞에 없기에 상상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어떤 면에서는 다수에 속한다고 해서 다른 부분까지 다수이리라는 보장이 없음을 깨닫는다면 좀 더 상대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 자유로운 사회를 향한 누군가의 고군분투는 곧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어떤 면에서 소수자인 저자가 스스로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을 공부하며 마침내 다른 소수자들을 껴안는 연대의 이야기다. 저자는 폐쇄된 사회, 누군가 고통받는 사회는 결국 모두에게 해를 끼친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폐인을 인류의 정상적인 일부로 받아들이고 나와 조금은 다른 사람도 포용하는 세상은 단연 서로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개성 넘치는 세상일 것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를 능력/무능력 또는 정상/비정상으로 구분하지 않고, 남의 평가에 집착하지 않는 이가 많아진다면 우리는 인간관계 규범과 일상 습관부터 옷차림과 집 안 인테리어까지 모든 것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 된다.

“우리 대부분은 천재도 학자도 아닌 만큼, 기존의 성공을 달성하는 능력(또는 무능력)으로 우리의 가치를 측정해서는 안 된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신경다양성이 삶에 가져다주는 즐거움, 연결성, 의미에 주목하는 일이다.”
_〈5 자폐증이라는 선물〉, 233~235쪽

작가정보

데번 프라이스(Devon Price)
사회심리학자이자 작가, 활동가, 교수, 자폐인, 트랜스젠더.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심리학 및 정치학 학사 학위를, 시카고 로욜라대학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부터 시카고 로욜라대학교 평생교육대학의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사회 현상과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자폐 정체성, 트랜스젠더 정체성, 가면 자폐증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정상성의 가면을 벗는 과정 등에 관해 탐구한다. 또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교차적 특성과, 여성, 유색인종, 성소수자 등 비전형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질병을 인정받지 못하는지 살핀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한 권에 담은 《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은 다양한 각도에서 자폐증을 탐구하는 여러 학술 논문에 인용되었다. 저자의 연구는 잡지 《슬레이트(Slate)》 《더 럼퍼스(The Rumpus)》와 뉴스 플랫폼 《엔피알(NPR)》 《허프포스트(HuffPost)》 등에 소개되며, 매체의 1면을 장식했다. 지은 책으로는, 게으른 사람처럼 보이는 것은 과로, 정신건강, 환경에 대한 투쟁의 징후라고 말하는 《게으르다는 착각》,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양심에 떠넘겨 수치심을 느끼게 만드는 구조를 고발하는 《수치심 버리기 연습(Unlearning Shame)》(근간) 등이 있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거주하며, 다방면의 연구를 통해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제시하려 한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출판사 편집자를 거쳐 다양한 분야의 책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야생의 식탁》 《몸이 아프다고 생각했습니다》 《낙인이라는 광기》 《우리가 선택한 가족》 《야생의 위로》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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