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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과 살인귀

구와가키 아유 지음 | 문지원 옮김
블루홀식스(블루홀6)

2024년 02월 01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1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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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3149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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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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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문고 그랑프리 수상의 주인공! 구와가키 아유의 장편소설 『레몬과 살인귀』가 블루홀식스에서 출간되었다. 블루홀식스는 창립 이래 매년 미스터리, 추리소설 출판 종수가 압도적 1위인 출판사이다. ‘나가우라 교’, ‘미키 아키코’, ‘아사쿠라 아키나리’, ‘유키 하루오’, ‘저우둥’, ‘하야사카 야부사카’, ‘후루타 덴’ 등 국내 미출간 작가들의 작품들과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없었던 ‘오승호’(고 가쓰히로), ‘우사미 마코토’ 작가의 작품들을 블루홀식스의 사명(使命)으로 알고 출간하여 왔다. 특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시리즈별로 꾸준히 출간하여 나카야마 시치리는 현재 국내에서는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가 되었다. 이 또한 블루홀식스 출판사만의 성과이자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레몬과 살인귀』는 끊이지 않는 반전의 반전이 계속되는 초특급 서스펜스 소설이다. 양식점을 운영하던 아버지를 묻지 마 살인사건으로 잃은 후 10년, 당시 범인이었던 십 대 소년이 출소하면서 또다시 기이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레몬과 살인귀
해설
옮긴이의 말

첫 문장
고바야시 히나의 집은 한겨울 감옥의 독방 같았다.

경찰은 히나의 사인을 말하기를 꺼렸다. 나중에야 언론 보도로 칼에 찔려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온몸에 남아 있던 자상이 십여 군데 이르렀다고 한다. 범인은 현재 수사 중이다.
히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p10

지금 나는 텅 빈 동생의 방에서 그 말을 덧그렸다.
‘어째서 우리만 이런 일을 당하는 걸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손에 든 어두운 붉은색 상의가 사정없이 구겨졌다. p15

나를 비웃고 있다.
결코 자의식과잉이 아니었다. 마린은 중학생 때도 똑같은 짓을 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이라고 할 정도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시 마린은 내 흉한 치열을 비웃었다. p20

그러나 세상은 히나를 돈에 미쳐 사람을 멋대로 조종하다 못해 죽음으로 내몬 악녀로 취급했다. 자기애적 성격장애라고 단언하는 자칭 전문가도 있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사회 반응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지만 머릿속을 부유하는 잡음은 심해지기만 했다.
모두가 말했다. 그렇게 떠들어댔다.
히나는 정말로 그런 사람이었을까? p51~52

렌은 요리사가 되고 싶어서 우리 집에 오는 것이 확실했다.
그 식당 요리사의 딸인 내게 던지는 질문도 가게 위주였다. 하지만 애초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말을 주고받을까? 정기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찾아올까? 렌도 나를 좋아하는 것 아닐까? 아직 초등학생이었기에 사귀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못 했지만 나는 사랑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혹시, 어쩌면.
마음속으로 거듭 중얼거렸다. p98

그러나 사가미의 머릿속에 있는 우시와카야말로 사실이고 절대적인 존재였다.
사가미는 그를 동경했다. 밥을 먹을 때도 놀 때도.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그 모습이 머릿속 한구석에 어른거렸다. 아니, 꿈에도 자주 나타났다.
서걱, 서걱.
우시와카, 우시와카.
칼을 휘두르자 칼끝이 쓰윽 살을 파고든다. 어묵을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처럼. 그리고 곧바로 흰 날이 살을 가르며 빠져나온다. 수영하는 손이 물을 가를 때처럼.
그 감각을 끊임없이 상상했다. 그리고 불길이 일듯 생각했다.
베고 싶다.
사람을 썩둑 베고 싶다. p142

아무리 생각해도 내 인생은 어릴 적부터 남들만 못했다. 괴로운 일, 슬픈 일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그 불합리한 고통도 분한 마음도 동류가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간 옅어졌다.
나만 불행하지 않다.
아버지가 살해당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다. 동생 히나도 같은 처지다. 나를 덮친 재앙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어지러운 마음을 납득할 수 있는 표현이 있었다.
그런 운명의 별 아래 태어난 사람이다. p201

사가미는 자숙하기로 거듭 다짐했다. 이제 두 번 다시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다고.
다시는 그런 서툰 살인은 하지 않겠다고.
다음에는 더 잘할 것이다.
아니, 한 번이나 두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시와카처럼 살아가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사람을 베고 다닐 것이다. 사가미는 정신없이 계획을 세웠다. p213

칼을 휘두를 때마다 실감이 났다.
자신은 옳게 죽이고 있다.
죽이는 데 의미가 있다.
생각이 형체를 띠었다. p238

허옇게 빛나는 칼을 끝까지 밀어 넣었다가 힘껏 빼낸다.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얼굴을 보며 ‘더, 더’라고 생각했다. p323

마스크를 벗자 때마침 불어온 밤바람이 입술을 차갑게 식혔다. 입술 사이로 튀어나온 하나뿐인 앞니도 바람을 맞았다.
이 치열을 고치자.
그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시간과 돈이 아무리 들어도 좋으니 이제 깨끗하게 고치자.
신선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다짐했다. p327

“너를 벨 날을 기다렸어.”

『레몬과 살인귀』는 등장인물들의 심리 변화가 일품인 서스펜스 미스터리다. 작품은 주인공 고바야시 미오의 여동생인 히나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에서부터 출발한다. 미오는 과거 묻지 마 살인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은 뒤 불우한 삶을 살게 된다. 그런 미오에게 유일한 동생인 히나가 살해당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죽은 동생이 말도 안 되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미오의 삶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미오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동생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점점 미오 주변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 점점 드러나는 진실과 미오를 압박하는 과거의 인물들, 그리고 미오의 심리 변화가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한껏 끌어들인다. 『레몬과 살인귀』는 이 과정을 매우 흡인력 있고 매력적인 필체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고통을 주는 자와 받는 자는 무엇인가? 어떻게 다른가? 미오는 사람은 고통을 주는 자와 받는 자로 나눠지며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운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경우 고통 받는 자로 태어난 사람은 불가항력으로 당할 수밖에 없고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며 체념하고 살아간다. 그리고 미오 자신이 바로 고통 받는 자라고 생각하며 한평생을 산다. 『레몬과 살인귀』는 이러한 구도에 놓인 인물들의 뒤틀린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작가는 이 작품의 집필 과정에 대해 결말(범인의 정체)을 가장 먼저 떠올렸고, 그날 밤에 머릿속에 대략적인 줄거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온갖 ‘위험한 사람’을 등장시켜 보려고 했습니다. (……) 저는 나기사가 마음에 들지만 그렇게 말하면 위험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 같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위험한 사람 취급을 받기는 싫지만 위험한 사람을 등장시키고 싶었다는 작가의 심리가 무엇인지 작품을 다 읽은 독자들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반전의 반전도 도처에 도사리고 있으니 놓치지 않으시기를 바란다.


“온갖 ‘위험한 사람’을 등장시켜 보려고 했습니다.”

『레몬과 살인귀』의 저자 구와가키 아유는 1987년생으로 교토에 거주하고 있다. 교토부립대학에서 문학부에서 국문학과 중국문학을 비교 연구했다고 한다. 현재는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친다. 2021년, 『달궈진 못』으로 제8회 삶의 소설 대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다. 『레몬과 살인귀』로는 2002년 제21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문고 그랑프리 수상하는 영광을 거머쥐었다.
데뷔작인 『달궈진 못』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지방 도시 하스오카에서 일하는 지아키는 고향 이즈이루노로 귀성하던 중 후배 모카와 우연히 재회하고 그녀가 스토커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로부터 며칠 후, 모카는 칼에 찔린 시신으로 발견된다. 범인을 찾기로 결심한 지아키는 이즈이루노로 걸음을 옮겨 모카가 다니던 대학과 단골 찻집 등을 찾아다니며 스토커의 정체를 밝히려고 한다. 그 과정을 그리는 한편 상사의 갑질에 시달리면서 회사의 남자 선배를 좋아하는 안이라는 여성의 이야기를 삽입하면서 두 사람 이야기의 접점이 의외의 부분에서 드러난다. 이 작품에서도 등장인물들의 비뚤어진 동기와 감정이 서서히 드러나고, 교묘한 복선이 독자들을 압도한다.
이 작품으로 받은 제8회 삶의 소설 대상 수상 소감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초등학생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이번에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확률이 낮은 사건이 잘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떨어질 것 같았던 대학 입시에서는 바로 전까지 반복해서 풀었던 고전문학 문제가 그대로 출제되어 합격했습니다. 해외여행을 갈 때면 수하물을 분실당하기도 하고 태풍 때문에 귀국편이 결항되기도 하고요. 그것도 간사이 공항, 나리타공항 2년 연속 벌어졌습니다. 처음엔 가족들도 안타까워했지만 두 번째에는 ‘또 그러냐’라고 하더군요. 이번 수상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개인의 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우연히 쓸 만한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것이 우연히 잘 통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운이 좋게 우연이 연달아 발생한 결과일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 신비로운 낮은 확률을 무기 삼아 유쾌하게 정진하고 싶습니다. 모처럼 꿈에 그리던 직업의 스타트라인 앞에 섰습니다. 부담 갖지 않고 즐겁게 해나가고 싶습니다……”

어릴 때부터 꿈에 그리던 작가로 데뷔했을 때 구와가키 아유가 남긴 수상 소감이다. 남들에게는 잘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 자신에게는 잘 일어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번 수상도 그러한 우연 덕택이라 자신의 삶을 이해한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자세는 작가를 겸손하게, 그러나 무기가 되어 용기를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해준다.
그런 작가의 마음이 또 통했는지 이후 작가는 『레몬과 살인귀』로 큰 인기를 얻었다. 발간 즉시 중쇄, 23만 부 이상이 팔렸다. 온갖 위험한 사람을 등장시켜보려고 했다는 작가의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작가의 제안처럼 한국 독자들도 이 ‘레몬’의 맛을 어서, 마음껏 느껴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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